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94화 (194/204)
  • 194화. 사전 준비

    - 숨 가쁘게 달려온 2031 프로야구 벌써 전반기의 마지막 경기까지 왔습니다. 1강 8중 1약의 구도를 그리는 프로야구. 절대적 1강을 지키는 랩터스와 1약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타이탄스. 지금 시작합니다.

    뭐 좀 하려고 하는데 벌써 시즌 절반이 지나갔다. 이번 시즌에는 홈에서 루다에게 혼나고 원정 가서 화풀이하고를 반복한 것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는데 벌써 올스타브레이크라니…. 세월 참 빠르다.

    홈에서 하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주장으로서 선수들 잘 이끌어서 이겨야 한다. 가즈아~.

    - 마운드에 랩터스의 에이스 김호영입니다.

    - 기복이 있다는 말도 옛말이죠. 이번 시즌 랩터스의 에이스를 넘어 리그 에이스라고 칭해도 될만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김호영이에요.

    - 오늘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잔뜩 들어왔는데 김호영 선수도 함께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미국뿐만 아니라 오늘은 일본에서도 많이 왔어요. 김호영 선수도 에이전트 쪽에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있어요. 특히 일본의 라쿠텐이 관심이 있다고 하죠.

    - 일본이요? 김호영 선수가 일본에서 뛰는 건 잘 상상이 안 갑니다. 일본은 정교한 야구를 하는 곳 아닙니까? 김호영 선수가 정교한 제구를 하는 선수는 아닌데요.

    - 그래서 김호영에게 더 관심을 두는 것 같아요. 김호영을 본 일본의 전문가들이 제구는 충분히 가다듬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 최근 우리 선수가 일본에 진출하지 않고 있는데 김호영 선수가 일본에 진출한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소전아. 너희 에이전트 믿을만하냐?”

    경기 시작 전 선발투수 호영 선배가 에이전트 형에 대해 묻는다. 영화 보는 안목 말고는 딱히 믿음이 가지 않는 형이긴 하지만 루다랑 동업하는 바지사장님인데…. 나쁘게 말하기도 뭐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사람 좋은 거 말고 믿고 맡길 만 하냐고.”

    믿고 맡긴다라…. 최신영화를 추천받는 데는 믿고 맡길만하지만…. 나머지는…. 딱히….

    “회사에 쟁쟁한 메이저리거도 많은데 다들 믿으니까 맡기지 않을까요? 아 이시윤 선배도 우리 회사잖아요. 이시윤 선배한테 물어보시지 그러세요.”

    “말도마. 그 자식은 그런 거 관심 없어. 그냥 에이전트가 계약서 주면 말도 안 하고 사인하는 놈이야. 야구 말고는 아무것도 몰라.”

    하긴…. 그 사람은 그럴 수도 있지….

    “저도 야구 말고는 잘 모르니까. 그냥 같이 하던 사람이니까 같이하고 있어요.”

    “이번에 세계그룹이 투자했다며.”

    아…. 그거 루다가 뭐라고 하던데. 증여세 절세가 어쩌고 했는데 머리 아픈 건 모르겠다.

    “루다가 이쪽 일 하니까 장인어른이 루다 도와준다고 하시는 거 같아요. 저는 그런 건 잘 몰라서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에이전트 있으시잖아요.”

    “내 에이전트가 자꾸 일본으로 밀어서. 일본도 좋긴 한데 조건 차이 많이 안 나면 나도 미국에서 던져보고 싶어서. 기왕 야구하는거 최고의 무대에서 해보고 싶잖아.”

    “제가 에이전트 형한테 물어봐 볼게요.”

    주장이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많다. 다른 선수들이 이런 내 고충을 알아줘야 하는데.

    - 김호영 선수 오늘 좋습니다.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면 1회 초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합니다.

    - 지금 화면에 잡히는 분이 라쿠텐의 스타우트 팀장이라고 하거든요. 굉장히 흡족해하는 모습이죠.

    - 그렇습니다. 그 옆에는 김호영 선수의 에이전트군요. 랩터스 이번 시즌 끝나고 투타의 기둥이 모조리 빠져나갈 수도 있겠습니다.

    시원시원하다. 제구 따위 필요 없이 칠 테면 치라고 한가운데 때려 박는 공들. 사실 진짜 무서운 공은 이런 것들이 공이 저렇게 들어오면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싶은 마음 자체가 꺾인다.

    진짜 내가 우리 팀 선수들 공을 상대 안 하는 게 천운이다.

    - 1회 초를 가볍게 막아낸 랩터스의 1회 말 공격이 시작됩니다.

    - 오늘도 1번에 김소전입니다.

    - 김민중 감독이 루카스를 1번에 넣으면서 김소전과 공존을 실험하고는 있는데 루카스 선수가 1번과 9번에서의 성적이 많이 차이가 나죠. 하위타선으로 내려앉았을 때는 3할 상위타선에서는 2할 3푼을 치고 있어요.

    -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 1번에서 김소전 선수와 플래툰을 하다 보니까 어떤 부담감 같은 걸 가지는 것 같아요.

    - 그러면 당분간 김소전이 1번에서 활약을 해줘야겠습니다.

    - 그러면 좋지만, 문제는 체력이거든요. 한 시즌을 1번으로 나오는 게 체력적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나 김소전은 내야에서도 가장 어려운 포지션인 유격수거든요.

    에이스가 1회를 깔끔하게 막아줬는데 타자들이 뭔가를 해야지. 오늘도 안타를 치고 나간다.

    - 김소전 이번 시즌 성적이 화려합니다.

    - 전반기가 끝나는 이 시점에 타율 4할 1푼 홈런 33개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이정도면 작년의 기록을 모조리 깨는 페이스에요.

    - 하지만 여전히 김소전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 그런 헛…. 아니….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게 김소전 선수의 성적이 홈과 원정과의 괴리가 커서 나오는 말인데.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거든요. 오히려 경기장에 따라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아요.

    시즌 홈런 33개를 치면서 수도권에서 9개 지방에서 24개를 치니까 루다도 포기를 했다. 인터넷에서는 내가 지방을 미워한다는 이야기까지 있던데 그런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걸 어쩌라고…. 난 그냥 우리 팀 말고 다른 팀을 골고루 미워하는데…. 결과가 그런 거 다 결과가.

    - 김소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합니다. 1회 초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는 랩터스. 오늘도 랩터스 승리의 방정식이 돌아갑니다.

    광주에서 컨디션 안 좋을 때 댄 번트 하나로 극단적이었던 시프트가 그래도 조금은 정상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우중간에 빈공간이 더 생기고 자연히 그쪽으로 향하는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이 올라가고. 이럴 것 같았으면 진작에 할걸.

    - 뛰나요?

    - 김소전 선수가 노경준 선수 앞에서는 도루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었는데 이번 시즌은 아니에요. 노경준 선수 앞에서도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2루를 노리거든요.

    -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김소전에게 맞는 안타는 2루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그저 실없는 소리로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여전히 여름 더위도 날려버릴 선풍기지만, 그래도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작년보다 조금 더 배트에 공을 맞히는 경준이. 이제는 나 없이도 사는 법을 배워야 하니, 어미 새는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 타자 배트를 크게 돌려봅니다. 2루 롱텍~ 세잎. 세잎입니다. 다시 한번 2루를 훔쳐내는 김소전. 랩터스 순식간에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보냅니다.

    - 이러니까 김소전에게 맞는 안타는 2루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지금도 타이탄스의 배터리가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겼어요. 이건 잡을 수가 없죠.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내 몸 상태가 저 정도 퀵모션으로 잡힐 상태가 아니다. 오늘 경기 끝나면 이틀 휴식하고 올스타전인데 기회가 오면 뛰어야지.

    - 무사 주자 2루. 타석에는 노경준. 타이탄스의 배터리 사인이 길어집니다.

    - 괴로워요. 채우자니 1, 2루에 모두 발 빠른 주자가 나가게 되고 3번과 4번을 치고 있는 양규환과 성현범이 녹록한 타자들이 아니에요.

    아직도 좀 부족하긴 하지만 우리 후배님들 사람같이는 아니더라도 유인원 정도로 야구는 하신다. 종종 못 봐줄 짓을 많이 하긴 하지만 꾹 참아야지…. 내가 이렇게 인내심이 좋다.

    - 노경준 타격! 좌중간을 가릅니다! 2루 주자 벌써 3루 돌아서 홈까지~ 타자~ 타자주자 2루에 들어갑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선취점을 뽑아내는 랩터스~ 타이탄스의 최하위 탈출이 멀어져 갑니다.

    경준이 이놈 탐욕이 가득해서 또 볼을 쳤다. 스트라이크 들어가는 공이였으면 담장을 넘길 스윙이었는데. 이놈은 언제나 나처럼 인내심이 커질지… 에효… 얘만 생각하면 내가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 * *

    “쌍으로 미쳤나요?”

    “미쳤다니. 조 단장 입이 많이 거칠어.”

    전반기 승률 7할로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군림하는 랩터스의 단장실에서 날카로운 고함이 터져 나온다.

    남들은 성적 좋은 팀에 무슨 고민이 있겠냐고 생각하지만 1위 팀의 숙명 같은 문제가 본격적으로 붉어지기 시작한다.

    “김소전이 나가는 거 알고 있었으면서 뭘 그렇게 펄쩍 뛰고 있어.”

    “못가. 얼마면 돼? 내가 구단주를 팔아서라도 맞춰준다니까.”

    랩터스 단장의 진심 어린 눈빛에 친구 따라온 랩터스 구단주가 나이 먹고 새우잡이 배를 타면 얼마나 힘들까? 잠깐 고민을 해본다.

    “돈도 돈인데 이제 놔줘야지. 김소전이 여기서 뛸 레벨이 아니잖아. 놔줘. 빅리그에서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

    “어디로 보내게?”

    “영업비밀이야.”

    “죽을래요?”

    “아직 미정이라는 뜻이야. 왜 주먹을 쥐고 그래.”

    팀 성적이 좋음에도 최근 계속 먹구름인 단장의 모습에 리그 최고 선수의 에이전트가 협상을 위해 살짝 저자세의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스토리좀 만들어 보자고.”

    “스토리?”

    “비즈니스 하는데 상품 예쁘게 포장도 좀 하고 해야지.”

    “XX하네.”

    예쁜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자 앞에 있는 아저씨 둘의 심장이 순간 쪼그라든다.

    “조 단장. 말 좀 이쁘게 하자. XX하네가 뭐냐?”

    “구단주님은 좀 빠져요. 이XX랑 얘기 끝나고 손봐줄 테니까.”

    단장의 섬뜩한 눈빛을 받은 구단주의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으며 입까지 얼어붙는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생때같은 내새끼 뺏기는데 뭘 하자고? 다시 얘기 좀 해봐.”

    “어허…. 조 단장 뺐다니 누가 들으면 내가 도둑놈인 줄 알겠어.”

    “내 것 뺏어가는 XX들은 다 도둑놈이야.”

    도저히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단장을 상대로 부탁을 해야 하는 선수의 에이전트의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구단의 갑질에 닳고 닳은 베테랑이지만 노골적으로 물리력까지 행사하려고 하는 상황은 익숙지 않아 더 힘들어한다.

    “조 단장. 그러지 말고 협조 좀 해줘.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어차피 보내줄 거 박수받으면서 보내주면 좀 좋아?”

    “안 좋아.”

    “팬들 생각도 좀 하자. 팬들은 이런 거 좋아한다고.”

    “랩터스에서 김소전 나가는데 좋아하는 팬들은 우리 팬 아니야. 싹 다 쓸어버릴 거야.”

    광기에 넘치는 모습. 저래서 여태 결혼을 못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냈다가는 랩터스 우승 반지를 낀 손이 날아들까 봐 꾹 참고 입안으로 삼킨다.

    “조 단장도 알다시피 우리 소전이가 좀 거물이야? 미미한 것들은 이제 털어내고 진짜 사장님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우리? 소전이? 우리? 언제부터 내 것을 우리라고 불렀어?”

    단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살기가 넘친다.

    “그러지 마. 랩터스 소속이면서도 우리 루다앤에이치 소속이기도 하니까.”

    “하여간 이름 짓는 센스하고는. 그래서 뭐. 뭐하자고?”

    회사의 이름까지 트집잡자 반발하고 싶은 마음이 확 치솟아 오르지만 눈한번 꾹 감고는 선수만을 위해 더욱 공손한 자세로 에이전트가 말을 이어나간다.

    “예전에 김민중 감독 선수 은퇴할 때 은퇴 투어 한거 기억나?”

    “안날 리가 있나. 그때 내가 실무자였는데…. 흐… 죽고 싶어?”

    말 한마디에 모든 상황을 파악한 랩터스의 단장이 으르렁거리는 웃음을 흘린다.

    “그러지 말고 보내줄 거 성대하게 보내줍시다. 다른 팀들도 리그에서 김소전이 떠난다고 하면 쌍수 들고 환영할 거라고. 그러면서 인지도도 높이고 KBO리그 팬들에게 확실한 인사….”

    에이전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개 같은 손이 날아들어 멱살을 잡고 얼굴을 잡아끈다.

    “보내긴 누가 누굴 보내?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한 그런 일 없어. 양키스나 다저스에 내새끼 팔아먹겠다는 소문이 있는데 내가 양키스를 사버리는 수가 있어. 조심해.”

    눈앞에 예쁜 여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정신을 홀릴듯한 향수 향이 코끝을 찌르자 순간 정신을 놓았던 에이전트가 자기가 작업 중인 양키스라는 말에 다시 정신을 찾는다.

    “케… 켁. 놔… 놔줘…. 숨을 못 쉬겠어….”

    직접적으로 맞지만 않았지, 폭행과 진배없는 상황을 겪은 에이전트의 머릿속에 학창 시절 당했던 학폭의 기억이 떠오르지만, 어른의 마음으로 자신을 다스린다.

    “조 단장. 손 좀 조심해. 그러다 큰일 나.”

    “미친놈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안 그래요?”

    친구의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말로 도와주는 구단주. 그래도 권위 있는 구단주의 말이 친구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놓게 했다.

    “조 단장 우리 현실성 있는 얘기를 하자. 김소전 올해 FA로 풀려. 우리가 잡을 수가 없어. 내 사재를 털어서 잡는다고 쳐도 리그 수준에 너무 안 맞아. 놔줘야 해.”

    “난 그런 거 모르겠고 랩터스가 천년만년 우승해야 한다고 몇 번을 얘기해요.”

    “어허. 그러지 말고. 이성적으로 하자. 보내줄 때 질질 끌지 말고 쿨하게 보내줘야 다음이 있는 거야. 그래야 김소전 같은 선수가 또 나오지. 김호영같이.”

    “자…. 잠깐 뭐? 누구? 김호영? 이건 뭐야?”

    친구를 도와주려고 끼어들었던 구단주가 아직은 해선 안 될 말을 내뱉었다.

    “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어이. 양아치 사장님. 얼굴표정이 왜 그래? 김호영 뭐야? 둘이 뭐가 또 있지? 뭐야? 빨리 말 안 해.”

    친구의 말실수에 불똥이 튄 에이전트가 얼굴이 사색이 돼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조…. 조 단장. 그냥 한번 만났어. 한번. 호영이가 얘기 좀 하자고 해서 한번 만났어.”

    문으로 향하는 두 아저씨들을 향해 다가가는 사자.

    “한번…. 만나? 왜 만났을까? 김호영 에이전트는 따로 있는데…. 왜 만났을까? 내가 호영이한테 일본, 별로라고 홍지시켜서 작업 다 해놨는데 미국 좋아하는 에이전트를 왜 만났을까?”

    “이…. 일본은 벼…. 별로니까…. 그냥…. 상담…. 미국 시장이 어떤가…. 상담….”

    “아…. 상담…. 그 상담 나랑도 좀 해보자 XXX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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