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91화 (191/204)
  • 191화. 타격 능력

    - WBC 우승의 기운을 받으면서 출발한 2031 프로야구. 시즌 초반부터 10개 팀의 다양한 이야기가 쓰여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팀. 랩터스와 썬더스와의 경기를 수원에서 보내드립니다.

    - 랩터스는 말이 필요 없지.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의 면모를 보이고 있어요.

    - 반면에 썬더스는 이번 시즌 정확한 5할 승부를 기록하면서 상하위권팀을 나누는 문지기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썬더스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이번 시즌에도 투타의 밸런스가 미묘하게 안 맞고 있어요. 타선도, 투수진도 좋거든요. 그런데 타선이 터지는 날은 선발이 무너지고 선발이 버티는 날은 타선이 침묵하고 있어요. 이래서는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기 힘들어요.

    상대적으로 우리 팀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많이 나갔다 와서 그런가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좋다. WBC에 다녀오느라 컨디션을 조금 빨리 끌어 올려놔서 그런지 다른 팀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럴 때 이겨놔야 하는데…. 몸이…. 조금 무겁다.

    - 원정팀인 랩터스의 선공으로 시작됩니다. 오늘의 1번 타자 김소전입니다.

    - 김민중 감독 지난 시즌엔 루카스 선수와 플래툰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김소전을 2번에 배치해서 재미를 봤는데 이번 시즌엔 조금 달라졌어요.

    - 이번 시즌엔 김소전이 좌투수를 상대로도 1번에 종종 나옵니다.

    - 루카스도 시즌을 치르면서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쌓였거든요. 이제는 좌우만 따지는 게 아니라 상대 투수 성향에 따라서도 타선을 조정하는 랩터스에요.

    - 랩터스 성적의 가장 큰 비밀무기라는 전력분석의 결과겠죠?

    - 랩터스의 전력분석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 자료를 현장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대단한 거거든요. 김민중 감독과 인터뷰를 해보면 랩터스가 이제 어느 한 선수에게만 기대는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틀은 잡았다고 하고 있어요

    - 그러기엔 이 선수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KBO뿐만 아니라 메이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김소전이 1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섭니다.

    랩터스는 규정상 잠실과 고척의 경기는 출퇴근이 원칙이다. 그리고 수도권 경기. 인천과 수원경기는 미혼자는 숙소, 기혼자는 출퇴근이 원칙이다. 물론 기혼자도 숙소 생활을 원하면 할 수도 있다.

    그전에 결혼한 선배들이 이 규정을 바꿔서 수도권과 고척경기도 원정으로 치고 잠실 원정도 원정이니까 무조건 구단에서 숙소 생활을 강제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이거 규정이 잘못됐다. 원정경기는 구단에서 선수복지를 위해서 숙소 생활을 하게 해줘야지 왜 집에 가서 자고 나오라는 거야!

    -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김소전의 타격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 WBC에서 예열이 끝난 타격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어요. 심지어 이번 시즌에 홈런 페이스마저 빨라요. 작년 기록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지금 페이스 보면 넘을 것 같기도 해요.

    집이 안 좋은 건 아니다. 동심 가득한 루다가 놀이동산 보이는 집에서 살고 싶었다며 전세로 얻은 석촌호수에 있는 123층짜리 건물. 너무 높아서 조금 무섭긴 하지만 같은 건물에 엄마도 이사를 오고 좋다.

    야구장까지 2.5킬로 정도 돼서 택시나 지하철 안 타고 뛰어가기도 좋고 다 좋다.

    문제는…. 집에… 루다가 있다. 분명 방송하느라 바쁘다고 하는데 내가 집에 있을 때는 어떻게든 집에 들어온다. 내가 지방 원정 갔을 때는 안 들어오는 날이 부지기수건만, 내가 오는 날을 항상 집에 있다.

    내가 고민이라고 선배들한테 상담을 해봐야 신혼 때 금실이 좋아서 그런다는 헛소리들이나 하고, 내 상황을 전혀 공감을 못 해준다.

    신혼이라 함은 토끼 같은 마누라와 알콩달콩 사랑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었나? 우리는 TV에서 나오는 그런 이야기와 전혀 관계없는 시간을 보낸다.

    경기 끝나고 특훈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다이제스트 방송을 마친 루다가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는 오늘의 내 플레이 하나하나를 적나라하게 해체해서 내 눈앞에 펼쳐놓는다.

    사람이 항상 잘할 수는 없는데 작은 실수라도 나오면 그 장면을 100번씩 돌려가면서 최신 미국의 논문까지 찾아내서 분석하고는 나에게 대처방안을 생각하라고 숙제를 내준다.

    학창 시절 나쁜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리 숙제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었는데…. 영어로 써진 논물을 펼쳐놓으면서 던지는 숙제 따위는 보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아진다.

    그리고 야구라는 게 어디 글자로 하는 건가? 야구는 될 때까지 몸에 새기고 새기고 또 새겨서 하는 게 야구인데. 자잘한 실수는 안 하도록 시간을 쪼개서 연습을 하는 게 해결책인 것을….

    그래서. 내가 연습이라는 세상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으면 그게 아니라며…. 끝도 없는 이론강의가 시작된다.

    그래 인정한다. 그 뛰어나다는 우리 전력분석팀의 이론강의보다 루다의 이야기가 더 이해하기 쉽고 발음도 더 귀에 착착 감기고 좋은 거 인정한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하루종일 야구하고 특훈까지 해서 집에 들어왔는데 이딴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내 마음도 모르고 내 머리에 자기 목소리를 새겨넣겠다고 쫑알거리는 루다…. 결국…. 나는 저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입술을 막기 위해 내 입술을 사용하는 최후의 무공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금단의 기술을 사용한 대가로…. 다음날이 항상 피곤하다….

    - 김소전 초구를 바라봅니다. 볼.

    - 이번 시즌 또 달라진 점이 이거죠. 여전히 초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확연히 초구를 거르는 경향이 있어요.

    - 1번으로 나오면서 공을 많이 보려는 움직임이 아닐까요?

    - 단순히 많이 보려는 것 같지는 않고 공을 끝까지 보면서 그날 투수의 컨디션을 파악하면서 타격 스탠스를 미세하게 움직이거든요.

    - 그런 게 가능합니까?

    - 다른 선수가 그러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김소전 선수는…. 모르겠어요. 실제 그러고 나면 잘 치니까요.

    루다가 오늘 투수 초구는 무조건 버리라고 했으니…. 마음에 안 들지만 우선 기다려본다. 루다의 촉이 맞았는지 살짝 빠진 볼. 존에서 살짝 빠진 공이다.

    치자면 못 칠 것도 없는 공이지만 루다의 말에 따르면 그 공 잘 쳐서 라인 안에 집어넣기 힘들단다. 그냥 변화구 버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3구 이내에 가운데로 쏠리는 직구가 나온다고 했으니 직구만 보면서 기다린다. 안 나오기만 해봐라…. 오늘 밤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 2구. 2구 살짝 빠졌습니다.

    - 체인지업이죠. 잘 던진 공인데 김소전 선수가 참아내네요.

    - 기존엔 이런 공은 치지 않았습니까? 김소전이 볼넷도 많지만, 배드볼히터로도 유명한데요

    - 팬들이 김소전 선수가 배드볼 히터로 알고 있는데 그건 좀 잘못된 정보에요. 김소전 선수 배드볼 히터라기보다는 자기가 칠수 있는 존이 잘 설정이 되어있는 선수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기가 못 치는 공은 안치는 거였어요.

    - 그럼 이번 공은 치기 어려운 공이였겠네요.

    - 아니죠. 지금 공 김소전선수가 칠 수 있는 공이였는데 더 좋은 공이 들어올 거라는 생각에 참은 것 같아요. 2스트라이크 이후였으면 여지없이 배트 나왔을 듯한 코스였어요.

    아…. 움찔했다. 이거 치자면 칠만한 공이긴 한데… 루다가 볼은 어지간하면 치지 말라니까…. 우선 말을 듣는 척은 해보자. 안 그러면 집에 가서 귀찮아지니까.

    - 투볼 노스트라이크. 썬더스 랩터스의 김소전을 상대로 쉽게 공을 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 타자가 저렇게 공을 골라내면 투수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죠

    던져라. 던져라. 살짝 가운데로 몰리는 공. 루다가 말하는 그 공 던져라

    - 3구 김소전의 배트가 나옵니다. 잘 잡아당긴 타구! 좌중간을 가릅니다. 좌중간을 가르고 펜스까지 날아가는 김소전의 타구! 김소전 1루 지나 2루까지~ 2루에 여유 있게 들어갑니다.

    이런… 루다…. 이…. 거짓말쟁이. 1회에 들어오는 직구는 무조건 150 넘는다고 그랬는데 이거 미세하게 느렸다. 150은 절대 안 나왔어. 그러다 보니 타이밍이 조금 빨라서 너무 앞에서 맞으면서 타구에 힘이 덜 실렸어.

    그냥 직구 앞에 체인지업 때렸으면 홈런 칠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어제 밤새 루다하고 노느라 하체가 살짝 흔들려 힘이 모자랐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홈런 칠 수 있는 거 못 친 건 다 루다 때문이다.

    - 주중 3연전. 썬더스에게 위닝을 거둔 랩터스가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랩터스 덕분에 4위로 올라선 엘리펀츠 썬더스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이제 확인해보시겠습니다.

    아직 4월인데 체력이 달리는 게 느껴진다. 야구를 못 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체력이 없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집에 기 빨리게 하는 여우랑 같이 살다 보니 한 달도 안 돼서 이 꼴이다. 그나마 오늘부터는 부산이라 어젯밤에 미리 내려와서 쉬니까 방전된 체력이 조금은 채워지는 것도 같고…. 어쨌든…. 오늘은 어제보단 조금 살만하다…. 그런데… 루다는 어제 잘 잤나….

    - 랩터스의 공격. 1번 김소전부터 시작합니다.

    - 김소전 시즌 초반부터 달려 나가죠. 타격 전부분에 이름을 새겨넣고 있어요.

    1번이나 2번이나 그리 큰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2번이 눈곱만큼이라도 덜 나오니까 체력이 세이브되는데…. 내 생각은 할 생각도 없는 감독이 나를 계속 1번에 올려놓는다.

    겨우내 슈퍼컴퓨터로 계산했는데 몇몇 상황 빼고는 9번 루카스가 더 좋다나 어쨌다나…. 그 컴퓨터가 이번 시즌 내 체력이 쭉쭉 빠지는 것도 계산해 넣었으려나?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 초구! 초구 크다! 크다! 크다! 홈런!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대형홈런! 랩터스 김소전의 솔로 홈런으로 앞서나갑니다.

    - 아. 잘 맞았어요. 볼이거든요.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볼인데 그걸 힘으로 잡아당겼어요. 타격기술도 기술이지만 힘도 대단하네요. 그걸 넘겼어요.

    역시 타격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몸의 밸런스를 잘 잡아놓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배트를 휘두르기만 하면 공이 와서 맞고 쉽게 넘어가는 거다.

    야구 이렇게 몸으로 쉽게 해야 하는 걸 눈으로 보기만 한 루다는 뭘 안다고 나한테 밤마다 뭐라고 하는지…. 화나네. 부산원정 끝나고 집에 가서 혼내줘야겠다.

    - 김소전 올해 기록이 특이합니다. 타율은 수도권에서 높고 홈런은 비수도권 원정에서 많이 치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잠실을 홈으로 쓰는 선수다 보니 홈에서는 컨택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홈에서는 공을 더 많이 보고 홈런보다는 정교한 타격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 정말 대선수가 될 선수네요. 그냥도 잘하는 선수였는데 이젠 상황에 맞춘 타격까지 하는 선수로 진화했습니다.

    - 이번 시즌 끝나고 FA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에 오늘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잔뜩 왔지요. 전부 기록하고 있을 거예요.

    - 한간에는 메이저 정상권 선수들보다 김소전이 낫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거든요. 스카우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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