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70화 (170/204)

170화. 주변의 조언

“성신아. 변화구 노릴 때랑 직구 노릴 때랑 배트 위치 달라지는 거 알았어?”

“현범아~ 너 타석에서 혼잣말인 척 욕하는 거 티 난대. 이제 하지마.”

“종오야. 너 타자 눈 보면 무서워? 다른 팀 선수들이 너 만만하게 생각하던데?”

이런 줄 몰랐다. 왜 정안 선배가 맨날 술 먹고 놀면서도 야구를 잘하는지 몰랐는데…. 다 비밀이 있었어….

다른 팀 주장들 만나면서 주워듣는 이야기만 해도 야구판에 무서울 게 없어지는 거였어….

“오늘은 뭐 먹었어?”

“오늘은 나가사끼 짬뽕에 하이볼? 그거 술이더라.”

“술 먹었어?”

“맛있다길래 시켰는데 술이던데? 이름이 하이볼이길래 뭔지 몰랐지.”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 그분에게 하루 일과를 보고 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다른 팀 주장들과 만남이 많아지면서 그분의 질문이 달라진다.

“그래서 오늘은 또 누가 왔어?”

“오늘은…. 화전 그룹 둘째 딸? 셋째 딸이던가?”

“거기 셋째는 이제 중학생이니까 둘째 미연이겠지. 그래서 걔랑 술 먹었어?”

“술인지 몰랐다니까. 하이볼 딱 두 모금 먹었어.”

“이야~ 김소전이 어린애가 옆에서 술 마셔주니까 술이 쭉쭉 넘어가지?”

“아니라고 처음엔 몰라서 먹고 두 번째는 물인 줄 알고 잘못 먹었어.”

얘가 날 술꾼이라고 생각하나, 난 시즌 중에는 금주하는 사람이야!

“그래. 다 이해해. 나만 못하지만, 옆에서 예쁜 애가 술 마셔주면 먹을 수 있지. 이 누나는 다 이해한다.”

“이해는 무슨 이해를 해. 오늘 얼굴 처음 봤다. 예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러브샷하고 그런 것도 아닌데 뭘….”

“오호라. 예쁘다? 예뻐서 막 러브샷도 하고 그러고 싶다는 거지?”

술을 먹어서 그런가? 이놈의 입이 또 방정을 떨었다. 솔직히 오늘 나온 그분은 좀…. 자연적으로 예쁘긴 했지. 말도 사뿐사뿐하고 웃음도 예쁘고…. 그러고 보니 연락처를 안 받았는데…. 물어봐야 하나…. 아이 깜짝이야

“야! 왜 대답이 없어? 죽고 싶어?”

내가 뭘 했다고 얘는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인가. 오늘 나는 엘리펀츠 주장과 야식을 함께 했을 뿐이고, 그 자리에 지나가던 릴리 누나가 마침 같이 있던 화전 그룹 둘째? 셋째? 딸과 함께 합석했을 뿐인데….

이 자연스러운 상황에 무슨 불만이 있어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지?

“오늘도 그 아줌마가 범인이냐?”

“아줌마라고 하지 마! 릴리 누나 그런 거에 엄청 예민하다.”

“오호…. 이XX가 다 넘어갔구나. 너 오늘 좀 맞자.”

방송국 다닌다는 애가 법도 모르나? 사람을 때리면 파출소에 잡혀가요.

“너무 그러지 마라. 그래도 릴리 누나가 프로야구선수 절반은 먹여 살리고 있다. 특히나 맛집 기가 막히게 알고 있어. 오늘 이자카야도 릴리누나가….”

“시끄러! 이게 진짜 죽고 싶어서 그래!”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무섭게.

“너 이제 차 가져가. 차 타고 다녀.”

“어? 차?”

나 면허도 없는데….

“차를 가지고 다녀야 술을 안 먹지! 차 가져가.”

“나 술 안 먹는데?”

“안 먹어? 그럼 오늘 먹은 건 뭔데?”

“그…. 그건 몰라서. 몰라서 그랬지.”

“모르면 다야? 모르면 다냐고! 차 가져가!”

내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내 생활을 규정지어버리는… 루다…. 진짜…. 내가 이러고 산다….

“그…. 그럼 차 뭐 가져갈까? 내 차 두 대 가져갔잖아.”

“몰라 아무거나 가져가.”

아무거나라니…. 생각해 보니…. 두 개 다 내껀데….

“잠깐! 아니다. 안 되겠다. 너 면허 없잖아.”

그걸 이제 알았냐.

“그러면 네가 술을 먹고 아줌마가 데려오는 불여우들이 대신 운전해주겠다고 꼬리치겠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우 씨! 야! 너 그냥 택시 타고 다녀! 차 끌고 다닐 생각 꿈도 꾸지 마!”

내가 차를 달란 것도 아니고 운전을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냐….

“너 자꾸 그 아줌마 만나고 돌아다닐 거야!”

“아줌마 아니고 누나….”

“이게 진짜. 그 아줌마가 몇 살인 줄 알고. 너 요즘 왜 운동 안 하고 딴 데다 눈 돌리고 다녀! 어! 지금 네 실력에 딴짓하고 돌아다닐 때야!”

음…. 나 요즘 성적 좋은데…. OPS가 1.2가 넘어가고 다른 팀 선배들한테 주워듣는 소들 맞춰서 아주 유용하게 잘 써먹고 있는데 왜 그러지?

“노력할게….”

“노력을 하지 말고 잘하라고! 내가 네 생활 하나하나까지 다 챙겨줘야겠냐? 똑바로 해.”

“어….”

슬프다. 나보고 얼마나 잘하라는 거지…. 아니 그보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야구선수가 3할만 넘기면 최고로 쳐주는데…. 난 4할이 코앞인데…. 억울해서 개기고도 싶지만…. 이길 자신이 없으니…. 우선 포기….

“하여간 조심해. 술 마시러 가거나 누구 만날 때 꼬박꼬박 누나한테 연락하고. 특히나 그 아줌마가 나타나면 긴장하고 딱딱하게 굴고. 알았어?”

“어….”

“야! 알았냐고.”

“어…. 내가 열심히 할게….”

“‘열심히’가 아니고 잘하라고! 방금 얘기했다. 똑바로 안 해!”

“어…. 잘할게.”

“몰라. 짜증 나. 나 잘 거야.”

“어…. 잘자….”

“야! 지금 잠 이와? 너 잠이 오냐고!”

“잔다며…. 아니…. 너 오늘 방송 많아서 피곤할까 봐.”

“그걸 알면서 그래? 아 그렇구나. 알면서도 그러는구나. 그랬어…. 알면서 그런 거였어. 넌 다음에 만날 때 두꺼운 옷 입고 나와라. 어디 하나 부러져도 난 책임 안 진다.”

세상에…. 동네 양아치도 이렇게 변덕이 죽 끓진 않을 텐데…. 못 해 먹겠다. 내가 왜 얘랑 엮여서….

* * *

- 타이탄스 공격 득점 없이 끝납니다.

- 유격수 김소전이 철벽이죠. 야구 전 분야에 있어서 완성형으로 평가받는 김소전이지만 수비. 특히나 수비의 꽃을 불리는 유격수 수비에서 발전 가능성이 없을 만큼 완벽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가 김소전선수는 완성형 선수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 하지만 이번 시즌 랩터스의 수비를 보면 그 평가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 이번 시즌 랩터스의 수비스탯도 좋습니다.

- 수비스탯이전에 내야에서 유격수 김소전이 거의 모든 플레이에 관여하고 있어요. 본인이 직접 공을 잡지 않더라도 매 볼카운트 귀신같은 수비위치를 지정해 주거든요. 이거 굉장한 겁니다.

- 그러고 보면 랩터스는 최근 유행처럼 극단적인 시프트를 하지 않음에도 효율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 내 욕을 하나…. 귀가…. 간지럽네….

- 랩터스의 최근 행보를 봐서일까요? 이번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신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 이번에 대표팀 감독이 바꿨죠. 새로 대표팀 감독이 된 서화주 감독이 전임감독인 기인환 감독의 좋은 선수기용 방법을 따라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겠다는 입장이거든요.

-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의 병역과 연관이 있다 보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그렇죠. 그렇긴 한데…. 이번에 아시안게임이 카타르 도하란 말이에요. 도하….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는 곳 아닙니까? 조금 더 고민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어…. 수비 끝나고 좀 앉아있으려고 했더니 앞에 두 타자가 전부 초구를 치고 나가버리네…. 이러면…. 물도 못 먹고 나가야 하잖아.

- 아시안게임 이야기를 하는 동안 랩터스 연속안타로 주자 1, 2루에 나갔습니다.

- 랩터스의 어린 선수들 시즌 초반엔 진지하지 못한 모습도 보이고 프로 같지 않은 행동도 나오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랩터스 선수들 플레이에서 집중력이 보이거든요. 그전에도 무서웠지만, 지금은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팀이 됐어요.

- 그렇습니다. 시즌 한 달이 지나고 있는데 승률 7할을 유지하고 있는 랩터스. 타석에는 랩터스를 승리로 이끄는 캡틴 김소전입니다.

- 지난 시즌에도 잘했지만 이번 시즌엔…. 뭐랄까요…. 절대자 같은 느낌까지 들고 있는 김소전이거든요. 주장이 돼서 그런지 더 크게 느껴져요.

주자 1, 2루. 둘 다 주력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빠르니 병살의 걱정은 좀 접어두고 내 스윙을 가져가면 된다.

- 점수 차가 꽤 나고 있지만 최근 랩터스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있습니다.

- 팬들이 돈을 내고 경기장에 들어오셨거든요. 점수차가 좀 난다고 치더라도 상황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죠.

타석에 들어서고 마운드의 투수와 눈을 맞춘다. 기선을 제압하려고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데…. 글쎄다…. 눈에 초점부터 흐리멍덩한 게…. 겁이 나지 않는다.

- 김소전 잡아당깁니다! 높게 떠오른 공~

- 김소전에게 낮은 공은 안 돼요. 타이탄스 배터리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 우측펜스를 넘어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대형 3점 홈런! 오늘도 랩터스는 달려 나갑니다.

올해 이상하게 공이 배트에 맞아 나가는데? 이시윤 선배랑 타이밍 훈련한 게 이제는 아예 몸에 배는 건가? 이번 시즌 끝나고는 더 열심히 해야겠는데?

- 경기 끝. 랩터스가 2:11로 승리를 거두면서 여전히 선두를 유지합니다.

오늘은 딱히 타이탄스 주장과 약속을 잡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다.

“소전아 이리 와.”

“호호호~ 오늘 홈런 멋있었어.~”

“네…. 선배님…. 누나….”

망했다. 루다가 릴리누나 만나기 전에 전화. 그리고 만나면서 뭐 했는지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그랬는데…. 나 글씨 쓰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어쩌지….

“호호호. 소전~ 어쩌지 오늘은 내가 대영이 연락받고 급하게 오느라 게스트를 준비 못 했네. 아쉬운 대로 누나가 쌈이라도 싸줘야겠네~ 아~”

“아….”

이…. 이게 아닌데…. 말렸다.

“호호호. 누나가 주니까 더 맛있지?”

“누나. 아주 소전이에게 푹 빠지셨네.”

“그럼~ 이렇게 멋진 선수가 또 어디 있어?”

“예전엔 그 말 강훈이에게 한 것 같은데?”

흑염소를 먹던 작은방의 공기가 차갑게 식어버린다.

싸늘한 표정을 짓는 릴리누나….

“호. 호. 호. 요즘 강훈 뭐해? 연락을 안 해봤네”

뭐하긴…. 건강 회복해서 야구 다시 한다고 미국 갔잖아요.

“강남에 아카데미 차렸어요.”

“어? 뭘 한다고?”

“엘리트 선수들하고 사회인 1부 정도만 추려서 가리키는 아카데미 차렸어요.”

“그럼 누나한테 연락 좀 하지 연락 한번을 안 하네. 그런데 아카데미는 학원 같은 거야?”

강남에 아카데미라…. 공간이 나오나? 작게 하나?

“학원이라면 학원이고 연습장이라면 연습장이고. 그런 거죠. 뭐. 그래도 강훈이네가 돈이 많잖아요. 아버지가 크게 해주셨던데요. 누나도 나중에 가보세요. 으리으리해요.”

싸가지네 돈이 많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릴리누나의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밝아진다. 느낌이겠지?

“호호. 대영. 다음에 갈 때 나도 좀 불러. 모르는 척 슬쩍 가봐야겠네. 강훈 그렇게 안봤든데 생각할수록 나쁘네. 개업을 했는데 나를 안 불러? 속상하니까 가서 돈으로 혼내줘야겠다. 대영~ 그냥 날 잡자. 언제 갈까? 내일? 모레?”

추진력… 릴리누나 무슨 사람이 말을 하자마자 들이대…. 대단하다.

“시즌 중엔 좀 힘들긴 하지만 진짜 한번 볼까요? 다음 월요일 휴식일 어때요? 우리 팀 주말에 대구 갔다 올라오는데 월요일에 보시죠.”

“역시. 대영이 시원시원해서 좋아. 소전~ 소전도 같이 갈래?”

나? 나도 가자고?

“저는 월요일에 일정이 좀 있어서요.”

“일정? 무슨 일정? 설마 이루다 만나고 그런 건 아니겠지?”

“아…. 아니요. 시즌 중엔 루다 잘 안 만나요.”

“그래~ 시즌 중엔 잘 안 만나면 비시즌 중엔 자주 만난다는 거야?”

자주는 아니고… 루다가 퇴근길에 종종 나 집까지 태워다 주는 거? 그런 거 정도?

“자주는 아니고요. 가끔. 걔가 보자고 할 때만 가끔 만나요.”

“그래? 소전이 부르지는 않고 이루다가 보자고 한다는 거지?”

“그…. 그렇죠. 제가 먼저 보자고 한 적은 거의 없어요”

지…. 진짜 내가 보자고 한 적은 없지…. 암…. 거의 없지.

“수상해. 소전…. 이루다 그 앙칼진 것한테 넘어가면 안 돼. 소전은 여려서 이루다처럼 센 여자 만나면 큰일 나.”

암요. 암요. 그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죠…. 자…. 잠깐…. 내가 루다에게 오늘 릴리누나 만난다고 얘기 안 한 거 같은데…. 어쩌지…. 얘가 나 진짜 죽이러 오면 어쩌지…. 흑염소 빨리 먹고 가는 길에 전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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