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61화 (161/204)

161화. 결승 진출

- 9회 초 공격을 마친 대한민국. 야구 종주국 미국을 맞아 1회 초 한점을 지금까지 지켜내고 있습니다.

- 대단한 거예요. 우리 선수들이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거예요. 미국팀이 진심으로 이기고 싶어 하는 게 보이거든요. 그런데 밀리지 않고 막아내고 있어요. 1이닝 남았습니다. 오늘 이기면 편하게 준결승을 확보했으면 좋겠어요

공이 좋다. 올림픽 때 안 마주쳐본 공도 아닌데 이놈들이 진짜 작정하고 나왔는지 구위가 미쳤다. 혹시라도 한 점 주고 승부치기라도 갔다가는 절대 못 이길 테니 9회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

- 9회 말 미국의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유격수 드와이트입니다.

- 오늘 멀티히트 경기예요. 주루 센스도 좋기 때문에 출루시키면 안 돼요.

미국 사람이면 키도 막 크고 덩치도 막 크고 그래야 하는 게 예의인데, 저 유격수 키도 작고 덩치도 작으면서 껌만 짝짝 씹는 게…. 동네 양아치 같고…. 하여간 만만해 보이면서 건드리면 물릴 것 같고…. 그런 기분을 들게 한다.

-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9회 말 선두타자를 내보내는 대한민국. 기분 나쁜 안타를 맞았습니다.

- 안일했어요. 미국 선수들 힘으로 붙어서 이겨내기 쉽지 않거든요. 배터리 생각 잘해야 합니다.

오늘 안 좋아. 아닌 척하지만, 투수가 겁먹은 게 확실하다. 직구로 누르겠다고 달려드는 게 아니라 무서움을 감추기 위해 센 척 하는 거다.

답답한 마음에 덕아웃을 바라본다. 덕아웃에서도 파악했는지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온다. 감독 명장 병 걸려서 이상한 짓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바보는 아니네

- 대한민국 또다시 투수를 바꿉니다.

- 김신우 나오죠. 드래곤스의 김신우.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조경수 선배는 씩씩한 척이라도 했지…. 지금 김신우 선배는…. 연습 투구부터 겁먹었다. 이거 이러면 안 되는데….

- 스코어 1:0 노아웃 주자 1루. 타석에는 스티븐스. 마운드에는 김신우. 9회 말 피할 수 없는 승부. 대한민국의 승리를 위해 아웃카운트 세 개 남았습니다.

연습 투구를 보니 아무래도 투수의 공에 신뢰가 안 간다. 내야수들을 한명 한명 찍어주며 수비위치를 최대한 뒤로 물렸다. 1루에는 주자가 있어 도저히 뒤로 물릴 수 없으니 2루수를 최대한 1루 뒤쪽으로 밀면서까지 수비라인을 밀어냈다.

수비수가 뒤로 밀려난 만큼 커버해야 할 공간이 늘어나지만 그건…. 내가 해야지….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 보다….

- 김신우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져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볼 쓰리.

- 승부를 할 땐 해줘야 해요. 볼넷이면 1루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들어가는 거거든요. 승부해야해요

승부는 개뿔. 투수가 전혀 정신 못 차리고 있는데. 불펜에서 뭐 하는 거야?

- 다시 투수교체가 있습니다.

- 진승혁 선수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들이 전부 나오고 있어요

이게 뭐지? 연습 투수부터 다들 왜 이래. 리그에서는 그렇게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리던 선수들이 오늘 단체로 왜들 이러는 거야!

- 큽니다….

- 갔네요. 이게 이렇게 되네요

수비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비수가 관여할 수 없는 공들이 있다. 투수가 삼진을 잡아내는 공, 타자가 칠 수 없는 공 4개를 던져서 주는 볼넷. 그리고 지금 이것…. 홈런….

내 목이 터지라고 수비위치를 조정하면 뭐 하냐고! 볼카운트 싸움에 밀리다 저렇게 처맞으면 아무것도 할 게 없는데!

- 미국을 상대로 잘 싸우던 대한민국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배를 기록합니다.

- 미국의 전력이 너무 좋아요. 그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니죠. 다음 경기 이기고 준결승 가고 결승 갈 수 있어요. 선수들 의기소침하지 말고 기운 내서 다음 경기 잘 준비해야겠어요.

지고 들어온 라커룸….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일본에 와서 이기기만 해서 락커의 분위기가 항상 밝았는데…. 이 무거운 분위기 숨쉬기도 힘들다.

“다들 왜 이래? 하늘이라도 무너졌어?”

침울해 있는 선수들 사이로 들어오는 감독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서 선수들의 관심을 가져온다.

“송철형! 너 미국 애들보다 야구 잘해?”

“…”

“오병식! 너 미국 애들보다 연봉 많이 받아?”

“…”

“진승혁! 너 홈런 처음 맞아봐? 너 올해도 2개 맞지 않았어?”

“…”

감독 인성…. 사람을 팩트로 패네.

“괜찮아. 경기 져도 괜찮아. 경기는 져도 되는데 이렇게 지면 안 되지.”

이 사람…. 말 함부로 하시네…. 괜찮긴. 지면 안 되지. 그리고 오늘 확실히 체급 차이 크게 나는 거 몸으로 느꼈는데. 이렇게 되는 거 당연하지

“김신우! 초딩이야? 공 때리는 거 잊어버렸어? 조경수! 어울리지도 않게 제구를 하려고 그래? 너 공 그렇게 던졌어?”

감독이 오늘 마지막을 망쳐버린 투수들을 직접적으로 저격하자 당사자들의 고개가 더욱 숙여진다.

“우리가 미국을 무슨 수로 이기냐? 못 이겨! 쟤들이 우리보다 훨씬 세다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와…. 감독 마인드… 국가대표 감독이 저래도 돼?

“그러니까 맘 편하게들 야구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져야 억울하지 않잖아. 조경수 초구부터 가운데 던져. 처음 던지나 나중 던지나 어차피 맞을 거 그냥 던져.”

그러다 진짜 맞아요

“신우야. 폼 신경 쓰지마. 네가 지금까지 던진 공이 몇 갠데 마운드에서도 폼을 신경 써. 그냥 던져. 난 너 그러라고 올린 거야”

감독 말 진짜 쉽게 하네. 그게 마음대로 되면 전부 메이저 가는 거지.

“우리가 올림픽에서 이긴 건 이긴 거고, 우리 전력이 미국을 이길 전력은 아니잖아. 그건 다들 알잖아. 우리가 도전자야. 도전자답게 들이받으면 돼. 들이받다 깨지면 또 들이받고. 그거면 된다. 책임은 다 내가 지는 거야. 너희는 가서 들이받아.”

헐…. 저 괴변에 선수들의 눈빛이 바뀌고 있어…. 이게 무슨 일이야….

“씻고 들어가서 푹 쉬고 내일 보자.”

감독이 헛소리하고 나가자 지금까지 숨죽이고 움직이지 않던 선수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말은 안 하지만 독이 잔뜩 오른 선수들. 저 눈들을 보니 다음에 미국을 만나면 최소한 그냥 지진 않겠는데….

“선배님.”

짐을 먼저 정리한 선수들부터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대표팀 대표 멍청이 경준이가 오늘의 선발투수 임수검 선배를 부른다.

오늘 경기 7이닝 무실점을 하고도 승리를 못 따낸 투수가 후배의 부름에 대답도 없이 고개를 돌린다.

“선배님은 미국에서 졌을 때 어떻게 하셨습니까?”

락커의 모든 눈이 임수검선배에게 몰린다. 감독이 다독여 주고 가긴 했지만 패배에 속이 쓰린 선수들. 다들 이 공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메이저리그 사이영 컨텐더의 대답을 궁금해한다.

“내가 이시윤처럼 10패씩 하는 줄 알아? 난 이번 시즌 무패다. 안 지면 그런 고민 할 필요가 없어.”

이런 XXX. 내가 이래서 투수 놈들이랑은 상종을 안 해. 그냥 존재 자체가 XXX이야!

락커를 빠져나가는 임수검의 뒤로 이번 시즌 양키스에서 10승을 했지만 10패도 같이 한 이시윤이 따라 빠져나간다. 분명 사람이 빠져나가는데 내 눈엔 불덩이가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 미국에 1패를 당한 대한민국입니다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 그렇죠. 슈퍼라운드에서 1위 팀과 2위 팀이 결승에 가고 3위 팀과 4위 팀이 동메달 결정전으로 가요. 우리는 아직 1패만 기록하고 있어요. 오늘 일본을 잡으면 돼요.

미국과 일본이 전승. 그리고 1패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2패의 멕시코.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들이 1,2,3,4등을 할듯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결승에 가려면 오늘 일본을 잡아내야지.

- 일본의 선공으로 시작되는 경기. 대한민국의 수비위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투수 이시윤, 포수 송철형….

음…. 이시윤 선배….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니 1년도 아니지, 지난 예선전 때와도 전혀 다른 공을 던지는데? 미국에서 10승 하려면 저 정도는 던져야 하는 건가….

- 일본의 강타선을 상대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뽑아내는 이시윤. 일본의 1회 초 공격을 가볍게 막아냅니다.

- 무시무시하네요. 어제 임수검의 공도 좋았는데 오늘 이시윤의 공은 더 좋아 보여요.

미…. 미쳤다…. 저걸 사람이 어떻게 쳐…. 저런 공을 던지고 10패를 당했다고? 메이저는 진짜 괴수들만 살아가는 세상인 건가….

- 대한민국의 1회 초 공격입니다. 1번 타자 유격수 김소전입니다.

- 어제도 미국을 상대해서 홀로 홈런 포함 3안타 경기를 해낸 김소전이에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도 힘으로 전혀 밀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기고 있는 일본 투수들에게는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네요.

어제 경기 빨랫줄 직구 홈런. 그다음엔 직구랑 같은 속도로 들어오는 커터를 중견수 앞에 안타, 그다음 직선타, 그리고 대각선으로 꺾여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잡아당겨서 1루수 뒤로 안타.

대회전 루다가 보내준 자료와 에이전트형이 보내준 자료, 그리고 랩터스의 전력분석자료까지 합쳐서 공의 궤적을 머릿속에 넣어놓다 보니 재수가 좀 좋아 만들어낸 3안타.

오늘도 경기 들어오기 직전까지 태블릿으로 상대 투수 궤적을 눈에 넣고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타석에서 마운드에 선 투수를 보니…. 어쩐지 친근하고 친구 같고 사랑스럽고 한번 안아주고 싶고…. 아니 안아주고 싶은 건 아니고….

- 일본의 선발 이시모 선수입니다.

- 소프트뱅크의 에이스죠. 지금도 좋은 선수지만 발전 가능성이 더 있다고 평가되는….

- 김소전! 초구부터 잡아당긴 타구! 도쿄돔 상단에 꽂힙니다! 일본의 심장 도쿄돔에서 선제 솔로홈런을 신고하는 김소전! 이번 대회 대한민국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을 향합니다!

- 어제 이어 오늘도 첫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 올렸어요. 어제 경기 졌음에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김소전 선수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였거든요. 오늘도 이래 버리면…. 랩터스 골치 좀 아프겠어요.

일본 선수들의 영상을 계속 보면서 느낀 게 좀 있다. 이상한 투구폼을 가진 놈들도 많지만, 투수들이 대체적으로 투수폼이 예쁘다. 하나같이 교과서에 나올만한 예쁜 투구폼.

교과서 안에서 조금씩 기출문제를 변형하지만 어려워서 그렇지 답이 있는 문제들. 처음 풀어내는 게 어렵지, 푸는 방법만 나오면 그대로 수행만 하면 된다.

그리고 지금 마운드의 저 투수도 결국은 교과서다.

- 이시윤 또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 이시윤 삼진을 13개째 잡고 있어요. 대단하네요.

미쳤다. 7회까지 아웃카운트 21개 가운데 삼진을 13개나 잡아내면서 주최국의 콧대를 납작하게 하다못해 얼굴 속으로 집어넣는다.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런 짓을 벌이는 거지? 사람이 아무리 잔인해도 그렇지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 어느새 9회까지 왔습니다. 스코어 0:4. 8회까지 무사사구 안타 두 개만 맞으면서 삼진을 15개나 뺐어 낸 대한민국의 이시윤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 이시윤 대단하네요. 1회부터 꾸준히 타자를 잡아내고 있어요. 메이저 첫해 10승 투수는 이런 거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경기예요.

사람이 크면 서울로 보내고 야구선수는 FA가 되면 미국으로 보내라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분명 KBO에 있을 때도 좋은 투수였지만 미국물 1년 먹은 이시윤은…. 미쳤다. 사람이 공을 1회부터 9회까지 저따위로 던지면 타자는 죽으라는 거지?

- 경기 끝났습니다. 4점 차 완봉승을 거두며 주최국 일본에게 승리를 거두는 대한민국! 결승으로 가는 티켓이 눈에 보이는 순간입니다.

- 대단한 경기였어요. 야구에서 투수가 왜 중요한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경기였어요. 이런 경기를 봅니다.

경기가 끝나고 일본 선수들의 기세 꺾인 눈을 보니….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너희가 한국은 안중에도 없이 미국과의 자웅을 겨룬다고 입털때부터 느낌이 왔다.

오늘 선발투수가 나랑 같이 밥도 먹고 샤워도 하고 막 그런 사람이야!

- 프리미어12 결승전 도쿄에서 한국과 미국이 만났습니다.

- 대회 시작 전만 해도 결승에서 이런 대진이 될 거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일본을 꺾으니 확 살아나는 우리 선수들. 남은 쩌리들을 다 이겨버리면서 미국에 이어 2위로 결승에 올라갔다.

주최국임에도 우리에게 지고 동네북으로 전락하며 들러리도 못 서게 된 일본…. 도미니카와 멕시코의 3.4위전을 마치고 우리와 미국의 경기가 다시 한번 치러진다.

경기전부터 선수들이 뭘 하든 신경도 안 쓰는 감독. 오늘 특별히 작전도 안 걸 테니 선수들 알아서 하라고 하고는 미팅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선수들이 100% 자율권을 획득한 경기. 져도 감독이 책임진다고 했으니…. 어디 내 맘대로 해보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