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60화 (160/204)

160화. 디펜딩 챔피언

“오늘 회사에서도 하루종일 네 이름만 나왔어. 남들이 보면 너 벌써 FA야”

FA. 듣기만 해도 설렌다. 모든 선수의 꿈인 FA 아닌가.

“올림픽 우승이 컸다. 그거랑 자잘한 게 들어가 버리니까 1년 차 모자란 경기 수가 채워져 버리네. 너 1년 벌었다.”

1년을 벌다니 그 1년이 국가대표에 뽑히기 위한 밑거름이 됐던 거다.

“그건 그렇고 요미우리는 진짜 나를 임대 하겠다는 거야?”

“좀 반반 느낌?”

“반반?”

“쓸만한 선수가 많으면 좋잖아. 요미우리에서는 널 외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아. 비싸게는 말고”

“비싸게는 말고? 기사에는 일본진출 최고액? 막 이렇게 나왔던데”

전화기 넘어 비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믿지 마. 그냥 던지는 말이야. 3년 후에 FA자격이 됐을 때 3년 8-10억 정도? 그 정도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8억? 여기서도 받을 것 같은데”

“단위가 다르잖아!”

아…. 일본은 엔이지…. 3년에 80억…. 지금 갈까….

“그럼 지금은 왜 저러는 거야?”

“포석이지. 요미우리 당장 이번 시즌 FA 영입 때문에 머리 아프거든.”

아 그거였군. FA 시장에서 우위를 가져가려고…. 자기들 노는데 나를 왜 끌고 들어가.

“그것도 있고 너 FA 되면 진짜 데려갈 생각도 있고. 겸사겸사지”

나 어지간해서는 일본 갈 생각이 없는데… 돈을 얼마나 주려고….

“하여간 지금은 아니라는 거잖아.”

“그렇지 지금은 아니야. 특히나 일본은 아니지”

쳇. 그래서 단장님이 그렇게 태평하셨구나.

“하지만 미국이 등장하면 어떨까?”

“미국?”

갑자기 미국은 뭐야?

“이 판 누가 만든 것 같아?”

“미국이야?”

“요미우리가 하는 뻘짓이 먹히는 이유가 미국이야. 스카우트들 사이에선 너에 대한 평가가 좋거든. 이번 대회에서 모든 스카우트들이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선수는 너야”

나? 다른 팀에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가 얼마나 많은데 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거…. 무안하네….

* * *

- 도쿄돔에서 계속되는 프리미어12. 한국이 속한 C조의 마지막 경기. 한국과 캐나다의 경기를 도쿄돔에서 보내드립니다.

아무리 일본이 돈 내가면서 벌이는 경기라지만 지난 대회에서는 한국이나 대만에서도 예선을 하곤 했는데 이번엔 전 경기 일본에서 치른다.

그러다 보니 몇 경기 하지도 않았는데 숙소 근처가 우리 동네 같고, 경기장도 홈 같고…. 적응은 빨라진다.

그리고 경기도 뭐…. 걱정이 안 된다.

- 1차전 베네수엘라와 2차전 호주를 투타의 완벽한 조화로 잡아냈어요.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라운드 진출은 확보했고, 조 1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이번 경기 이겨야 해요

결승을 염두에 두고 날짜를 역산해서 만든 선발투수 로테이션. 다음 라운드가 결정됐음에도 로테이션을 지켜야 하는 대한민국팀이 최종병기를 꺼내 든다.

- 야구팬들은 가끔 보셨겠지만, 대표팀에서 소개해 드리기는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대한민국의 에이스 임수검 선수가 오늘의 선발투수입니다.

키도 조막만 하고 생긴 것도 곱상하게 생긴 양반이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카리스마라는 것이 폭발한다. 도무지 생긴 것과 매치할 수 없는 난폭함. 내가 적이 아니고 투수 등 뒤에서 보니 든든하다. 저런 공을 보는데 안 든든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 임수검의 초구·한가운데 꽂힙니다. 스트라이크. 155. 초구부터 155가 나옵니다.

- 오랜만에 보는데 저 직구. 더 좋아졌네요. 제가 지금 현역이 아닌 게 다행이에요. 저공 칠 수가 없어요.

공이 저따위면 제구니 볼 배합이니 필요가 있을까? 그냥 시원시원하게 한가운데 때려 박는 공…. 보는 것만으로도 졌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 경기 끝! 스코어 6:2. 대한민국 대표팀이 캐나다마저 꺾어버리면서 조1위를 확정 짓습니다.

- 오늘 모든 선수가 잘했지만, 특히 선발투수 임수검선수가 8회까지 1실점으로 막아준 게 더 컸어요. 다르긴 다르네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쉽게 올라가는 다음 라운드…. 지금부터는 이런 요행은 없을 테니 마음을 굳게 먹고 준비해야 한다.

- 지옥 같은 조별리그를 뚫고 올라온 6팀. 슈퍼라운드에서 결정된 순위대로 결승을 가게 됩니다. 어느 팀 하나 물러섬이 없는 경기. 도쿄돔에서 보내드립니다.

-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보면 되겠어요. 조별리그도 강팀들이 나왔지만 지금 남은 팀들은 전부 우승 후보거든요. 우리 대표팀 자신감 있게 해주기를 바라요.

어렵다. 안 그래도 야구는 규칙이 많고 복잡해서 어려운데…. 이놈의 주최국은 더 어렵게 바꿔놨어. 예선에서 결과를 반영하면서 6개국 풀리그…. 머리 나쁜 애들은 내가 누구랑 경기했는지도 모르는데….

- 경기 끝. 4:8로 호주에게 승리하는 대한민국! 우리 대표팀 부담스러운 첫 단추를 잘 채웠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 충분히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오늘은 김호영 선수의 호투가 빛이 났죠. 메이저리거뿐만 아니라 KBO에서 뛰는 선수들도 이렇게 수준 높은 경기를 한다는 걸 보여줬어요.

대표팀에 오면 꼭 이런 게 있다. 다른 팀의 여러 선수가 모이니 알게 모르게 서로 자극을 받게 된다. 그리고 라이벌이자 친구인 녀석이 높은 곳에서 더 발전한걸 목도한 랩터스의 선수가 마지막 숨겨져 있던 잠재력을 터트린다.

“형. 야구가 쉬워요. 이러다 우리 우승하는 거 아니에요?”

“운이야. 우리 실력 금방 들통나”

“형 호주도 메이저리거가 있었잖아요. 그런데도 우리가 이기는데요?”

“올림픽 때도 우리가 일본도 잡고 미국도 잡았다. 운으로.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어. 그래도 쟤들이 더 잘하는 건 사실이잖아.”

“형 내일 미국인데 해보죠”

너무 잘하니….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 자꾸 이기니까 팀에 절반인 어린 선수들이 점점 기고만장해진다.

자신감 있는 모습은 좋은데…. 아무리 그래도 쟤들은…. 좀…. 심한데….

- 대한민국과 미국이 도쿄돔에서 만났습니다. 올림픽을 우승하고 디펜딩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야구 종주국으로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미국의 경기 지금 시작됩니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전력을 들고나온 미국과 만났다. 1번부터 9번까지 싹 다 메이저리거.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죄다 메이저리거. 발에 채는 게 연봉 수백만 불짜리 선수들. 저기 있는 선수 한명 한명이 우리 대표팀 전체 선수단 연봉보다 많이 받는다. 아…. 메이저리거 둘 빼고.

- 기인환 감독이 미국에 대해서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어요. 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해요.

경기시작전 진행된 선수단 미팅. 감독이 평소와 다르게 특별한 전술, 전략 같은 것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편하게들 해. 편하게. 미국이라고 메이저리거라고 다르지 않아. 여기 수검이도 시윤이도 너희랑 똑같은 밥 먹고 똑같이 운동하고 메이저에서 던지잖아.”

음…. 저 둘은…. 재능이…. 다른데….

“이 선수들이 할 수 있으면 너희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서 메이저가 얼마나 센지 느끼고 와. 경기에 이기고 지는 건 내가 책임진다.”

와…. 감독…. 불치병이야. 야구를 선수가 하는 건데 경기에 이기고 지는 걸 왜 자기가 책임져. 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이 그 정도로 크지 않아요…. 명장 병 걸린 감독님….

- 대한민국의 공격 1번 타자 김소전부터 시작됩니다.

- 이번 대회 해외 스카우터들을 구름처럼 끌고 다니는 김소전이죠.

- 최근에는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 그럴만해요. 요미우리가 중견수를 구하고 있거든요. 데려갈 수만 있으면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이 선수 이제 5년 차거든요. 구단의 동의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선수예요.

- 랩터스에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 제가 랩터스 김민중 감독과 통화를 해봤거든요. 구단에서는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입니다. 절대 놓아줄 수 없다고 해요.

- 일본도 좋지만 아무래도 미국으로 진출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 그렇죠. 가려면 미국을 가야죠. 안 그래도 경기 끝나고 콜로라도 스카우트와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 내일은 휴스턴이고요. 김소전 선수 덕분에 제가 요즘 잘 먹고 다녀요.

1회 초 공격. 깨끗한 타석에 처음 들어가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만을 위해 정성껏 준비된 무대. 나는 여기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던져봐라! 미국놈들아!

- 김소전 잡아당겼습니다! 크게 날아가는 타구! 우측담장! 도쿄돔의 우측담장을 넘겼습니다! 선제 솔로홈런을 터트리는 김소전! 대한민국이 또다시 미국을 잡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 허드슨 선수. 김소전 선수를 너무 얕봤어요. 허드슨 선수도 분명 알고 있을 거거든요. 김소전 선수에게 빠른 공으로 승부하는 건 안 돼요. 메이저리거가 아니라 메이저 할아버지가 와도 안 돼요.

- 그렇습니다. 빠른 공에 강점이 있는 김소전! 158의 빠른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버립니다.

- 김소전에게 구속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든요. 기록이 말해주고 있잖아요. 오히려 155가 넘어가는 빠른 볼에 컨텍이 되면 다 넘어가요. 허드슨 선수 대한민국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네요.

얘가 일부러 이러나. 치라고? 한가운데 던져주면 쳐야지…. 공짜로 친 거 같고 좀…. 미안하긴 하네….

- 치열한 경기가 펼쳐집니다. 대한민국 세계최강 미국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선발 임수검 선수가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아무리 미국이어도 선발을 공략하지 못하면 점수를 뽑아낼 수가 없죠.

- 8회 말 선발 임수검이 내려가고 차대영이 올라옵니다.

- 타이탄스의 마무리 차대영이에요. 임수검이 지켜낸 한점 우리 계투진이 계속 지켜내야 합니다.

1회 선두타자 홈런이 독이 됐다. 우리를 여전히 한 수 아래로 보던 미국이 각을 잡고 경기에 집중하자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돌변하였다.

우리 타선이 벽에다 계란을 던지는 사이 대한민국 마운드의 메이저리거도 장판파 장비가 되어 미국의 타선을 막아낸다.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선발투수. 본인은 다음 이닝에도 등판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지만, 준결승, 결승을 머리에 두고 있는 감독이 억지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계속되는 경기. 2이닝을 막아내기 위해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들이 전부 불펜에 대기를 한다.

- 잘 맞은 타구! 유격수 직선타! 김소전 이걸 잡아냅니다.

- 잘 맞은 타군데 유격수 김소전선수가 길목을 잘 잡고 있었어요. 차대영 좀 더 신중하게 던질 필요가 있어요.

와. 욕 나올 뻔했네. 코스는 내가 계획한 대로 날아오긴 하는데 타구가 빠르기도 빠른데 살아서 들어온다.

이거 정면 타구여도 쉽지 않겠는데….

- 중견수! 중견수 깊은 타구! 깊은 타구 쫓아갑니다! 잡아~ 냅니다. 노경준의 슈퍼 캐치! 머리 뒤로 넘어가는 타구를 잡아내는 노경준입니다.

- 우리 배터리 볼 배합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계속 정타가 나오고 있어요.

- 투수 바뀝니다.

- 차대영 선수 시즌 때와 구위 자체는 비슷해 보이거든요. 그런데 미국의 타선을 힘겨워하네요. 확실히 미국팀 좋아요.

올림픽 때랑 또 다르다. 저게 진짜 메이저리거라는 건가? 저 회전이 빡 걸린 공을 저렇게 정타로 때려낸다고? 저놈들 진짜 사람이 아니긴 아니구나….

- 대한민국 세 번째 투수 조경수가 올라옵니다.

- 조경수 선수 힘으로 붙지 말고 정성 들여 구석구석을 공략해 들어가야 해요.

기분이…. 별로다…. 연습 투구만 봐도 투수의 컨디션이 보이는데…. 오늘 조경수 선배…. 힘이 너무 들어간다.

- 빗맞은 타구! 유격수 달려듭니다! 그대로 1루 송구! 1루에서! 아웃! 아웃입니다! 오늘 좋은 수비를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수비! 1:0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냅니다.

와…. 빗맞은 타구에 스핀이 뭐 이렇게 많이 걸려. 이런 거 몇 개 더 나오면 놓치겠는데….

그래도…. 우리가 올림픽 챔피언인데…. 쪽팔리지 않으려면 놓칠 수야 없지…. 막는다. 막아. 무조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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