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50화 (150/204)
  • 150화. 새로 온 선수들

    후반기. 상위권의 순위싸움이 치열하다 못해 안 그래도 더러운 팬들의 인성이 더욱 짐승 같아져 가려는 그때. 랩터스와 엘리펀츠 간의 영문을 알 수 없는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맞춰 확정된 트레이드. 랩터스의 중심타선을 맡아주던 미미한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타자를 엘리펀츠로 보내고 엘리펀츠에서 무려 유틸리티 외야 백업 박우혁과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할 좌완 파이어볼러 윤기수에 다음 시즌 드래프트 3번까지 받아왔다.

    예전부터 외국인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던 건 둘째치고라도 팀의 주전선수를 상대 팀 백업선수 둘. 다음 시즌 드래프트 3번 복권이 끼어 있긴 하지만 백업선수 둘이랑 바꿨다.

    메이저에서야 가끔 S급 팔아 유망주 잔뜩 사 오는 트레이드가 나오고는 하지만 여기는 KBO. 심지어 유망주를 잔뜩 받아오지도 않았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포장된 팀 내 4-5번 외야수 그것도 전성기가 꺾여가는 외야수와 1년에 한두 번 150을 찍는 평균 145 정도의 제구 안 되는 직구를 가진 유망주. 그리고 개평으로 다음 시즌 3번 드래프트권…. 엘리펀츠와 랩터스 양 팀의 게시판이 불타올랐다.

    “형. 모리스 트레이드래요”

    “들었다.”

    “형! 우리 쌔연이 극비리에 알려준 건데 형이 어떻게 알았어요?”

    쌔연…. 이XX 애칭을 또 바꿨어. 애칭은 니들끼리 있을 때 부르라고 나 닭살 돋게 하지 말고!

    “기사 났다. 이미 커뮤니티들 다 난리 났고”

    “어젯밤에 쌔연하고 늦게까지 전화하다 잤더니 핸드폰 안 봐서 몰랐어요.”

    그 연애하는 열정으로 야구를 했으면 네놈 연봉이 두 배는 더 올랐을 텐데…. 됐다. 멍청한 놈 어따 쓰냐…. 그러고 보니 나도 어제 루다하고 전화하느라 늦게 잤구나…. 우리 팀 트레이드하는데 왜 자기가 난리야!

    랩터스의 두 멍청이가 원정 숙소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아침 식사를 하고 언제나처럼 텅 빈 훈련장을 열고 들어가 몸을 풀자 어린 선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랩터스 코치진에서 시키지도 않은 얼리워크. 처음엔 김소전 혼자, 그다음엔 노경준이랑 같이 시작하던 훈련이 어느새 랩터스의 어린 선수들은 말하지 않아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당연히 참가하는 훈련이 되었다.

    아침에 훈련을 안 한다고 그 누구도 뭐라하지 않지만 다들 하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훈련.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훈련장이 건장한 선수들의 땀으로 가득 찬다.

    한참을 쇳덩이와 씨름 하던 선수 하나가 더하단 오늘 경기를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은근슬쩍 이 구역의 절대자에게 말을 걸면서 쉬는 시간을 갖는다.

    “형. 오늘 엔트리 어떻게 되는 거예요?”

    “엔트리?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감독님이 알아서 짜시겠지”

    “형. 모리스가 빠졌잖아요. 5번이 빠졌는데 누군가는 쳐야죠”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걱정해? 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팀의 백업 외야를 맡고 있는 규환이의 물음에 현실을 말해주니 단번에 입이 쭉 튀어나온다.

    “형. 제가 5번을 치겠다는 게 아니라. 우익수가 빠졌잖아요. 수비 누군가는 들어가야 하는데 궁금해서 그래요”

    음…. 얘가 우익수비라. 수비를 못 하는 놈은 아니지만, 수비만으로는 박동수 선배도 있고…. 이번에 트레이드로 오는 박우혁 선배도 있고…. 얘가 수비로 들어갈 수 있을까? 타격도 5번은 무리고…. 그러고 보니 우리 중심은 누가 쳐야 하지?

    나도 머리가 이렇게 아픈데 몸만 짐승같이 크지, 머리라고는 써본 적이 없는 저놈들은 얼마나 아플까.

    운동하다 괜히 뺀질거리려는 건 알지만 나도 왜 그런지 너무 궁금하니 즉석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생각해 보자. 우리 중심이 현범이, 경철 선배, 모리스로 구성했었단 말이지. 그런데 모리스가 빠졌어. 그럼 누가 들어갈까?”

    “우익수가 빠졌으니 동수 선배님?”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동수 선배를 쓸 거면 굳이 우혁 선배를 데려오지 않지”

    “그럼 정환 선배님?”

    “아니 정환 선배도 이제 중심칠 타격이 아니잖아”

    계속 고개를 젓는 나를 보는 신도들이 늘어난다. 이놈들 역시 너희의 한계를 느끼고 나에게 의지하는구나. 자 믿어라. 복음의 시간이다.~

    “내 결론은 오정찬 선배다!”

    “네? 오정찬 선배요? 포순데?”

    그럼 그렇지. 그게 네놈들의 한계다.

    “잘 들어봐. 모리스가 우익수라 다들 외야에만 생각이 머물고 있는데 내 생각은 우리가 보강하는 건 외야가 아니라 지명타자다!”

    “지명타자요?”

    “지금 우리 지명타자는 응규 선배나 규환이, 정환 선배 이렇게 치고 있지”

    “그렇죠”

    “이 구도에 정찬 선배를 넣어보자. 노림수 있는 한방이 있는 데다가 상대와 수 싸움도 가능한 정찬 선배가 모리스 대신 5번에 지명타자로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자는 거야”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고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 멍청이들….

    역시…. 내가 풀어줘야 해

    “현범이, 경철 선배 그리고 정찬 선배로 이뤄지는 클린업이 모리스가 있을 때보다 약하다고 보일 수가 있어”

    “맞아요! 당장 장타력에서 떨어지잖아요”

    어떤 놈이야. 끼어들기는

    “그래 홈런만 보면 장타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진짜 그럴까? 정찬 선배가 홈런 개수는 떨어질지 몰라도 오히려 갭파워를 이용한 2루타는 훨씬 많은데? 심지어 마스크 안 쓴 정찬 선배면 타격이 얼마나 좋아지겠어?”

    아무리 멍청하지만 여기 있는 선수들도 프로다. 그리고 프로에서 마스크를 쓴 포수가 경기 내내 얼마나 많은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지 충분히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 부담감에서 해방된 장타력 있는 포수…. 그 포수가 터지면 얼마나 무서울지 확인은 안 했지만, 최상의 조건을 머리에 그린다.

    “난 감독님이 두 가지를 염두에 뒀다고 본다. 우선 외야 수비가 못 미더운 거지. 그래서 외야 수비를 보강하고자 하는 거야.”

    “형 그러면 모리스를 지명타자로 돌리고 규환이나 동수 선배님이 들어가면 되잖아요”

    넌 그래서 안된다.

    “그래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다. 우리 중견수 노경준님의 멍청한 플레이를 생각하면 최소한 한쪽 코너는 무너지면 안 되는데 규환이는 경험치가 부족하고 동수 선배는 우익수 볼 어깨가 안 돼”

    내 날카로운 분석에 멍청이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감독님은 규환이가 경험치가 쌓일 때까지 징검다리로 우혁 선배를 꼭 집어 데려왔다. 이게 내 결론이다.”

    완벽하다. 논문을 써도 되겠어. 뿌듯하다.

    원정 훈련장에서 1타 강사가 이번 시즌 랩터스 최대 난제를 명쾌한 설명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사람들이 들어온다.

    “다들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이따 다시 소개해주겠지만 이번에 트레이드로 온 박우혁 선수와 윤기수 선수다. 다들 박수”

    음. 듬직하다. 우혁 선배 성적이 그리 신통하지는 않지만 사람 좋고 이타적으로 유명한 선수고 기수 선배도 은퇴할 때까지 제구가 안 잡히겠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긁히는 날은 언터쳐블이니 언젠가 한 번 써먹겠지.

    그런데…. 쟤는…?

    “자 마지막으로 오늘부터 우리 팀 정식 외국인 선수로 등록된 루카스다.”

    아…. 그러고 보니 외국인 타자가 나가는데 들어오는 선수가 없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메이저 출신 타자를 보내고 새로 뽑아오는 것도 아니고…. 2군에서 육성하던 선수를 올린다고?

    이보시오 감독님! 팀을 말아먹을 작성이십니까? 우리 팀 현재 1위 팀입니다.

    - 역대급 순위경쟁이 치열한 2029KBO 리그. 오늘은 1위 팀 랩터스와 2위 팀 워호스의 경기를 광주에서 보내드리겠습니다.

    - 오늘 랩터스 바빴어요.

    - 랩터스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기습적인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습니다. 시즌 홈런레이스 5위를 달리던 모리스 선수를 엘리펀츠에 내주고 박우혁 선수와 윤기수 선수, 그리고 다음 시즌 3순위 지명권을 받아왔습니다.

    - 논란이 있죠. 무게추가 안 맞는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걸 랩터스가 먼저 제안했다고 하거든요. 저도 이해가 잘 안 되는 트레이드이긴 합니다.

    - 말씀 나온 김에 1회 초 공격에 들어가는 랩터스 타선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이번 트레이드의 여파로 랩터스 타선의 변화도 상당하죠?

    “라인업 나왔다~”

    아침에 선수들이 인사 오기 전까지는 좋았는데…. 랩터스의 1타 강사가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벽에 오늘의 라인업이 발표되자…. 후배 놈들의 날 보는 눈에 비웃음이 가득하다…. 이놈들…. 내가 언젠가 복수한다….

    - 1번 우익수 루카스, 2번 유격수 김소전, 3번 중견수 노경준, 4번 지명타자 황경철, 5번 1루수 성현범, 6번 포수 오정찬, 7번 3루수 라정안, 8번 좌익수 양규환, 9번 2루수 임선엽.

    - 랩터스의 1번 타자가 바꿨죠. 2군에서 육성형 용병으로 뛰던 루카스 선수가 등록돼서 1번으로 나섰어요.

    - 2군에서도 기록이 별로 없습니다. 13경기 나와 40타석 11안타. 도루는 좀 많습니다. 도루 9개를 기록했습니다.

    - 루카스 선수 중심타선에서 홈런을 쳐주던 모리스 선수를 대신하는 외국인 타자거든요. 그것도 모자라 리그 최고의 1번 타자인 김소전을 대신해서 기용이 되는 거거든요. 적당히 잘하는 거로는 랩터스 팬들 눈높이에 안 맞을 수 있어요.

    1회에 누가 내 앞에 나가는 걸 본적이 언제인지 이제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대기타석에서 다른 사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팀 운영. 누가 빌런인거냐. 진짜 감독이 이런 미친 짓을 한 거냐?

    - 루카스 배트가 허공을 가릅니다.

    - 의욕만 앞섰어요. 몇 경기 안 되지만 2군에서 한국야구를 경험하고 올라온 거거든요. 이런 식이면 곤란합니다.

    저놈…. 뭐 하는 거냐. 노경준 마이너 버전도 아니고 저 꼴사나운 배트 질은…. 뭐냐….

    - 2구 번트. 상대의 허를 찌르는 번트. 1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 3루수가 들어오다 포기했죠. 번트를 기가 막히게 댔어요.

    저…. 저놈…. 뭐냐…. 저게…. 저 정도 애매한 거리의 번트야 개나 소나 다 댈 수 있다고 치고…. 저 발은 뭐냐? 너 심지어 우타자잖아…. 아무리 봐도 4초 안쪽인데?

    - 1번 타자 루카스 기습번트로 1루에 나간 가운데 2번 타자 김소전 타석에 들어옵니다.

    - 지금까지는 김소전이 1번으로 루상에 나가 주자로 타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왔거든요. 이제 자기 앞에 주자를 놓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볼 시간이에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빠른 선수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저놈…. 뭔가 특별하다. 달리는데 뭐가 있어.

    - 주자는 루카스 타자는 김소전. 투수는 이기환 아 주자! 주자 돌아옵니다.

    - 순간적으로 리드가 엄청나게 컸어요. 아직 투수 투구판에 발을 올리지도 않았거든요. 잘못했으면 죽을 뻔했어요.

    누군지 몰라도 저놈을 믿고 모리스를 내보낸 놈…. 그놈이 범인이다. 그놈을 잘라야 한다.

    - 이기환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 보입니다. 이번엔 투구판에 서서 셋 포지션에 들어갑니다.

    - 리드 커요. 워호스 배터리 엄청나게 신경 쓰이겠어요.

    - 이기환 발 풀어봅니다.

    -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안 쓰고 싶어도 눈길이 가네요.

    이건…. 반칙이다. 저러면 밤에 집에 갈 때 돌 맞아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총기 소지가 불법이어서 그렇지 저 정도로 사람 꼭지 돌게 만들었으면 미국에선 머리에 총이 날아올 거다.

    - 견제구 연속으로 세 개가 들어갑니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 배터리 결정을 내려야 해요. 주자를 더 묶기는 힘들어 보이거든요.

    저놈은 나보다 더하다. 저 정도 리드를 잡으면 투수가 타자한테 공을 던져도 1루로 슬라이딩해야 할 거린데…. 무슨 생각인 거냐….

    - 피치아웃! 초구부터 피치아웃을 해보는 워호스 배터리.

    - 이 순간에도 주자 2루를 노리는 움직임을 보였다가 1루로 들어갔어요. 무섭네요.

    눈으로 본 거냐? 계획인 거냐? 아니면 그냥 생각이 없는 거냐? 진짜 저거리에서 살 수 있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 2구 바깥쪽으로 또다시 많이 빠져나갑니다.

    - 배터리 1루 주자 신경을 많이 쓰네요.

    어라 난 가만히 있었는데 투볼인데? 이거 좀… 땡큐인데….

    - 3구! 높은 공! 1루 주자 급하게 귀루합니다.

    - 첫 경기부터 눈길이 가는 플레이를 펼쳐주네요. 주루가 화려합니다.

    쓰리볼? 나는 한 것도 없는데 쓰리볼?

    - 주자 뛰었습니다. 낮은 공! 볼넷. 노아웃에 주자 둘을 채우는 워호스 경기 시작부터 어렵게 풀어갑니다.

    - 지금도 보면 포수가 포구할 때 2루에 거의 다 갔어요. 투수 투구폼 완벽하게 뺏겼거든요. 안 그래도 주루플레이 좋은 선수가 여럿 있는 랩터스인데 더 좋은 선수가 추가된 것 같아요. 홈런 대신 선택한 도루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모르겠네요.

    미친놈이다. 저놈 야구선수가 뛰는데 진심이다. 노스트라이크 쓰리볼에서 뭐가 들어올 줄 알고 뛰었다. 저놈…. 잘못 상종했다간…. 큰일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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