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49화 (149/204)
  • 149화. 평범한 일상

    시국이 이런데 경기가 될 리가 없다. 경기하다 사람이 병원으로 실려 가고 난 다음 경기. 양 팀 다 중학생만도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홈팀의 신승

    치열한 선두권 싸움이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었지만 그런 이슈는 이미 묻혀버리고 야구장 밖의 이야기들로 정신이 없다.

    “형. 최강훈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최강훈이 네 친구냐?”

    “형 친구도 아니잖아요”

    어디서 배운 말버릇인지 약쟁이 쓰레기에게 함부로 하는 어린 녀석들. 이놈들 패서 가르쳐야 하나….

    “형. 형 여태 최강훈한테 괴롭힘당했다면서요. 그런데 왜 챙겨요?”

    “뭐?”

    “형. 소문 다 났어요. 신인 때부터 최강훈한테 괴롭힘당했다면서요”

    어떤 놈이 내 흑역사를 풀고 다닌 거야….

    “괴롭힘당하니까 구단이 알아서 팔아줬잖아. 난 그거면 됐어.”

    사실 그거면 되는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역이고 싶지가 않았던 거다. 매일 보는 것보다 가끔 경기장에서 보는 것만이면 그러려니 할만하니까.

    다른데 신경 쓰기엔 야구하나만 하기도 벅차서 그런 거야….

    “와…. 부처도 아니고…. 진짜…. 저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팼어요”

    음….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만…. 그때는 그 XX가 나보다 몸이 훨씬 더 좋아서….

    “입이 가만있지 못하고 날뛰는 거 보니까 힘이 남지? 드루와. 오늘은 내가 펑고도 쳐준다.”

    “혀…. 형…. 경기 일에… 펑고라니요….”

    “드루와~ 너 오늘 에러했잖아. 펑고 한 박스만 하자….”

    “사…. 살려주세요….”

    진짜 괴롭힘이 뭔지 내가 보여준다.

    - 랩터스와 폭스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야구장 밖에 무슨 일이 그리 숨 가쁘게 돌아가는지랑 상관없이 야구는 매일매일 계속된다. 타이탄스의 구단 관계자들이 도핑위원회에 매일같이 불려갔다가 오고, 야구판 전체에 도핑 전수조사가 행해져도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구를 한다.

    - 최근 흐름이 안 좋은 폭스가 홈에서 1위 랩터스를 만났어요. 랩터스도 순위싸움이 치열해서 한 경기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거든요. 폭스의 대응이 궁금해요.

    별로 알고 싶지 않아도 소식이 귀에 들어온다. 병원에 누워있는 쓰레기. 뭘 그렇게 몸에다 꽂고 다녔는지 병원에서 약물의존에 대한 치료가 들어가자 각종 불안증세와 근육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도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좀 나을지 모르지만 약물 없이 이전 같은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선수는 물론 일상생활도 병원을 계속 다니면서 해야 한다는 의견…. 몸이 재산인 선수가 자기 선수 생명 깎아서 뭐 하는 짓인지….

    내 눈앞에 저 어린이들은 애초에 저런 생각 못 하게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형…. 경기 들어가야 하는데 이거 언제까지 해요?”

    “몸은 풀고 가야지~ 자 쭉쭉 늘여~ 그래야 안 다쳐”

    “형…. 늘리는 게 아니라…. 뼈가 끊어지는 기분이에요”

    “안 죽어. 내가 다 해봤어.”

    이제 겨우 5년 차인데 팀의 중간급이 돼버렸다. 아직 은퇴하려면 10년은 더 남은 주장이 점점 일하기 싫어하면서 내 밑으로는 내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 점점 더 발생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몇 번 데리고 다니던 게…. 지금은 엄마 새가 돼서 경기 시작 전 어린이들을 살펴야 한다.

    우리 팀에 매니저가 몇 명이고 코치가 몇 명인데…. 저 어린이들이 나만 따라다닌다….

    뭐가 잘못됐어…. 아무리 봐도 뭐가 잘못됐어….

    - 랩터스의 공격으로 시작됩니다. 1번 타자 김소전.

    - 랩터스를 상대하는 팀은 경기 시작부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어요. 1번 타자 김소전. 꾸준하죠. 꾸준히 잘해요. 우선 이 선수를 넘어야 오늘 경기 설계를 할 수 있어요.

    “형 오늘도 하나치고 와요~”

    “형~ 직구 타이밍 보여줘요~ 말로는 모르겠어요~”

    “형~ 알죠~ 안타는 쓰레기~”

    언제부턴가 덕아웃에 말이 많아진다. 작년까지 할아버지들이 많았던 랩터스에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되자 별별 쓸데없는 말이 많아진다.

    난 감독님 뒤에 짱박혀서 조용히 숨어있는 게 좋은데…. 저놈들이 자꾸 내 뒤만 따라다니면서 시끄럽게 구니…. 귀찮다.

    야구 못해도 좋으니까 저놈들 조용히 시킬 할아버지들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 김소전 안타! 중견수 앞에 가볍게 때려내는 안타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 지금도 투수가 못 던진 공이 아니에요. 존 바깥으로 살짝 빠지는 볼이거든요. 저걸 걷어 올려서 안타를 만들어내면 투수는 던질 게 없어요.

    게임의 시작, 이닝의 시작. 어쨌든 첫 타석에 나오면 어떻게든 나가서 뒤 타자에게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기회를 만들고 만들어 놓으면 조금씩 조금씩 우리 팀이 이길 기회가 올라가고 그러다 보면 다시 트로피를 가져올 확률이 높아진다.

    - 볼넷. 무사에 볼넷으로 주자를 출루시키는 폭스. 무사 주자 1,2루가 됩니다.

    - 노경준. 시즌이 계속되면서 점점 더 무서운 타자가 되고 있어요. 지금도 시즌도 초 같았으면 배트 나오는 공이거든요. 참아내요.

    - 노경준선수의 볼넷 대비 삼진이 시즌 초 4:1이 넘었었는데 최근에 개선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 최근 기록만 보면 볼삼비가 2:1 조금 넘는 수준이거든요. 노경준 같은 풀히터가 선구안까지 갖추게 되면 상대하는 투수들은 힘들 수밖에 없어요.

    저…. 저놈…. 연애에 미쳐서 비슷한 공에 배트를 안 낸다. 그전 같으면 힘이 남아서 눈에 보이는 모든 공을 후려 갈겼을 텐데 나랑 특타 치고 자꾸 사라지는 게 뭔가 있다. 저놈…. 밤에 헛짓거리 못 하게 더 갈궈야지

    - 1회 초 무사 주자 1,2루. 타석에 성현범입니다.

    - 김민중 감독이 성현범의 타석을 끌어 올렸어요.

    - 우익수 모리스 선수와 자리를 바꿨습니다.

    - 홈런 개수나 비거리는 모리스 선수가 한 수 위지만 그것도 우선 맞춰야 의미가 있거든요. 성현범의 컨택이 조금 더 위라고 평가하더라고요.

    이번 시즌 우리 팀 최고의 돌 글러브. 경준이 친구 1루수. 내가 1루수한테 내야수급 글러브 질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해도 해도 너무하지. 1루수가 벌써 에러 12개. 시즌 중에는 방법이 없으니 겨울에 해결을 봐야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독…. 생각이 있으면 이놈을 1루로 안 써야 하는데…. 왜 쓰는지…. 얘 말고 1루에…. 쓸 사람이…. 하…. 없네…. 갑갑하다….

    - 성현범! 때렸습니다. 높이 뜬 타구! 우익수 뒤로~ 우익수 뒤로~ 우익수~ 넘어갔습니다! 1회부터 3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랩터스!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 잘 맞은 타구는 아니거든요. 잘 맞은 타구는 아닌데 그게 넘어가네요. 힘 좋아요. 성현범 체구에서 보이는 것처럼 힘 좋아요. 잘 맞든 빗맞든 일단 맞으면 넘어가네요. 아직 투박하지만 다음 시즌 그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선수예요.

    저…. 저딴 똥볼이 넘어가…. 저게…. 이건 사기지…. 나는 일구일구를 배트 스윗스팟에 맞추려고 얼마나 노력을 하는데 저 곰 같은 돌 글러브는 대충 쳐서 홈런…. 이놈의 세상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하다….

    - 경기 끝. 랩터스가 9:4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2위와의 경기를 2경기로 늘립니다.

    - 랩터스 오늘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만 9회 실점이 조금 아쉽죠. 결국 마무리 박요훈까지 올리면서 경기가 마무리됐어요.

    - 박요훈 선수도 깔끔하게 막아내진 못했습니다.

    - 유격수 김소전 선수의 호수비로 추가 실점을 막아내긴 했지만, 그전에 연속안타를 맞으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시즌이 막바지로 가는데 랩터스 뒷문에 헐거운 모습이 자주 보이네요.

    이 팀. 완벽하지 않다. 완벽은커녕 허점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순위표 맨 윗자리에 꾸역꾸역 버티고 서있다.

    - 오늘의 수훈선수입니다. 성현범선수 만나보겠습니다. 오늘 승리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1회초 쓰리런홈런으로 편안한 경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상황 설명해주시죠.

    - 무사에 2루에 소전이형, 1루에 경준이가 있었고 직구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 직구요? 때린 공은 체인지업이었어요.

    변화구를 때려서 홈런을 친 타자가 엉뚱하게 직구를 노렸다고 이야기하자 해설위원이 갸우뚱한다.

    - 소전이 형이 경기전에 해준 말이 있습니다. 저는 변화구 노리다간 배팅포인트가 뒤로 밀린다면서 변화구도 직구 타이밍에 어프로치 하라고 해서 모든 타석에서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습니다.

    - 그럼 첫 타석 홈런 직구로 알고 때리신 건가요?

    - 소전이 형이 경기전에 상대 투수 버릇을 알려줘서 던질 때 체인지업인 줄 알고 테이크백을 한 번 더 하면서 타이밍을 맞췄습니다.

    - 허허. 말로만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 그게. 그러니까 이렇게 앞발로 타이밍을 잡으면서 손목을 뒤로 한번 밀어서….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본인의 타격폼을 쇼케이스하는 멍청이의 쇼가 한참 동안 이어지자 해설위원이 끊는다.

    - 아무래도 내일 경기전에 다시 물어봐야겠어요. 그건 그렇고 상대 선수 버릇을 잡았다고 소문내도 되는 겁니까? 김민중 감독한테 혼나는 거 아니에요?

    - 혼나나요? 소전이 형이 이성식 선배 쿠세는 어차피 국가대표 나가면 일본에 다 털릴 거니까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고 그랬는데요? 어차피 이번 시즌 저희랑 경기 없어서 괜찮다고 그랬는데…. 안되나요?

    - 허허. 이러니 소전 랩터스 소리가 나오나 봐요.

    멍청한 풀타임 1년차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해설위원이 당황해하자 캐스터가 인터뷰를 이어간다.

    - 최근 랩터스 행보에 김소전 선수가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팀에서 같이 생활하는 선수가 보는 김소전 선수는 어떤 선수입니까?

    - 소전이형. 흐흐흐. 동네 바보형 같아요.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형. 항상 그 자리에서 야구만 하는 야구 바보. 바보형이에요. 형 반만큼만 야구했으면 좋겠습니다.

    결승타를 친 수훈선수인터뷰가 팀의 1번 타자를 바보형으로 만들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나를 보고는 바보형이라고 부른다.

    내가 어디서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 바보라니…. 저…. 가슴팍으로 오는 공도 못 잡는 멍청이를 펑고로 죽여야겠다. 기대해라. 이번 겨울 넌 살아서 이 땅으로 못 돌아온다.

    “바보형~ 오늘은 무슨 바보짓을 했어.~”

    특타를 하고 숙소로 들어와 누웠더니 어김없이 그분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늘의 인사는 바보형~…. 진짜…. 그 XX 겨울에 죽었다.

    “오늘 5타수 3안타 도루 1개를 하셨다.”

    “그런 거 말고~ 또 무슨 멍청한 짓을 했으니까 선수들이 바보라고 하지~”

    이것이 안 어울리게 자꾸 말끝을 늘린다. 진짜…. 저것을 어째야 하나….

    “안 그래도 오늘 애들 훈련 봐주느라 힘들었다. 그만 긁어라”

    “쳇. 재미없네”

    넌 재미있냐? 난 짜증이 나는데?

    “아. 이번 달 말이 트레이드 마감인 건 아냐?”

    트레이드 마감일. 사실 시즌 중 언제나 트레이드를 할 수 있지만, 굳이 트레이드 마감일이라고 부르는 날짜가 있다. 보통 8월 말일. 이때까지 등록하지 못한 선수는 가을야구에 출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보통 이 시간 이전에 트레이들 마치곤 한다. 그리고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는 급하게 일어나는 언밸런스한 트레이드들이 일어나고는 한다.

    “그게 왜? 우리 팀 트레이드한대?”

    “어”

    “어?”

    “트레이드한대”

    뭐? 트레이드? 갑자기? 우리1 등인데? 트레이드한다고?

    “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야! 내가 지금 우리 방송국 에이스야. 다 듣는 채널이 있다.”

    “누가 가는데? 1등 팀에서 무슨 트레이드를 해?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아쉽지. 랩터스 코너 외야 수비 개판이잖아.”

    “코너? 황경철 선배를 판다고? 4번 타자를?”

    어지럽다. 코너 수비가 개판이어도 그렇지 팀의 4번 타자 시즌 35홈런 페이스의 타자를 판다고?

    “아니. 그러면 너네 4번은 누가 치라고. 도긴개긴이긴 하지만 그래도 4번에서 그만큼 치려면 FA 사 오지 않으면 황경철밖에 없을걸?”

    “그럼 누굴 팔아?”

    우리 외야가 황경철-노경준-모리스로 이루어지는 라인인데…. 황경철을 안 팔면…. 모리스? 외국인 타자를? 얘도 타율이 낮아도 30홈런은 넘을 것 같은데?

    “모리스를 넘기고 엘리펀츠에서 박우혁하고 윤기수 그리고 내년 픽 받아온대”

    “뭐? 누구? 박우혁에 윤기수? 이게 무게가 맞냐?”

    “내년 픽 껴있잖아. 3번쯤 받을 것 같던데 모르지”

    미쳤다. 30홈런 외국인 타자랑 백업 외야수와 추격조 불펜이랑 바꾸겠다니…. 아니 왜 이런 짓을….

    “말이 돼?”

    “나도 들은 얘기다. 어찌 될지 몰라”

    “단장님이 미쳤나 보다.”

    “단장 아니라는데? 감독이 요청했다는데?”

    감독? 나이 몇 살 먹었다고 벌써 노망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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