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46화 (146/204)

146화. 도둑놈

- 권직혁 선수 주머니에서 뭘 꺼내서 보고 있습니다.

- 페이퍼죠. 상대 타자들에 대한 페이퍼 같은데 보통은 경기중에 꺼내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신인은 신인이네요.

- 메이저리그에서는 종종 저런 페이퍼를 이용하는 걸 본 것 같은데 KBO 중계하면서는 처음 봅니다.

- 우리는 아무래도 10개 팀 풀리그다 보니까 어지간한 선수들은 전부 숙지를 하고 경기에 들어오거든요. 오늘 데뷔전이다 보니까 불안한 마음이 생겨서 그럴 거예요.

한때는 경기중에 페이퍼 보는 거 금지한 적도 있었는데 규정이 바꿨다고는 해도 대놓고 보다니…. 나 멍청합니다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투수 리드를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덕아웃에서 사인받은 거 전달만 하면서….

사기꾼이면 머리가 좋아야 하는데 경준이 후배 아니랄까 봐…. 너 크게 되긴 틀렸다.

- 주자1루. 노아웃에 명정욱입니다.

- 다시 앞서갈 기회를 잡았어요. 타이탄스 기회를 살려야죠.

- 투수 이구경, 타자 명정욱.

노아웃에 또 번트 댈 수도 있으니 1루는 베이스 앞에 3루는 잔디 끝까지 전진시켜놓고 2루수는 중간 나는 2루에 치우쳐서 자리를 잡는다.

- 초구 번트 자세! 번트 대지 않습니다. 볼.

- 사인이 나왔으면 대줘야죠. 명정욱. 지금은 아쉬운 플레이에요.

차라리 대지. 8회, 9회 아웃카운트 6개 남았는데 난 아웃카운트랑 베이스랑 바꿔 줄 수도 있는데

우리도 여기까지 상대하고 마무리 올라올 건데 아깝네

- 타이탄스 사인 길게 나옵니다.

- 번트 사인인가요.

-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처음부터 번트 자세를 잡고 들어갑니다.

양쪽 코너 내야수가 잔뜩 앞으로 달려드는데도 번트 자세를 취하는 상대 타자…. 뭔지 모르게 기분이 싸한데

투수가 셋 포지션에 들어가고 2루가 1루를 향해 슬금슬금 발을 놀린다.

좌타자 명정욱을 상대로 1, 2루 간에 뻥 뚫린 공간이 나왔다. 그러면…. 저 타격의 달인은…. 저딴 짓을 하지….

- 명정욱 페이크 번트 앤 슬래쉬! 아무도 없는 1, 2루 간을 가르는 타구!

- 1루 주자 스타트 빨랐어요.

완전히 당했다. 1회에 순순히 번트 대는 거 보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하위타선도 아니고 어지간한 공은 다 때려낼 수 있는 명정욱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여기서 슬래쉬로 때리다니…. 이건 내야 조율 못 한 명백한 내 실수다.

- 공 이제야 우익수 모리스 선수가 잡습니다. 주자 3루 돌았습니다.

- 공 연결되죠.

- 2루수 민수경 홈으로 던져봅니다. 충돌! 두 선수 같이 엉켜서 넘어집니다.

아…. 진짜 안되는 팀이다…. 공 아직 올 생각도 안 하는데 포수가 3루 라인을 막아버렸다. 다른 선수 같아도 그랬겠지만 지금 주자는 리그 대표 쓰레기. 자기 앞길에 걸림돌을 그대로 몸으로 밀어버리고는 바닥을 뒹굴면서 홈플레이트를 찍는다.

하여간…. 너의 그 열정은…. 진짜…. 인정한다.

- 세잎입니다. 결과는 세잎이고 최강훈 선수가 먼저 일어납니다.

-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합니다. 다치면 안 돼요.

- 일어나면서 뭔가를 들고 갑니다.

- 저거 페이퍼 같은데요? 포수가 보던 페이퍼를 최강훈 선수가 가져갔어요

- 권진혁 선수도 일어납니다. 몸을 여기저기 돌려보는데 괜찮아 보이기는 합니다.

멍청한 놈. 공이 오지도 않았는데 주루 라인을 막으면 어쩌려고. 그나마 투수가 백업 들어가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했어.

- 투수 바뀝니다. 이구경 내려가고 김지명 올라옵니다.

역전이 되니까 투수 운영이 바뀌잖아. 지금 이기고 있으면 마무리가 올라올 텐데 결국 마무리 올라오지도 못하고…. 2이닝 남았다. 뒤집어야지…. 할 수 있다.

- 포수 연습구 마치고 뭔갈 찾습니다.

- 아까 그 페이퍼 찾는 것 같은데요.

- 페이퍼 최강훈 선수가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 권진혁 잃어버린 줄도 모르는 것 같아요.

쟤는 왜 저래 오늘 데뷔전이라고 아주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 이런…. 타이탄스 덕아웃에서는 선수들이 모였습니다. 최강훈 선수가 가져온 페이퍼를 다 같이 보고 있는데요-

- 이거 문제가 좀 될 수도 있겠어요. 랩터스 전력분석내용이 타이탄스에게 넘어간 거거든요. 이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8회에 실점…. 좋지 않다. 거기다 포수 놈…. 정신 놓았어….

- 주심 경기를 속행시킵니다.

1군 데뷔전을 치르는 포수가 흔들리자 투수들이 덩달아 흔들린다.

- 우익수~ 우익수 오버~ 박명철의 타구 우익수 키를 넘깁니다!

- 실투죠. 공이 가운데로 몰렸어요. 박명철이 저 정도 공을 놓칠 선수가 아니죠. 팽팽하던 경기가 한순간에 기울어지네요.

하여간 투수 놈들…. 저 종족들은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 가지고 말을 들어 먹질 않는다. 나는 봤다. 분명히 포수가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달라고 했는데 포수가 불안하니까 한가운데 던졌어.

그러고도 뭘 잘했다고 불만스러운 표정 한가득…. 포수는 이따 내가 알아서 갈궈줄 테니까 너도 이따 투수코치님한테 욕먹어라!

- 3루수 머리 위로 높이 떴습니다. 아웃! 3루수 파울플라이로 이번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기록되면 경기가 종료됩니다. 스코어 6:3. 타이탄스가 후반기 첫 경기 랩터스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립니다.

- 8회에 랩터스의 아쉬운 장면들이 나오면서 경기가 뒤집어 졌어요. 안타를 맞는 거는 어쩔 수 없지만, 과정과 후속 플레이가 문제였거든요. 김민중 감독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기운 빠진다. 첫 경기 진 것도 화가 나는데 순위도 떨어졌다. 그것도 1등에서 내려오다니…. 위쪽의 상쾌한 공기를 버리고 낮은 쪽의 퀴퀴한 공기를 맡으니 벌써 머리가 아파온다. 올라간다! 다시 올라간다. 저 멍청한 포수 놈 갈궈서 사람 만들고 다시 올라간다!

역시…. 내가 나설 필요도 없다. 경기 끝나고 내가 나서기도 전에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멍청한 3포수. 배터리코치를 시작으로 수석코치에게 끌려갔다가 투수코치가 숟가락을 얹고 마지막으로 전력분석팀까지 뛰어와서 선수를 갈군다.

첫 경기해서 정신도 없을 놈을…. 잔인한 사람들…. 작전 변경이다. 다 끝나고 조용히 가서 나는 착한 척 이미지 세탁해야지

락커에서 옷 갈아입고 가서 해줄 따뜻한 말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데 큰 소리가 들린다.

“그걸 잃어버리면 어떡해! 정신이 있어 없어!”

“권진혁! 사무실 난리가 났다. 경기중에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있는 거야!”

“하필 뺏겨도 그놈한테 뺏기냐….”

이미 너덜너덜해져서 종이 인형이 돼버린 어린 곰을 코치진도 모자라 매니저 형들까지 들어와서 폭행한다.

저대로 두면 죽겠다 싶어…. 슬그머니 다가가 본다.

“다시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 당장 사인부터 다 바꿔야 하는데! 우선 그거부터 회수하고…. 너 최강훈 연락처 알아? 김소전! 너 최강훈이랑 친하지! 전화 좀 해봐!”

뭐야? 누가 누구랑 친해? 나 쓰레기 안 좋아한다고.

“저 강훈 선배랑 막 전화하고 그러는 사이는 아닌데요”

“어쨌든 번호는 알잖아. 전화해서 페이퍼 받아와.”

“네?”

“우리 팀 포수 유망주님께서 타이탄스 분석페이퍼를 최강훈이한테 드리셨단다. 네가 찾아와!”

너…. 너 뭘 줬다고?

“제가…. 드린 게 아니고요….”

“넌 배터리코치님이랑 전력분석실로 가봐. 배터리코치님이 먼저 가서 너 기다리셔.”

나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며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종이곰…. 말 많은 외국인 배터리코치에게 털릴 걸 생각하니 기분이 잠깐 좋아지다가…. 아니지…. 누구한테 전화해서 뭘 받아오라고?

종이 곰이 사라지고 매니저 형과 치열한 눈싸움이 시작됐다. 눈싸움 끝에 깜빡인 눈…. 쳇 졌다.

“최강훈 좀 만나봐. 사무실 난리 났어.”

“순순히 안 줄 텐데요. 주장끼리 만나서 해결하는 건 어때요?”

“주장 벌써가서 얘기하고 있지. 주장끼리는 얘기가 됐는데 최강훈이 경기 끝나자마자 사라졌대. 어디서 술 먹고 있을 거니까 만나서 좀 받아와 봐.”

전반기에 쓰러지고는 술 끊었다고 그랬는데…. 그럴 리가 없지….

“형 저는 술 안 먹는데요.”

“너 술 먹으라는 게 아니고 연락해 보라고. 우리 팀에서 여러 명 전화해 봤는데 안 받는다.”

그놈 우리 팀에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사람 전화도 안 받으면 내 전화도 안 받겠지.

“제 전화도 안 받을 텐데요.”

“전화나 해봐.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잖아. 감독님도 타이탄스 감독님 만나고 계셔.”

하여간 나라에 도둑놈이 많다. 왜 남의 걸 훔쳐 가고 그래. 어쨌든 주변 사람들이 힘드니 오랜만에 엄마와 루다 말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라는 걸 해본다.

“하다 하다 너도 전화하냐?”

이XX. 내 전화를 받았다.

“받았어? 최강훈이야? 야! 너 페이퍼내놔!”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매니저 형을 멀리 치워버리고 통화를 시작한다.

“진혁이 된통 깨지고 있습니다. 페이퍼 돌려주세요.”

얘랑 말 섞기 싫은데 꼭 이런 일이 생겨…. 에잇….

“누가 훔쳐 간 것처럼 얘기한다.”

훔쳐 갔잖아.

“이제 갓 데뷔하는 애 이렇게 하셔야겠습니까?”

“나는 땅에서 주웠어. 길바닥에 떨어진 종이 쪼가리 하나 주운 건데 여기저기 시끄럽게들 구냐?”

길바닥이라니…. 경기장 안에서 훔쳐 간 거지

“서로 영업비밀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돌려주세요.”

“야 별거 없더만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별거 없다니 타자별로 핫콜드존 들어있고 카운트별로 대처 방법이 다 들어있는 포수용 페이퍼인데…. 심지어 사인도 들어있다고

“그러니까 돌려주세요. 포수파트 집합 걸리고 난리 났어요.”

“진짜 별것도 아닌 거로 왜 그러냐. 와서 받아 가. 내가 거기까지 가서 줄 수는 없잖아.”

준다고? 순순히 준다고? 이놈이 갑자기 사람이 된 건가?

“위치 보내주시면 매니저 형 가라고 하겠습니다.”

“야! 내가 랩터스 매니저를 왜 봐. 네가 와! 오랜만에 싸가지 없는 후배 얼굴 좀 보자.”

오랜만은 무슨 오늘, 내일, 모레까지 같이 경기하는데!

“저 술은 안 마십니다.”

“하…. 이 꼴통…. 술 마시라고 안 할 테니까 와!”

“위치 보내주세요.”

내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매니저 형의 얼굴이 펴지는 걸 보면서 택시를 불렀다. 먹고 살기 참 힘들다….

강남 뒷골목을 굽이굽이 돌아 들어가자 화려한 네온사인이 택시를 감싼다. 페이로 결재를 마치고 문 앞에서 최강훈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덩치 큰 아저씨 둘이 뻘건 불빛의 복도를 지나 시커먼 문을 열어준다.

얘는 왜 술을 지하에서 먹는 걸 좋아할까…. 난 지하보다 환기 잘되는 데가 좋던데….

“왔냐? 얼굴이 왜 그렇게 굳어있어? 오늘 져서 그러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컴컴한 복도와는 다른 화려한 공간이 나온다. 화려한 불빛 아래 연예인으로 보이는 여자를 옆에 둔 쓰레기와 분명 아줌마이긴 한데 비싸 보이는 액세서리로 떡칠을 한 알 수 없는 사람이 같이 술잔을 나누고 있다.

저 사람 누구지…. 목을 조를듯한 진주목걸이가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게 거부감 생기는데

“페이퍼 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와서 좀 앉아. 밤이 긴데 뭐가 그렇게 급해?”

밤이 긴데 경기에 진 멍청이들은 긴긴밤 훈련해야 하지 않겠어요? 빨리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고 끝냅시다.

“어차피 저 있어 봐야 분위기만 깨고 안 좋잖아요. 페이퍼만 주세요.”

내가 받을 물건 돌려달라고 하는데 나는 안중에도 없는 쓰레기가 옆에 아줌마한테 말을 건다.

“누나. 쟤가 저렇다니까. 내가 더 괜찮은 애 소개해줄게. 얘는 안돼.”

“왜 이래. 짚신도 다 짝이 있다잖아. 저런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개인 취향은 존중해줘야지.”

“존중은 무슨. 아무리 그래도 저 얼굴이 적응돼? 거기다 성격도 저런데 무슨 원하는 사람이 있어?”

“얼굴은…. 음…. 강훈 씨가 너무 잘생겨서 그렇지…. 저 정도면…. 음…. 가리지 뭐…. 몸이 좋잖아. 얼굴은 가리고 데리고 다녀도 되잖아. 아니면 김선생님한테 견적 좀 내볼까?”

“저놈 저게 칼 댄 거야. 칼 대서 저 정도야?”

“힉~ 정말…. 어디서 했길래 저 정도야…. 그래서 성형은 믿을만한 데서 해야 한다니까…. 얘 봐. 잘됐지? 티 하나도 안 나지? 쯧쯧…. 딱해서 어째.”

뭐…. 뭐냐…. 너희 지금 내 얼굴 감평하냐? 그리고 그 옆에 예쁜 여자는…. 티나…. 누가 봐도 강남스타일이야….

“소전아 와서 인사 좀 해. 폴 엔터의 릴리사장님이다.”

“릴리에요. 김소전 선수 반가워요.”

왜…. 나한테 관심을 두지? 나 아줌마랑 안 엮이고 싶은데?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페이퍼나 주시죠.”

“야 왔으면 술이라도 한잔 받고.”

“저 술 안 합니다.”

여전히 나는 안중에도 없는 쓰레기

“누나 얘가 이렇다니까. 이렇게 위아래가 없어요.”

“왜 그래. 남자가 몸 관리한다는데 멋있지. 소전~ 내가 힘 나는 거 하나 줄게 이거 들어요. 이거 마시면 밤새 힘이 남아…. 호호호”

왜 기분이 더럽지…. 안 그러고 싶은데

“저 트레이닝팀에서 확인 안 한 건 안 먹습니다. 선배님 페이퍼 주세요.”

여전히 나는 바라보지도 않는 쓰레기….

“누구야? 얘 좋다는 사람이 누구야? 나는 이해가 안 되네.”

“나. 나. 나. 어머 어쩜 이렇게 매력 있을까~ 남자가 저런 맛이 있어야지. 남자가 좀 튕기기도 하고 도도한 척도 좀 하고 그래야 멋있지. 강훈이처럼 순딩순딩하기만 하면 좀 쉬워~”

정상이 아니구나…. 순딩순딩의 의미가 언제부터 바뀐 거지. 이놈의 세상 미쳤다.

“불러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페이퍼 주세요!”

더 있다가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아서 좀 더 강하게 말을 던졌다.

“강훈~ 뭐 달라잖아. 줘~ 얼굴 봤으니까 됐어. 이렇게 친해지면 되지 뭐. 소전~ 우리 인사했으니까 내가 가끔 연락할게요~ 내가 돈은 있는데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거든~ 우리 자주 봐요~”

자주…. 아줌마를 보면…. 심장이 멎을 것 같은데….

“나는 누나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자 가져가라. 별것도 아닌 거로 시끄럽게들 굴어.”

별거 아니라니…. 이거 때문에 우리 팀 멍청이는 먼지 나게 털리고 있는데….

“아. 내가 안 줘도 되는 거 돌려줬으니 내일은 가운데만 던지라고 해. 보이지? 내가 밤새 얘랑 놀려면 내일은 기운이 없을 것 같다. 꼭 전해라.”

에효…. 술 먹고 다닐 때와 안 먹고 다닐 때 자기 성적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는 건가? 요즘 성적 좀 나온다고 또 술 먹고 돌아다니나 본데…. 그러다 너 또 사고 친다.

“선배님. 그러다 또 쓰러집니다. 몸 관리하세요.”

“그때는 훈련을 너무 빡세게 하다 그런 거야! 그딴 쓸데없는 소리 어디 가서 하지 마!”

내가 말하기도 전에 옆에 아줌마가 먼저 반응한다.

“강훈~ 그렇게 쓰러지는 거 몸이 허해서 그렇다니까. 이거 마셔. 이거 페루에서 온 건데 마시면 밤새 힘이 남는다니까~ 오늘 잘 놀려면 이거 마셔야 해~”

아까

페루? 뭐야 저건. 아까 나주려던 걸 쓰레기 입에 털어 넣는 아줌마…. 무슨 사료 먹이는 것 같다.

페이퍼도 챙겼겠다. 더 이상 있어 봐야 서로 불편할 테니 조용히 몸을 돌려 문을 연다. 그때 뒤에서 들리는 하이톤의 목소리.

“소전~ 이루다랑 목메고 그런 사이 아니지? 걔 클럽 다니면서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는 거 유명해. 내가 참한 친구들 소개해 줄 테니까 꼭 또 봐~”

무섭다. 저 아줌마를 또 봤다간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절대 보지 말아야지.

그건. 그거고… 루다가 이 남자 저 남자…. 후…. 나도 알지…. 그것이 클럽 갈 때마다 같이 술 마신 남자 사진 꼬박꼬박 보내주니까…. 그래도 그중 나만 한 애는 없던 거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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