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45화 (145/204)
  • 145화. 후반기 시작

    한여름에는 야외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실내훈련장에서 땀 흘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에어컨 바람맞으며 훈련하다 지칠 때면 주변에 나쁜 놈들 좀 갈구고 그렇게 쉬다 또 훈련하고 아주 보람찬 올스타전 브레이크 시간이 지나간다.

    “형…. 쉬엄쉬엄하라면서요…. 헉. 헉….”

    “주…. 죽을…. 헉…. 토…. 토하고…. 올게요”

    하기 싫으면 안 와도 된다니까 와놓고는 딴소리야

    “내가 쉬지 말라는 게 아니라니까 기본! 기본은 해야지. 현범아. 하체! 하체가 무너지면 안 된다니까. 그렇지 그렇게 한박스!”

    너희는 꿈틀대지도 마라. 내가 소심한 거로는 어디 가서도 안 밀리는 사람이야.

    - 2029 프로야구 시즌이 진행되면서 더욱 치열한 순위싸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1위에서 4위까지 물고 물리는 순위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화재의 팀 둘이 만납니다. 상대전적 7승 5패로 타이탄스가 앞선 타이탄스가 랩터스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잠실에 왔습니다.

    - 이제 후반기 시작이거든요. 1위 랩터스와 4위 타이탄스의 게임 차가 고작 두 게임 반이에요.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고 후반기 잘하는 팀이 대권에 도전할 수 있어요.

    이상하게 타이탄스랑 많이 붙는 기분이다. 그리고 붙을 때마다 이겨도 기분이 찜찜하고 지면 기분이 더럽고…. 별로 좋지 않다.

    그래도 후반기 첫 경기부터 꼬리말고 도망갈 수 없으니 기합을 넣고 그라운드에 나간다.

    - 1회 초 랩터스의 수비입니다. 투수 그레이슨, 포수 김정하, 1루에 성현범….

    전반기 마지막 경기랑 크게 달라지지 않는 라인업. 감독이 이상한 짓을 많이 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전이 누군지는 확실히 알려주는 경기를 운영한다. 물론 헛짓거리하면 가차 없이 빼버리고 정신 차리고 오라면서 2군으로 보내버리기도 하지만 최소한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걱정하면서 불안한 시간을 보내게 하지는 않는다.

    특히 1루 성현범. 수비에서 기복이 있고 타격에서도 널뛰기하는데도 스타팅으로 꾸준히 박고 키운다. 물론 답 안 나올 때는 5회부터 대타가 나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시작은 성현범.

    이 정도 밀어줬으면 너도 터질 때가 됐다.

    - 이번 시즌 타격왕 타이틀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남자 최강훈이 나옵니다.

    - 대단한 컨택을 보여주는 최강훈이죠. 우선 맞추고 그다음에 타구에 힘을 실어 보내는데 본인만의 특별한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후반기에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돼요.

    첫 경기 첫 타석부터 싸가기가 나오다니…. 재수 없을라. 퉤 하고 침을 한번 뱉어 본다.

    -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공룡을 사냥하기 위한 거인의 발걸음이 시작됩니다.

    - 바깥쪽 직구였는데 타자가 잘 쳤어요. 저런 게 맞아 나가면 투수 던질 공이 별로 없어요.

    기가 막힌다. 배트스피드가 미쳤다. 그레이슨이 작정하고 던진 결정구를 보면서 치다니…. 저러다 투수 울겠다.

    - 2번 명정욱.

    - 명정욱도 기록이 좋죠. 이번 시즌 타이탄스의 테이블세터가 팀을 이끌고 있어요.

    - 명정욱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 타이탄스 강하게 나오네요. 1회부터 보내기.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헐…. 아직 시즌도 길고 경기도 긴 데 보내기? 아웃카운트를 헌납해 주시면 좋긴 하지만 무리 하는 거 아니야?

    - 번트 댔습니다. 3루로 흐르는 공. 3루수 빠르게 내려와 잡고, 2루 한번 바라보고 1루로 던져 타자를 잡아냅니다.

    - 잘댔죠. 2번에서 이렇게 작전을 풀어주면 감독이 고맙죠. 명정욱 자기 역할 다했어요.

    다른 팀 가면 중심을 쳐도 뭐라고 할 말 없을 명정욱선배가 보내기를 대고 들어갔다. 그것도 깔끔하게 1루 주자가 2루 갈 수 있을 완벽한 번트를 대고 들어갔다.

    우리 팀 2번이랑 비교하니…. 이건 고급세단과 시골 달구지 정도의 차이네….

    어이~ 중견수 양반 눈이 있으면 좀 보고 배워라. 팀플레이는 이렇게 하는 거다.

    보내기 번트 수비 때문에 2루에 커버를 들어갔다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넌 인사도 안 하냐?”

    이놈이구나….

    “술 드셨습니까?”

    “네가 어른들의 세계를 알겠냐? 사회 생활하면 한두잔 해야지. 올스타전에서 MVP 됐다고 술 산다는 사람이 한둘이어야지. 적당히 끝내고 들어가게 살살 해라”

    올스타전 MVP가 됐다고 술을 왜 마셔. 시즌 끝도 아니고 후반기 시작하는데 맥주 한두 잔도 아니고 지금까지 술 냄새가 풍기게 먹어도 되는 거냐?

    그것보다 이렇게 술 먹고도 안타를 칠 수 있는 건 무슨 재주냐? 다른 건 알고 싶지 않은데 이건 진짜 궁금하다.

    - 하영호 안타! 2루 주자 최강훈 홈까지~ 홈에서 세잎. 세잎입니다. 선취점 가져가는 타이탄스!

    - 하영호가 잘 쳤고 최강훈의 발 진짜 빠르네요. 투아웃이기도 했지만, 최강훈의 발이 정말 빨랐어요.

    선취점을 가져와도 모자랄 판에 점수를 줬어…. 속이 쓰리다.

    - 타이탄스가 1:0 앞서가는 가운데 랩터스의 공격입니다.

    - 타이탄스에 최강훈이 있다면 랩터스에는 김소전이 있죠

    - 최강훈 선수의 기록이 강렬해서 그렇지 김소전 선수의 기록도 눈부십니다. 타율 3할 8푼 1리에 홈런 21개를 치면서 홈런 2위에 올라있습니다.

    - 1번에 나와서 홈런 2위를 하는 것도 놀라운데 더 중요한 건 1번 타자의 덕목인 출루율이죠. 4할 6푼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이 정도 되면 상대 팀은 김소전 선수가 나올 때마다 출루한다고 느낄 거예요

    - 출루를 해도 골치가 아픕니다. 도루를 27개나 해줬습니다.

    - 그것도 무섭죠. 김소전선수. 도루 개수가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루를 좋아하는 선수가 아니에요. 김소전의 주루를 보면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도루도 딱 필요할 때 흐름을 끊어주기 위해서만 하는데도 27개를 했어요. 마음먹고 했으면 도루 기록이 바꿨을 수도 있어요

    그래봐야 1점. 따라가면 되지. 따라가 놓고 물고 뜯으면 기회는 온다. 그러려면 내가 출루부터 성공해야 한다.

    - 타이탄스의 선발투수 와이든.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집니다.

    가볍게 마음을 먹고 직구를 노리고 타석에서 생각을 단순화시킨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1선발의 공. 한가운데는 아니더라도 1선발의 무게를 가진 선발투수라면 한번 붙으러 달려들 거다.

    그렇게 전력팀에서 준 리포트에 쓰여 있었다.

    착한 학생인 나는 전력팀의 의견을 십분 받아들여 투수가 앞다리를 들 때 같이 앞다리를 들면서 투구폼과 타격폼을 동기화시킨다.

    마운드 앞에 내려 딛는 투수의 앞발. 똑같이 맞춰서 내 앞발이 배터박스 앞선을 밟으면 내려앉고 투수의 손이 탑포지션에 올라왔을 때 끝까지 몸 뒤에 숨겨왔던 배트를 당겨오기 시작한다.

    - 김소전의 배트가 불을 뿜습니다! 그라운드의 야수들 단 한 발짝도 떼지 않습니다. 1회 초 선취점을 내준 랩터스가 1회 말 바로 따라붙습니다.

    - 노렸네요. 직구를 노리고 들어왔어요. 노리고 들어와도 저런 타구가…. 말도 안 되는 타구가 나왔어요. 탄도 낮게 중앙담장을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어휴 생각하기도 싫은 타구에요. 투수 트라우마가 남을 것 같은 타구였어요.

    멍청아! 몇 년째 공 띄우는 훈련만 해오는 데 공을 라이너로 때리면 어쩌라는 거냐…. 올스타 브레이크 때 내 돈 삥 뜯어간 나쁜 놈들 참교육하느라 훈련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거다.

    다시 기름칠하고 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 노경준 나쁜놈

    - 경기 치열합니다. 1회 한점씩 주고받으며 시작한 양 팀, 5회 두 점씩을 더 주고 받으며 3:3동점으로 8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에 들어갑니다.

    될 듯 될 듯 안된다. 타이탄스도 오늘 작정했다. 후반기 절대 지지 않겠다는 듯 내일 경기 신경도 안 쓰고 투수들을 몽땅 투입한다.

    그 꼴을 보고 있지 못하는 우리 팀 감독도 있는 자원 없는 자원 다 끌어다가 대타로 털어 넣는다.

    감독님…. 그럴 거면 선수단 구성을 이따위로 해오셨으면 안 되죠….

    - 랩터스 수비 교체가 있습니다. 포수 권진혁 들어옵니다.

    - 앞선 타석에 오정찬선수 타석에서 대타 김민구 선수가 들어왔었죠. 포수를 다 소모하는데 어떻게 막을까 궁금했는데 권진혁 선수에게 마스크를 씌웠어요

    포수 앞에 찬스가 걸린다고 5회부터 포수 자리에 대타를 써대더니 이럴 줄 알았다. 말뿐인 3포수. 1군 데뷔전도 안 해본 2년 차 포수를 믿고 앞에 포수들을 전부 대타로 날려버리는 멍청한 작전은 무슨 생각인거냐…. 이러니까 1등을 하면서도 야구파크에서 욕을 먹지.

    감독님. 이런 중요한 상황에 쟤를 어떻게 믿어요…. 하…. 힘드네.

    육중한 장비를 찬 포수가 쿵쾅거리면 홈플레이트 뒤로 뛰어나온다. 두꺼운 마스크 뒤에 잘 보이지도 않는 표정. 보이지 않아도 저 몸짓만 봐도 느껴진다. 손가락만 가져다 대도 터질 것 같아….

    - 권진혁 포수 기록이 없습니다. 오늘이 데뷔전입니다.

    - 2년 차 포수죠. 2군에서는 평가가 좋은 포수예요. 최근 좋은 포수의 요건으로 주목받는 프레이밍이 굉장히 좋고 타격에서도 장타력이 있어요. 2군에서 전반기에만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면서 김민중 감독이 후반기 첫 경기부터 전격적으로 엔트리에 올렸는데 중요한 상황에 나왔어요.

    덩치가 산만한게 홈플레이트 뒤를 꽉 막고 있으니 든든한 감은 있다. 타겟이 저렇게 큰데 대충 던져도 어딘간 걸리겠네! 투수들 빠질 걱정은 없어서 좋겠다.

    - 타이탄스 첫 타자 최강훈입니다.

    - 최강훈 오늘도 멀티히트 경기예요.

    넌 뭐 계속 나오냐. 그만 좀 나와라.

    - 포수 덕아웃을 한참 바라봅니다.

    - 아무래도 어린 포수다 보니까 덕아웃에서 사인이 나오고 있죠

    이봐 이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어린애를 편안한 상황에 내보내서 혼자 경기를 풀어가는 법을 알게 해줘야지. 첫 경기를 힘든 상황에서 시작하니까 자기 혼자 경기 풀어갈 줄을 모르잖아.

    아니면 그냥 맞더라도 놔두던가. 어휴… 덕아웃 꼰대님들이 하시는 게 그렇지 뭐….

    - 최강훈 초구 지켜봅니다. 스트라이크.

    - 조금 멀다고 봤는데 주심의 손이 올라왔어요.

    너…. 뭐하냐? 공 잡는 거 누구한테 배웠길래…. 글러브를 세워서 공을 잡냐. 너 계속 그렇게 잡을 수 있냐? 변화구까지 그렇게 잡으면 내가 다시 생각해 보고….

    - 2구. 볼. 볼입니다.

    - 이번에도 주심의 손이 움찔했어요

    - 트레킹 데이터를 보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주심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 포수가 잘하고 있어요. 뒤에서 보면 죄다 스트라이크 일 것 같은 움직임이네요

    저…. 저런 사기꾼 같은 놈. 어디서 손장난을 저놈. 저거 경준이보다도 어린놈인데 어린놈이 벌써부터 저런 나쁜 짓을…. 크게 될 놈이네.

    - 1볼 1스트라이크 타석에 최강훈. 3구를 기다립니다.

    - 투수 포수와 사인을 마치고 3구.

    바깥쪽 직구 사인. 슬쩍 3루로 한발 움직인다.

    - 스트라이크! 3구 스트라이크.

    - 꽉 찬 볼이 들어왔어요.

    - 최강훈 선수 주심을 한번 바라봅니다.

    - 조금 빠지지 않았냐는 거지요.

    - 트레킹 데이터에서는 확실히 빠진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 좌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공이거든요. 트레킹 데이터는 공의 움직임을 전부 파악해주지 못해요. 주심은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서 왔다고 보는 것 같아요.

    확실히 사기꾼이다. 저…. 분명 빠져나가는 공인데 저 덩치가 타겟 잡아주고 슬쩍 반발 바깥으로 빠지면서 몸 중심을 움직여놨어. 이건 프레이밍이 아니라 사기를 치는 거지

    어디서 저런 훌륭한 인재가….

    - 4구를 맞는 최강훈. 중견수 앞에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오늘 3안타 경기! 최강훈. 후반기 첫 경기부터 타율을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래…. 사기꾼의 말로는 항상 좋지 않았어. 프레이밍이고 XX이고 안타를 맞아버리면 할 말이 없지. 좌타자 계속 들어오니까 내가 커버 들어간다고 얘기나 해야지.

    2루수 민수경 선배와 눈을 맞추며 수비 위치를 조정하고 앞을 바라보는데 홈플레이트의 산만한 덩치의 사기꾼이 손바닥만 한 뭘 보는 게 보인다.

    저…. 덜떨어진…. 경준이 동생 같은 놈…. 포수가 다 외우고 나와야지 경기하다 말고 페이퍼를 보고 있어. 그거 기밀이다. 빨리 보고 얼른 주머니에 집어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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