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43화 (143/204)
  • 143화. 감독의 분노

    KBO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짓이라면 일하고 욕먹기. 자기들이 하는 짓이 뭔지 모르고 대뜸 국가대표 예비명단을 발표한다.

    [논란의 국가대표팀 선발명단]

    [지연. 학연에 물든 야구]

    [야구계에 몰아친 왕따 논란]

    국가대표 감독이 선수선발부터 운영까지 전권을 주지 않으면 안 한다고 협박을 하자 마지못해 수락한 KBO. 그리고는 감독에게 건네받은 명단을 검토도 안 하고 언론에 뿌렸다.

    남 눈치 따위 안 보는 국가대표 감독이 팀별 안배 따위 없이 마구잡이로 뽑은 명단. 특이사항으로 지난 올림픽 때 명단을 중심으로 아픈 선수 몇 명 빼고 더 어린 유망주 몇 명을 더 넣어서 만든 명단이 언론에 발표되자 각종 비난이 쏟아진다.

    결국 여론에 밀린 KBO가 급하게 기자회견을 준비하고는 감독에게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

    어디서 돈 받거나 술 받아먹은 것도 아니고 거릴 거 없는 국가대표 감독이 카메라 앞에 섰다.

    “기인환입니다. 뭘 해명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궁금하신 부분 설명하겠습니다.”

    자칭 김소전 팬클럽이라는 이름을 가진 날 괴롭히는 경준이 똘마니들과 스트레칭을 하면서 티비를 지켜본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 국대감독….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누가 저 아저씨가 구단주 형보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겠어…. 세상 참…. 불공평하다.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셨는데, 예비 엔트리가 아니라 사실상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셨습니다. 이렇게 일찍 발표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마음에도 없는 선수 괜히 괴롭히지 않고 지금부터 선발된 선수들 괴롭히려고 일찍 발표했습니다. 다음.”

    괴롭…. 괴롭힌다고…. 무슨 짓을 또 하시려고….

    “국정감사에서도 선수선발이 불공정하다고 지적받으셨는데 또다시 기술위원회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선수선발을 하신 이유를 설명해주십시오”

    “기술위원들이 선수단 운영할 것도 아니고 제가 세운 운영계획에 필요한 선수들 뽑았습니다. 다음”

    오…. 세게 나가네

    “썬더스 선수가 6명이나 뽑혔습니다. 반면에 엘리펀츠에서는 단 한 명만 뽑혔습니다. 리그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처사 아니십니까?”

    “썬더스가 지난해 우승팀입니다. 좋은 선수가 가장 많은 팀이 썬더스고 가장 강한전력을 구성해서 나가도 성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합입니다. 가장 강한 전력을 구성했습니다. 다음”

    오…. 저 뒤에 다음…. 재수 없는데 좀 멋있다…. 다음…. 다음…. 다음…. 나도 해봐야지. 다음….

    “감독님 말씀하신 것처럼 최강의 전력을 구성해야 하는 프리미어12입니다. 그런데도 엘리펀츠 김해영, 재규어스 선하준 선수를 제외했습니다. 해명하십시오”

    저 기자…. 몰라서 묻는 건가? 김해영 선배나 선하준선배 이제 국대는 아니지. 타격이야 기복이 있다고 쳐도 수비가 안 되는데?

    “김해영, 선하준 좋은 선수입니다. 그 선수들 팀에서 좋은 역할을 해주는 좋은 선수입니다만 제가 뽑은 선수들이 제가 원하는 야구를 더 잘 수행할 겁니다. 김해영, 선하준 이번 대표팀에서 해줄 역할이 없습니다.”

    오 세다. 그래도 리그 대표 타자들인데 대놓고 해줄 역할이 없다고 하면…. 좀…. 마음 상하겠는데

    “논란의 핵심. 최강훈 선수는 왜 안 뽑으시는 겁니까?”

    그렇지. 질문을 저렇게 해야지 싸가지 안 뽑았다고 게시판이 뒤집혔는데 이걸 물어봐야지.

    “대표팀에서 역할이 없습니다.”

    “역할이 없다니요? 이번 시즌 타율, 최다안타 1위, 도루 3위 선수가 역할이 없다는 게 납득이 안 됩니다.”

    하. 싸가지…. 하는 거 보면 진짜 야구 모르고 하는데 안타 치는 거 보면…. 진짜…. 하늘의 운이 따라다니는구나….

    “대표팀에 외야수 자리는 다섯 자리. 그중에서 최강훈 선수가 들어갈 자리는 중견수와 대주자밖에 없습니다. 그중 중견수는 팀 구성상 노경준 선수가 더 낫고, 대주자로는 대수비도 가능한 박라빈 선수가 더 적합합니다.”

    오…. 이런 신박한 헛소리를…. 경준이가 싸가지보다 낫다니…. 싸가지 오늘 뒷목 좀 잡겠는데

    “최강훈 선수 이번 시즌 3할 9푼을 치면서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데 3할에 못 미치는 노경준 선수가 더 낫다는 게 객관적으로 설명이 부족합니다. 해명해 주세요”

    오… 기레기님. 역시 투승타타에서 벗어나질 못하시는구나. 아…. 타의 타는 타점인데…. 타율이 아니라…. 뭐…. 그건 그거고….

    “중견수에 노경준 선수 타격이면 충분합니다. 우리 팀 구성상 노경준 선수가 들어갔을 때 더 생산성이 좋아집니다. 최강훈 선수가 나쁜 선수라는 게 아니라 지금 구성에 노경준 선수가 더 적합하다는 겁니다. 다음”

    오…. 카리스마…. 선수들 잡을 때보다 더 무서운데. 아주 기자를 잡아먹겠어. 멋있다.

    “감독님. 랩터스와의 유착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랩터스와 대립각을 세우는 최강훈 선수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무리해가면서 국가대표 감독을 하시려는 이유가 뭡니까?”

    뭐가 랩터스하고 유착이야. 우리 팀에선 지난번부터 나하고 주장하고 경준이만 끌려가는데. 랩터스보다 다른 팀들 군 면제가 훨씬 많은데 왜 우리가 유착이야?

    “지금 뭘 단단히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이 자리를 원한 게 아닙니다.”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제가 랩터스 감독을 했었고 랩터스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걸 숨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거랑 국가대표 선발은 별개입니다. 제가 국가대표 감독하면서 랩터스에 해를 끼치면 끼쳤지 도움을 준 게 있습니까?”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쏘아붙이는 감독…. 오…. 앞으로 개기지 말아야지…. 무섭네….

    “이번에 썬더스 선수들을 많이 뽑아가는 게 후반기 랩터스 견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명하십시오”

    미…. 미친놈이다. 시즌 끝나고 하는 대회인데 이게 무슨 X 소리야

    “기자님.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으시는 겁니까? 진짜 그런 소리는 하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기자님 소설이신가요? 한국시리즈 다 끝나고 하는 대회에 썬더스 선수가 많이 참가하는 게 리그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감독님이 썬더스 선수들 컨디션 랩터스에 실시간으로 전달할 거라는 제보가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저 기자 머리를 열어봐야 한다. 어딘가에 버그가 생긴 게 틀림없어….

    “이번에 뽑힌 명단은 보고 얘기하시는 겁니까? 썬더스 6명 중에 미필이 4명입니다. 이 친구들 이번에 국제경기 경험 쌓고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돼서 다음 아시안게임에 면제받아야겠다는 생각 안 들어요?”

    “감독님 병역 비리를 저지르시겠다는 겁니까!”

    와…. 쟤는 뭐지? 왜 저래…. 처음 보는 기자 같은데 왜 저래

    “병역보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뭐가 있겠습니까? 같은 실력이면 병역 고려한다고 국회에서도 소신을 밝혔고, 알면서도 국가대표 감독 맡긴 거 아닙니까? 제 소신엔 변함이 없으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 지금이라도 총재님께 해임하라고 하십시오. 자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쓰레기 같은 질문을 받으면서도 전혀 굴하지 않는 감독…. 우리 감독이었으면 좋겠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시면 지금이라도 사퇴하십시오. 영광스러운 국대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가져가라고 하세요. 저보다 잘할 사람 와서 이 자리 가져가세요. 이러니까 야구판이 망한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국정감사까지 받으면서 공격당한 우승 감독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못 끌어내려서 안달하는 게 언론의 역할입니까?”

    “감독님! 그 발언 사과하세요! 언론에 대항하시는 겁니까?”

    역시…. 우리 기레기님들…. 본성을 숨길 수야 없지….

    “지난 올림픽 때문에 미국, 일본 하다못해 대만까지 칼을 갈고 있어요. 팀이 하나가 돼서 돌파해도 될까 말까 한데 시작하기도 전부터 흔들면 뭐가 됩니까? 전 필요한 선수 다 요청했고 랩터스 무서워서 구단들이 선수 못 보내겠으면 빨리 얘기하세요. 랩터스로만 채워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음…. 역시… 국대감독님… 구단주 형이랑 친하다고 했지…. 여기도 정상이 아니야. 구단주 형이나 이 사람이나 둘 다 미친X인데…. 왜 느낌이 다르지…. 이쪽이 좀 잘생겨서 그런 건가…. 흠….

    * * *

    “머리 아프네요”

    “왜? 두통? 밤에 드라마를 너무 늦게까지 봐서 그래. 요즘 뭐 봐?”

    “꼴뚜기?”

    “인정”

    점점 해가 길어지자 밤에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는 커플이 오늘도 단골 카페 깊은 곳에서 애틋한 마음을 나눈다.

    “기 감독님 연락이 안 돼요. 연락 좀 해봐요”

    “나도 안돼”

    “감독님 평소와 다르게 왜 그러시는 거예요? 아는 거 있어요?”

    “진짜 감독하기 싫어서 그래”

    “그건 처음부터 그랬잖아요. 올림픽 감독도 성적 낼 사람 없어서 억지로 시킨 거잖아요”

    친한 지인의 비밀을 털어놓아야 할 남자가 선뜻 말하지 못하고 커피만 홀짝인다.

    “그런 게 있어.”

    “썬더스는 고민스러운 거 같던데요. 처음엔 반발하면 6명은 좀 많고 4명 정도만 보내려고 했는데 눈치 보고 있어요”

    “됐다 그래. 그냥 우리 팀 선수들로 다 보낸다고 그래”

    “누구 맘대로?”

    갑자기 불똥이 자기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에게 튀자 여장의 목소리가 사나워진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썬더스도 미필들 잔뜩 뽑아간다는데 협조하겠지. 타이탄스 차대영이 있는데 진승혁도 뽑아가니까 일부러 그러는 거야. 국대 마무리는 차대영이 하고 진승혁 셋업으로 쓸 거 뻔하니까 시위하는 거야”

    “그러니까. 왜 명단을 저렇게 발표한 거예요? 28명 다 발표한 것도 아니고 두 명 빼고 선발은 셋만 데려가고. 뭐 아는 거 있어요?”

    오늘 가장 핫한 이야기에 대해 궁금함을 맘껏 질문하는 여자. 남자는 이 상황을 즐기며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선발 둘이지. 소닉스 박동호는 롱릴리프 롤이니까”

    “그러니까 그것도 이상하단 말이지요. 선발이 너무 부족해. 나머지는 약점도 분명하지만, 필살기 하나씩 들고 있는 선수들만 왕창 뽑았단 말이에요. 뭐 있죠? 얘기 좀 해봐요”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며 시간을 끄는 남자.

    “드래프트 2, 5, 8번”

    “어?”

    “이번 신인 지명 2, 5, 8번 지명권이랑 바꿉시다.”

    “진짜? 내가 원하는 선수 뽑아줄 거야?”

    “2번은 좀 아까운데 3, 5, 10으로 갑시다.”

    “야! 갑자기 말 바꾸는 게 어딨어! 2, 5, 8”

    “딜”

    남자가 좋아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여자가 큰 선물로 낚았다. 자기 것 자기 돈으로 사는 건지도 모르는 남자가 그저 좋다고 아는 것들을 풀어놓는다.

    “에헴…. 조 단장. 요즘 현민이랑 연락해봤어?”

    “그 사기꾼 요즘 안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한데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해요?”

    “어허. 사기꾼이라니. 큰일 하시는 분한테”

    “큰일? 뭘 하길래? 둘이 또 이상한 거 하죠?”

    “무슨 그런. 나랏일이야. 나랏일.”

    “뭔데? 말해”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자에게 겁먹은 남자가 놀리기를 포기한다.

    “현민이 데리고 있는 선수가 누구누구 있어?”

    “우리팀엔 김소전하고 노경준. 투수는 김호영하고 김이문. 하여간 이XX. 알짜들만 쏙 빼먹었어.”

    “이렇게 시야가 좁아서야 여기 말고 미국”

    “미국? 마리오하고, 패이튼. 또…. 거긴 많잖아.”

    “그렇지. 그런 소소한 친구들이 있지. 하지만 진짜배기들은 따로 있잖아.”

    남자가 메이저 주전 유격수와 사이영 컨텐더 투수를 소소한 선수로 부르는 걸 듣고 화를 내려던 여자의 머리에 퍼뜩 자기 선수들이 떠오른다.

    “임수검? 이시윤?”

    “이제야 정답이 나오네”

    “걔들이 프리미어12에 출전한다고? 한국팀에 온다고?”

    “그럼 그럼. 국적이 대한민국인데 대한민국팀으로 와야지”

    “그게 가능해?”

    “어허. 세상에서 현민이 무시하는 건 조 단장밖에 없을 거야. 능력 있는 에이전트라고”

    “소름. 그 멍청한 XX가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와~ 대박”

    “이제 내 친구 좀 용서하라고”

    포스팅 연수도 안 채운 팀의 에이스를 미국에 팔아먹은 에이전트를 용서하라는 말에 여자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둘이 오면 비벼볼 만 하겠네… 나 아직도 소름이 가시지 않네. 그래서 그랬구나. 어쩐지 기 감독님 오늘 너무 막 나가던데 믿는 구석이 있었어.”

    “어? 그건 아닌데. 감독님은 진짜 감독직 내려놓으려고 저런 거야”

    “뭐야? 그건 또 뭔 소리야? 메이저 사이영 컨텐더하고 양키스 10승 투수가 오는데 감독을 왜 그만둬?”

    “왜긴 너 때문이지”

    “나? 나 감독님한테 잘못한 거 없는데요?”

    진짜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네가 부고장 안 만들어 줘서 다른 사람 섭외하다가 형수님한테 걸렸잖아. 너 때문에 형수님이 애들 데리고 낚시터 따라간다잖아. 어쩔 거야? 우리 팀 우승 못 하면 다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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