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41화 (141/204)

141화. 발끈

야구라는 게…. 참…. 불공평하다. 아니 세상이라는 게 참…. 불공평하다. 누구는 이렇게 죽어라 열심히 하는데 누구는 저따위로…. 살기 힘드네.

- 노경준! 시즌 7호 홈런을 추격의 투런홈런으로 만들어 냅니다.

- 랩터스의 1, 2번 타자들의 홈런 페이스가 빨라요. 중심타선보다 홈런을 훨씬 많이 생산해 내고 있거든요. 3, 4, 5번 선수들 자극받겠어요.

나쁜 놈. 내 치열한 노력을 한순간에 묻어버리는 못된 놈. 이럴 땐 평범하게 외야플라이나 치면서 희생타를 올려야 정상이지 홈런이라니…. 나 1루에 있을 때는 3루 가기 애매한 타구만 치더니 3루에 있을 때 홈런…. 하여간 저놈. 정이 안 간다.

- 노경준 홈을 밟자 기다리던 3루 주자가 머리를 마구 때려줍니다.

- 하하하. 랩터스 팬들이 좋아하는 장면이죠. 김소전, 노경준 두 선수 굉장히 보기가 좋아요.

- 평소에도 노경준 선수가 김소전 선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 사실 노경준 프로지명전에 그렇게 주목받던 선수가 아니었어요. 랩터스의 깜짝 지명이였는데 프로 오고 나서 김소전 선수가 끼고 다니면서 엄청나게 챙겨줬다고 하거든요. 보세요. 김소전 선수. 본인이 홈런 친 것보다 더 기뻐해 주고 있어요.

죽어라! 죽어라! 야구를 너처럼 이기적으로 하는 놈은 야구판에 붙어있을 이유가 없다! 어? 도망쳐? 거기서라!

내 연속기를 피해 덕아웃으로 도망가는 경준이를 끝까지 쫓아가며 때려주었다. 나를 피하면 살 줄 알았겠지만 지금 덕아웃엔 경준이 동기 놈들이 한가득하다. 나보다도 인정사정 안 봐주는 하이에나들과 함께 더 때려준다.

이제야 기분이 좀 풀리네.

- 경기전 예상과는 다르게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경기입니다.

- 1회부터 벌어진 공방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죠.

- 양 팀 다 선발투수들이 4이닝을 못 버티고 내려왔습니다.

- 최선영과 현정인…. 이렇게 무너질 선수들이 아닌데 오늘 운이 좀 안 좋았어요. 공이 나쁘진 않았거든요. 야수들의 보이지 않는 실책과 실투 한두 개가 섞이면서 마운드를 내줬어요

3:2로 시작한 경기가 6회가 됐는데 9:7이 됐다. 최선영 선배가 못한 것도 아닌데 수비가 무너지면서 계속되는 실점. 그나마 센터라인이라도 사람 구실 하니 이 정도지…. 아니었으면 더 무너질 뻔…. 아니지…. 저 경준이 저놈이 조금만 더 정신 차리고 좌우 코너까지 챙겼으면 이 지경은 아닌데

결론은 또 경준이…. 저놈…. 저 멍청한 놈 벌써 중견수 수비이닝이 몇 이닝인데 아직도 좌우 수비수 조율을 못 해…. 하여간 머리 나쁜 놈들은 야구 말고 기술을 배웠어야 하는데…. 아니지…. 저놈은 둔해서 기술도 못 배울 거야….

에효…. 죽으나 사나 내가 데리고 키워야지…. 하기엔 내 속이 터지는데…. 하…. 방법이 없다.

- 볼넷! 볼넷입니다! 대타 김응규 볼을 골라냅니다.

- 주심 손 안 올라갔어요. 조금 낮았다고 본 거 같은데 타자가 칠 생각도 못 했어요. 1루 나가는 타자 굉장히 좋아하죠. 이거 고른 게 아니고 못 친 거예요.

타이탄스 마무리 차대영 선배 공 구위가 미쳤는데 빠졌어. 저 정도 혼이 담긴 투구면 보통 심판님이 손을 들어주는데 저걸 안 들다니…. 어쩐 일로 9회에 좁은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하지? 우리한테 기운이 오는 건가?

- 이 경기가 이렇게 흘러갑니다. 13:12 한 점 차 노아웃에 주자 1루. 타석에 김소전입니다.

- 차대영이 올라와서 결국 대타 김응규를 볼넷으로 내보냈어요.

- 1루 대주자 들어옵니다. 대주자 양규환.

한 점 차 노아웃 주자 1루. 타선은 1번. 이럴 땐 덕아웃에서 결정을 해줘야지.

타석에 들어가기 전 덕아웃을 직접 바라봤다. 감독님이 직접 내는 사인. 번트다.

- 차대영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에 들어갑니다.

- 집중해야 해요.

- 번트! 번트 댔습니다. 번트 타구 투수 지나 1루수! 2루! 2루 선택! 2루에서 아웃! 아웃입니다!

- 2루에서 아웃인가요?

- 랩터스 김민중 감독 뛰쳐나옵니다. 비디오판독 신청합니다.

- 이게 무슨 일인가요

- 김소전의 보내기 번트인가요? 세이프티 번트인가요?

- 상황상 보내기 번트긴 한데 굉장히 잘 댄 번트였어요. 김소전 선수의 번트도 잘한 플레인데 타이탄스의 수비가 대단하네요.

- 그렇습니다. 1루수 하영호. 그 큰 덩치가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 2루를 잡아냈습니다.

- 하영호도 대단한 수비를 해줬고 포수 조기성의 판단이 좋았어요. 하영호 달려들 때 2루를 정확히 선택해줬거든요. 대단하네요.

말이 안 된다. 번트를 못 댄 것도 아니고 1루에서도 살만한 타구를 댔는데 2루를 가야 하는 주자가 2루를 못 갔어. 이 상황이 비디오판독이 갈만한 상황이냐고! 심지어 보내기 사인이 나왔는데.

“너 왜 번트를 댔어.”

1루에 나가 1루 코치에게 장비를 벗어주는데 코치가 난데없이 헛소리한다.

“보내기였잖아요.”

“보내기? 히팅이였잖아?”

“네?”

- 비디오판독 결과 나왔습니다. 아웃! 무사 주자 1루가 1사 주자 1루로 바꿨습니다.

- 2루에서 태그 아웃 상황이 아니고 포스아웃 상황이었거든요. 아쉽게 됐어요.

- 아직 원아웃. 주자 1루 아웃 카운트 두 개 남은 랩터스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분명 감독이 보내기 사인을 냈는데 내가 잘못 봤나? 이런…. 초등학생도 안 할 실수를….

- 게임 끝. 연속 삼진으로 게임을 막아내는 차대영. 팀을 2위까지 끌어올립니다.

1루에 서서 3루 코치를 기다렸다.

“코치님 히팅이었습니까?”

“너 일 년에 번트 몇 번이나 댄다고 번트를 대?”

몇 번이나 대다니요. 잘 모르시나 본데. 제가 보내기 장인이었어요.

“감독님이 번트 사인 냈지 않으셨어요?”

“히팅이였잖아.”

하…. 이런….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엔 잘하자.”

차라리 칠걸…. 속이 갑갑하다.

경기가 끝나고 1루 라인을 따라 도열을 하고 관중들께 꾸벅 인사를 한다. 지는 경기 끝까지 봐준 관중들한테 하는 최소한의 예의. 속이 쓰리다.

“소전아 면담.”

장비를 정리하고 실내연습장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주장이 부른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사인 미스때문에 부르는 거 같은데…. 이건 뭐…. 할 말이 없지…. 내가 잘못한 건데….

주장 손에 끌려 들어간 감독실. 감독실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가운데 방주인인 감독님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서 있고 그 옆에 주루코치님과 작전 코치님이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서 있다. 그 삭막한 분위기에 끌려들어 가니…. 공기부터가 탁한 것 같고…. 도망치고 싶다.

“왔네. 김소전. 너 왜 번트 댔어?”

보자마자 책임을 추궁하는 감독님…. 그야…. 뭐….

“죄송합니다.”

“죄송한 건 알겠고 왜 번트 댔냐고”

“번트 사인으로 잘못 봤습니다.”

쥐구멍. 쥐구멍을 찾아야 한다.

“3루에서 번트 비슷한 사인도 나가지 않았는데 넌 왜 번트를 댄 거야?”

“네?”

번트 비슷한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나 분명 사인을 봤는…. 아…. 나 감독님 사인을 직접 봤지.

“죄송합니다. 주루코치님을 안 보고 덕아웃을 봤습니다. 제가 잘못 봤습니다.”

순간 쏟아지는 원망의 눈초리. 뭐…. 한게임 질 수도 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잡아먹을 듯 보세요…. 팀 뭐…. 4등…. 4등이 어때서!… 죄송합니다.

“덕아웃 사인보고 번트 댔다고? 이놈이 문제네. 너 인마 똑바로 안 해!”

알았다고요….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우선 빌어야지…. 엎드릴 땐 바짝 엎드리는 게 사는 길이다.

“주장! 가서 전파 확실해. 사인은 무조건 작전 코치보고 확인해! 한 상황에 사인이 두 개가 말이 돼! 가서 전파하고 김소전은 벌금 받아.”

“네!”

벌금까지 얻어맞고 주장 손에 끌려 복도로 쫓겨나 왔다.

“으이그. 넌 하필 거기서 덕아웃을 보냐.”

“죄송합니다.”

“우타자도 아니고 좌타자가 몸을 돌려서 감독 사인을 왜 봐. 가만있으면 3루에서 사인 나올 텐데.”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는 3루 코치님이 해야지. 네가 맞았어. 코치님이 사인 대충 보고 히팅 사인 냈어. 감독님은 확실히 보내기 냈다더라.”

뭐…. 뭐야. 우리 씨. 내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

“어쨌든 50만 원 내.”

아니 잘못한 건 코치님인데 왜 벌금은 나만 내!

“아. 그리고 규환이도 너 번트 대는데 스타트 못해서 30만 원 벌금 물릴 건데 이것도 네가 내라. 연봉 3천5백 받는 애한테 벌금 받기 뭐하잖아. 규환이 밥 한 번 산 셈 치고 네가 내. 아예 수당에서 뺄 거니까 사무실에 같이 빼라고 말해 놓을게.”

자…. 잠깐…. 뭐? 밥값 30? 나도 구단 식당에서 밥 먹고 다니는데 무슨 밥을 30만 원짜리를 사 먹여! 잠깐 주장 어디 가요.

나한테 폭탄 던지고 어디를 사라져! 어이! 주장 양반 거기서!

총총히 사라진 주장의 뒷모습에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훈련장에 이미 잔뜩 들어있는 선수들. 가서 욕먹고, 벌금 맞고 배팅케이지도 뺏겼다.

밀려오는 짜증. 이 짜증을 풀어내기 위해 가까이 있는 배팅케이지에서 괜히 참견을 한다. 그리고 하필 이놈이다.

“규환아 하나를 쳐도 정성껏 쳐. 대충 맞추지 말고 때려.”

“형…. 언제 오셨어요?”

나한테 벌금 먹여놓고 그리고 알지 모르겠지만 자기 벌금까지 나한테 물려놓고 자기 훈련만 하는 나쁜 놈.

이놈에게 내가 벌금 내준다고 생색을 내줄까도 했다가 어차피 뜯길 거 가만뒀다가 알아서 알려지게 두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 억울하니 이놈을 굴리기로 마음먹었다.

“규환아. 공을 맞히지도 못하면서 무슨 손목을 써? 그냥 결대로 쳐. 잔기술은 기본이 되고 하는 거야”

“규환아. 홈런타자야? 죽은 공도 컨텍이 안 되는데 왜 폼을 키워?”

“규환아!”

“규환아~”

“아니지. 하체랑 같이.”

“규환아~”

밤 12시가 넘자 시설팀에서 와서 집에 가라고 갈군다. 어쩔 수 없이 끝난 괴롭힘. 고작 두 시간 타격 연습하고 녹초가 된 나쁜 놈 엉덩이를 툭툭 쳐주고 집에 보냈다.

조금이나마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들이 왜 악마가 되나 몰랐는데…. 이거 재밌네.

- 경기 끝. 타이탄스가 마지막 경기 승리를 가져가며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 냅니다.

- 랩터스 잘 쫓아갔는데 아쉬웠어요. 결국 최강훈 선수를 못 막은 게 패인이에요.

- 그래서 만나보겠습니다.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이번 시리즈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최강훈 선수와 수훈선수 인터뷰하겠습니다.

아깝다…. 이길 수 있었는데…. 저 싸가지의 말도 안 되는 2루타로 경기에 졌다. 진 경기 속상한 마음을 가지고 훈련장에 내려가니 훈련장 TV로 싸가지의 인터뷰 방송이 나온다. 보고 싶지 않아도 자꾸 눈길이 향한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시즌 끝난 후 프리미어12에 참가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지금 성적 좋거든요. 대표팀 감독님께 어필 한번 해주시죠

- 이번 경기 보셨으면 아실 겁니다. 대표팀에서 1번 타자로 나가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저…. 저 XX. 대표팀 1번 타자면…. 난데…. 내가 지금까지 1번을 고집한 적이 없었는데 너 때문에 절대 놓치지 않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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