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40화 (140/204)
  • 140화. 혼돈의 시간 (2)

    언제나 스윕을 노리지만 스윕이 그렇게 쉬우면 야구가 아니지…. 두 경기를 이겼으니 마지막 경기 1회부터 탈탈 털려준다.

    - 3회 말 벌써 세 번째 투수가 올라오는 랩터스입니다.

    - 선발이 이래서 중요해요. 선발이 갑작스럽게 일찍 무너지니까 준비 안 된 투수들이 올라오면서 경기가 무너지거든요. 이러면 경기 힘들죠.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어차피 터진 경기 점수랑 아웃 카운트랑 바꾸면서 빨리빨리 끝내야 한다.

    - 스코어 0:8, 원아웃 주자 3루에 놓고 타석에 8번 타자 최강훈입니다.

    - 컨디션이 안 좋아서 8번에 나왔습니다만 오늘 멀티히트 경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술 먹다 죽을뻔 했다더니…. 하는 거 보면 믿음이 하나도 안 간다.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야.

    - 중견수 앞 안타! 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최강훈! 스코어를 9점 차까지 벌립니다.

    - 지금도 보면 떨어지는 공을 잘 받아쳤어요.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는 데 오히려 힘 빼고 타격을 하니까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것 같아요. 오늘 아주 좋네요

    저건…. 뭐…. 타자가 잘 쳤지만…. 아니지…. 경준이 이놈! 빨리 달려들어서 잡았어야지. 하여간 잘못된 건 다 경준이 탓이다. 그냥 그런 거다!

    타이탄스에게 1패를 당했지만, 대세가 바뀌지는 않는다. 썬더스와 워호스가 바짝바짝 따라오고는 있지만 쉽게 1위를 놓아줄 수는 없다. 하루 쉬고 정비해서 꼴찌 엘리펀츠한테 분풀이다!

    4월부터 선두권과 하위권이 명확하게 나뉘는 가운데 위아래로 순위싸움이 치열하다. 상위권은 한 단계라도 올라가려고 물고 뜯고, 하위권은 5위라도 해서 가을 냄새라도 맡아보겠다고 꼬집고 할퀸다.

    이번 시즌 전력의 평준화가 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미 사장된 지 오래. 바뀐 상황에 맞춰 시즌을 치러 나간다.

    - 5월 5일에 모든 어린이가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매년 만나는 랩터스와 소닉스의 어린이날 매치. 오늘의 행복한 어린이는 누가 될지 잠실에서 확인해보겠습니다.

    - 소닉스도 급해졌어요. 지난주 성적이 안 좋아지면서 4위까지 밀렸거든요. 시즌 초반이지만 여기서 밀리면 쫓아가기 힘들어집니다.

    1년에 144경기 하는 것 중에 한 경기일 뿐인데 어린이날만 되면 구단에서 난리다. 안 그래도 소닉스하고 라이벌이니까 신경 쓰이는데 어린이날은 경기전부터 특별영상까지 틀어가며 질 수 없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더군다나 홍시 누나가 선수단에 특제장어도시락에 꼭 이겨달라는 손편지까지 써서 돌린다.

    홍시 누나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이겨야지!

    경기장 안에서 우리도 상대도 신경이 곤두서는 경기. 주말 가득 찬 관중을 보면서 수비에 나섰다.

    - 빗맞은 타구 유격수 앞으로 흐릅니다. 유격수 전진! 잘 잡아서 1루! 공 뒤로 빠집니다! 이병삼 2루까지! 1루수 성현범 에러로 1회부터 좋은 기회를 맞이하는 소닉스!

    - 유격수가 잘 잡고 잘 던졌어요. 던지는 건 무리일 거라고 봤는데 승부 되는 송구를 했는데 1루수 캐치가 아쉽네요.

    - 송구가 조금 불안했습니다.

    - 저 정도는 잡아야지요. 성현범 선수가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저 정도는 잡아줘야 해요. 저걸 못 잡으면 1루에 경쟁력이 없어요.

    저…. 돌 글러브…. 저놈 경준이 친구지…. 저 동기들이 죄다 그렇지 뭐…. 글러브에 못 던진 내가 죄인이다.

    경기 첫 타자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고 자책하는 투수에게 손을 한번 들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 나를 보고 괜찮다고 하는 선발투수 김호영 선배. 표정은 괜찮다고 하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기는…. 미국에서 10승 한 이시윤 선배 친구지…. 하여간…. 끼리끼리 논다고 빗맞은 안타 하나에 불타오르네….

    - 삼진! 김호영 안타 이후 연속 삼진으로 투아웃을 잡아냅니다.

    - 첫 안타도 빗맞은 안타였지요.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네요.

    음…. 확실해…. 이시윤 친구야…. 공이 좋은 건 좋은 거고 아무리 좋아도 한가운데 계속 때려 박으면 맞을 텐데

    - 안경문 타구! 높이 떴습니다.

    - 조금 밀렸는데요.

    - 우중간 높이 뜬 타구. 중견수 우익수 다가옵니다.

    어…. 이거…. 좀…. 불안한데

    - 중견수, 우익수와 같이 낙구 위치를 확인합니다.

    - 중견수 콜하죠.

    - 중견수! 중견수! 우익수! 충돌! 우익수가 잡다가 놓칩니다! 2루 주자 3루 돌아서 홈까지 달립니다~

    - 노경준 선수 이제야 공을 찾아서 2루수에게 연결하네요.

    - 1회 실책 두 개로 한점을 헌납하는 랩터스. 힘겨운 경기 시작입니다.

    뭣들 하냐?

    - 안경문 선수 발이 느려서 3루까지 안 간 게 다행이에요. 어지간한 선수였으면 3루 갔어요

    - 우익수 모리스 선수는 괜찮아 보이는데 노경준 선수 주저앉아 일어날 줄 모릅니다.

    - 아우~ 모리스 선수 팔꿈치에 얼굴을 맞았어요. 충격이 있겠는데요.

    저 속 빈 쭉정이 같은 놈. 한 대 맞았다고 퍼져있기는. 잠깐. 트레이너 형이 올라가서 손만 잡았는데 왜 벌떡 일어나…. 저놈. 내가 안다. 아파서가 아니라 콜플레이 잘못한 거 쪽팔려서 저러고 있는 거였어요…. 하여간 그 순간에도 잔머리하고는….

    - 노경준 선수 괜찮아 보입니다.

    - 아직도 볼을 어루만지고 있죠. 조심해야 해요. 부상은 안 됩니다.

    어디서 아픈 척을…. 너 아픈 것보다 선취점 뺏긴 게 더 아프다.

    - 경기가 초반부터 어수선해졌습니다.

    - 이럴 때 집중해야죠.

    - 2사 주자2루. 타석에는 5번 타자 김수호.

    - 이번 시즌 재규어스에서 FA로 이적한 김수호죠. 시즌 초반 팀에 잘 녹아들고 있어요.

    김수호를 왜 데려오냐는 의문을 싹 날려버리는 소닉스의 영입. 어정쩡한 장타력으로 계륵 취급을 받던 선수가 잠실에선 대부분의 선수가 어정쩡한 장타력을 가진 선수가 돼버리니까 단점이 묻힌다.

    마땅한 중심타선 감이 없던 소닉스에 가성비 좋은 5번 타자로 자리 잡은 김수호. 그 김수호의 어정쩡한 타격이 빛을 발한다.

    - 좌측으로 뜬 타구. 좌익수 황경철 타구를 쫓습니다.

    - 공 잘 봐야 해요.

    - 황경철! 공 잡지 못합니다. 뒤로 빠지는 공! 2루 주자 홈으로 타자 주자 2루로 달립니다.

    - 공이 라인 쪽으로 계속 휘어져 나가고 있었거든요. 황경철 선수 공을 앞으로 따라오는 게 아니라 대각으로 붙었어야 했는데 타구 판단이 안일했어요. 오늘 랩터스 이상하네요.

    텄다. 안되는 날이다. 1이닝에 에러만 3개. 한 경기에 에러 3개를 해도 경기를 포기할 판에 한 이닝에 에러 3개….

    - 경기 끝. 올해의 행복한 어린이는 소닉스 어린이들이었습니다.

    한 경기를 질 수는 있다. 어차피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으니 시합 초반부터 터지는 경기도 있고, 마지막에 역전당하는 경기도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연속으로 나오면 안 되지….

    - 폭스의 역전승! 랩터스를 5연패로 몰아넣고 스윕을 가져갑니다.

    시즌 초반 잘 나가던 분위기가 차갑게 식는다. 그것도 팀의 약점을 노출한 채로 팀의 활력을 잃어간다.

    [랩터스 세대교체 실패]

    [랩터스 예고된 부진]

    [랩터스의 실패한 리빌딩]

    안 그래도 성적이 안 좋아서 팀 분위기가 처져있는데 언론에서까지 부정적인 기사들이 나오자 분위기가 더 나빠진다.

    - 시즌 초반 부진을 떨치고 2위를 잡으러 가는 타이탄스와 1위에서 4위까지 떨어진 랩터스가 잠실에서 만났습니다.

    - 양 팀의 분위기가 정반대죠. 타이탄스는 지금 분위기를 계속 가져가야 하고 랩터스는 지금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합니다. 재미있는 경기가 되겠어요

    시즌 초반 벌어놓은 승을 쭉쭉 까먹는다. 7할을 넘어가던 승률이 어느새 5할을 걱정해야 할 위치까지 내려왔다. 더 이상 밀리면 나중에 쫓아가고 싶어도 못 쫓아간다.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 그런데…. 하필 타이탄스냐….

    - 타이탄스의 1회 초 공격. 최강훈 선수부터 시작입니다.

    - 최강훈 선수 이렇게 잘할 수 있나 생각이 될 정도로 잘하고 있어요.

    - 3할 9푼에 홈런 9개 도루 13개를 기록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 1번에서 출루율이 3할 9푼이 안 되는 팀도 많거든요. 타율이 3할 9푼이에요. 그것뿐만 아니라 타점도 벌써 21개나 기록했거든요. 최강훈이 살아나면서 타이탄스가 살아나고 있어요. 최강훈의 기세가 이어지는 한 타이탄스가 지는 건 상상이 안 돼요.

    몸 상태 때문인지 술자리를 끊었다는 소문이 들리긴 하지만 개가 X을 끊지, 그럴 리가 없잖아. 얼마나 가나 보자.

    -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최강훈 타이탄스를 2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초를 다집니다.

    운도 타고났어. 빗맞았잖아. 잡아당기는 게 밀려서 좌중간으로 날아간 거잖아. 처음부터 이러면 답이 없지…. 하…. 투수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어째야 하나….

    - 1회 초 3점을 뺏긴 랩터스 반격에 나섭니다.

    - 선발투수 최선영 선수가 못 던진 게 아니었어요. 오늘처럼 빗맞은 타구가 빈 공간에 떨어지면 방법이 없거든요.

    진 빠진다. 4월은 행복했는데 5월은 잔인한 달이다. 야구의 신이 한 개 두 개 심술을 부리자 랩터스 라인업의 절반인 어린 선수들의 멘탈이 무너지고 그렇게 한두 개 더 이상한 플레이가 나오고 어느새 경기가 져 있고…. 반복이다. 바꿔야 하는데….

    - 타이탄스에 최강훈이 있다면 랩터스에는 이 선수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 40-40의 주인공 랩터스의 1번 타자 김소전입니다.

    - 랩터스가 이만큼이나마 버티고 있는 건 김소전때문이에요. 김소전도 3할 8푼에 8홈런을 치면서 팀을 이끌고 있거든요. 다른 선수들이 조금만 받쳐주면 랩터스도 치고 나갈 수 있어요.

    - 그러고 보면 타이탄스나 랩터스나 중심타선에 들어가도 될 선수들이 1번에 배치되어있습니다.

    - 두 선수다 출루하고 상대 수비진을 흔들 수 있는 선수들이거든요. 체력적 부담만 없으면 한 타석이라도 더 나오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 그래도 현대야구에서는 강한 2번이 유행이지 않습니까?

    -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에서 2번에 가장 강한 타자가 나오는 게 득점 생산력이 좋다는 관점인데 두 팀 다 2번에 명적욱과 노경준이라는 좋은 자원을 쓰고 있거든요. 팀 여건상 나쁘지 않은 라인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 팀도 토종 1선발 최선영, 타이탄스도 토종 1선발 현정인…. 우리는 3실점… 현장인 선배한테 3점을 뺏는 건…. 갑갑하네

    모르겠다. 팀 승패는 감독이 잘못한 거지 내가 잘못한 거냐. 나는 내 것만 하련다.

    - 파울! 김소전 버팁니다.

    - 치열해요. 두 팀 다 치열합니다.

    - 이럴 때 보면 김소전 선수와 최강훈 선수 라이벌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 이제 오래된 이야기죠. 두 선수 다 서로 자극받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바람직해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국대 선발투수인 현장인 선배의 공을 바라보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대처하는 건 도둑놈 심보다.

    3점이나 쌓아놓고 있으면 좀 살살 할 것이지 한점도 안 주려고 기합 팍 넣고 던지네. 누가 이기나 해보자.

    - 6구 파울. 현장인 선수 첫 타자부터 쉽지 않습니다.

    - 김소전이 쉬운 선수가 아니죠. 현정인도 여기서 김소전을 꺾어놔야 오늘 경기가 편안해져요.

    투수가 말이야! 1회에는 직구만 던지는 게 기본 아니야? 초등학교 때 뭘 배운 거야! 하다 하다 평소엔 던지지도 않던 직구도 아닌 투심도 아닌 이상한 것도 던지고. 선배님. 후배 상대로 그러는 거 아닙니다.

    - 7구. 포수와의 사인이 길어집니다.

    - 1회부터 던질 수 있는 공 다 던지고 있어요. 결정구가 안 통하거든요. 배터리의 머리가 복잡해지죠.

    - 7구. 김소전이 퍼 올립니다! 우중간을 가르는 김소전의 타구! 타자 2루를 크게 밟고 3루를 노립니다.

    - 무모해요!

    - 유격수 공 잡아서 3루로! 던지지 않습니다.

    - 아쉽네요. 중견수의 송구가 많이 벗어났어요. 안 던진 게 잘한 거죠.

    뭐래도 해야겠기에 달렸다. 지금처럼 3루 가기 부족한 타구라면 분명 중견수에 있는 쓰레기 놈은 대충 잡아서 대충 내야로 던질 게 뻔하기에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주자가 3루로 뛰는데 2루로 치우쳐서 날아오는 송구. 그럴 거면 2루수가 커버들어간 2루까지 다이렉트로 던지던지…. 아니지, 그러면 최강훈이 아니지

    어쨌든 난 최소한 내 할 일은 했는데…. 감독님 이제 어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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