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33화 (133/204)

133화. 파훼법

치열한 순위경쟁이 끝나고 가을야구가 시작된다. KBO리그의 신기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가을야구 규칙은 그중 더 독창적이다.

팀이라고 해봐야 꼴랑 10개 팀. 그중에서 절반인 다섯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포스트시즌에서 치러지는 최대 19게임으로 최종순위가 결정된다.

시즌 중에 144경기를 얼마나 잘 치렀는지는 그저 가을야구를 하려는 전초전일 뿐 모든 승부는 가을야구에서 결정을 지어야 한다.

그 말은 맨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팀이라도 언제나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 KBO 출범 이래 가장 치열했던 페넌트레이스를 치르고 살아남은 팀들의 잔치. 그 첫 번째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지금 잠실에서 벌어집니다.

기분이 안 좋다. 마지막 경기 이기고 한 경기라도 덜 해보고 우승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마지막에 치사하게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승부를 피한 소심한 녀석들…. 그 녀석들을 다시 만나야 하니 기분이 더 더럽다.

이 더러운 기분 모두 쏟아부어 이 경기 반드시 이겨버릴 테다

- 와일드카드 결정전. 4위 랩터스와 5위 드래곤스가 만났습니다.

- 마지막 경기에서 혈투를 벌인 양 팀이 하루 쉬고 다시 만났어요. 최종전에서 일격을 당한 랩터스가 이를 갈면서 나왔거든요. 드래곤스의 대응이 궁금해집니다.

- 시즌을 5위로 마친 드래곤스는 두 경기 4위 랩터스는 한 경기만 이기면 됩니다.

- 4위 팀의 어드벤티지죠. 1패를 안고 경기를 해야 하는 드래곤스는 후회가 남지 않게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합니다.

최근에 우승만 하다가 4등을 해서 그런가? 구단이 가을인데도 도무지 뭘 할 생각이 없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면 특별 굿즈도 만들고 이벤트도 하고 뭐 그런 것들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심지어 가을야구에 나눠주는 깃발도 작년에 남은 재고 같은 것만 드문드문 보인다.

이래서야 야구할 맛이 나나. 기분이 더욱 더러워져 오늘 경기 부숴버릴 거다.

- 오늘의 투수들입니다. 랩터스의 이진호, 드래곤스는 피터슨이 선발로 출전합니다.

- 피터슨은 3일 쉬고 출전, 이진호는 시즌 중 롱릴리프였어요. 큰 경기에 이진호 선발. 시즌 마지막에 선발투수들을 많이 쓴 김민중 감독의 고육지책이에요

- 로테이션상 오스틴 선수가 가능했음에도 이진호 선발입니다.

- 오스틴 선수도 후반기에 구속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랩터스에서는 힘 있는 드래곤스 타자들 상대하기는 이진호가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일 년을 고생해서 4등. 내가 진짜 이 악물고 마지막에 달렸는데도 4등. 경준이 없어 우승 못 했다는 소리 들을까 봐 두 시간씩 더 일찍 나와 훈련했는데도 4등.

억울하다. 더 올라갈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더 올라갈 거다.

- 경기 시작됩니다. 랩터스의 이진호 와일드카드 결정전 첫 공을 던집니다. 바깥쪽 스트라이크. 평소보다 더 힘 있는 공을 보여주는 이진호입니다.

- 팀에 궂은일 해주는 선수예요. 선발이면 선발, 중간이면 중간 팀이 필요할 땐 어디든 채워줄 수 있는 선수죠. 수비에선 김소전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면 투수진에선 이진호가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음…. 오늘 선발투수는 공이 괜찮네. 진호 선배. 5회만 버텨봅시다. 그다음은 감독이 벌떼 작전으로 어떻게든 막겠지.

- 2루수 민수경 잘 잡아서 1루 송구 아웃. 쓰리아웃. 공수가 교대됩니다.

-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이닝을 잘 막아내는 랩터스였어요. 이런 기운을 공격까지 잘 끌고 가야 합니다.

상대도 내일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처절하게 달라붙지만 우리 팀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다. 하위 팀에 업셋은 없다는 각오로 싸운다.

- 랩터스의 공격입니다. 1번 타자 시즌 40-40의 주인공 김소전입니다.

- 랩터스 공격의 시작이자 끝인 선수예요. 드래곤스는 이 선수를 막아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날 보고 기분 나쁘게 웃는 투수. 뭐냐? 그 웃음은?

- 많이 빠집니다. 볼. 볼이 연속으로 들어옵니다.

- 의도적이에요

- 1회 초 선두타자입니다

- 어차피 내보낼 거라면 볼넷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뭐하냐? 너희 지금 뭐 하냐?

- 스트레이트 볼넷. 드래곤스의 피터스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경기를 시작합니다.

- 일어나지만 않았지 사실상 고의사구거든요. 이게 드래곤스의 필승전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이가 없네. 1회 초 1번 타자를 일부러 내보내는 경우가 어디 있어!

- 랩터스의 2번 타자 라정안입니다.

- 발 빠르고 작전 능력 좋고 때때로 갭파워도 보여줄 수 있는 라정안이죠. 1루에 김소전을 두고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봐야겠어요

살짝 화가 난듯한 표정의 주장. 배트를 길게 잡고 빈스윙을 크게 해보며 무력 시위를 벌인다.

- 1루 주자 김소전. 리드를 길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 김소전에게 장타를 안 맞겠다고 이런 전략을 짜온 것 같은데…. 글쎄요. 김소전은 단독 도루가 가능하거든요. 이번 시즌 도루만 43개를 기록했어요.

너네는 뭔가 생각을 크게 잘못했다. 지금 선발로 올라와 있는 피터슨. 퀵모션이 빠르다고 알려져 있어서 나를 내보내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그건 틀렸어.

왜냐하면 말이지….

- 라정안 우익수 앞에 안타! 1루 주자 2루 돌아 3루까지! 타자주자 1루에서 멈춥니다. 무자 주자 1, 3루! 시작부터 좋은 기회를 잡는 랩터스!

- 몰렸어요. 공 가운데로 몰렸죠. 라정안 선수가 놓치지 않고 잘 받아쳤네요

피터슨은 빨라지는 슬라이드 스텝만큼 공이 쓰레기가 되거든…. 그러면 맞아야지

- 주자 1, 3루. 다음 타자는 황경철입니다.

- 오늘 1루수로 출장했어요. 황경철 기복이 있긴 하지만 한방은 확실히 있는 선수거든요. 조심해야 합니다.

음…. 국산 선풍기…. 괜히 리드를 길게 가져가지 말고 베이스에 붙어있어야지

- 황경철의 타구 높이 뜹니다. 중견수 낙구 위치 포착. 잡았습니다. 3루 주자 스타트! 여유 있게 들어옵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선취점을 가져오는 랩터스. 점수 쉽게 뽑아내고 있습니다.

드래곤스 칼 갈고 나왔네. 태업하면서 살짝 천천히 뛰었는데 홈까지 공 연결을 안 하고 주장이 2루 가는걸 지키고 있다니.

저렇게 똑똑한 팀이 아닌데…. 알고 한 거야? 아니면 유격수가 중계플레이를 못한 거야. 후자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이러면 계산이 안 서는데

- 1사 주자 1루. 랩터스의 4번 타자 조영근입니다.

- 전 경기 때랑은 확연히 다른 조영근이지만 여전히 무서운 타자예요

- 이번 시즌 성적이 안 좋다고는 하지만 잠실에서 20홈런을 기록했습니다.

- 시즌 90경기 출장하면서 만들어낸 성적이거든요. 쉽게 들어가면….

- 조영근의 타구! 펜스를 넘어갑니다! 1회부터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랩터스! 시즌 마지막 경기 패배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경기 초반부터 몰아치고 있습니다.

- 조영근식 타격이에요. 공을 끝까지 보고 부드럽게 쳐내거든요. 저런 타격이면 앞으로 10년은 더해도 되겠어요

할아버지…. 왜 저래…. 미친 거 아닌가? 분명히 배트 속도가 공을 때려낼 속도가 아닌데 공이 오는 길을 알고라도 있었다는 듯 미리 가서 공을 때려내다니….

경험치가 쌓이면 저렇게 되는 건가…. 내가 번트 댈 때 공 오는 길을 보듯이 홈런타자는 공을 볼 수 있는 건가….

저런 타격은 존경심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네….

- 경기 끝. 3:13 랩터스의 완승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났습니다. 2028 드래곤스의 시즌 여기서 끝났습니다만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만드는 이번 시즌이었습니다.

-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드래곤스가 5위까지 올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잘했어요. 이 전력으로 최고의 성적을 올렸어요. 드래곤스 충분히 좋은 시즌을 보냈어요. 박수쳐주고 싶네요

우리 할아버지들 장점이라면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 한방에 물어서 잡는 것이다. 1회부터 드래곤스 선발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있는 힘 없는 힘 끌어다 끝내버렸다.

첫 경기 이기면서 이틀 쉬는 건 좋은 일인데…. 할아버지들이 오늘 힘을 다 끌어썼으니 1주일 안식일을 가질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 3위 소닉스와 4위 랩터스가 잠실에서 만났습니다. 누군가는 상대를 이기고 올라가야 하는 잔인한 경기. 한 지붕 두 가족의 준플레이오프 시작됩니다.

여지없다. 가을야구라고 아드레날린을 확 쏟아부어 경기를 치른 할아버지들이 또 잔 부상에 시달린다. 퐁당퐁당 쉬면서 경기하고 있는데도 아프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아프다는데 어쩔 거야…. 고육지책으로 어린 선수들이 가을야구에 등장한다.

- 랩터스의 라인업 파격적입니다. 소닉스 맞춤형 타선을 들고나왔습니다.

- 소닉스의 브리지 선수가 좌타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거든요. 1번부터 7번까지 전부 좌타자로 배치했어요.

- 이러면 경기 후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그때는 대타를 사용할 수 있거든요. 랩터스의 쟁쟁한 베테랑들이 전부 벤치에 앉아있어요. 김민중 감독의 용병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기대가 됩니다.

뒤 타자들을 보니 기대가 딱히 되지 않는다. 결론은 내가 잘해야. 내가 잘해야 한다. 처음부터 확실히 기선 제압을 해야 한다.

- 김소전의 잘 맞은 타구! 우익수가 워닝트렉에서 잡아냅니다.

- 소닉스의 시프트가 좋았어요. 잘 쳤는데 잘 잡았습니다.

아…. 때린 모든 타구가 안타가 될 순 없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아웃이 되면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다. 어째 기분이 별론데….

- 1회 초를 잘 막은 소닉스의 1회 말 공격이 시작됩니다.

- 브릿지 선수 컨디션 좋죠. 랩터스의 좌타라인을 체인지업을 사용해서 잘 막아내고 있어요

소닉스 외국인 투수는 컨디션이 최상인데…. 우리 팀 외국인 투수는 왜 이러냐….

- 펜스 직격! 3루 주자 득점! 1루 주자 3루까지. 소닉스의 타선 불이 붙었습니다.

- 투수 바뀌네요. 1회에 투수가 바뀌면 힘들어요

- 4실점. 아웃카운트 두 개만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글렌츠. 랩터스 힘겨운 경기 시작입니다.

그나마 중견수가 공을 잘 쫓아가서 4점이었지 1루 주자까지 들어올 뻔했다. 1회부터 터지는 경기…. 이렇게 지면 내일 더 힘든데….

- 8:0 8점 뒤져있는 랩터스의 3회 말 공격. 9번 김정하부터 시작입니다.

- 랩터스 아직 3회거든요. 천천히 쫓아가야 합니다.

가자. 아직 7이닝이나 남았는데 한점씩 쫓아가다 9회에 두 점 내면 동점이다.

- 볼넷. 브릿지. 김정하에게 볼넷을 내줍니다.

- 제구가 안 잡히나요? 그러기엔 너무 노골적인데요.

뭐 하는 짓이지? 내 앞에 주자를 쌓아준다고? 이래도 되나?

- 다음 타자 김소전입니다.

- 김소전 랩터스의 반격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타석에서 투수를 바라보는데…. 저놈…. 눈빛이 이상하다

- 볼넷. 연속타자 볼넷이 나옵니다.

- 이번에도 노골적이었어요. 서 있지만 않았지 고의사구에요

뭐냐? 너희들….

- 무사 주자 1, 2루. 랩터스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소닉스의 계획이 뭔지 모르겠네요

너…. 지금 뭐하냐?

- 초구 스트라이크. 153 빠른 직구가 들어왔습니다.

- 브릿지 선수 주자를 신경을 안 쓰고 와인드업으로 공을 던졌어요. 이게 무슨 작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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