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32화 (132/204)
  • 132화. 정규리그 종료

    마지막 홈경기. 3, 4등 순위가 걸려있는 데다가 내 200안타가 걸려있는 경기인데 팀에서 아무것도 안 한다.

    암흑기 때 꼴찌탈출 기미만 보여도 경품 이벤트하고 버스 광고까지 하던 구단은 어디 가고 성적 좀 난다고 3등, 4등 따위는 감흥이 없는 구단.

    올챙이 적 기억 못 하는 개구리는 오래 못 가는 법인데…. 이게 다 구단주 형이 안 보여서 이러는 거다. 구단주 형…. 랩터스 사랑한다더니…. 어디 간 거야….

    구단이 행사를 안 해도 팬들의 마음은 그런 게 아니다. 시즌 마지막 경기임에도 아무런 행사를 안 한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이 자체적으로 이벤트를 준비한다.

    선수들이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 이후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영근과 강정상을 위해 팬들이 선거 때나 쓰는 모니터 달린 트럭을 공수해 와 경기 시작 전부터 영상을 틀어댄다.

    트럭 앞에 삼삼오오 모인 팬들이 목이 터지라고 응원가를 불러대기 시작한다.

    3등을 하든 우승을 하든 이미 그런 건 안중에 없어진 랩터스 팬들. 입장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경기장에 들어갈 생각도 안 하고 주차장에서 술판을 벌인다.

    “라인업 나왔다.”

    감독 놈…. 제정신이 아니다. 시즌 마지막 경기. 3등 순위가 걸려있는 경기에…. 이런…. 미친 라인업을….

    - 2028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드래곤스와 랩터스의 경기 잠실에서 보내드립니다.

    -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이 치열하죠. 양 팀 다 반게임 차 3등과 5등이거든요. 지는 팀은 상황에 따라 순위가 밀릴 수도 있어요.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돼요

    - 1회 초 드래곤스 공격부터 시작됩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계속되다 보니 감독이 정신을 놨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따위 수비진을 꾸려줄 수가…. 있을 리가 없잖아.

    - 랩터스 수비위치입니다. 투수 최선영, 포수 김정하, 1루수 정현기, 2루수 박재호, 3루수 라정안, 유격수 김소전, 좌익수 조영근, 중견수 박동수, 우익수 황경철, 지명타자 노아입니다.

    - 오늘 출전선수들만 봐도 랩터스의 의도가 보이죠. 그동안 고생했던 선수들 팬들께 인사를 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보입니다.

    이길 생각이 없어. 이길 생각이. 저 할아버지들 자기 위치에서 두발도 채 못 떼는데 수비를 어찌하라고….

    - 실점합니다. 최선영 아쉬워합니다.

    - 우익수 황경철의 수비가 아쉬웠어요. 최근에 1루로 나오다 보니 외야 수비가 어색해하네요

    원래도 수비가 안 좋은 황경철 선배가 휘어 나가는 타구에 만세를 부르며 선취점을 내준다. 야구가 공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비가 중요한 것인데…. 어휴…. 이딴 라인업을 짠 감독이 문제지….

    - 하지훈 잡아당긴 타구! 유격수 김소전 글러브에 빨려 들어갑니다. 2루 주자! 걸렸습니다. 김소전 태그 아웃! 아웃카운트 두 개가 한꺼번에 올라가면서 1회 초 드래곤스의 공격 끝이 납니다.

    - 김민구 빠졌다고 봤어요.

    - 성급했습니다.

    - 성급하긴 했지만 저 타구에 안 뛸 주자는 없죠. 랩터스의 김소전 선수가 잡은 게 대단한 거예요

    내 근처에 오는 건 무조건 잡는다. 나라도 잡는다. 나 진짜 경기하기 싫다고. 지금도 죽을 것 같은데 경기 수 늘릴 수 없다고!

    - 선취점을 뺏긴 랩터스의 1회 말 공격입니다. 1번 타자 김소전부터 시작되는 타선입니다.

    - 1회 초 수비에서 대단한 캐치를 보여준 김소전이죠. 공격에서도 역할을 해줘야 하는 김소전이에요

    덕아웃에 들어가서 잽싸게 이온 음료 한잔을 마시고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다시 나왔다. 시즌 마지막 경기. 가을야구가 확정되어 있기에 진짜 마지막 경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상징이 있다.

    타석으로 걸어가는데 가득 들어찬 관중석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우리가 성적이 좋던 안 좋던 항상 보러 와주는 관중들. 잘하든 못하든 소리높여 응원가를 불러주는 랩린이들. 그 사람들을 위해서도 질 수 없다. 감독이 이따위 라인업을 꾸려도 나는 팀을 승리로 이끌어 갈 거다.

    - 드래곤스의 선발투수 하워드 선수입니다.

    - 드래곤스도 오늘 이겨야 내일이 있어요. 1선발 하워드 선수가 나와 있지만, 뒤에 투수진 전부가 준비되어 있어요

    타석에서 연습 투구하는 투수를 보니 저 투수 5회 이상 아니 3회 이상 공 던질 생각이 없다. 연습 투구도 전력으로 때려 박는 공. 지금이 1회가 아니라 9회 말 투아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을 해야 할 때다.

    - 10년 만에 40-40을 기록한 김소전이 랩터스의 1번 타자로 나섭니다.

    - 대기록이죠. KBO에서는 단 한 번.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4번만 나온 기록이에요. 한 시즌 동안 리그를 지배했어야 이룰 수 있는 기록이거든요. 여러모로 대단한 시즌을 보낸 김소전이에요

    타석에 들어가 신중하게 타석을 고르고 살짝 몸을 풀어본다. 긴장한 표정의 투수. 얼굴만 봐도 강하게 더 강하게 던질 것이 확실하다. 초구부터 대들어야 한다.

    - 파울! 1루 라인을 살짝 넘어가는 파울입니다.

    - 몸쪽에 강하게 붙였어요. 배트 안쪽에 맞으면서 파울이 났거든요. 노리고 잘 던졌어요

    아오. 아프다. 공을 정타로 때려야 기분도 좋고 한 거지 배트 안쪽에 맞으면서 손이 울린다. 아픈 티 내지 말아야 하는데 너무 아프네. 장갑에 패드를 더 대야 하나.

    - 김소전 타석을 벗어나 잠시 숨을 고릅니다.

    - 방금 타구를 때리면서 손목이 좀 울린 것 같죠.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굉장히 아픕니다.

    - 김소전 타석에 들어옵니다.

    숨 좀 고르고 다시 타석에 들어간다. 첫 공을 보면서 느낌이 확실히 온다. 힘으로 찍어누르려고 들어온다. 코스를 정확히 확인하고 대비해야 한다.

    - 김소전! 승부의 균형을 맞추는 솔로포! 1:1 동점을 만들어내는 김소전의 홈런이 나왔습니다.

    - 이 선수 경이롭네요. 후반기 들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나타났어요. 9월에 홈런 7개를 몰아치더니 경기가 띄엄띄엄 있는 10월에는 5개를 몰아쳤어요. 허허허

    힘들어서 시간이 갈수록 몸에 힘이 빠지니 타구가 더 잘 맞는다. 예전부터 선배들이 힘 빼고 쳐라. 힘 빼고 쳐라 한 게 점점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어쨌거나 우선 동점을 만들어 놨으니 다시 수비 잘하다가 뒤집으면 된다.

    - 랩터스 1회에 김소전의 솔로홈런 포함 2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어냅니다.

    - 치열하죠. 오늘 경기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

    - 오늘 드래곤스가 이기고 랩터스가 지면 소닉스 결과에 따라서 하루 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날 수가 있습니다.

    - 랩터스 입장에서는 끔찍한 결과죠.

    - 반면에 드래곤스가 지고 재규어스가 이기면 드래곤스의 이번 시즌은 여기서 끝일 수도 있습니다.

    - 그건 드래곤스에게 악몽이겠어요

    뒤집었다. 점수를 뒤집었으니 지켜내면 된다. 지켜보자

    - 오늘 경기 정신이 없습니다.

    - 서로 물고 물리는 경기죠. 양 팀 팬들은 우황청심환이라도 준비하셨나 모르겠어요

    한국시리즈도 이렇진 않을 텐데…. 쫓아가면 점수를 내주고 쫓아가면 점수를 내주고…. 이닝이 거듭될수록 피가 마른다.

    - 6회 말 10:6 드래곤스가 한점 앞서있는 가운데 랩터스가 반격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2사 주자 만루. 타석에 김소전

    - 오늘 홈런 한 개 2루타 하나를 기록하고 있는 김소전이에요. 10월 타격감 좋거든요. 드래곤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배트를 내미는 족족 공이 달라붙는다. 오늘 된다는 확신. 이번에도 풀스윙이다.

    - 투수코치 올라옵니다.

    - 바꾸나요? 그냥 두네요

    - 4점 차 랩터스의 순위가 김소전에게 달려있습니다.

    쏟아지는 함성. 꽉 들어찬 베이스. 타석에 들어가 투수가 던지는 공에 기계적으로 배트를 돌려낸다.

    - 잡아당긴 타구! 잠실구장 하늘 높이 뻗어 올라갑니다.

    - 넘어가는 건 확실하고 파울이냐 아니냐가 중요해집니다.

    몸쪽에 붙어오는 공을 앞발을 살짝 더 열면서 잡아당겼다. 페어로 떨어지든 파울로 나가든 무조건 강하게 때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잡아당겼다.

    몸 중심 앞에서 맞아 나가는 공. 임팩트에서 살짝 들어 올린 손목으로 공이 평소보다 더 큰 발사각으로 하늘을 가른다.

    - 넘어갔습니다. 1루심 페어를 선언합니다.

    - 김소전 만루홈런까지 치네요. 팀을 홀로 이끌어가는 김소전이네요

    - 비디오판독 신청됩니다.

    - 폴대보다 위로 넘어갔지요. 기다려 봐야겠네요

    베이스를 돌아 들어오는데 심판들이 오밀조밀 모여 헤드셋을 착용한다. 파울여부 확인하는 것 같은데…. 내 느낌이 무조건 넘어갔거든요

    - 원심 유지됩니다. 10:10 두 팀의 시즌 마지막 경기 랩터스가 따라가는 만루홈런을 쳐내며 균형을 맞춥니다.

    동점 남은 이닝은 이번이닝 포함 4이닝. 내 타석이 무조건 한 번 이상 더 온다. 충분하다.

    - 엎치락뒤치락 양 팀의 피 말리는 한판 승부. 8회 초 한점을 도망간 재규어스가 8회 말 수비에 들어갑니다.

    - 내일이 없는 경기들을 하고 있어요. 어느 팀이든지 이번 경기 지는 팀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우리 팀 할아버지들 어쩐 일로 공격이 되나 싶었는데 수비에서 계속 기록되지 않는 실책을 저지른다. 6회가 넘어가면서 은근슬쩍 교체되는 선수들. 문제는 새로 들어온 어린 선수들은 관중들의 함성소리에 눌려 작아져 버린다.

    얘들아…. 형 힘들다고…. 좀 도와줘라.

    - 8회 말 주자 1루. 타석엔 오늘 랩터스의 공격을 만들어 내는 김소전입니다.

    - 재규어스 고민이 많아지겠어요. 승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오늘 홈런 포함 멀티히트 경기를 하는 선수가 부담될 수밖에 없어요.

    점수 차는 1점. 주자는 1루. 어차피 주자의 발이 느리니 어지간한 타구로는 답이 없다. 그냥 멀리 쳐야 한다. 할 수 있다…. 가 아니네….

    - 지금 무슨 일입니까?

    - 고의사구죠

    - 주자 1루에 두고 고의사구가 나왔습니다.

    - 그만큼 김소전이 부담스럽다는 거예요. 주자를 2루에 보낼 만큼 타자가 부담스럽다는 거거든요.

    뭐냐?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 1점 차에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져다 놓겠다고? 이게 사람이 할짓이냐

    - 더블플레이. 강현섭선수가 잘 잡아 3루를 먼저 밟고 더블플레이를 만들어 냅니다.

    - 재규어스의 작전이 성공했어요. 무모하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그걸 성공시킵니다.

    병살을 당해도 지금은 아닌데 팀분위기에 찬물을 확 뿌리는 병살이 나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 9회 말 투아웃 무사 주자 없는 가운데 노아 선수 타석에 들어옵니다.

    - 성급하게 덤비지 말고 다음 타자에게 연결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임하면 돼요. 어설프게 힘으로 붙으면 이기기 쉽지 않아요

    - 삼진! 노아 선수 삼진으로 경기 끝. 이렇게 2028 정규리그가 마무리됩니다.

    져…. 졌다. 8회까지는 그래도 꿈틀거리라는 것도 하고 그랬는데 이번엔 처참하게 그냥 졌다. 지면 안 되는 경긴데…. 그냥 졌다. 허탈감이 몰려온다.

    - 이 경기 결과로 순위에 변동이 있습니다. 3, 4위 순위가 변경됩니다. 3위 소닉스, 4위 랩터스, 5위 드래곤스가 확정되었습니다.

    홈팬들 데리다 놓고 마지막 경기 패…. 이 더러운 기운으로 내일 하루 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야구 참 마음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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