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31화 (131/204)

131화. 마지막 발악

외롭다. 인생은 외롭다지만 내 얼마 안 되는 연락하는 사람들 얼굴을 보기 힘드니…. 외롭다.

경기장에 나와 매일 보는 선수들을 만나지만 맘 터 넣고 이야기할 경준이도 없고, 가끔 예술영화 이야기할 구단주 형도 언제부턴가 연락이 안 되고…. 점점 외롭다.

외로움을 잊으려 훈련을 하고 또 한다.

“와… 소전이형 오늘도 나보다 일찍 나와 있어.”

“저 형은 잠도 안 자냐?”

“훈련장에서 잔다는 소문이 있어.”

“왜 연봉도 많이 받는데 왜 저래?”

“빚이 많다잖아. 연봉이 4억이 넘는데도 못 갚는 거 보면 수백억 빚졌나 봐”

훈련 시간에는 후배들이 자꾸 귀찮게 굴어 점점 더 아침에 일찍 나오게 된다. 사람별로 없는 시간 나 혼자 치고 치고 또 친다.

- 순위 싸움이 치열한 2028 프로야구.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이어집니다.

- 이제 마지막이에요. 지금 무너지면 너무 아쉬워요

- 썬더스가 1위를 거의 확정지은 가운데 2위부터 4위까지 두 게임, 5위부터 7위가 3게임 차로 붙어있습니다.

- 4위와 5위는 조금 벌어져 있죠. 2위 워호스 3위 소닉스 4위 랩터스는 최대한 성적을 끌어올려야 해요. 지금 한두 경기 지고 포스트시즌에 5경기 이상을 더하는 일이 생겨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치고 달린다. 괜히 경준이 없어서 졌다는 이야기도 듣기 싫고 구단주 형이 사고 쳐서 랩터스가 망했다는 얘기도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한다.

나는 죽어라 하는데 그래도 쉽게 올라가지 않는 팀 성적…. 지치고 힘들어지지만 이제 몇 경기 안 남았다. 끝날 때까지 달린다.

- 5회 초 스코어 2:3 1사에 주자1루. 타석에는 김소전.

- 동점주자가 1루에 있어요. 오늘 투수 구위 좋거든요. 김소전앞에 주자가 있을 때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야 해요

올림픽 브레이크 한 달을 쉬었는데도 시즌 막판이 되자 체력이 고갈돼 버린 할아버지들. 지명타자나 대타로는 어떻게든 써보겠는데 수비가 아예 안되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경기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아무리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라고는 해도 기본적인 경험 부족은 시간 말고는 해결이 안되는 법. 꼭 해줘야 할 찬스를 어린 친구들에게 맡기기는…. 불가능하다.

그 말은…. 내 앞에 걸리는 얼마 안 되는 찬스, 찬스같이 않은 찬스라도 무조건 해결을 해야 한다.

- 김소전 쳤습니다!

- 무모했어요

- 크다. 크다. 크다. 김소전의 역전투런홈런~ 9월 마지막 경기에서 36번째 홈런을 때려냅니다

- 요즘 김소전선수를 보면 말이죠. 책임감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아요. 필요할 때마다 결론을 내주고 있어요

역전이다. 투수놈들아 니들이 그렇게 원하는 점수를 뽑아줬으니 좀 지켜라!

- 랩터스와 워호스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광주에서 보내드립니다.

- 순위 싸움 치열해요. 오늘 랩터스가 이기면 순위가 바뀌거든요. 2위와 4위가 순위가 바꿔요

지금까지 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는 체력이 떨어진 게 느껴진다. 그 말은 내가 전 시즌들은 대충 살았다는 뜻인데…. 안 되겠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 2루타! 김소전의 2루타가 터집니다.

- 1회 초에도 잘 맞은 타구가 시프트에 걸렸거든요. 이번엔 시프트를 무시하고 쳐내네요. 후반기의 김소전은 막을 방법이 없어요

공을 좀 치니까 나를 상대하는 투수들의 볼 배합이 오히려 단순해진다. 실투가 아닌 이상 존안에 들어오는 건 없고 둘 중 하나다. 바깥쪽 흘러나가는 공. 아니면 몸쪽 높은 공.

내가 공부는 안 했지만 찍는 능력 하나로 반에서 중간은 했다. 심지어 집중하면 대충 구종도 보이는데…. 그러면 쳐야지

- 2028 KBO리그 마지막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누구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순위 싸움. 그 끝을 확인하기 위해 두 팀이 만났습니다. 잠실에서 펼쳐지는 한 지붕 라이벌전. 랩터스와 소닉스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 반 경기 차 3, 4위 이번 경기 이후 양 팀 다 마지막 경기 한 경기만 남아요. 무조건 이겨 놓고 생각해야겠어요

두 경기 남았다. 두 경기 남았는데 팀에 멀쩡한 선수가 하나도 없다. 베테랑들은 체력이 고갈돼서 쓰러져있고 신인급 선수들은 순위에 대한 압박에 멘탈이 붕괴되서 바보가 됐다.

그나마 선발들이 버텨주니 다행이긴 한데…. 이제 선발들 구위도 기대하면 안 되는 수준이고…. 그냥 버텨야 한다.

- 1회 초 랩터스의 선공. 1번 타자 김소전입니다.

- 이번 시즌 MVP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전 이 선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랩터스 팬들은 이 선수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겠어요

- 김소전. 이번 시즌 타율 3할 8푼 5리 193안타 39홈런 43도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두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200안타도 가능하고 40홈런도 가능해요. 이보다 완벽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요? 대단한 시즌을 보낸 김소전이에요

이겨야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져. 오늘 이기고 하루 쉬고 모레도 이겨서 3등 해야 한다. 이기지 못하면 또 하루 쉬고 와일드카드전 해야 한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 한 경기라도 덜해야 한다. 아니면 진짜 몸이 부서질 거 같아.

- 영혼의 라이벌 소닉스와 랩터스의 경기. 경기 마지막까지 치열합니다.

- 양 팀 다 내일이 없는 경기를 하고 있어요. 이 경기 지면 후유증이 상당할 거 같아요

징그러운 놈들. 적당히 하자. 우리 감독이 멍청해서 교체선수도 다 썼단 말이야…. 힘들어….

- 8회 말 랩터스 기회를 잡습니다. 상대 투수 제구력 난조를 틈타 역전주자까지 나가는 랩터스

- 강민기 선수 갑자기 흔들렸어요. 그만큼 중압감이 심하다는 거예요

5:4 주자 1.2루. 우리 8, 9번 타자들이 잘한 게 아니라 가만히 눈 감고 있는데 볼이 연속으로 들어와서 베이스를 채웠다. 어쨌거나 내 앞에 걸린 찬스. 내가 쉬고 싶으니 쳐야 한다. 무조건 친다.

- 지난 3회 말 2루타를 하나 쳐낸 김소전이 역전주자를 놓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 마지막까지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는 김소전이에요. 1사 주자 1, 2루거든요. 소닉스 생각을 잘해야 해요

친다. 친다. 무조건 친다.

- 김소전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전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 마지막 경기가 있지만, 오늘 맞대결이 중요해요. 오늘 이겨야 기세로 마지막 경기 이길 수 있거든요. 중요한 경기 승부처에요

볼넷으로 주자를 두 명 내보낸 투수가 내려가고 마무리가 올라왔다. 8회 말 한 점 차. 이 상황에서 승부를 피할 상황도 아니고 마무리가 올라온 이상 무조건 나를 잡아내려고 붙겠지.

그러면 나는 들어오는 공. 그 공 하나만 잘 노려치면 된다.

- 초구 높은 쪽 날카롭게 파고들었습니다.

- 김소전선수 반응을 안 했어요. 조금 높았다고 본 거 같아요

뭐야? 이게 들어왔다고? 높았잖아. 하도 어이가 없어 심판을 한번 바라보았다.

- 김소전 불만스러운 표정입니다.

- 조금 높게 본 것 같아요. 그래도 잊어야죠. 예민하게 반응해봐야 좋을 게 없어요

내가 째려보자 심판이 잠깐 움찔한 듯하지만 곧 표정을 다시 고치고 나한테 뭐라고 한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왜 성질을 내. 지금 성질낼 게 누군데….

- 타자 타석에서 벗어났다 다시 들어옵니다.

- 긴장이 될 때는 저렇게 잠깐 숨 고르고 들어오는 것도 좋은 작전이에요

심호흡을 한번하고 다시 타석에 들어가 투수를 바라본다. 아닌 척 껌을 씹지만 긴장한 거 티가 나는 투수…. 너나 나나 더 냉정한 놈만 살아남는 거다.

- 볼. 높은 쪽 볼입니다.

- 아까랑 비슷한 코스였는데 조금 더 높다고 봤어요.

놀래서 주심을 바라봤다. 분명 아까보다 낮았는데 이번엔 볼이다. 코스가 좋아서 투스트라이크 이전에는 안치려고 보고 있었는데 이번엔 볼이라니…. 이러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거야

- 강수현 선수 불만 있어 보입니다.

- 지금 판정도 좀 애매했거든요. 주심이 존을 명확하게 잡아줄 필요가 있어요. 이러면 선수들 힘들어져요

서로 하나씩 주고받은 볼카운트. 눈치를 보아하니 투수도 다시 높은 쪽에 공던지기를 주저하는 모양새다. 그러면 뻔하지, 바깥쪽 흘러나가는 공. 우투수인 너는 분명 체인지업을 바깥으로 흘려보낼 것이다.

- 투수 포수와의 사인이 길어집니다. 사인 교환 끝내고 투구동작에 들어갑니다.

- 중요한 순간이에요. 양 팀 팬들 손에 땀을 쥐겠네요

투수가 멈춤 동작에 들어간다. 멈춘 후 앞발이 들어가는 순간 모든 신경을 투수의 손끝에 맞춘다. 주자가 있어 슬라이드 스텝을 할 뿐 뭘 집어던지려는지 상체 움직임은 와인드업이랑 다를 바가 없다.

쭉 뻗어 나오는 다리. 머리 위로 뒤로 쭉 끌어당겨졌다 활처럼 쏘아져 나오는 팔. 이때까지 몸 뒤에 숨어있던 손이 탑포지션에서 깜짝하고 나타난다. 순간 보이는 OK 모양. 딱이다.

- 배트 돌았습니다. 바깥쪽공을 결대로 때려낸 타구! 중견수! 좌익수 따라가기를 포기합니다! 담장 뒤로 사라진 공! 김소전 자신의 40번째 홈런을 시즌 143번째 경기에서 쏘아 올립니다! 40-40! 2015년 이후 명맥이 끊겼던 40-40 클럽에 가입하는 김소전! 왜 팬들이 소전 랩터스라고 부르는지 증명하는 홈런입니다.

- 이거 크네요. 우리 선수가 40-40을 할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김소전선수 40-40을 기록하네요. 그리고 40번째 홈런을 3, 4위 순위를 바꾸는 홈런이에요. 스타예요. 스타

구종알고 로케이션도 알고 타이밍까지 맞췄으면 때려야지. 프론데. 직구처럼 날아오는 공을 보다가 꺾이는 걸 확인하면서 손목을 들어 올렸다. 공이 분명 맞기는 맞았는데 아무런 울림이 없는 배트. 이건 뭐…. 갔다.

8회에 때린 쓰리런이 결승점이 되어 순위가 바꿨다. 그 홈런치고 맞은 어깻죽지가 아직도 아프지만 이긴 게 어디고 3등이 어디냐. 이겼으니 됐고 빨리 스트레칭만 하고 자고 싶다.

- 오늘 역전 결승 홈런을 때린 랩터스의 김소전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끝나자마자 도망치려다 잡혔다. 홍시 누나가 인터뷰할 때 생각 좀 하고 말하라고 그랬는데…. 적당히 얼버무리자

- 김소전선수 40-40을 달성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아. 맞다 오늘친 홈런이 40번째였지. 아까 그래서 더 맞았지….

“좋은 팀에서 좋은 팬들과 함께해서 할 수 있었습니다. 다 팬분들 덕분입니다.”

- 랩터스 팬분들 김소전선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걸 몸으로 느끼시나요?

느끼지…. 야구파크 들어가면 나 칭찬하기 낯간지러우니까 욕하는 거 다 보는데…. 그래도 우리 엄마 안부는 그만 좀 물어라.

“랩터스 팬분들이 더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음…. 내가 생각해도 좋은 대사였다.

- 팬들이 김소전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네요. 40-40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데 지금 순위 싸움이 급해서 그것부터 물어보겠습니다. 오늘 이기면서 3위가 됐습니다.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어떻긴…. 개판이지…. 지금 여기가 병원인지 야구팀인지 모르겠는데….

“선수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경기 이기고 3등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팬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우승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다른 선수가 아니라 김소전선수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마요… 뻥카에요…. 보아하니 소닉스도 선수들 다리 풀린 게 마지막 경기 지게 생겼어요. 우리도 지고 소닉스도 지고…. 우린 3등. 이게 최선입니다.

- 김소전선수 40-40을 하고 나니 기록이 하나 더 눈앞에 보입니다. 시즌 안타 몇 개인지 알고 계십니까?

안타? 오늘 두 개 쳤으니까 195개?

“잘 모르겠습니다.”

- 오늘 경기까지 195개를 쳤는데 한경기 남았습니다. 200안타. 도전 가능하겠습니까?

미친놈이네…. 한 경기에 5안타를 무슨 수로 쳐

“팬분들이 응원해주시면 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경기까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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