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28화 (128/204)
  • 128화. 국정감사

    대한민국에 가장 쓸데없는 집단을 고르라면 야구팬과 국회의원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야구팬은 그래도 자기들끼리 치고받을 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분명 헌법에 국회의원들보고 법을 만들라고 했는데 좋은 학교를 나왔음에도 금배지를 달면 지식수준이 디버프에 걸리는 국회의원들은 언제나 헛짓거리를 시전한다.

    국회보다 눈곱만큼 생각하는 조직인 KBO가 2028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을 제멋대로 하려다 여론에 밀려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국가대표팀을 구성했으나 국회에서는 이걸 이해를 하지 못했다.

    왜 검증된 베테랑들이 아닌 어린 선수들을 위주로 구성을 했는지, 팀당 병역면제 받는 어린 선수들의 숫자가 다른지…. 간단하게 말해 왜 우리 팀 초 슈퍼 킹 울트라 특급 유망주는 군 면제를 못 받고 다른 팀 쩌리 망테크 노망주는 군 면제를 받는지에 대한 일부 야구팬의 의견을 엄중히 받아들인 국회가 판을 벌였다.

    “형. 그런데 우리 여기 왜 와요?”

    “나도 몰라. 오래잖아.”

    “티비로 볼 때는 몰랐는데 겁나 머네요”

    “힘들다 말 시키지 마라”

    “네 형”

    시즌이 한참 진행 중인 수요일. 국회에 참고인자격으로 불려갔다. 처음엔 국가대표 선발된 선수단 전원을 불렀는데 KBO에서 사정사정해서 서울에서 경기중인 랩터스와 재규어스 선수들만 가는 거로 합의를 봤다.

    랩터스 구단이 반발은 했지만, 대승적 차원이라는 명분에 밀린 랩터스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선수와 병원에서 치료 중인 선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결정은 자기들이 하고 나는 왜….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랩터스. 구단창단 이래 선수가 국회에 끌려가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단장이 급히 그룹 비서실로 SOS를 요청한다.

    랩터스 구단과는 달리 주간업무 회의보다 국정감사를 자주 하는 비서실에서 전담 코디네이터가 급파된다. 그리고 결과가….

    “형 그런데 꼭 이렇게 작은 휠체어를 타야 하는 거예요? 타본 적음 없지만, 병원에 엄청 편해 보이는 휠체어도 있던데 이거 너무 꽉 껴요”

    30초 전에 말 시키지 않기로 약속한 경준이가 고개 한 번 돌리더니 입을 연다.

    이놈은 멍청해서 기술도 못 배울 거야….

    “너 어제 그 무서운 아줌마 얘기 못 들었어? 이래야 말발이 먹힌다잖아.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

    “형.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주사 맞으면서 재활하는데 다리를 절단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니요. 이거 사기 아니에요?”

    “야! 누가 들어. 조용히 해. 안 그래도 홍시 누나가 목발 정도로 하자고 한 거 그 아줌마가 어설프게 할 바엔 과한 게 낫다잖아. 너 화장도 잘돼서 진짜 아파 보여”

    이제 키가 나보다 더 커서 키가 190도 넘고 몸무게도 110이 넘어가는 경준이가 새벽부터 어디론가 끌려가 화장을 당했다. 가뜩이나 벌크업으로 몸이 좋아졌는데 최근에 쉬면서 몸에 살이 포동포동 올랐었던 경준이를 생각하다 아침에 보고는 깜짝 놀랐다.

    펑퍼짐한 환자복에 목 밑으로는 가려놓고 살이 오른 얼굴은 거무칙칙해져 부은 얼굴로 바뀌어있었다.

    이렇게 만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는 국감장. 뉴스로만 봐서 몰랐었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형. 여기 사람 엄청 많네요”

    “그러게. 뉴스 볼 때는 장관? 뭐 그런 사람들만 오는줄 알았는데 뒤에 쫄따구들 엄청나게 데리고 다니네”

    “형. 그런데 뉴스도 봐요?”

    “당연하지. 우리 엄마 드라마 볼 때 채널 넘기다 가끔 보잖아. 넌 안보냐?”

    “전…. 요즘 티비 안 봐서….”

    어쩐지 이놈 기초상식이 부족한 게 뉴스를 안 봐서였어….

    “그런 넌 뭐 봐”

    “전 튜브….”

    “난 그거 광고 많이 나와서 못 보겠던데….”

    “결제 한 달에 만 원도 안 하는데 그냥 돈 내고 봐요”

    “야! 공돈을 그렇게 쓰면 안 돼. 그 돈 있으면 아껴서 웹소설을 하나 더 보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고 했는데 쭉정이들만 잔뜩 들어와 있고 가운데 좋은 자리는 전부 비어있다. 나 빨리 끝내고 출근해서 경기전 훈련부터 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10시 30분이 지나자 하나둘 들어오는 국회의원들 11시가 넘어서야 회의가 시작된다.

    “형. 나 저 사람 알아요. 저기 머리 큰사람”

    “어 누구? 저 얼굴 큰 아저씨? 누군데?”

    “형 몰라요? 튜브에서는 엄청 유명한데. 보온병 가지고 폭탄이라고 그랬던 아저씨 아니에요? 튜브에서는 엄청 큰사람처럼 나오더니 키도 작고 얼굴만 크네요. 직접 보니 좀 실망인데요”

    흠…. 누군지 모르겠지만…. 비율이 이상하긴 하네. 공부만 해서 머리만 커졌나.

    뭔지 모를 이야기가 한참 동안 진행되고 내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 끌려 나가서 이상한 아저씨, 아줌마들한테 욕을 들어먹는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인데…. 국민을 저렇게 면박을 줘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들어도 저 아저씨가 헛소리 하는 거 같은데…. 내가 학교를 열심히 안 다녀서 잘 모르나 보다.

    “다음 안건입니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비리에 관한 사항 진행하겠습니다.”

    뭐지? 선발 비리? 국가대표 선발 비리라니… 기인환감독 역시…. 생긴 것부터 잘생긴 게 마음에 안 들었어…. 나 몰래 선발비리가 있었군…. 그런데 누구지? 아…. 경준이…. 경준이가 나 몰래 비리로 들어갔군….

    어쩐지 실력도 안되는 게 들어왔다 싶었어….

    “증인 기인환씨 나오세요”

    헐….

    역시 감독님 크게 잘못하셨어. 얼마나 큰 잘못을 했으면 저렇게 무섭게 불려가고…. 어휴….

    “증인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무섭다. 무슨 선서까지 하면서 대답하라고 하고…. 야구선수들이 거짓말쟁이도 아니고…. 아…. 경기할 때 좀 속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위증하면 벌 받는다고 그러고…. 무섭네

    “올림픽 선수 선발에 병역 혜택에 대한 고려가 없었습니까?”

    “있었습니다!”

    무슨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소란이 일어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놓고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내뱉는 감독의 입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그런 건 범죄입니다! 지금 범죄행위를 인정하시는 겁니까!”

    항상 느끼는 거지만 병역 혜택을 위해 데려가는 선수들…. 한두 번도 아니고 지금까지 관행인데 그걸 범죄로 단정 짓다니…. 그러면 이전에 국가대표들 다잡아가야 하는데….

    “그게 왜 범죄입니까?”

    국회의원의 질문에 태연히 되묻는 감독….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 알고 있었지만 미친 것 같다.

    “국가대표입니다!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선수단인데 가장 잘하는 선수가 나가야지! 병역 혜택 때문에 나간다는 게 말이 됩니까!”

    “왜 안됩니까?”

    저쪽에서 손가락이 안 보이게 타자를 치는 기레기님 얼굴에 웃음이 서린다. 나를 볼 때면 X 씹은 표정이던 기레기님의 얼굴에 웃음이 피니…. 보기 좋네….

    “이보세요! 기인환씨! 국가의 명예를 달고 나가는 대표팀입니다! 당신은 국가에 먹칠을 한 거야! 알아!”

    존댓말을 하려면 하고 반말을 하려면 하지. 아니지. 국민의 대표인데 왜 국민한테 반말하지? 하여간 모르겠다.

    “미필을 뽑아야 경기력이 좋아지니까 뽑은 것입니다.”

    “그게 무슨 궤변이야! 기인환씨. 우승 한번 하더니 뭐라도 된 거 같아요? 당신 아니어도 우리 대표팀이면 올림픽 우승 정도는 쉬워 이 양반아!”

    오…. TV에서만 보던 미친놈을 눈앞에서 보니 포스가 남다르다. 우리 전력으로 올림픽 우승이 쉽다니… 뽀록이 터져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는 거고 뽀록에 뽀록이 제곱으로 터져서 올림픽에서 우승한 건데…. 우승이 쉽다니…. 저 아저씨보고 야구해보라고 시켜보고 싶네

    “위원님. 우리가 올림픽 20년 만에 우승했습니다. 지금 주축인 미필 선수들 안 나간 대회에선 메달 하나도 못 따고 떨어진 대회가 3번입니다. 그때는 안 쉬운 게 지금은 쉽습니까?”

    “증인! 내가 질문을 하고 당신은 대답하는 자리야!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

    음…. 역시…. 야구파크에서 정치 얘기하는 애들은 차단하라고 했었는데…. 정답이었어…. 감독의 이야기는 전혀 들을 생각도 없이 떠들 생각인 거 같은데….

    “좋습니다. 기인환씨가 얼마나 대표팀 감독을 우습게 봤는지부터 이야기해 봅시다.”

    앞에서 아저씨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잘생긴 외모만 뽐내는 감독…. 이미…. 국회의원들은…. 졌다.

    “대표팀 감독 연봉이 얼마죠?”

    “연봉 2억입니다.”

    “2억이요? 대표팀 6월에 선임되고 2억을 받았어요!”

    응? 무슨 소리지?

    “연봉이 2억이라는 말이고 6월부터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대로 2억을 다 받아먹을 거란 말이잖습니까?”

    “KBO에서 내년 프리미어12까지 전임감독을 요청해서 계약했습니다. 특별한 변경사항이 없는 한 프리미어12까지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욕심이 지나칩니다!”

    오~ 말로만 듣던 사자후를 눈앞에서 봤다. 마이크가 터지라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 아저씨의 외모와 외치는 모습은 좀…. 볼품이 없었지만, 기세만큼은 차고 넘친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경기장 몇 번이나 갔습니까?”

    “감독하기 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갔었는데 국가대표 감독이 되고 나서는 못 갔습니다”

    “감독이 현장도 안가고 뭐 했습니까! 국가대표 감독이 선수 파악도 안 합니까!”

    “집에서 TV로 파악합니다.”

    “연봉이 2억입니다! 집에서 티비 보라고 연봉 주는 회사가 어딨습니까!”

    음…. 저 아저씨… 야구를 전혀 모르나 본데….

    “필요하면 경기장 가서 봅니다만 한 경기를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집에서 5경기 TV로 보면서 데이터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기본 정신 자세부터가 잘못됐어요! 감독이 이러니 팀이 정상적일 리가 있겠습니까!”

    팀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저 아저씨는 진짜 막장인 팀을 못 봤나 본데

    “우승하려고 선수 선발했고, 그 팀을 데리고 금메달을 따왔습니다. 전 자랑스럽습니다.”

    “우승했다고 그렇게 자랑스러워하지 말아!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렵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

    미국이랑도 야구하고 일본이랑도 야구했는데…. 우승이 어렵지 않다고? 심지어 우리 무패 우승인데…. 슬퍼진다.

    “그렇게 생각 안 하시면 그러셔도 됩니다. 하지만 저나 대표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우승했고, 그 우승이 자랑스럽습니다.”

    저 아저씨 왜 계속 우승이 쉽다고 할까…. 평생 우승을 못 해봤었던 나는 우승 횟수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한데….

    정신 나갈 것 같은 아저씨의 질문 공세가 끝나고 아줌마가 나선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수단 관리는 잘하셨다고 생각하시니까?”

    “이번 대회 선수단이 경기 외적으로 영향받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고 자평합니다.”

    “음주 후 부상당하고 도박에 빠졌던 선수도 있었는데요!”

    뭐? 누구? 부상은 경준이 하나고 도박? 누가 몰래 카지노라도 간 거야?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이것만 봐도 감독이 역할을 못했다는 게 증명이 되지 않습니까!”

    “누굽니까? 누군지 알려주십시오”

    “이상강! 모르십니까! 감독이 선수단 관리를 아예 안 하십니까! 쉬쉬하면 묻어질 줄 아셨어요!”

    이상강? 이상강이 누구야? 대표팀에 이상강이 있었어?

    “의원님 혹시 도쿄올림픽 때 출전한 이상강선수 이야기 하시는 겁니까? 은퇴한 지 5년도 지난 선수 말씀하시는 것 같으십니다.”

    “보세요! 이렇게 바로 들킬 거짓말을 왜 합니까! 도쿄올림픽부터 지금까지 음주에 도박이면 몇 년입니까! 대표팀 운영을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잘생겨서 미워했던 감독이 이제는 불쌍해진다…. 저런 걸 국회의원이라고 뽑은 내 손가락을 쥐어 뜯고 싶다.

    멘탈이 나가버려 말문이 막힌 감독에게 아줌마의 폭포수 같은 랩이 이어지고 다음 타자가 마이크를 이어받는다.

    “기인환감독님. 오늘 고초가 많으십니다.”

    “네.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제가 팬인데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안타깝습니다.”

    “말씀하세요”

    드디어 사람 같은 사람이 나왔다. 힘 빠져 죽는 줄 알았네

    “선수 선발 기준이 있습니다.”

    “성적을 바탕으로 올림픽 기간의 컨디션, 그리고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까지 생각했습니다.”

    “기록이 가장 중요하겠죠”

    “기록은 기본입니다.”

    “A 선수가 있고 B 선수가 있습니다. A 선수는 3할 4푼 도루 31개, B 선수는 2할 6푼, 도루 21개. 어떤 선수가 좋은 선수입니까?”

    이XX. 뭐 하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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