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25화 (125/204)
  • 125화. 다시 금메달

    장비 손질하던 스킬을 살려 모자에 자수를 놓는다. 금메달 따러 와서는 병원에서 요양하는 멍청이의 백넘버를 한 땀 한 땀 새겨넣는다.

    이놈이 입단할 때 처음 받은 8번을 버리고 2년 차부터 사용하고 있는 57번. 남들은 한 자리 숫자를 못 받아서 안달인데 내 번호 뒤집은 57번을 달겠다고 2군 선수한테 게임기 사주고 받아 낸 번호.

    그냥 한자리 쓸 것이지. 바느질하기 빡세잖아!

    - 대한민국 대표팀. 2008년 베이징의 기적을 다시 한번 만들어내려 합니다. 남은 경기 두 경기. 이번 경기 쿠바와의 준결승.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시작됩니다.

    - 우리 대표팀 예선을 전승으로 올라왔어요. 대표팀을 구성할 때 우려의 목소리를 잊게 만든 대표팀이거든요. 남은 두 경기도 잘 해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축복받은 땅이다. 날씨가 무슨… 야구하기 딱 좋은 날이네

    - 오늘 경기. 대한민국 라인업에 변화가 있습니다.

    - 지난 경기에서 중견수 노경준선수가 부상을 당했어요. 알려진 바로는 십자인대에 문제가 있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안 좋은 듯해요

    - 일본 측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 사과라기엔 조직위로 문서 한 장 보냈거든요. 진정성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1회 초 유격수 수비에 들어가 보는데 평소보다 머리가 무겁다. 실 좀 써서 번호 좀 새겨넣었다고 모자가 무겁다. 하여간 노경준이 손 많이 간다.

    - 대한민국의 수비라인업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투수 최기훈. 포수 송철형, 1루수 변성호…….

    - 중견수에 금민준이 들어갔죠

    - 노경준대신 금민준이 들어갔습니다.

    - 노경준선수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기대합니다.

    경준이에게 내주던 등 뒤를 다른 사람에게 내주려니… 좀 쓸쓸한 기분이 든다. 에잇. 경기 빨리 끝내야겠다.

    - 대한민국 선수들 모자에 57번을 새겨넣었습니다.

    - 노경준선수의 등번호죠. 이번 대표팀이 얼마나 끈끈한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에요

    - 경기 시작됩니다.

    쿠바? 너희가 아마 최강이라고? 그래봐야 아마추어지. 난 프로다 드루와~ 드루와~

    - 에르난데스의 강한 타구! 유격수 점프하면서 잡아냅니다. 원아웃! 기분 좋은 출발을 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입니다.

    - 김소전선수 이 갈고 나온 느낌이에요. 한 2m는 뛰어오른 거 같아요. 에르난데스 선수 안타를 도둑맞았네요

    오늘 왼쪽에 안타는 없다. 다잡는다. 무조건 잡는다!

    - 게임 셋! 대한민국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2:6으로 꺾고 결승전에 올라갑니다.

    - 우리 팀이지만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오늘 경기가 대한민국 대표팀의 색을 확실히 보여주는 경기였어요. 한 베이스 더 가고 한 베이스 덜 가게 만드는 야구. 이번 대표팀 정말 매력 있네요

    이겼다. 경준이 대신 나온 민준 선배가 똑딱 질을 해주는 바람에 경기가 쉽게 풀려서 이겼다. 내가 나가고 뒤 타자가 진루타를 쳐주고 머리로는 이게 좋은 시나리오긴 한데 장타가 없으니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네…….

    그래. 가서 경준이에게 똑딱을 장착시켜야겠다. 이번 겨울 할 일이 많겠구나

    “형 왔어요?”

    “어… 안녕하세요”

    “김소전 선수. 노경준선수 잘 챙기라니까 어떻게 된 거죠?”

    우리 단장… 할 일이 없어서 이러는 게 틀림없다. 어련히 내가 알아서 잘 집에 데려갈 텐데 그걸 못 보고 한국에서 여기까지 날아와…….

    “잘 챙긴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내가 뭘 잘못했냐고 항변하려고 했다가 포기했다. 저 눈… 보기만 해도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아…….

    “노경준선수 후방 십자인대 파열입니다. 부상 정도가 애매해요. 정밀검진 중인데 수술이 필요하면 여기서 해야 합니다. 어쩔 거예요?”

    아… 십자인대 파열…. 내가 살면서 십자인대 파열되고 정상 복귀한 선수 본 적이 없는데…. 또 화가 치밀어 오르네

    “그놈 잡아서 요절을 내겠습니다.”

    난 진심이 섞였는데 저 차가운 단장은 들은 척도 안 한다.

    “왜 국가대표만 가면 다쳐오는 거예요! 도대체 왜! 내가 전에도 얘기했지요! 돈은 구단이 주는데 왜 여기서 다쳐서 오냐고! 너희 둘 다 앞으로 국가대표 금지야!”

    얼음에 불이 붙으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불붙은 얼음이 차가움과 뜨거움을 동시에 뿜어내고는 병실을 나간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혼나고 있는 거야…….

    “형… 저 이제 국가대표 못 해요?”

    지금 국가대표가 문제냐? 단장에게 찍혔으니 앞으로 구단 생활은 어쩌냐…….

    - 2028 LA 올림픽 야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 미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1위의 성적으로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이에요. 이 경기 한경기 남았거든요. 이 경기 후회 없이 경기해야 해요

    쿠바나 도미니카보다 미국 대표팀이 더 친숙하다. 국내에도 중남미 선수들이 좀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출신 선수들이 더 많은지라 미국 대표팀 분위기가 외국인 선수들이랑 청백전 하는 것 같고 편하다.

    특히나 저 키 큰 투수. 넌 우리 팀 오스틴 같고 참 정이 가네

    - 1회 초 수비에 들어가는 대한민국입니다. 선발투수 리그 에이스 강영탄입니다.

    이시윤 선배가 있었으면 무조건 결승전 선발이었을 텐데… 강영탄. 나는 공략법이 있지만 처음 보는 미국이면… 쉽지는 않겠지

    - 첫 경기랑은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미국 강해요. 확실히 개인 능력은 우리 선수들보다 좋거든요. 어쩔 수 없는 건 주고 지킬 건 지켜야 해요

    와… 저놈들 사기네. 첫 경기에는 횡으로 휘어가는 공에 속절없이 배트를 내더니 결승전이라 그런지 존에서 빠지는 공엔 배트를 낼 생각이 없다.

    그것도 모자라 강영탄선배의 떨어지는 공은 타이밍이 늦었음에도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힌다. 팔다리도 긴 것들이 유연성도 미쳤다. 저놈들은 사람이 아니야. 무슨 연체동물 같다.

    - 높이 뜬 공 1루수 변성호 파울라인 밖에서 잡아냅니다. 쓰리아웃. 6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3:0점수차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 맞는다고 다 안타 되고 홈런 되는 거 아니거든요. 지금처럼 존에서 살짝살짝 빠지는 공을 던져주면 돼요. 정타만 안 맞으면 우리 수비수들 잡아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 투수들 공이 만만한가 보다. 비슷하다 싶으면 우선 치고 보네…. 무서운 것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 6-4-3! 6-4-3으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 대한민국 9회 초 위기를 막아냅니다.

    - 유격수 판단이 좋았지요. 주자 1, 3루에서 깊은 타구임에도 더블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김소전수비는 의심의 여지가 없네요

    막은 건 막은 거고 3점을 해결해야 한다. 3점…….

    - 미국의 마무리 제이크 선수가 9회 말을 책임지겠습니다.

    - 이번 대회 5경기 4.2이닝. 1실점을 하고 있어요. 기록만 보면 좋아 보이지만 4.2이닝 동안 볼넷을 6개를 주고 있거든요. 우리 선수들 덤비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면 상대할 수 있어요

    - 대한민국 8번 타자 정인준입니다.

    우선 나까지는 오는 타순인데… 점수 차가 너무 크다. 모르겠다 나는 나 할 거만 하고 뒤에 연결만 시켜주자.

    - 배트 멈춰 섰습니다. 1루심! 볼입니다. 볼넷. 9회 말 선두타자가 출루하는 대한민국 대표팀

    - 그렇죠. 제이크 선수 구위에 비해 제구가 불안해요. 덤비지 말고 좋은 공만 기다렸다 치면 돼요

    - 다음 타자 대타 김민구 타석에 들어옵니다.

    - 기인환감독 발 빠른 좌타자를 내죠. 김민구 감독의 의도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강하게 잡아당겨서 2루수 뒤로 타구를 보내야 합니다.

    애매하다. 김민구 선배가 발은 빨라도 컨택은 딱히 별로인데… 지금 좌타자가 나올 타이밍은 맞고…. 애매하다.

    애매한 건 애매한 거고 치고 나가라. 아니면 죽어도 혼자 죽어라.

    - 맞았나요? 김민구 맞았다고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몸에맞은공! 김민구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합니다.

    - 소매 끝이 살짝 흔들리네요. 대한민국 기회가 왔습니다.

    - 다음 타자 대한민국의 영웅 김소전입니다.

    - 김소전앞에 주자 둘이나 쌓아놨어요. 김소전선수가 여기서 하나 쳐줘야 합니다.

    - 이번 대회 8경기나와 32타수 13안타 홈런 4개 볼넷 4개를 기록하고 있는 김소전입니다.

    공만 빠른 제구레기. 우리 팀에 트럭으로 쌓아놓고 있는 게 이런 유형이다. 아까 선발투수부터 자체 청백전 하는 기분이 마음이 편안하네

    - 초구 빠집니다.

    -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제법 커요. 김소전선수 스트라이크존은 좁히고 빠른 공을 기다리면 됩니다.

    실투일까? 일부러 저랬을까? 구속이 152밖에 안 나온 거 봐서는 일부러 같은데?

    - 김소전! 김소전! 김소전! 넘어가나요! 김소전! 우측담장을 넘겨버렸습니다! 9회 말에 동점을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아직 금메달을 손에서 놓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 빠른 공이였거든요. 162㎞ 직구를 완벽한 타이밍에 받아쳤어요. 이런 경기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한민국! 자랑스럽습니다.

    귀엽네. 작대기를 던지면 빨라도 치지. 빨라도 구위가 없으면 뭐… 넘어가야지

    - 대한민국과 미국의 9이닝 정규이닝이 종료되었습니다. 10회 양 팀의 승부치기. 승부치기에서 메달의 색깔이 갈리게 됩니다.

    아니 왜 빠르기만 한 공을 못 치는 거야. 못 칠 거 같으면 쳐다보기나 하던지. 공만 빠른 제구레기한테 못 치면 뭘 치려고…. 변화구는 못 쳐도 경준이가 빠른 건 좀 치는데…. 괜히 그립네

    - 유격수 슈퍼 캐치! 백핸드로 잡아서 타자주자를 잡아내면서 이닝 종료! 10회 초 무사 1, 2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대한민국입니다.

    우선 10회 초를 막았다. 랩터스 필살기가 벌떼 계투라더니 랩터스 출신 국대감독도 랩터스 출신 아니랄까 봐 이닝 쪼개기로 막아냈다. 상대 성향에 따라 하는 투수교체. 이 정도 되면 이제 실력이라고 인정해야 할 거 같다.

    - 10회 말 대한민국의 공격. 주자 1, 2루에 놓고 김소전이 타석에 들어갑니다.

    - 승부치기에서는 감독이 원하는 타순부터 시작할 수 있죠. 기인환감독은 이번 대회 최고의 타격감을 가지고 있는 김소전을 선택했어요

    이게 무슨. 지난 이닝에 타격했는데 또 타석에 들어간다. 이건 야구가 아니야. 9명이 순서대로 때리는 게 야구인데 내가 무슨 깍두기도 아니고 왜 나만 쳐

    - 미국도 투수를 바꿨습니다. 클리블랜드의 해리슨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 클리블랜드에서 애지중지하는 해리슨 선수죠. 커터가 주 무기에요. 포심과 구분이 안 되는 커터를 던지거든요. 우리 선수들 공을 끝까지 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얘 전력분석 회의할 때 본 기억이 난다. 포심과 구속이 똑같은 커터 던진다고 했는데…. 흠… 봐야지. 진짜 포심과 구속이 똑같은 커터면… 못 치지

    - 초구 148! 148㎞의 커터가 들어옵니다.

    - 마지막에 살짝 꺾이죠. 저렇게 빠른 커터가 들어오면 타자들이 대응하기 힘들어요

    커터라며? 궤적이 이시윤 선배 짧은 슬라이더 밋밋한 버전인데? 조금 빠른 밋밋한 이시윤 슬라이더? 그건 칠 수 있지

    - 잘 맞은 타구 우중간! 우중간! 가릅니다. 2루 주자! 3루 돌아서 홈으로 경기 끝! 김소전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끝내는 대한민국! 20년 만에 대한민국이 올림픽 금메달을 다시 가져옵니다.

    아. 아깝네. 저건 넘겼어야 하는데 저런 밋밋한 것도 못 넘기면 나한테 너무 실망인데? 아. 머리에 57번이 붙어있어서 재수 옴 붙었어. 에잇.

    너무 화가 나 헬멧에 쓰여 있는 57번을 한 대 꿍 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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