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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FA선수가 되다-86화 (86/204)
  • 86화. 협상 (2)

    뻔하지. 정상적인 방법 토토를 하는데 돈을 어떻게 버냐.

    이 XX들 여전히 말을 빙빙 돌리고는 있지만 결국은 경기 중에 장난질을 치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XXX들.

    “뭔진 알겠는데. 결국 나한테 승부 조작을 하라는 거 아닙니까?”

    내가 대놓고 승부 조작을 입에 올릴 줄 몰랐었는지 또다시 손사래를 치며 말을 돌린다.

    “승부 조작이라니. 그런 게 아니고 상황이 될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는 게 확률이…….”

    “야구 할 때는 시원시원하게 배트 돌리시던 분이 왜 이렇게 간이 쪼그라드셨어요? 쉽게 얘기하시죠. 필요할 때 삼진을 당하라는 거예요? 아니면 무조건 안타를 치라는 거예요?”

    이제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쓰레기 눈을 바라보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짓자 쓰레기 옆에 똘마니가 끼어든다.

    “와… 대박……. 안타를 치고 싶으면 칠 수 있는 거예요? 와… 그러면 대박인데…….”

    나랑 눈을 마주치고 있는 쓰레기가 살살 낚여서 말을 풀어내다가 갑자기 입을 닫고 눈에 힘을 준다.

    서로의 눈빛이 한참 동안 허공에서 부딪친 후 대답해야 하는 쪽에서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유가 뭐냐?”

    “무슨 이유요?”

    “갑자기 이렇게 적극적으로 된 이유가 뭐냐고?”

    “돈 벌어보려고요.”

    다시 한번 침묵이 길어진다.

    “갑자기 돈? 너 돈 관심 없잖아.”

    얘 나 정말 모르네.

    “돈에 관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벌줄 모르는 거지.”

    “헛소리하지 말고. 갑자기 돈을 왜 벌고 싶어졌냐고.”

    “헛소리라니요. 저 돈 좋아합니다. 저 빚도 많은 거 아시잖아요. 빚도 갚아야 하고 집도 좋은 집 사고 싶고 돈 벌고 싶어요.”

    여전히 나를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쓰레기.

    “그게 다야? 빚 갚고 집 사려고 돈이 필요한 게 다냐고?”

    “속고만 사셨나. 돈 필요하다고요.”

    “그래서 네가 직접 선수로 뛰시겠다?”

    “경준이보다는 제가 더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겠어요?”

    “확실하냐?”

    물렸다. 자고로 욕심 많은 놈들이 말도 안 되는 거에 속고 그러는 거지.

    “그건 제가 해야 할 질문 아닙니까? 확실합니까?”

    “흐흐흐. 노경준을 데려오랬더니 김소전이 왔어. 당연하지! 확실하지! 나 믿어라. 내가 돈 벌게 해줄게.”

    재수 없는 XX. 나를 완전히 자기 장기 말로 생각하는지 나를 완전히 깔아보는 눈으로 내려본다.

    “이제 얘기 좀 해보시죠. 뭘 해야 합니까?”

    “이제 같은 팀인데 뭐가 그리 급해.”

    한번 끊어줘야겠다.

    “같은 팀? 누구랑 누가 같은 팀이죠?”

    “갑자기 왜 이래?”

    기분 나쁘게 너랑 같은 팀이라니까 그렇지.

    “전 아직 확답 안 했습니다. 주연 배우가 영화 출연하는데 시나리오부터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야구도 밥맛없이 하더니 다른 것도 똑같네. 하하하.”

    내가 너보다는 야구 깨끗하게 하는 거 같은데 웃고 그래.

    “기다려. 너 말고도 섭외된 배우 많다. 함께해야지.”

    미쳤구나. 야구가 내 유일한 밥상인데 이걸 아주 뒤집어 버리려고 하고 있네.

    “시나리오 안 주면 일어나고요.”

    “거 참. 너 나 못 믿냐?”

    “전 확실한 거 아니면 안 믿습니다.”

    “하. 밥맛없는 XX.”

    밥맛없는 게 누군데 자꾸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내가 딱 필요할 때 정확한 오더를 줄 거다. 넌 그때 삼진을 당해 주면 돼.”

    “타석까지 지정해 주는 겁니까?”

    “상대 투수가 우리 팀 선수일 수도 있으니까 더 다양한 것도 가능하지. 하하하.”

    와… 이놈 능력으로 누구를 꼬셨길래 이딴 헛소리가 가능하지? 나 말고 다른 선수들도 이 멍청한 XX한테 낚였다고? 어처구니가 없네.

    “다른 팀 선수는 누굽니까?”

    “어허. 너무 많이 알면 다쳐.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돼야 나중에도 별 탈이 없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내가 깔끔하게 알았다고 하자 쓰레기의 얼굴이 다시 확 좋아진다.

    “오늘 기분 최고다. 커피 그만 먹고 가서 술 먹자. 오늘 너희 술통에 담가버린다. 하하하.”

    가관이네. 이 쓰레기는 한쪽 눈에는 돈, 한쪽 눈에는 술을 담아놓고 웃고, 그 옆에 똘마니는 위대한 보스를 존경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한숨을 쉬면서 옆을 바라보니 이 사건을 만든 멍청이를 바라보니 이제야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이해를 한 듯한 곰탱이가 안절부절 내 눈치만 보고 있다.

    저놈도 아무 생각 없이 야구나 해야지, 딴짓은 절대 못 할 스타일이다. 에효.

    “자, 일어들 나자. 가야지.”

    “잠깐만요.”

    기분 좋게 웃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쓰레기를 불러 앉혔다.

    “왜? 가서 얘기해. 너무 떠들었더니 목 아파. 술로 달래야 해.”

    눈앞에 절반이나 남은 커피가 있지만 커피 정도는 물로 치지도 않는 쓰레기가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한다.

    “시나리오는 그렇다고 치고, 우리 개런티는 얘기해야지요?”

    “뭐? 개런티?”

    “공짜로 쓰시려고요?”

    “아, 아니……. 그건 아니지.”

    이 XX. 돈은 애초에 계산이 없었네. 처음부터 경준이 친구가 돈 받고 경준이는 무보수로 일하는 거로 이야기됐었으니까 수수료 따위는 계산에 없었어.

    “삼, 삼백……. 한 번에 삼백 줄게.”

    “한 번? 공 하나요?”

    “공 하나라니?”

    “삼진이니까 공 하나 고를 때마다 삼백? 중간에 쫄깃하라고 파울 치면서 10구까지 가면 3천? 계산이 이게 맞나요?”

    “뭐 이 XX야?”

    왜 갑자기 욕을 하고 그래?

    “처음부터 쟤 엄마 병원비 3천 만들어준다고 한 거 아니었어요? 한 번에 3백이면 이 짓을 10번 해야 한다는 거예요? 10번이면 꼬리 잡힐 텐데요?”

    “이 XX가 내가 한국은행인 줄 아나. 가만히 눈뜨고 삼진만 당해 주면 되는걸, 뭐? 3백?”

    “그럼 3천은 어떻게 된 건데요?”

    하여간 양아치 XX들은 소리만 지를 줄 알지 기본 산수가 안 되니까 오래 못 간다. 아무리 나를 졸로 봐도 술 몇 번 사주고 공짜로 쓸 생각을 해.

    순간 당황해 한참 동안 짱구를 굴리던 양아치가 주판알 튕기기를 포기하고 읍소에 들어간다.

    “소전아. 형이 은퇴하고 이제 자리 잡아서 시작하는 단계야. 처음부터 잘 챙겨주면 좋겠지만 아직 돈 들어갈 데도 많고 회원 모집하기도 힘들고 그래. 당분간은 같이 허리띠 졸라매고 같이 하자.”

    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쓰레기가 침을 튀기며 떠드는 동안 옆에 있는 똘마니는 경의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이것들에 낚이는 내 옆에 멍청이는… 한숨만 나온다.

    “처음엔 3백… 아니, 백으로 시작하고 자리 잡으면 내가 확실히 챙겨준다.”

    “언제요?”

    “야, 너 나 못 믿냐? 내가 챙겨준다면 챙겨주는 거야!”

    “그럼 쟤 병원비는요?”

    “그걸 왜 네가 신경 써! 얘는 내가 알아서 챙겨.”

    이래서 장판파의 장비는 상대하는 게 아닌데……. 말길을 못 알아들으니 답이 없어.

    “한 경기에 삼진 한 번이면 천, 두 번이면 3천. 볼넷은 두 배, 안타면 네 배. 한 경기에 세 번은 안 됩니다.”

    “뭐 이 XX야!”

    “싫으시면 마시든가요.”

    “네가 볼넷 고르고 싶으면 고르고, 안타 치고 싶으면 치냐 이 XX야!”

    “네, 쳐요.”

    “이 XX가 미쳤나!”

    쓰레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사람들의 눈이 이쪽으로 확 쏠린다. 쏠린 눈 중에 저 끝에 까만 커플이 손을 마주 잡고 바라보는 게 기분 나쁘긴 하지만 우선 여기에 집중한다.

    “이상한 짓 한다고 소문낼 거 아니면 소리 낮추고 앉아요.”

    내가 별거 아니라는 듯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 가자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던 쓰레기가 자리에 앉는다.

    “아무 때나 볼넷 안타는 안 되고. 그날 선발 보고 결정합니다. 4선발이나 땜질 선발 정도면 안타 칠 수 있어요.”

    여전히 눈알을 굴리며 믿음을 갖지 못하는 쓰레기. 이럴 땐 믿음을 심어드려야지.

    “경기 전 협의. 미션 실패 시 3배 보상.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삼진 하나에 천이면 실패하면 3천이야. 너 3천은 있냐?”

    “안타는 4천인데 왜 그 얘기는 안 하세요.”

    “안타? 미친 XX야. 안타를 치고 싶다고 치면 메이저를 가야지. 네가 이치로야? 이 똘아이 XX야!”

    거기서 이치로가 왜 나와.

    “후반기 들어서 타율이 3할 3푼입니다. 에이스 상대하면서 세 번에 한 번은 안타 쳐요. 그런데 쩌리들 상대로 홈런도 포기하고 컨택에만 집중한다? 그러면 4할 칠 수 있어요.”

    내가 이 정도로 말이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면 그만하라고 바로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저 쓰레기의 침묵이 길어진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고민할 정도로 욕심이 가득 차 버린 것이다.

    “왜요? 에이스급 상대로도 안타 쳐 드려요? 그러면 건당 큰 거 한 장씩을 준비하시든가요.”

    이것도 문다. 이 답 안 나오는 XX.

    “너 그거 확답할 수 있냐? 안타. 확실히 칠 수 있어?”

    “못 친다고 하면 어쩌려고요?”

    “이 XX가 장난하나!”

    장난이 아니니까 문제인 것이다.

    “칩니다. 나는 약속을 지킬 거고 선배님은 이 정도 약속을 지킬 자신이 있냐는 거죠. 그 정도 능력은 돼요?”

    “야! 이 XX가.”

    또다시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는 쓰레기. 너 선수 할 때는 하체 운동을 그렇게 싫어하더니 오늘은 많이 일어나시네.

    “소리 지르지 마시고요. 난 급한 게 없으니까 고민해 보고 오세요. 이번 시즌 연봉이 9천9백이에요. 지금 시즌이 끝나도 내년엔 두 배는 더 받겠죠. 그러니까 어설프게 백, 이백. 이런 얘기는 맙시다.”

    갑을이 바뀌었다. 저놈은 현역 때도 최강훈이 똘마니 짓이나 했지, 자기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는 놈이다. 그리고 지금도 말만 하고 있지 자기가 결정하는 게 하나도 없을 것이다.

    “너 약속 확실히 지킬 수 있어?”

    “못 믿으면 계약서라도 쓰시든지요.”

    “이런 걸 계약서를 어떻게 써!”

    그러니까 왜 계약서도 못 쓰는 짓을 하시려고 그래.

    “그러니까 가서 선배님 뒤에 있는 물주한테 확실히 물어보고 오세요. 김소전이를 확실히 옭아매려고 하는데 돈이 좀 들겠다고 얘기하고 다시 와요. 아니면 물주를 직접 보게 해주시든가.”

    입꼬리를 살짝 올려주면서 나긋나긋하게 이야기를 하자 1단으로 화를 내던 쓰레기가 한 번 더 단계를 올린다.

    “이 XX가. 날 뭐로 보고! 해 인마! 해!”

    이쪽에서 목소리가 커지자 카운터에서 직원이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걸 보고 쓰레기 옆의 똘마니가 팔을 막 휘저으며 쓰레기를 일단 자리에 앉힌다.

    직원이 와서 주의해 달라고

    경고하고 떠나자 잠깐 진정된 쓰레기가 눈곱만큼 차분해져서 이야기를 이어 간다.

    “너 조심해라. 넌 언젠가 그 입이 널 죽일 거야.”

    어이구. 내 걱정도 해주시고. 고마워서 눈물이 나겠네.

    “이런 기분에서 더 이야기 못 하겠어요. 가서 생각 좀 해보고 다시 보시죠. 저도 생각 좀 더 해볼게요. 경준아, 가자”

    “야, 인마! 어딜 가!”

    “그럼 선배님이 가시든가요. 전 얘랑 다른데 돈 더 많이 주는데 찾아봐야겠어요.”

    “아, 이 XX가 진짜”

    “선배님. 같이 일할 거면 이제 이 XX, 저 XX하지 마시죠. 같이 일할 사이에 험한 소리 들으면 기분 나빠서 일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얼마나 억울한지 주먹을 부르르 떠는 쓰레기. 네가 왜 억울하니? 내가 여태 너한테 욕먹은 게 얼만데, 이 정도면 감사해야지.

    “너 딴생각하지 말고 딱 기다리고 있어. 내일 다시 보자. 내가 사채라도 써서 네 입부터 막아버릴 거다.”

    사채 비싼데. 내가 지금 사채로 소송 중이라 사채 무서운 거는 좀 잘 알아요.

    “그럼 멀리 안 나갑니다. 먼저 가세요. 전 경준이랑 얘기 좀 더 하다 갈게요.”

    “야, 인마! 너 가만 있으라고 했잖아.”

    “내일까진 선배님 기다릴 겁니다. 그건 그거고 후배 놈이 선배 모르게 까분 거는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얘 교육 좀 시키고 갈 겁니다.”

    “됐어, 같이 가. 같이 가서 한잔해. 선후배의 우애는 그렇게 다지는 거야.”

    지금. 술이라니…. 술 못 먹어서 미친 거냐.

    “저희 확실히 손잡으면 그때 하시죠. 내일 합니다. 내일.”

    “아오, 얄미운 XX. 내일은 아예 술자리에서 보자. 여기 커피 밍밍하고 맛도 없네.”

    쓰레기를 보내고 경준이와 둘이 남았다.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후배 놈. 걱정스럽긴 한 거냐?

    “형… 왜 이래요……. 진짜… 괜찮아요?”

    “괜찮겠냐?”

    “형. 이러면 안 되잖아요.”

    “넌 되고 난 안 돼?”

    “아니, 형… 저는 이런 거인 줄 몰랐어요.”

    “몰랐으면 다야? 넌 이제 나랑 한배를 탄 거야.”

    “형! 우리 이러면 안 돼요. 진짜 안된다고요.”

    이놈 얼굴이 시시각각 사색으로 바뀐다. 무섭긴 무섭냐?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을 보면서 전화기를 뒤집었다. 지금까지 잘 녹음되고 있는 전화기 녹음 버튼을 끄고 녹음 내용을 작게 틀어본다. 아주 잘 녹음됐네.

    “형… 이게 뭐예요?”

    “증거?”

    “형… 이러면 안 돼요.”

    “안 되긴.”

    “형, 제가 잘못했어요. 형.”

    잘못은 했지. 우선은 이것부터 해결하고.

    옆에서 눈에 눈물을 한가득 담은 멍청이를 두고 톡을 열어 내가 믿을 만한 그분에게 녹음 내용을 보낸다.

    그리고는 장문의 사유서를 써서 보낸다.

    요금제가 싸서 그런가 엄청난 양의 녹음 파일이 가는 동안 대하소설 두 편을 보냈음에도 아직도 전송 중이다.

    중간에 경준이를 너무 미화했나 생각이 들어 추가로 더 작성하는데 저쪽 구석의 검은 커플이 핸드폰을 들고 싸우기 시작한다.

    핸드폰을 지키려는 남자와 그걸 뺏으려는 여자. 내가 이래서 연애를 안 하지. 저 여자 집착이 심하네. 남자를 얼마나 못 믿으면 전화기를 들여다보려고 저래. 어휴… 내 핸드폰 공개되는 거 생각만 해도 소름이 오싹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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