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82화 (82/204)
  • 82화. 1위 싸움

    홈에서 울브스와 경기를 해야 하는데 기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온다.

    이제는 우리 팀 코치도 아니고, 다른 팀 감독으로 간 사람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기레기들. 야구랑 상관도 없는 불법 도박과 불륜 이야기를 왜 야구장에서 물어보는 건지…….

    구단에서 기자들을 쫓아내고 있지만 선수들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려퍼진다.

    “형, 그런데 진짜예요? 박수훈 감독님 진짜 그랬데요?”

    “나도 모르지.”

    “와. 박 감독님, FM에 자세, 정신을 그렇게 강조하시더니 이런 분인 줄 몰랐어요.”

    “밝혀진 것도 없잖아. 신경 쓰지 말고 밥이나 드세요.”

    빗발치는 전화를 받는 선배들 틈에서 경준이와 밥을 먹는데 이번엔 경준이 전화기가 울린다.

    - 랩터스~ 승리의~ 랩터스~

    “벨 소리는 뭐냐? 우리 팀 응원가 또 바꿨냐?”

    “리메이크라던데요.”

    무슨 응원가가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냐. 그놈이 그놈인데 음원을 팔아먹으려는 건지 맨날 바꾸고 있어.

    “밥 먹는다.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아냐. …몰라. 진짜 모른다고. …오늘? 내일도 경기 있는데? …무슨 할 말? 그냥 해. …또 누구 나오는 거 아니지? …그래. 이따 보자.”

    경기 끝나고 누구 만나려나 본데.

    “누구냐?”

    밥을 한 숟가락 가득 떠 입에 욱여넣으면 경준이에게 물었다. 내 물음에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경준이.

    “치, 친구요.”

    이 XX. 무슨 사람이 이렇게 투명하냐.

    “그때 걔냐?”

    우물쭈물하고 말도 못 하는 경준이.

    “만나재?”

    “네.”

    나한테 막하던 놈이 이러니까 괜히 더 미워지네.

    “왜?”

    “할 말이 있대요.”

    “무슨 할 말?”

    “얼굴 보고 말하자고 하네요.”

    가슴이 답답하다.

    “단둘이?”

    “네.”

    “보고와.”

    어차피 친구 만나러 갈 놈 마음 편히 가라고 말이라도 편하게 해줬다.

    “형… 그래도 돼요?”

    “안 된다고 하면 안 가게?”

    “그게 아니고요. 얘랑 얘기했는데 그런 자리에 다시는 안 부르겠다고…….”

    “보고 와. 친구라며? 너도 무슨 상황인지 알 테니까 알아서 잘 처신만 해.”

    “형. 고마워요.”

    이게 왜 고맙니. 네 인생 네가 사는 건데. 내가 만나지 말라고 해도 안 만나겠냐. 그래도 내 눈치 보는 척이라도 하니 뻘짓은 안 하겠지. 그렇게 믿어보마.

    - 잠실에서 펼쳐지는 랩터스와 울브스의 마지막 3연전입니다.

    - 이 경기 이후부터는 이제 팀 간 2연전으로 들어가죠.

    - 경기 전, 시즌 중 랩터스에서 폭스의 감독으로 이동한 박수훈 감독에 관한 기사가 시끄러웠습니다.

    - 불법 도박과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죠.

    - 그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들 들어보셨죠?

    -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폭스 박수훈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본인은 극구 부인을 하고 있거든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합니다.

    - 랩터스 구단에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 박수훈 감독의 말처럼 오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순위 싸움이 한창이거든요. 지금 1,000만 관중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 시간에 야구 외의 것으로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됩니다.

    우리 팀 떠난 사람 일로 선수들이 얼마나 시달렸는지 경기 전 훈련부터 상태가 다들 메롱이다.

    이거 이래서는 오늘 경기 힘들겠는데.

    - 오늘 전체적으로 랩터스 선수들 몸이 무거워 보입니다.

    - 선발로 나온 송호일 선수가 잠실에서 이 정도로 무너지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정교한 제구가 장점인 투순데 오늘 가운데로 너무 몰리네요.

    - 스코어 3:0, 원 아웃, 주자 2, 3루. 타석에 7번 김준희 들어옵니다.

    - 2군에서는 본즈 놀이를 하던 김준희였는데 1군에서는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는 모습이죠. 아무래도 1군 선수들의 변화구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1회부터 경기가 터져 나가니 집중력이 확 떨어진다. 뭐 투수가 매번 잘 던질 수는 없으니 그러려니 해야지…….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 김준희 잡아당긴 타구 좌중간~ 좌중간~ 갈랐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김준희의 타구! 2타점 적시타! 김준희!

    - 김준희 선수가 잘 친 거까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만 중견수 노경준 선수의 타구 판단이 조금 아쉬웠어요.

    - 결국 투수 교체되네요. 아웃 카운트 하나 잡고 내려오는 송호일입니다.

    저 멍청이는 눈에 보이면 다 잡으려고 뛰어들고 있어. 못 잡을 거면 원 바운드로 잡을 생각을 해야지, 쓸데없이 달려들기는……. 에효.

    - 울브스의 길고 긴 1회 초 공격이 끝났습니다. 1회 초 8점을 내면서 경기를 시작하는 울브스. 이제 랩터스의 반격을 막아야 합니다.

    - 점수 차가 좀 나지만 아직 1회죠. 랩터스도 경기 길게 보고 차근차근 따라붙으면 돼요.

    이런 경기는 힘들기도 하지만 의욕이 꺾인다. 1회부터 8점. 뭘 해야 해…….

    - 랩터스의 1번. 김소전입니다.

    - 후반기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랩터스 팬들은 김소전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우실 거예요.

    언제나처럼 타석에 들어서면 심판과 포수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날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포수님께서 입에 모터를 다셨다.

    “소전아, 박 감독님이랑 친하냐? 영근이 형이야 모른다고 치고 정상이 형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냐. 넌 알지? 박 감독님 불륜이라며? 나이 차이도 스무 살 난다는데? 누구냐? 야구계 인사라며? 이니셜만 알려줘 봐. 그건 괜찮잖아.”

    이 아저씨가 진짜, 경기하시라고요!

    내가 이야기를 계속 들어줘야 하나 싶어서 심판을 바라보니 심판도 마스크 넘어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나를 바라본다. 에효… 이 사람들이 진짜…….

    “에이, 저 미국물 먹어가면서 과외받은 거 모르세요? 전 박수훈 감독님이랑 안 친해요. 저 말고 이따 라정안 선배한테 물어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야구 하자, 야구.

    “너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지. 네가 뭘 알겠냐.”

    우이 씨. 내가 진짜 뭘 모르긴 하지만 이딴 식으로 무시하다니. 쓸데없이 화가 나네.

    - 김소전. 삼진! 146! 직구에 삼진을 당하고 마는 김소전입니다.

    - 꽉 찼어요. 오늘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높습니다. 선수들 빨리 파악하고 대응해야겠어요.

    이게 들어왔다고? 어이가 없어 심판을 바라봤다.

    눈으로 들어가라고 이야기를 하는 심판.

    내가 매일같이 경준이 하고 높은 공만 보는데 이건 확실히 높았다고요!

    나도 눈으로 그게 맞냐고 물어보지만, 여전히 눈으로 들어가라고 이야기를 하는 심판.

    마음 같아서는 더 개기고 싶었지만 점수 차가 8점인데 진상 부리는 것 같아 거친 숨을 내뱉으면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 경기 끝. 최종 스코어 15:1. 15:1로 시리즈 첫 경기를 가져가는 울브스입니다.

    - 오늘 랩터스 선수들의 몸이 너무 무거웠어요. 울브스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거든요. 내일 경기부터는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겠어요.

    - 오늘의 수훈 선수인 울브스의…….

    졌다. 탈탈 털렸다. 팀도 털리고 나도 4타수 무안타. 삼진만 두 개 먹었다.

    기분이 울적하다. 이럴 땐… 닭장에 들어가서 빳따나 돌려야지…….

    “경준아~ 오늘은 땀도 안 났다. 훈련장 가서 땀이라도 내자.”

    언제나처럼 내 훈련 노예를 부르는데 노예가 난색을 표한다.

    “형, 저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아… 아까 쟤 친구 만나러 간다고 했지.

    “아, 잘 가. 내일 일찍 와. 내 눈이 잘못됐는지 심판 눈이 동태눈인지 확인 좀 해보자.”

    “네, 형.”

    경기에 대패를 해서 그런가? 선배들도 없고 노예도 친구 만난다고 떠나고, 그러다 보니 훈련장이 조용한 게 혼자서 땀 빼기 좋은 시간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배트를 돌리고 또 돌린다.

    XX. 심판 XXX. 타격 코치님이 얼마 전부터 삼진 하나에 치킨 한 마리씩 뺀다고 해서 기분이 안 좋은데 오늘 심판의 썩은 눈 때문에 치느님을 두 번이나 잃었어. XXX.

    날아오는 공에 심판 얼굴을 그리며 배트를 돌리니 힘들었던 하루가 상쾌해진다.

    - 쓰리 아웃. 경기 종료! 랩터스 8회 말에 터진 황경철의 결승타로 귀중한 1승을 가져갑니다.

    - 스윕을 당할 뻔했어요. 오늘 경기까지 졌으면 소닉스와의 격차가 2게임까지 줄어들 뻔했어요.

    - 소닉스는 폭스를 만나 창원에서 스윕을 거뒀습니다. 1위와 2위의 경기 차는 2경기. 중위권뿐만 아니라 상위권 싸움까지 흥미진진해지는 이번 시즌입니다.

    야구라는 게 아닌 것 같아도 예민하다. 우리 팀이랑 크게 상관도 없는 문제로 쓸데없이 흔들렸다. 그거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컨디션이 떨어질 때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상황이 그러니 그런 것이다.

    그래도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원정을 떠나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지 뭐.

    - 대전에서 재규어스와 랩터스의 2연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오늘부터 2연전이죠. 지금부터는 정신없는 일정이 지나갑니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간절한 팀이 성적을 지킬 수 있어요.

    2등이 2게임 차로 따라붙었는데 우리 팀 경기력이 떨어진다. 한여름도 어떻게든 버텼는데, 이제 미친 듯이 더운 것도 지나가는데 경기력이 떨어진다. 확실히 우리 팀 선배들… 낡았어…….

    - 1승 1패. 후반기 들면서 패 수가 늘어나는 랩터스. 소닉스가 한 경기 차로 따라붙습니다.

    - 랩터스가 못하는 게 아니에요. 소닉스가 잘하고 있어요. 벌써 8연승이죠. 지지 않아요. 이러면 랩터스 굉장히 급해집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경기가 애매하게 조금씩 꼬인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한데 시즌 막판에 오면서 안된다. 뭔지 모르겠는데 한발씩 부족하다. 이건… 형들이 낡았어…….

    - 경기 끝. 썬더스의 마무리 진승혁이 대타 김민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두 경기 연속으로 세이브를 따냅니다.

    - 랩터스 시즌 마지막으로 가면서 경기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번 연패로 1위 자리가 위태로워졌어요.

    - 소닉스의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8회 말 소닉스가 5:3으로 이기고 있습니다. 오늘 소닉스가 이기면 랩터스와 소닉스 공동 1위 자리에 위치하게 됩니다.

    - 두 팀 야구 재미있게 하네요.

    말도 안 된다. 시즌 중반부터 랩터스가 벌어놓은 경기가 몇 경긴데 그걸 다 까먹고… 소닉스가 다 쫓아왔다. 이럴 순 없는데…….

    - 정규 편성된 마지막 2연전 랩터스와 폭스의 경기를 창원에서 보내드리겠습니다.

    - 1위 팀 랩터스와 10위 팀 폭스의 경기죠. 양 팀 다 질 수 없는 경기를 해야 하겠지만 특히 랩터스는 절대 질 수 없어요. 소닉스와 반게임 차 승부를 이어 나가고 있어요.

    - 맞서는 폭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즌 중에 지휘봉을 잡은 박수훈 감독이 3개월도 채 안 돼서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폭스, 지금 안팎으로 시끄럽죠. 이럴 땐 성적이라도 좋아야 합니다. 우선 이겨놓고 문제를 풀어봐야 해요.

    한 달 넘게 죽어라 뛰었더니 너무 힘들다.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이젠 내 체력도 방전이 되는 게 느껴진다.

    우리 나이 먹은 선배들, 한발씩만 더 뛰어주면 내가 좀 살 것도 같은데 저 선배들 진짜 낡아서 발이 안 움직여 보인다. 후… 진짜 1분, 1분 공 하나, 하나 단위로 낡아가는 게 보인다.

    형들 좀 더 버텨봐요.

    - 폭스의 선발 강영탄입니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가 시즌 막판 다시 돌아왔습니다.

    - 폭스가 마음이 급해요. 강영탄도 이번 시즌 못 나온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또 급하게 올렸어요. 지난번에 장선우도 급하게 올렸다가 다시 부상을 당했거든요. 이래서는 성적도 안 나오고 선수 생명도 갉아먹을 수 있어요.

    투수에 강영탄. 정상적이면 쉽게 공략하기 힘들겠지만, 부상 회복도 안 되고 나온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부딪쳐보자.

    - 1번에 랩터스의 소년 가장 김소전입니다.

    - 진짜 소년 가장이죠. 김소전마저 페이스가 떨어졌으면 랩터스 1위 자리 유지를 못 했을 수도 있어요. 그만큼 팀을 끌고 가는 김소전이에요.

    - 김소전 초구부터 잡아당긴 타구 1루수 강습! 글러브 맞고 뒤로 흐릅니다.

    - 잘 쳐요. 잘 칩니다. 이제 저 정도 구위는 김소전한테 걸리면 여지없어요.

    확실히 강영탄이 정상은 아니다. 정상적이면 공이 이렇게 죽어올 수가 없지. 변화구도 각이 이 정도면 직구도 살아오기 힘들다.

    - 김소전이 1루에 나가면 이 선수가 들어옵니다. 랩터스의 2번 노경준입니다.

    - 이번 시즌 신인상 1순위죠. 최근 기세가 좀 꺾이긴 했지만, 신인으로는 차고 넘치는 기량을 보여주는 노경준이에요.

    하던 대로만 하자. 하던 대로만. 내가 직구를 만들어 줄 테니 넌 노리고 치기만 해라.

    - 치고 달리기. 1루 주자 뛰고 타자는 맞춥니다. 장타 코스. 좌익수 키 넘어갑니다.

    - 노경준한테 직구 던지면 안 돼요. 직구에 정말 강하거든요. 폭스 배터리의 볼 배합 미스에요.

    - 1루 주자 김소전, 3루~ 돌아서 홈으로~ 공 백홈~ 김소전의 발이 먼저 들어옵니다. 1:0. 선취점을 먼저 가져오는 랩터스! 1위 수성을 위한 경기를 시작합니다.

    - 잘 치고 잘 달렸어요. 김민중 감독, 고민이 많겠지만 1, 2번 생각하면 행복할 거예요.

    훅, 훅…….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지만 그래도 경준이가 초구에 쳐준 거가 어디냐. 기운도 없는데 스타트 서너 번 하다 쳤으면 진짜 죽을뻔했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고맙다.

    - …게임 셋. 랩터스 5:2. 소닉스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나는 귀중한 1승을 챙깁니다.

    - 오늘 랩터스와 소닉스, 양 팀 다 승리를 거두면서 1, 2위와의 승차가 계속 반게임이죠. 치열하네요.

    그래도 이기면 좀 살 것 같다. 이겼으니까. 이기면 선배들의 낡아가는 속도도 조금은 느려지는 것 같고……. 어쨌든 이겼다.

    “경준아. 회복하러 가자~”

    언제나처럼 경준이를 불러 경기 후 훈련장에서 스트레칭하자고 불렀다.

    “형… 저 오늘은 좀……. 약속이 있어서 다녀오겠습니다.”

    응? 네가? 창원에 아는 사람이 어딨어?

    “어디?”

    “친구가 좀 보자고 해서요.”

    “친구? 너 친구 없잖아!”

    “있어요.”

    “잘 다녀와.”

    “네, 다녀오겠습니다.”

    어디 가지? 요즘 자꾸 나랑 특타도 빼먹고 원정 와서도 혼자 놀러 나가고… 칫, 나도 잘 노는데…….

    오늘은 상체나 하면서 화를 다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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