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79화 (79/204)
  • 79화. 선배의 전화

    - 노경준! 좌중간을 뚫어내는 이루타! 1루 주자 김소전 3루 돌아서 홈까지 들어옵니다! 5:3, 9회 초 추가점을 뽑아내는 랩터스 승리에 쐐기를 박습니다.

    - 야구 잘하네요. 정말 필요할 때 점수를 만들어 내는 랩터스에요.

    - 최근 랩터스의 연승을 이끌고 가는 김소전과 노경준입니다.

    - 후반기에 들어서 두 선수의 경기력이 굉장히 좋아요. 랩터스 테이블 세터의 약점이 출루율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두 선수의 출루율이 좋아지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김소전 선수의 선구안이 확 좋아졌어요. 이젠 무섭네요.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 경준이와 특훈에 들어갔다. 그래 봐야 일요일, 월요일 이틀이지만 이 소중한 시간을 다 털어서 내 본능에 반하는 의지를 장착시킨다.

    “경준아, 좀 잘 던져봐.”

    “형. 그게 됐으면 투수하지, 타자하겠어요?”

    “그래. 그게 됐으면 일주일에 한 번 경기하는 귀족 선발했어야지.”

    이전부터 해오던 경준이와의 배팅볼 연습이지만 그 연습 시간을 쪼개서 특별 훈련 파트를 만들었다.

    제구가 안 좋은 경준이의 공이 좀 무섭긴 하지만 경준이에게 눈높이의 공을 계속 던지도록 요구했다.

    가끔 머리로 날아오는 공도 있지만 제구 안 좋은 경준이의 공을 보면서 점점 볼과 스트라이크의 구분이 되어간다. 그리고 볼로 들어오는 공에 반응하지 않도록 공을 보고 보고 또 본다.

    “형, 교대요.”

    공 100개를 보고 서로 역할을 바꿔 내가 배팅볼을 던져주기 시작한다. 내가 던질 줄 아는 떨어지는 공중에 가장 각이 큰 커브. 그 커브를 최대한 낮게 낮게 계속 던져준다.

    “경준아. 원 바운드를 왜 쳐? 경준아, 그러면 배트가 퍼져 나오잖아. 경준아! 볼은 참으라고 치지 말고.”

    이래서 야구는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습득력 떨어지는 멍청이와 함께 훈련하려니 힘이 두 배로 든다.

    그래도 노예로 부릴 만한 게 얘밖에 없으니 미우나 고우나 데리고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착하다.

    - 볼넷. 김소전 8회 말 투아웃에 출루에 성공합니다.

    - 저걸 참네요. 몸쪽 높은 공이였거든요. 커트 커트하다가 살짝 빠지는 공을 참아냈어요.

    - 후반기 들어 출루율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김소전입니다.

    - 전반기까지는 3할 1푼의 출루율이었거든요. 후반기에는 높은 공을 참아내기 시작하면서 올스타전 이후 출루율이 4할이 넘어가고 있어요.

    - 볼넷이 늘면서 출루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그렇죠. 선구안이 단기간에 좋아지는 게 아닌데 대단해요.

    - 시합 전에 정진효 타격 코치를 만나셨죠? 비법은 물어보셨습니까?

    - 김민중 감독이랑 같이 만나긴 했는데 영업 비밀이라며 안 알려줘요. 치킨 사 오라고 하는데 다음에 치킨에 맥주라도 사 들고 가서 물어봐야겠어요.

    - 치킨에 맥주면 알려주겠네요.

    아 싸! 볼넷이다. 마지막 좀 아리까리 했는데 다행이다. 오늘도 치느님 하나 적립했고. 이제는 여전히 떨어지는 공에 적응 못 하는 멍청이를 도와줘야 한다.

    - 김소전 또 리드를 길게 잡습니다.

    - 후반기 들어서는 도루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죠.

    - 주자 스타트. 투수 2루로 공 던지지 못합니다!

    - 당했어요. 윤서전, 넋 놓고 있다가 셋 포지션에서 투구 동작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 포수가 소리를 지르는데도 반응을 못 했습니다.

    - 윤서전, 집중력이 완전히 흐트러졌네요.

    - 포수 마운드에 올라가서 투수를 다독여줍니다.

    재규어스에서 2루 커버도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듯하고 투수도 투아웃이라 경준이 잡을 생각만 하는 듯해서 냅다 뛰었다.

    뛰면서 투수는 보지도 않고 2루 커버 들어 오는 2루수만 보면서 뛴다.

    2루수가 커버 들어오는 걸 보니 공이 오지도 않는다. 그러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가슴이 아프니까 발부터 들이밀어야지.

    - 스코어 4:1, 2사에 주자 2루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나가는 랩터스입니다.

    - 여기서 한 점 더 나면 재규어스 힘들어지죠. 점수 더 내주면 안 됩니다.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최소한 3점 이내로 9회로 끌고 가서 랩터스의 마무리를 끌어내야 내일 그리고 모레 경기 운영이 쉬워집니다.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다시 슬금슬금 3루를 향해 몸을 옮긴다.

    목을 돌려 나를 째려보는 투수. 공 몇 개 던졌다고 땀을 비 오듯 흘리는 투수를 무시하고 포수의 움직임만 바라본다.

    주자가 2루에 나가 있으니 포수의 엉덩이가 1루에 있을 때보다 아래로 내려앉는다.

    나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나빠 평소보다 2루에서 두 발을 더 나간다.

    - 2루 주자 스타트! 삼루를 연속으로 노립니다. 타자 헛스윙. 포수 3루~ 던지지 못합니다. 김소전 도루 성공! 2루와 3루를 연속으로 훔쳐내는 김소전!

    - 지금 주자를 너무 놔뒀어요. 아직 3점 차거든요. 재규어스 선수들 너무 안일하게 경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 떨어지는 변화구 타이밍에 3루를 훔쳐내는 김소전입니다.

    - 그렇죠. 커브였죠. 노경준 선수의 배트를 끌어내는 그것까지는 좋았어요. 그건 좋았는데 투수도 투구 폼을 뺏겼고 포수도 3루 송구할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 이러면 안 되죠.

    오늘 1회부터 시프트에 걸리면서 밥값도 못하고 있었는데 8회 말에 돼서야 밥값 좀 하는 기분이다. 아까는 엉덩이, 지금은 가슴팍이 아프지만, 기분은 좋다.

    이제 27미터 남았다. 갈 수 있다. 경준아 짧은 거라도 하나 쳐라!

    - 투 아웃 잡아 놓고 주자를 3루까지 보낸 재규어스. 스트라이크 한 개 잡아 놓고 타자 노경준을 상대합니다.

    - 재규어스 배터리 힘들어졌어요. 노경준 선수가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지만 주자 3루 놓고 떨어지는 공 던지기 부담스럽거든요.

    - 노경준이 직구에는 굉장히 강합니다.

    - 김소전이 재규어스에게 직구를 던지라고 강제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이번 시즌 노경준이라는 신인 절반은 김소전이 만들었어요.

    내가 3루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우리 팀 멍청이는 내 생각도 안 하고 바로바로 타석에 들어간다.

    멍청아! 나 숨 쉴 시간은 좀 주라고!

    힘은 들지만 어쩌겠어. 다시 홈 쪽으로 리드를 잡는다.

    - 2구. 브레이킹볼. 타자 헛치고 공 뒤로 빠집니다. 3루 주자 홈으로~ 득점! 8회 말 김소전의 득점으로 랩터스 4:1의 스코어롤 5:1로 바꿔놓습니다.

    - 주자 3루에서 떨어지는 공은 항상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떨어지는 공에 약한 타자를 속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원 바운드로 공을 흘렸거든요. 이러면 3루 주자 들어오지요.

    - 투 아웃 이후에 볼넷-도루-도루-폭투로 안타 하나 없이 점수를 만들어 냈습니다.

    -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마무리 박요훈은 안 나오겠죠. 박요훈이 오늘도 나왔으면 연투라 내일, 모레 경기는 못 나왔을 거거든요. 이러면 내일 경기 컨디션 회복해서 나올 수 있어요.

    - 이 한 점으로 재규어스는 계산이 복잡해지겠습니다.

    홈플레이트를 밟고 여전히 떨어지는 공을 못 치는 멍청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쏟아지는 구타. 홈런 친 것도 아닌데 선배들이 자꾸 때린다.

    아, 아……. 맞은 데 또 맞으니까 아프잖아요!

    “소전아, 여기서 한 점을 내면 어쩌냐. 요훈이 세이브해야 하는데.”

    “헤헤, 요훈 선배 연투잖아요. 사람이 쉬면서 해야죠.”

    “요훈이 연봉 떨어지면 네 연봉에서 깔 거야.”

    “FA가 무슨 연봉이 떨어져요. 오늘 스트레칭할 때 요훈 선배 무게 줄이시더라고요. 잘 좀 챙겨주세요.”

    “넌 이제 투수조도 챙기냐?”

    “저보다 운동 잘하는 사람은 다 보고 배워야지요.”

    “됐다. 너랑 무슨 얘길 더하냐. 하여간 잘했다.”

    “감사합니다, 코치님.”

    타자가 볼넷 잘 골라서 점수까지 냈으면 타격 코치가 버선발로 뛰어나와서 축하를 해줘야지 쓸데없이 투수 코치가 다가와 축하를 해준다.

    살짝 삐쳐서 타격 코치를 바라보니 감독 옆에 딱 달라붙은 타격 코치가 내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홱 돌린다.

    그래 봐야 소용없습니다. 오늘도 치느님 적립입니다.

    - 스코어 5:1. 랩터스가 재규어스와의 첫 경기를 가져갑니다. 오늘의 수훈 선수 강우혁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방송국 놈들이 로테이션상 땜빵으로 나온 선발 투수를 잡고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 오랜만에 선발로 나와 6이닝 1실점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경기 호투의 비결이 있었을까요?

    “커브와 직구의 릴리스포인트가 달랐던 걸 조금 수정했습니다.”

    - 시즌 중에 투구 폼을 고치는 게 쉽지 않은데요. 어떻게 고치게 됐나요?

    - 불펜 피칭 중에 소전이가 투구 동작 중에 버릇이 있다면서 팔 각도를 줄이라고 말해 줘서 고칠 수 있었습니다. 버릇을 고치면서 릴리스 포인트를 같이 수정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 보통 타자들이 투수의 버릇 잘 안 알려주는데 김소전 선수에게 밥이라도 사야겠어요.

    - 소전이는 우리 팀 투수들 습관을 잘 알려줍니다. 밥은 꼭 사겠습니다.

    - 이것만 봐도 랩터스의 분위기가 좋은 걸 알겠습니다.

    * * *

    재규어스와의 홈 3연전을 싹쓸이로 쓸어 담으면서 2등과 승차가 3경기로 벌어진다.

    어느 팀이나 그렇듯이 성적이 좋으면 팀 분위기가 안 좋을 수가 없다. 평화롭고 즐거운 야구장 생활이 이어진다.

    언제나처럼 경기 끝나고 타격 코치님이 주문해 주신 치킨을 앞에 두고 경준이와 간단히 야식을 시작한다.

    “잠깐! 형 그 손 좀 펴봐요!”

    “왜, 왜… 갑자기 왜.”

    “우선 펴봐요.”

    “왜, 왜. 내 손이야. 내 손을 왜 펴라 마라 해!”

    “저 보충제 마실 때 내 날개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지금 형 손이 제 거와 형 거 가운데 있단 말이죠. 이건 느낌이 오지 않아요?”

    “느, 느낌이라니……. 무슨…….”

    “그럼 펴보시든가. 그 손에서 날개 있나 없나 확인 좀 해봐요.”

    “시나리오 쓰고 있네.”

    “구라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 배웠어요?”

    “그렇게 피를 봐야겠어?”

    내 손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분명 내 손이 저놈 눈보다 빨랐는데 귀신같은 놈. 이걸 어째야 하나……. 심장이 쪼그라든다.

    - 승리~ 승리의 랩터스~ 승리~

    “저, 전화 왔다. 너 전화 받아야지.”

    “지금 전화가 중요해요? 그 손 펴세요.”

    “야~ 전화는 받아야지. 내가 받아줄게.”

    얼른 몸을 일으키면서 주먹을 쥐고는 경준이의 핸드폰을 낚아챈다. 자연스러운 몸놀림. 한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밀어서 누군지도 모르는 전화를 받고는 스피커폰을 누른다.

    “아, 형~ 나중에 날개 하나 줘야 해요!”

    “저, 전화 왔잖아. 전화 받아야지~”

    전화는 신경도 안 쓰고 나를 죽일 듯 바라보던 경준이가 한숨을 푹 쉬고는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시작한다.

    “누구세요?”

    - 후배님. 경기 끝나고 출출해서 뭐 드시나 보네. 내가 보고 있기 안쓰러워서 안 되겠어. 후배님 어디세요. 이리로 넘어오세요. 내가 맛있는 거라도 사드려야겠어.

    “누…. 누구세요?”

    누구라고 안 물어봐도 된다. 이 XX는 얘 번호는 어떻게 알아서 전화를 한 거지?

    - 후배님. 랩터스에서 은퇴한 박정환이라고 해. 이선원이랑 같이 있는데 후배님도 와. 선원이랑 맛있는 것 좀 먹여야겠어.

    미치겠구만… 이선원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XX가 정상적인 자리에 부를 놈이 아닌 건 내가 확언할 수 있지.

    “선원이랑 통화 좀 할 수 있겠습니까?”

    - 선원이 지금 통화할 상태가 아닌데… 잠깐. 야, 이선원! 친구하고 전화 좀 해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한참 동안 들리더니 술 취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에헤~ 노경준~ 너 전화도 안 하고~ 나쁜 XX~ 너 내가 햄버거도 사주고~ 콜라도 사주고~ 그런데 넌 나 술 한잔 안 사주고~ 에헤~

    어지럽다. 이 XX가 지금 뭐 하자는 거지?

    - 후배님. 선원이가 기분이 좋네. 와서 맛있는 거 좀 더 먹자. 그래야 얘 술이 깰 거 같은데. 택시 타고 강남으로 와.

    “어딥니까? 지금 가겠습니다.”

    미쳤네.

    “야! 노경준 지금 어딜 가!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가!”

    남의 전화 끼어들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선호 술 잘 못 마셔요. 가서 데려와야죠. 이 XX, 술 깨면 죽었어요.”

    “넌 있어! 내가 데려올게.”

    “형, 선호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데려와요?”

    그래도 내가 가야지 천둥벌거숭이 같은 널 보낼 수는 없잖냐.

    경준이 전화를 뺏어 들어 최강훈 꼬봉이자 트레이드될 때 같이 못 가고 빌빌대다 작년에 잘린 랩터스 선배에게 위치를 물었다.

    “박정환 선배님. 김소전입니다. 어디십니까?”

    - 흐흐흐.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리나보다 했더니 신인왕 후배님이 같이 계셨네. 소전이 너도 같이 와. 술 한잔하자.

    XXX, 술은 무슨. 생수 한 병 안 사주던 XX가.

    “어디로 갈까요? 금방 가겠습니다.”

    - 흐흐흐. 위치 찍어줄 테니까 택시 타고 와. 오늘 후배님하고 비싼 술도 좀 먹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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