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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FA선수가 되다-76화 (76/204)
  • 76화. 전설의 시작

    - 나눔 팀 랩터스의 김민중 감독 작전이 현란합니다.

    - 올스타전에 파격적인 기용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만 이건 굉장히 실험적이네요.

    감독이 미쳤다. 올스타전에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지만 이건 시즌 중에 하다 욕먹을까 봐 지금 실험해 보는 거다. 확실하다.

    - 2회 초 수비 위치에 변화가 있습니다. 유격수 김소전이 우익수로 들어가고 중견수로 폭스의 박성례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좌익수 조영근이 빠지고 재규어스 2루수 이대성이 좌익수에 들어갑니다.

    - 그렇습니다. 분명 수비 위치는 좌익수에 이대성 선수가 들어가는데 위치는 2루 베이스 뒤에 들어갔어요.

    - 이럴 때 수비 위치를 어떻게 표시해야 합니까?

    - 기록실에 물어봐야겠는데요. 내야 5인 시프트. 눈으로는 처음 봅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가 감독이 더위를 먹었다. 이럴 수가 없다.

    100번 양보해서 잠깐 내야 5인 시프트를 걸 수도 있다고 치자. 그건 정말 똑딱이 잡겠다고 길어야 한 타석 하는 거지, 이건 아니잖아.

    - 타석에 드림의 4번 전반기에만 33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는 가필드 선수입니다.

    - 홈런 33개를 치면서 29개의 드래곤스 강현섭에 앞서가고 있습니다. 4개 차이가 나긴 하지만 강현섭이 몰아치면 또 모르죠.

    감독 놈이 미쳤어. 아무리 봐도 미쳤어. 타석에 저게 야구 선수인지 씨름 선수인지 모를 떡대가 들어왔는데 외야에 선수 하나를 더 주지는 못할망정 하나 빼서 내야에 던져놨어.

    심지어 나는 이번 시즌 내야순데……. 내야수를 외야에 보내고 외야수를 하나 뺏어. 이게 뭐야……. 이게 무슨 일이냐고!

    - 마운드에는 워호스의 이익환입니다.

    - 7승 3패 평균 자책점. 3.01을 기록 중이죠. 이번 시즌 좋은 공을 던져주고 있는데 야수들이 도와주지 못하면서 성적이 아쉽습니다.

    - 워호스의 젊은 내야진이 에러가 많아서일까요?

    - FIP라고 수비 무관 평균 자책점이라는 기록이 있어요. 이익환 이번 시즌 FIP가 2.3 정도거든요. 평균 자책점하고 0.7 정도 벌어져 있어요. 이 정도는 비현실적이거든요. 워호스 내야진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 그래서일까요. 김민중 감독이 내야에 다섯 명을 투입했습니다.

    -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가필드는 공을 띄우는 타자거든요. 하하. 김민중 감독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중견수인가 우익수인가. 수비 위치는 우중간. 저쪽 좌중간에는 박성례 선배가 자리하고 있다. 박성례 선배도 수비로는 어디 가서 빠지는 선수는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드넓은 외야를 둘이서……. 그렇다고 좌타자 시프트 걸어주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 가필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 가필드 홈런 레이스에서도 결승에 올라왔죠. 담장 밖으로 8개나 넘겼습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 텅 빈 외야를 보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 정말 외야에 빈 공간이 커 보입니다. 드림팀의 4번 가필드. 타석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잡을 수 있는 것만 커버한다. 라인선 상에 떨어지는 건 방법이 없고 센터로 날아오는 타구만 놓치지 않을 정도로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서 뒤로…….

    감독 XXX…….

    - 가필드 큰 타구 파울. 관중석으로 넘어갑니다.

    - 맘먹고 잡아당겼어요. 무시무시하네요. 가필드 선수, 아직도 홈런 레이스하는 줄 알고 있어요

    저, 저… 씨름 선수 같은 놈. 100미터짜리 홈런도 1점, 200미터짜리 홈런도 1점인데, 그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멀리만 치려고……. 땅볼이나 치라고 해서 내야에 5명이나 놔줬잖아!

    - 가필드 걷어 올립니다. 센터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타구. 센터 방향 텅 비었습니다~

    감독 XXXX. 감독이라는 XX가 생각이 없어!

    - 김소전 다이빙 캐치! 김소전의 슈퍼 플레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공을 잡아냅니다!

    - 김민중 감독, 내야 5인 시프트 진심이었나요. 김소전과 박성례면 외야 2인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가필드 선수 아쉬워합니다.

    - 이거 안 아쉬울 수가 없지요. 빈 공간에 잘 맞은 타군데요. 이번 올스타전 볼거리가 많습니다.

    이 악물고 달려 공을 잡아내고 엎어졌다가 일어나는데 박성례 선배가 어느새 달려와서 궁디를 팡팡해주면서 한마디 한다.

    “소전아, 적당히 하자. 우리 감독님이 이거 보고 따라 하자고 하면 큰일 난다.”

    그럴 리가요. 제가 박수훈 감독님 타격 코치로 겪어봐서 아는데 그런 올드 스쿨 감독이 이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어요.

    “선배님. 저는 적당히 하면 우리 감독님한테 죽어요. 아시잖아요. 우리 감독님, 야구하고 치킨에는 진심이신 거.”

    내 대답에 반박을 못 한 선배가 다시 수비 위치로 돌아간다. 그나저나 이 망할 놈의 시프트는 언제까지 하는 거지? 이번 이닝까지만 하면 되나?

    - 2회 초 드림 올스타의 공격, 3자 범퇴로 마무리됩니다.

    - 내야에 5명이 들어서니 땅볼은 확실히 내야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네요. 김민중 감독 리그에 커다란 질문을 던졌어요.

    선배들이 올스타전은 슬슬 즐기다 오면 된다고 했는데, 시즌 경기보다 훨씬 빡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야구… 쉽게 보면 안 되는 거였어.

    - 박성례 안타!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됐습니다.

    - 타구 방향이 좋았어요.

    - 다음 타자 오늘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랩터스의 김소전입니다.

    - 첫 타석에 선취점을 만들어 내는 홈런을 쳐냈어요. 이번에 주자 1루에 놓고 타격을 합니다.

    고작 3회인데 몸이 피곤하다. 경기전부터 이것저것 한 게 많아서 그런가… 더블 헤더 하는 것보다 피곤한 것 같다.

    올스타전 즐기다 오라더니, 나 놀린 게 틀림없어…….

    - 타선 한 바퀴 돌고 드림 올스타도 투수를 바뀝니다. 울브스의 박준형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 올스타전이니만큼 엔트리의 모든 선수가 다 나오겠죠. 박준형 시즌 5승 3패. 평균 자책점. 4.24…….

    타석 밖에서 연습 투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타이밍을 맞춰본다. 박준형은 투구 폼이 크니까 백스윙 넘어가는 거 확인하면서 중심 이동을 시작하고…….

    연습 투구가 끝나고 타석에 들어가자 포수가 갈군다.

    “소전아. 살살하자, 살살. 왜 너만 진지해.”

    “선배님. 선배님도 외야에 둘만 들어가서 수비해 보세요. 없던 오기도 생깁니다.”

    “아~ 진짜~ 감독님, 왜 저러냐?”

    “몰라요. 더워서 그러신가 봐요.”

    포수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심판이 플레이볼을 외친다. 다시 투수에게 집중할 시간이다.

    - 박준형, 포크볼이 주무기입니다.

    - 그렇죠. 박준형 하면 포크볼인데. 김소전 상대로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김소전이 떨어지는 공에 엄청나게 강하거든요.

    - 박준형 1구. 김소전 받아칩니다~

    - 넘어갔어요.

    - 또다시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는 김소전! 나눔 올스타 김소전의 투런 홈런으로 3:0으로 앞서나갑니다.

    - 포크볼이었어요. 김소전한테 떨어지는 공은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네요.

    올스타전이라 그런가, 쓸데없이 괴롭히는 공 없이 투수들이 바로바로 승부에 들어와 준다.

    박준형의 포크볼. 나한테는 존 안으로 던져준 적이 없는데 던질 때부터 궤도가 낮은 쪽 존안으로 들어오는 공이다.

    그렇다면 배트가 나가야지.

    - 한가운데에서 떨어지는 공이었습니다.

    - 화면 보시면 김소전의 배트 궤도가 골프 하듯 퍼 올리죠. 김소전에게 이 높이에 공을 던지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네요.

    한여름에 시원한 돔구장에서 야구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경기 전에 400만 원 공돈이 생겨서 그런가? 치는 족족 공이 넘어간다.

    아무리 상대 선수들이 공을 슬슬 던져준다고는 하지만 자꾸 넘어가니까 이제 좀… 무섭다.

    - 2027 KBO 홈런 레이스 최종 우승은 8홈런의 조영근입니다.

    - 토종 선수의 자존심을 세워주네요. 가필드 선수가 10아웃에 6개를 때려냈는데 조영근 선수 마지막 아웃 카운트에서 3개를 몰아치네요. 대단한 선수예요.

    5회 초가 끝나고 펼쳐진 홈런 레이스. 왜 홈런 더비가 아니고 홈런 레이스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홈런 레이스.

    39살 먹은 할아버지가 홈런을 8개나 때리면서 상금 500에 드럼세탁기를 가져갔다.

    상금이야 알아서 쓰겠지만… 영근 선배……. 솔로가 드럼세탁기는 어디다 쓰려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경기가 속행된다.

    - 5회 말. 나눔 올스타 찬스가 계속 이 선수에 걸립니다.

    - 1회에 솔로 홈런, 3회에 투런 홈런을 친 김소전이 무사 만루에 들어오네요.

    - 올스타전에 두 타석 정도 들어오면 교체를 하는데 김소전은 교체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연타석 홈런을 치는 타자를 빼기 쉽지 않죠. 그것뿐만 아니라 외야 2인 시프트에 핵심이에요. 이번 시즌 유격수로 나오고 있는데 이 선수를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허허허.

    우리 집 세탁기 통돌인데 영근 선배한테 싸게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것도 무사만루. 부담스러운데…….

    무사 만루가 분명히 공격에 유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주자가 꽉 차 있으니 알 수 없는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포수가 잡아서 홈부터 밟는 병살이라든지 수비수들도 주자 때문에 베이스에 가깝게 들어가서 삼중살이라든지…….

    그렇다면 공을 내야에 굴리면 안 된다. 죽어도 삼진을 당해서 혼자 죽든지 띄워서 희생플라이라도 쳐줘야 한다.

    - 드림 올스타, 투수를 바꾸네요

    - 소닉스의 마무리 임기범입니다. 김을배 감독 여기에 승부수를 겁니다.

    - 임기범이 나오니까 경기장 분위기가 바뀝니다.

    - 진지해지죠. 이게 리그 최고 마무리의 힘입니다.

    야! 마무리가 왜 벌써 나와! 이건 반칙이지!

    - 타석에 들어서는 김소전. 오늘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김소전을 막아내야 하는 임기범입니다.

    - 올스타전인데 재미있습니다. 경기 전 볼거리가 많았으니 경기가 진지하게 진행되네요

    어우. 연습 투구하는 데 뭔 공을 100%로 던지냐. 올스타전이잖아. 쉽게 합시다. 쉽게.

    - 김소전 헛스윙. 오늘 계속 초구부터 배트를 내는 김소전입니다.

    - 임기범도 진지하게 승부하네요. 바깥쪽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였어요. 김소전 선수가 높은 공에 약점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공도 약점이 있거든요. 투수가 영리하게 타자를 상대하고 있어요.

    올스타전에 직구만 던지는 게 예의라고 들었는데 투수들이 자꾸 변화구를 던져댄다.

    떨어지는 공이면 어떻게든 대응이 되는데 횡으로 휘는 건 아직 바로바로 대응하는 게 어렵다. 역시… 훈련을 더 해야 해. 이번 겨울에도 특훈이다!

    - 2구 볼. 바깥쪽 많이 벗어납니다.

    - 김소전, 잘 참았어요. 멀리 빠져나가는 공인데 잘 참았습니다.

    - 분위기가 한국 시리즈 7차전 같습니다.

    - 지금 선수들 간에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지고 있어요. 임기범 선수가 슬라이더만으로 김소전을 상대할 순 없거든요. 결국 주무기인 투심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타자가 잡느냐 못 잡느냐에서 승부가 결정될 겁니다.

    투수가 자꾸 공으로 말을 건다.

    바깥쪽… 바깥쪽……. 바깥쪽을 봐라. 바깥쪽으로 배트가 끌려 나올 때 몸쪽에 붙여주겠다.

    임기범이 슬라이더를 던질 줄 아는 것이지 슬라이더의 구위가 좋은 선수가 아닌데 연속으로 두 개를 던졌다. 이건 무조건 미끼다. 저 만만한 슬라이더 더 이상 존 안으로 들어올 일은 없다.

    - 주자 만루. 타석엔 김소전. 투수는 임기범입니다.

    - 타자 타석에서 살짝 앞으로 붙는데요. 투수의 바깥쪽 공에 반응합니다.

    속으라고 하면 속아줘야지. 나는 슬라이더를 칠 것이다. 슬라이더. 도망가는 슬라이더를 밀어칠 것이다~

    빈 스윙을 일부러 퍼져 나오게 돌려보며 배트로 투수에게 말을 걸었다.

    던져봐라. 슬라이더 밀어쳐 드리겠습니다~

    - 3구. 잡아당깁니다. 벼락같이 잡아당긴 타구 우측 담장~ 우측 담장~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 김소전 올스타전에서 홈런 3방으로 7점을 만들어 냅니다.

    - 임기범, 아쉬운 공이었어요. 몸쪽에 붙일 거면 조금 더 높아야 했거든요. 지금 높이보다 조금 더 높았어야 했는데 실투에요. 아쉽네요.

    - 첫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가장 빛나고 있는 김소전. 이번 경기로 랩터스의 김소전에서 KBO의 김소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합니다!

    올스타전이라 그런가. 어지간하면 많이 도망가지 않고 승부를 걸어준다. 언젠가 안쪽으로 들어올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니 바로 승부에 들어온다.

    앞발을 평소보다 더 열어주면서 풀스윙. 오늘 배트에 맞는 공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이렇게 잘 맞을 것 같으면… 올스타전 매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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