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75화 (75/204)
  • 75화. 드디어 경기 시작

    상금 300만 원이 써진 피켓을 매니저 형한테 주고 바로 다음 이벤트를 준비한다.

    공 13개 던지고 현금 300을 당기자 어쩐지 오늘 돈발이 조금 더 붙을 듯한 기분이 든다.

    - 이번엔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입니다. 10개 구단 팬들과 함께하는 슈퍼 레이스. 선수와 팬들이 한팀을 이뤄 달리는 릴레이 경주입니다.

    - 각 팀의 대표 준족 두 명과 팀 마스코트 그리고 사연이 당첨된 각 팀 팬 가족이 함께 달리는 경기죠. 변수가 많이 발생해서 보는 재미가 있는 경기예요.

    “형, 저기 뭐 하는 거죠?”

    “그러게……. 우리가 생각한 장애물 경기가 아닌데…….”

    밤새 경준이와 허들 넘는 방법만 죽어라 연습했는데……. 눈앞에 출발 드림팀이 펼쳐졌다.

    “형… 장애물 경기라면서요…….”

    그라운드에 설치되는 거대한 구조물들에 당황해서 매니저 형한테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자 매니저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 몸에 낙하산을 채워준다.

    “내가 얘기해도 너희 둘이 듣지도 않고 마음대로 했잖아. 우리 팬 가족한테는 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 너는 그냥 열심히 달리기만 해.”

    아… 이게 뭐야, 진짜…….

    - 슈퍼 레이스, 각 팀의 1번 주자가 낙하산을 매고 달리고 2번 주자가 징검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내 옆에 주르륵 늘어선 선수들…. 다들 낙하산을 허리에 매고 비장한 모습으로 준비를 마친다.

    - 우승 상금도 있습니다. 우승하면 선수는 100만 원씩, 마스코트 50만 원, 그리고 팬 가족에게 100만 원이 수여됩니다. 선수들,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 선수들 표정 비장하죠? 선수들 상금도 상금이지만 선수가 못해서 우승을 못 하면 어린이 팬의 원성을 들을 수도 있어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출발선에 준비를 마치고 저 멀리 있는 2번 주자 어린이와 눈을 마주쳤다.

    저 아이… 랩터스가 한국 시리즈 갈 때마다 소복 입고 식칼 물고 응원하기로 유명한 랩순이……. 눈만 봐도 졌다가는 오늘 발 뻗고 자기 어려울 듯하다.

    - 선수들 출발했습니다. 선수들 뒤로 낙하산이 펴지는데 장관입니다.

    - 저런 낙하산은 어디서 가져왔지요? 어마어마하게 크네요. 선수들 앞으로 나가질 못하고 있어요

    우아앙~ 우왕~ 우와앙~

    간다! 간다! 가야 한다! 가즈아~

    - 김소전! 랩터스의 김소전 선두로 치고 나옵니다.

    - 오늘 김소전 날인가요? 빠른 건 알았지만 낙하산을 달고도 빠르네요.

    - 평소에도 열심히 하는 건 알았지만 김소전 선수, 정말 이 악물고 달리네요. 2번 주자 출발합니다.

    - 정혜린 양이죠. 랩터스 우승할 때마다 열정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어린이입니다. 소복 입은 모습이 강렬한데 랩터스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니 새롭습니다.

    - 새로운 것보다 정혜린 양, 운동하나요? 징검다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어요!

    - 랩터스 빠르네요. 빠릅니다. 정말 빠르네요

    옛날부터 야구 팬 사이에 널리 알려진 말이지만 요즘 랩터스 성적이 좋아지면서 없어진 말인데… 저 날아다니는 애를 보니 그 말이 생각난다.

    랩터스는 야구 빼고 다 잘해.

    - 랩터스 압도적으로 치고 나갑니다. 아버님도 정말 빠르게 통과하고 노경준 선수가 고지 탈환 코스에 도전합니다.

    - 6미터 에어바운스를 뛰어 넘어가는 코스죠. 천천히 줄을 잡고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코스에요.

    - 노경준, 그대로 뛰어오릅니다. 노경준! 줄도 잡지 않고 뛰어오는 탄력으로 그대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 와우~ 노경준 선수, 신체 능력이 좋은 건 알았지만 만능이네요. 저 높은 곳을 그대로 뛰어올랐어요

    - 랩터스 마지막 주자, 정혜린 양의 어머니가 나섭니다.

    - 마지막은 퍼펙트 피처죠. 선수들도 맞추기 힘들어요.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시도해야 합니다. 랩터스, 시간도 많아요

    - 성공! 랩터스 단 한 번의 시도에 퍼펙트 피처까지 성공시키면서 슈퍼 레이스 우승을 차지합니다.

    - 오늘 랩터스 날이네요. 홈런 레이스는 조영근이 결승에 진출해 있고 퍼렉트 피처는 김소전이 우승하고 슈퍼 레이스마저 랩터스가 가져갔어요. 오늘 랩터스의 날입니다.

    무, 무섭다. 저 꼬맹이, 소복 입고 다닐 때부터 평범한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저 집안 자체가 정상이 아니었어.

    경준이가 나에게 달려와 이겼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사회자가 저 무서운 가족에게 인터뷰를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상금 100만 원이 생겼습니다. 어디다 쓰실 생각이신가요?”

    사회자의 질문에 100만 원 피켓을 손에 든 아버지가 점잖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까 김소전 선수가 300만 원으로 중고차를 사신다는데 300만 원짜리 차는 위험합니다. 이 상금, 김소전 선수 차 사는 데 보태드리겠습니다.”

    눈치 없는 아빠의 헛소리에 미소를 짓고 있던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작렬한다. 전 국민이 바라보는 카메라 앞에서 몸을 뒤트는 아빠. 그 광경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딸이 마이크를 뺏는다.

    “아니요. 야구 선수가 차 사면 술 마시고 운전하더라고요. 김소전 선수, 쓸데없이 차 사지 말고 100만 원이면 주차장에 텐트 칠 수 있어요. 텐트는 제가 사드릴 테니까 운전할 생각하지 말고 야구 하세요.”

    뭐, 뭐야. 저 꼬맹이는…….

    “텐트 치고 출퇴근하면서 연습하세요. 연습 좀 해서 높은 공 좀 치지 말고요. 김소전 선수! 그 폼에 높은 공이 치고 싶어요?”

    야구장 가득 들어찬 관중들이 어린이 팬의 일갈에 기가 눌려 조용해졌다.

    사회자도 정신을 놓고 있다가 인이어에서 나오는 피디의 고함에 간신히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지, 지금까지 슈퍼 레이스 우승자인 정혜린 양 가족이었습니다.”

    “형… 쪼끄만 게 당돌하네요. 저도 형한테 못하는 얘기를 막 하네요.”

    “시끄러워. 너는 낮은 걸 못 치잖아.”

    “그러니까요. 형, 둘이 합체할까요? 크로스?”

    진지한 얼굴로 팔을 들이미는 멍청이를 무시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나를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선수들…….

    왜! 왜! 내가 뭐! 너희들도 다 악플 받으면서 살잖아. 왜!

    조용히 빈자리에 가서 앉는데 뒤에서 다른 팀 선배가 말을 붙인다.

    “소전아. 내 차 바꿀 건데 싸게 줄까? 선수금 300 받고 나머지는 할부로 받을게.”

    “형. 형 차는 기름을 퍼먹잖아. 소전아, 내 차가 기름도 안 먹고 좋아.”

    “형들! 형들 차는 폐차해야지! 소전아, 내가 캠핑을 접어서 그러는데 내 거 텐트가 진짜 괜찮아.”

    이, 이것들이 진짜……. 나 100만 원 더 받아서 상금 400 받았거든! 차고 텐트고 더 좋은 거 가져오라고!

    차 사라고 자꾸 괴롭히는 형들을 피해 화장실로 대피했다가 오자 경기가 시작된다.

    - 드디어 올스타전이 시작됩니다. 드림팀이 초 공격 나눔팀이 말 공격으로 진행되겠습니다.

    - 오늘 행사가 많다 보니까 바쁘죠. 알차게 진행되는 올스타전이니, 만큼 경기도 알차게 진행됐으면 좋겠네요.

    - 나눔팀 수비 위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투수 랩터스의 이시윤…….

    시합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피곤하다. 올스타전 편하게 나가서 편하게 하고 오는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피곤한 줄 몰랐다.

    그래도 집중력 잃어버리면 다치니까 정신을 차리자.

    - 드림의 1번 타자 엘리펀트의 노건하입니다.

    - 이번 시즌 3할 3푼을 치면서 엘리펀트의 공격을 시작하는 선수예요.

    - 이시윤과는 상대 전적이 안 좋습니다. 이번 시즌 두 번 만나 5타수 1안타 볼넷 한 개 기록하고 있습니다.

    - 이번 시즌 이시윤에게 기록이 좋은 선수가 없죠. 그래도 통산 전적을 살펴보면 홈런도 하나 있어요.

    올스타전이니 딱히 수비 시프트도 없이 다들 편하게 서서 공을 기다린다.

    특히나 투수가 이시윤인데… 저 본투비 나르시시스트는 올스타전에서도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때려 박는다.

    - 삼진! 노건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이시윤!

    - 방금 공, 정말 좋았죠. 이시윤 선수, 시즌 경기하듯이 전력투구를 하고 있어요. 공 정말 좋네요.

    - 이시윤 선수 역시 대충대충이 없네요.

    - 평소 인터뷰할 때도 살살 던지는 건 배워본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선수니까요. 하하하. 올스타전에 맞는 선수는 아니네요.

    투수가 저렇게 타자를 잡고 들어가면 수비수는 마음이 오히려 더 불편하다.

    혹시라도 나에게 날아오는 공 하나 실수하면 완벽한 투수 컨디션에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에 공 하나하나에 더 집중해 줘야 한다.

    - 연속 삼진. 이시윤 공 6개로 두 타자를 돌려보냅니다.

    - 김민중 감독이 이시윤 1이닝만 쓴다고 했거든요. 이러면 공 9개 던지고 내려가게 생겼어요.

    랩터스에 뛰면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저거다. 난 저 이시윤 공을 상대 안 해도 된다. 그것만 해도 난 축복받은 거지. 야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한 게임이다.

    - 김희순 잡아당겼습니다. 삼유 간 총알같이 날아드는 타구! 유격수 김소전! 잡아서 1루 송구! 1루! 1루! 아웃! 유격수 김소전의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가 나왔습니다. 공수 교대.

    - 김희순 선수, 안타를 도둑맞았네요. 이시윤 선수 실투였거든요. 김희순이 잘 받아 쳤는데 저걸 잡네요. 잡는 것도 대단한데 저기서 1루에 완벽한 송구를 보여줬어요. 오늘 김소전의 날이에요.

    생각이 있어서 잡은 건 아니고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삼유 간을 지나가려는 타구.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날아갔다. 우타자치고는 발이 빠른 타자. 몸을 일으키면서 뒷발을 땅에 박아 넣고 1루로 공을 쏜다.

    1루까지 뛰어가던 타자가 1루도 안 밟고 나한테 뛰어온다.

    왜, 왜 그래요, 선배…….

    - 김희순 선수, 많이 억울한가 본데요. 김소전 선수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 김소전, 모자를 벗고 죄송하다고 하네요. 하하. 이런 게 올스타전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오늘 재미있는 장면 많이 나옵니다.

    - 김희순, 뭐 하는 거죠? 한 번만 봐달라는 건가요? 하하. 김소전 연신 고개를 숙이네요.

    난 또… 와서 뭐라고 할까 봐 쫄았네……. 선배, 저도 저걸 제가 잡을 줄 몰랐어요. 이건 쫌… 운…….

    - 나눔팀의 1회 말 공격 랩터스의 김소전부터 시작됩니다.

    - 1회 초 수비에서 그림 같은 수비를 보여준 김소전이죠. 이번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소전입니다.

    - 시즌 초에는 우려가 많았는데 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쉽게 무너지지 않을 타격 폼과 수비 자세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도 대단하지만 앞으로가 더 대단해질 선수로 기대하고 있어요.

    - 드림의 선발 썬더스의 로즈버그입니다. 국내선 발진이 부진한 가운데 팀의 기둥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 로즈버그까지 부진했으면 썬더스 지금처럼 5강 싸움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번 시즌 썬더스의 효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언제나처럼 타석에 들어서면서 포수와 심판에게 인사를 건넸다.

    “소전아~ 살살하자. 오늘도 죽자 살자 달려들면 어쩌냐?”

    “살살하겠습니다.”

    선배도 이시윤 뒤에서 수비해 보세요. 에러 하면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아요

    - 이게 무슨 공이죠? 89킬로짜리 공이 들어왔습니다.

    - 하하하. 썬더스 팬들은 아시겠지만 로즈버그 선수 경기할 때와는 다르게 그라운드 밖에서는 굉장히 유쾌한 선수예요. 지금 배팅볼처럼 천천히 던져줬어요. 치라는 것 같아요.

    - 로즈버그 선수, 시범 경기에서 김소전에게 홈런을 맞은 기록이 있습니다.

    - 그때 김소전과 랩터스의 또 다른 어린 유망주 노경준 선수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으면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죠. 그래서인가요? 또 쳐보라고 던져주는 것 같네요.

    뭐, 뭐냐… 이딴 공은…….

    “저거 쳐도 되나요?”

    “나도 모르지. 나 사인도 안 내잖아. 그냥 던지면 직구, 글러브 위로 튕기면 슬라이더, 아래로 튕기면 커브야.”

    어이가 없어서 포수를 바라봤다. 포수도 나를 바라보면서 한쪽 눈을 찡긋한다.

    이 아저씨가 어디서 그따위 X수작을…….

    “선배님, 진짜 칩니다.”

    “몰라. 쟤가 그렇게 하자고 했으니까 맘대로 해.”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시즌 같았으면 절대 안 믿는데, 올스타전이니……. 어째야 하지…….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투수. 메이저 40인 로스터 출신이라 그런가? 어깨에 여전히 뽕도 엄청나게 들어차 있는 것 같고.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더럽네.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간다.

    - 로즈버그 포수 사인에 연신 고개를 흔듭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나요?

    - 하하하! 정경록 선수, 사인도 안 내고 마음대로 던지라고 하네요. 하하하. 올스타전다워요.

    - 투수, 마운드에서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평소와는 다른 엄청나게 큰 와인드업입니다.

    - 좋네요. 볼거리를 만들어주고 있어요.

    - 아직도 하는 정지 동작. 드디어 던졌습니다. 느린 공~ 쳤습니다. 뻗어갑니다. 쭉쭉 뻗어가는 타구. 담장을 넘어갑니다~

    - 김소전에게 커브는 안되네요. 떨어지는 공은 안 돼요. 구속과 상관없이 큰 타구를 만들어 버립니다. 무시무시하네요.

    구종 알려 주고 던지는 건 나 놀리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팬 서비스하라고 던져주는 건가?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한가운데서 떨어지는 느린 커브면 뭐… 쳐야지…….

    구속이 조금만 더 빨랐으면 더 멀리 날아가는데 조금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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