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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FA선수가 되다-60화 (60/204)

60화. 전직

프로에서 10년 넘게 운동을 하다 보면 별별 선수를 다 만나보게 된다. 운동 잘하는 선수, 못하는 선수, 똑똑한 선수, 멍청한 선수 등등 다 만나보게 된다.

그런데 얘는……. 처음 보는 유형이다. 이럴 수가 있는가?

“규정이 그렇다고. 내가 책 가져다 줘?”

“형, 저 책 싫어해요. 형한테 들으니까 쏙쏙 들어오고 좋은데요.”

“선수가 규정집 한 번은 정독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저한테 그런 거 보여준 사람도 없는데요.”

“너 봉황대기도 나갔었다며?”

“나가긴 했는데 저희 학교가 좀 못해서요. 예선 탈락했어요.”

“아니. 최소한 팀에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있었을 거 아니야!”

“아, 저희 코치님이 시간제라서요. 핵심만 간단히. 훈련은 선수들이. 저희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죠.”

이런 걸 뽑아왔다고? 프로팀에서? 뽑은 놈은 진짜… 어휴.

“내가 매니저 형한테 책 구해 달라고 할 테니까 그것부터 정독하고 얘기하자.”

선수가 룰을 알아야지.

“형, 그럼요… 번트 댈 때요…….”

“형, 공이 요래요래 돌잖아요…….”

“형, 안타 치고 1루 뛸 때 바깥으로 뛰잖아요.”

애초에 방으로 들이질 않았어야 했는데 저녁을 안 먹어 배가 고파 이놈이 가져온 빵을 받은 게 실수다. 어쩌다 이런 일이…….

“경준아. 내가 숙제를 하나 내줄게. 내일까지 생각해서 와라.”

“오~ 역시 형. 숙제, 멋져요. 뭔데요?”

“9회 말, 우리 팀이 5 대 0으로 지고 있어. 선두 타자가 너야. 넌 여기서 홈런을 칠 거냐? 안타를 칠 거냐? 어떤 게 좋은 생각 해서 내일 얘기하자.”

“형. 당연히…….”

“어허. 형이 바로 생각나는 쉬운 문제를 냈겠냐. 방에 가서 오늘 밤새 깊게 고민하고 내일 얘기하자.”

날 바라보는 스토커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어째… 살기가 느껴진다.

“형. 잘 생각해서 내일 훈련 시작할 때 말씀드릴게요. 쉬세요, 형.”

미치겠다. 어디서 저런 게… 내일까지 저놈을 떨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 * *

새벽부터 일어나 남들보다 빨리 밥을 먹고 트레이닝실에 가서 불도 안 켜고 운동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아무도 없는 타격 훈련장에 가서 혼자 피칭 머신을 켜고는 나와의 싸움에 들어간다.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닭장에 들어가 빠따를 돌리니 잡념이 싹 가시고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진짜 살아 있는 공으로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올라오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 폼이 내 몸에 새겨 넣어질 때까지 치고 또 친다.

한참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케이지 바깥에서 누가 부른다.

“형, 여기 계셨네요.”

너, 넌……. 여기 훈련하러 온 거냐, 아니면 나만 찾아다니려고 온 거냐?

“어. 형이 야구를 못 해서 남들보다 훈련을 좀 많이 해야 해. 너도 할래?”

“네. 저도 하고 싶은데. 매니저 형이 형 찾느라고 난리에요. 팀 미팅해야 하는데 형 안 왔다고 다들 형 찾고 있어요. 여기서 훈련하는 것도 모르고… 역시 대단하십니다.”

몇 시길래. 팀 미팅을…….

“그래, 늦었네! 빨리 가야겠다. 가자.”

“아니에요. 형. 형 찾으면 그냥 감독님한테 가라고 전하라던데요? 감독님도 형 어디 갔냐고 찾으시던데.”

아… 오늘 감독님이랑 면담하자고 했지……. 이런…….

“그래, 난 감독님께 갈게. 미안하다. 나 찾아다니게 해서.”

“아니에요, 형. 내일은 저도 일찍 나와서 같이 배팅 치시죠. 야구 잘하려면 형처럼 해야 하나 봐요. 내일은 일찍 나올게요.”

나오지 마. 제발 나 좀 그냥 두면 안 되겠니…….

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스토커를 뒤로하고 감독님을 만나러 뛰었다. 감독님께서 오래 기다리실까 봐 뛴 거지, 절대 저놈이 또 말을 걸까 봐 무서워서 뛴 게 아니다.

“감독님. 김소전입니다.”

훈련장 한가운데 마련된 감독실에 들어가자 감독님과 수석 코치님이 함께 나를 맞이한다. 둘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 좀 심각한 분위기지만 내가 들어가자 곧 펴진다.

“아침부터 어디서 뭘 하고 있었어?”

감독님이 웃는 얼굴로 갈군다. 감독님, 그냥도 무서운 얼굴인데 웃으니까… 더 무서워요.

“혼자 배팅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오전에 먼저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단체 미팅 시간에 늦었으니… 죄송해야지, 뭐.

“네가 뭐 훈련하기 싫다고 도망을 가겠냐? 너 훈련하는 건 걱정 안 한다. 그래도 같이할 때는 시간 맞춰서 와라. 너는 걱정 안 하는데 단체 생활에 너보고 땡땡이치는 애들 꼭 생긴다. 그건 지키자.”

“죄송합니다. 훈련 시간 잘 지키겠습니다.”

아침의 작은 소동은 뒤로 두고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다.

“너 때문에 서울이 난리였던 건 알지?”

“알고 있습니다. 운영팀장님도 다녀가셨습니다.”

“안 그래도 너 만나고 와서 같이 봤다. 칼로 찔러봤는데도 아니라고 했다며?”

찔러본다니… 그걸 알면서도 칼로 찌른 거야? 사람을 진짜……. 누나… 왜 그래요.

“전 정말 그런 적 없습니다. 정환 선배에게 이상한 것 받은 것도 없고 정말 없습니다.”

내가 진심을 다해 아님을 어필하는데 감독이 씩 웃는다.

감독님. 웃는 거 진짜 안 어울려요.

“안다. 너같이 무식하게 운동하는 선수가 그런 짓 할 리가 없지. 알아.”

알기는 그걸 감독님이 어떻게 아세요?

“안영진 선배도 운동만 하던 사람인데 그랬습니다. 저를 어떻게 믿으십니까?”

내가 정색하고 감독을 바라보며 묻자 감독의 표정도 싹 변한다.

“그렇게 말이다. 영진이가 왜 그랬을까? 그놈도 이상한 짓 할 놈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감독.

왜요? 저도 그랬을까 봐요?

“조사 중인데 진짜 영진이가 아니라 너였을 수도 있겠더라. 박정환이가 너하고 영진이 락커 헤매다가 영진이락커에 약을 놓고 나온 것 같다. 그놈도 그걸 버리든지 신고하든지 해야 했는데 멍청하게 가지고 있다가 드래곤스 가서도 성적이 안 나오니까 최강훈이랑 통화하면서 조금씩 먹었다고 한다. 휴.”

약이 조금이 어딨어. 먹으면 먹은 거지. 그 선배도… 참……. 안타깝네.

“전 그럴 일 없습니다. 성적 안 나오면 운동을 더 하겠습니다. 성적 내겠다고 그런 짓은 안 합니다.”

내 단호한 대답에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독이 쿡쿡 찌른다.

“소전아. 야구가 말이지, 성적이 다야. 나봐. 나 선수 할 때 주전들만 편애하지 말고 잘하면 2군 선수도 올려 쓰면서 야구 해야 한다고 감독님들과 싸우던 게 나다. 그런데 감독이 되니까 달라져. 당장 2군에 유망주? 내 눈으로 확인하고도 쓰려고 하면 마음이 달라져. 저놈이 올라와서 안 떨고 잘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선배들이 후배들보다 안정감 있게 잘하는데 내가 왜 어린애를 키워가면서 성적을 떨어뜨려? 엔트리 짜면서 수천 번도 선배랑 후배를 비교해. 야구란 그런 거야.”

이러고 보니 궁금해진다.

“저한테는 안 그러셨잖아요. 전 딱히 보여드린 것도 없이 타격 폼 하나 바꿔왔는데 엔트리 넣어주셨잖아요.”

나를 보면서 씩 웃는 감독.

“넌 너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넌 데뷔하자마자 수비만으로도 주전급 백업 선수였고, 작년에 타격 폼 바꾸고 왔을 때는 시범 경기 때 이미 우리 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타자였어. 내가 널 키우려고 엔트리 만들어서 꽂은 게 아니다. 너 스스로 1군에서 형들을 밀어낼 실력을 만들어서 자리를 만들어 낸 거야.”

나이 먹어서 그런가? 아침부터 훈련을 빡세게 해서 그런가. 눈이 침침하네.

“소전아. 난 너만 보면 단장님하고 강훈이 내보내면서 했던 말이 계속 떠오른다. 단장님이 강훈이 내보낸다고 했을 때 내가 사표 내면서 절대 안 된다고 했었거든. 그때 단장님이 그러더라. 소전이가 약 같은 거 안 하고도 약 빤 XX 이겨줄 거라고. 소전아.”

나이… 나이 먹어서 눈이 침침한 거야. 나이 때문에.

“나도 야구 할 때 누구한테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대놓고 반칙하는 선수들도 없었어. 그런데 소전아, 너도 그렇게 야구 해줬으면 한다. 넌 반칙하는 애들도 부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야구 해줬으면 한다.”

저, 전등… 여기 전등불이 약하네, 전등.

“반칙하고 빨리 가는 길이 보일지라도 넌 뚜벅뚜벅 가기만 해도 꼭대기까지 갈 수 있는 선수다. 그렇게 하자고 부탁하려고 보자고 했다.”

몰랐던 걸 너무 많이 알았다. 내가 팀에서 그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었구나. 내가 하면 되는 선수였구나.

“감독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상한 짓 안 하고 운동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 대답에 마음이 뿌듯해진 감독님이 사람 좋은 얼굴을 하더니 수석 코치에게 눈짓한다.

“그래그래. 소전아, 감독님 말씀대로 열심히 하자. 넌 잘될 거야. 아주 잘될 거야. 하하!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팀 운영을 어떻게 할 거냐면 말이지…….”

“하… 코치님, 그럼 저 빠지면 수비는 누가 하나요?”

“하하하. 빠지면 안 되지. 그래서 말인데 올해는 사구도 조심하자. 너 다치면 올해 계획은 끝이야.”

어쩐지. 감독이 약을 치더라.

올해도 나는 뺑뺑이였어. 올해는 자리 만들어 준다더니…….

“올해도 코너 외야 준비해야 하는 거죠?”

“그렇지. 아무리 네가 중견수에 들어가도 이제 코너 두 자리에 영근이랑 정상이가 들어가면 수비 레인지가 안 나온다. 어쩌겠냐. 소전이가 올해도 고생해야지.”

“그러다 동수 선배나 정환 선배가 부상 회복하면 유격수 들어가고요?”

“그렇지. 재호가 이제 풋워크가 예전 같지 않다. 수비 범위가 많이 좁아졌어. 이대로 한 시즌 버티면 재호보다 3루에 정안이가 먼저 퍼질 거야. 알지? 정안이도 잔부상 달고 사는 거?”

알지요. 그걸 어떻게 모르겠어요. 알지요. 그런데 이렇게 구르면 저는요? 라정안 선배 다음은 제가 퍼지면 되나요?

“체력 훈련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프링캠프에서 할 게 많겠습니다.”

허탈감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그걸 수석 코치가 받는다.

“그런 자세 아주 좋아. 그리고 열심히 하는 김에 하나만 더 하자.”

뭘요? 뭘 더 시키려고요? 타격 폼도 바꾼 애한테 내야, 외야 수비 다 준비하라면서 뭐요?

“노경준이 좀 데리고 다녀라. 싹수는 있는데 야구를 너무 모르네. 너도 이제 후배 받아서 챙겨줄 때가 됐어.”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를…….

“코치님. 저 이제 3년 찬데요. 3년 차가 무슨 후배를 데리고 다녀요?”

내 반격에 흠칫 놀라는 코치.

“그러냐? 너 3년 차냐? 얼굴 보면 13년 차는 된 것 같아서. 그래도 인마, 지금 우리 팀에서 외야 수비는 네가 제일 좋잖아. 좀 데리고 다니면서 느끼게만 해줘 봐. 생긴 것도 그렇고 뛰는 것도 그렇고 너랑 비슷해.”

뭐? 생긴 거? 아니, 어디 꼴뚜기처럼 생긴 놈을 나랑 비교하세요?

“코치님. 저 타격 폼 바꿔서 개인 훈련할 시간도 모자라요. 살려주세요.”

“아, 그렇지. 너 타격 자세 바꿨지. 잘됐다. 그놈도 타격이 아주 엉망이야. 그것도 좀 가르쳐 봐라. 내가 노경준이 처음 보고 뒷목을 잡았다. 너 처음이랑 아주 똑같아. 알지? 그런 근본 없는 자세는 프로 코치들은 못 고친다. 너밖에 없네. 딱이네, 딱이야.”

더는 들어줄 수 없어 감독에게 살려달라는 눈길을 보낸다.

“소전아. 내가 종종 봐줄게. 어린애 한번 데리다 가르쳐 봐라. 너 지금부터 경험 쌓으면 나중에 좋은 코치 된다.”

“감독님. 저 3년 찬데요……. 은퇴하고 코치하려면 15년은 더 이 판에서 있어야 하는데요?”

“15년 금방이다. 내가 도와준다잖아. 어! 오 코치님 타격 훈련 보러 가야지. 갑시다. 김소전 움직여. 너도 가야지.”

아… 내년엔 여길 안 오는 방법을 확실히 찾아내고야 말 거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감독 뒤를 따라 타격 훈련장으로 들어가자 이미 선수들이 하나둘 케이지를 차지하고 들어가 있다.

먼저 들어간 선수들 뒤로 순서를 기다리며 스트레칭을 하는데 꿈에도 보기 싫은 얼굴이 훅하고 나타난다.

“형. 좋은 시간 보냈어요?”

이 미친, 무슨 대사가 이래?

“감독님이랑 면담이 좋은 시간이겠냐? 왜? 부러워? 너도 감독님하고 면담할래?”

순간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진 똘아이가 급 처진다.

“그러고 싶은데, 감독님이 부를 때까지는 말 걸지 말래요.”

“응? 왜?”

“말이 너무 많아서 귀 아프다고, 부를 때까지는 가까이 오지도 말 걸지도 말래요.”

아… 감독 진짜. 얘 가르치라고가 아니라 어쩐지 나한테 떨군 거 같은데.

“자, 얘기는 나중에 하고. 형 차례다.”

“형, 같이 가요. 저도 들어가요.”

아침 내내 쳤던 케이지에 다시 들어가 세팅을 맞추고 공에 집중한다.

땅! 땅! 땅!

힘있게 때리기보다 컨택에 집중하면서 예열을 하고 있는데 느낌이 싸하다.

“헉… 뭐야? 노경준, 너 뭐 해? 훈련 안 하고 뭐 해?”

“형, 타격 폼이 또 바뀐 거 같아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렇게? 이렇게 다리를 더 드는 거예요?”

내 앞에서 다리를 크게 들어 올리며 자기의 사타구니를 정면으로 보인다.

“야! 뭐 하는 거야! 무슨 폼이 그렇게 더러워.”

“형이랑 똑같이 하는…….”

“형은 하이키킹으로 레그킥을 하는 거고, 너는 내 앞으로 쩍벌이고.”

“아. 하이키킹.”

내 말을 뭐로 알아들었는지 킥을 하면서 몸을 투수 반대쪽으로 젖힌다.

“뭐 하냐?”

“형이 하이키킹이라고 해서요. 투수처럼 중심을 뒤에 두고 앞으로 발사!”

“네가 투수냐?”

“투수도 했었지요.”

머리가 아프다.

“헛짓거리하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공이나 쳐. 100개 치고 봐줄게.”

“네, 형! 와랏! 공아! 내가 다 홈런을 쳐주겠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100개만 깔끔하게 치고 방에 가서 혼자 연습해야겠다.

땅! 땅! 땅!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우타자와 좌타자가 가림막도 없이 서로 마주 보고 배팅 연습을 시작한다.

나를 보고 똑같이 카피해서 배트를 휘두르는 내 앞의 못난이. 한두 개는 정말 어설프던 스윙이 50개 60개가 넘어가면서 점점 내가 모니터하던 폼이랑 비슷해져 간다.

폼만… 비슷해져 간다.

“우이씨~ 맞아라. 맞아라!”

“뭐 하냐?”

“연습하는데요?”

“그러니까 무슨 연습.”

“배팅 연습이요.”

“그런데 왜 공을 안 맞혀?”

“공이 안 맞아요.”

“왜 안 맞아?”

“몰라요. 형 폼이 거지 같은가 봐요. 공이 안 맞네요. 맞아라! 맞아라! 우씨.”

저, 저 XX. 당사자를 앞에 두고 폼이 거지 같다니. 그 거지 같은 폼으로 치는 나는 뭔데?

“너 원래 치던 대로 치라고, 나처럼 하지 말고. 나처럼 하는 게 한 번에 되는 줄 알아?”

“안 되면 되게 하라. 될 때까지 합니다. 맞아라~ 맞아라~”

저 저 정신없는 놈 때문에 나도 연습이 안 된다. 내 연습은 내려놓고 내 앞에 서커스를 하는 피에로의 스윙을 감상한다.

“테이크백은 왜 해?”

“머리 고정. 머리가 흔들려?”

“배트 높이가 계속 바뀌는데?”

“무릎이 왜 무너져?”

“너 매번 타격 폼이 바뀐다.”

“코치님한테 타격 안 배웠냐?”

볼 때마다 난해하다. 어디서 저런 걸 선수라고…….

“아직 감이 안 와서 그럽니다. 하나만, 하나만 치면 할 수 있습니다. 간다. 아우! 다시 간다!”

나도 저랬나? 저걸 무슨 수로 사람을 만들어. 포기. 난 못해. 안 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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