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46화 (46/204)
  • 46화. 복귀전

    주변의 시기와 질투로 만나지 못했던 연인이 오랜만에 추억이 가득한 커피숍에서 대면에 성공했다.

    “조 단장. 김소전 어쩔 거야?”

    “4주 아웃인데 뭘 어째요. 뼈가 그대로인 것만도 다행인데.”

    “조영근은?”

    “감독님이 지타 돌리고 메이슨 1루 고정시킨대요.”

    “성적은?”

    “나도 모른다고요. 나라를 위해서 제 몸 다쳐온 걸 어떡하라고요.”

    “우리 게임 차가 반 게임이야. 단장이 모른다면 어쩔 거야.”

    “몰라! 모른다고! 연봉도 내가 주고 선수들 병원비도 내가 내는데 우리 팀 성적은 떨어지게 생겼으니 나도 미치겠다고.”

    여자의 맘도 모르는 남자가 매몰차게 이별을 입에 담는다.

    “그러면 안 되지. 성적은 단장이 지는 거야. 경기 운영을 못하는 건 감독 책임이지만 팀 운영을 잘못하는 건 단장이지. 우리도 프로잖아? 못하면 안녕해야지.”

    오랜 연인에게 칭얼대던 여자도 정색을 하고는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선을 긋는다.

    “그럼요. 우리는 프로니까. 성적에 따른 책임 피할 생각 없어요. 내년에 소닉스 하고 엘리펀트도 단장 자리 빈다는 거 같은데 이력서 준비해야겠네요. 경력 확인서는 구단주님이 도장 찍어주시는 게 어때요?”

    여자가 다른 곳을 마음에 품은 사실을 안 남자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야! 딴 데는 몰라도 소닉스? 넌 자존심도 없냐! 어떻게 랩터스에서 크고 자란 사람이 잠실의 주인이니 뭐니, 헛소리하는 파렴치한 소닉스에 가서 직장을 구걸할 생각을 해! 안 돼! 소닉스는 절대 안 돼! 어디 소닉스에서 랩린이 출신 단장을 빼가려고! 안 돼!”

    남자가 화를 내는 모습에 여자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감돌았다.

    * * *

    “저… 죽는 거 아니죠, 선생님? 막 아프고 그런 거 아니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흴 믿으세요. 저희 대한병원입니다.”

    “간단한 수술인데 왜 전신 마취를 하죠? 저 해봐서 아는데 큰 수술 할 때만 하는 거잖아요. 너무 무서워요.”

    “벌써 100번은 설명해 드렸다시피 오른쪽과 왼쪽의 밸런스 조정을 위해서 성형 수술을 같이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려운 수술도 아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러니까 간단한데 왜 전신 마취를 하죠?”

    “그게 환자분께 더 편안하시니까요. 설명 다 들으시고 동의하셨잖아요.”

    “했는데……. 저… 죽는 거…….”

    “선생님…….”

    “막 아프고… 그런 거…….”

    “마취하고 못 깨어나고 그런 거…….”

    고딩 때 어깨에 칼 댄 이후 전신 마취는커녕 국소 마취 따위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으니 너무 무섭다.

    눈 위에 초록색 거적때기가 씌워지고 아까 꽂아 놨던 주삿바늘로 알 수 없는 액체가 삽입된다.

    아마 마취약일 거다. 이대로 잠들어야 하는데 정신이 멀쩡하다.

    이런… 이 약……. 내게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맨정신에 수술을… 맨정신으로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안 되겠다. 선생님께 나 마취가 안 되고 있다고 얘기를 해야겠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용기 내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 마취가 안 된 것 같아요.”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선생님! 저 마취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귓가에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환자분, 수술 잘 끝나셨고요. 조금 쉬시다가 퇴원 도와드리겠습니다.”

    뭐, 뭐야… 난 잠들지도 않았는데 뭔 소리야?

    “보호자 분은 선생님께 경과 듣고 계시고요. 아직 어지러우실 수 있으니까 좀 쉬고 계세요.”

    요즘 기술이 좋구나. 눈 한 번 감았다 떴는데 수술이 끝났다니……. 그나저나 내 잘생긴 얼굴… 의사 선생님이 망가뜨리면 안 되는데…….

    * * *

    “김소전~ 이제 괜찮아졌냐?”

    “한 달 쉬다 나오니까 좋냐?”

    “쉬는 동안 뭘 했길래 몸이 더 좋아진 거 같냐?”

    한 달 동안은 야구 하지 말고 가볍게 얼굴 안 울리는 운동만 하라고 해서 혼자서 웨이트를 하다 한 달 만에 이천 연습장을 찾으니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혼자서 운동하다 야구장에서 다른 선수들을 만나니 기분부터 좋아진다. 역시 야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었어.

    “어이~ 꽃소전~ 슈퍼스타가 오셨네~ 수술은 잘됐고? 이야~ 얼굴에 칼을 댔는데 왜 더 못생겨졌냐.”

    훈련장에 들어가면서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있으니 멀리서 2군 감독이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감독님께서 걱정해 주셔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트레이닝팀에게 들었는데 회복 빠르다며, 오늘내일 검사하고 훈련 시작해도 될 거 같다던데, 어때? 몸 상태 괜찮아?”

    “한 달을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더니 좀이 쑤십니다. 내일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무리하지 마. 너 풀타임 1년 차에 아시안 게임도 다녀왔는데 이렇게라도 한 달 안 쉬었으면 체력 바닥났을 거야. 천천히 컨디션 올려. 너 이미 이번 시즌 충분히 잘하고 있어.”

    지금 1군은 마지막까지 1위 싸움하느라 선수들을 다 갈아 넣으면서 버티고 있는데 천천히 컨디션을 올리라니요. 전 선배들한테 미안해서라도 빨리 올라가야 해요.

    “네,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 * *

    - 울브스와 랩터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대구에서 펼쳐집니다.

    - 오늘 양 팀 다 중요한 경기죠. 걸린 게 많습니다.

    - 랩터스와 마지막까지 1게임 차 1위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랩터스가 지고 썬더스가 이기면 동률이 됩니다만 상대 전적에서 앞선 썬더스가 1위로 올라갑니다. 울브스도 3위를 놓고 워호스와 반게임 차 승부 중입니다. 울브스는 이기고 워호스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 복잡하죠. 간단하게 그냥 양 팀 다 이기면 됩니다. 특히 울브스는 오늘 지면 하루 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해요. 양 팀 다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랜만에 경기장에 들어오니 설렘이 가득하다. 지금까지 1군에 올라올 때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올라왔었는데 이번엔 팀이 내 자리를 만들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1군 선수가 됐구나……. 성공한 것 같고 기분이 묘하다.

    - 오늘 랩터스 엔트리에 변화가 있습니다.

    - 랩터스 팬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선수가 돌아왔어요. 김소전 선수가 5주 만에 돌아왔거든요. 회복에만 4주가 걸릴 거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데까지 5주 만에 돌아왔어요. 포스트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랩터스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겁니다.

    1번에 중견수.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 내 이름 옆에 새겨긴 라인업이다.

    - 1번 타자 김소전, 타석에 들어서자 울브스 팬들이 박수를 쳐주고 있습니다.

    - 야구 팬이라면 모두 다 아시안 게임에서 김소전 선수의 활약을 봤거든요. 특히 일본과의 결승전 김소전 선수가 혼자서 다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광대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경기에 출장해 대한민국을 우승시켰어요.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들어가는 첫 타석. 심판과 상대 팀 포수에게 언제나처럼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괜찮냐? 성형 수술도 같이했다며? 그런데 왜 더 못생겨졌냐?”

    “저도 몰랐는데 종합 병원에서 성형하면 못생겨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원판이 좋았으니 이 정도 아니겠습니까?”

    “풋. 이제 좀 컸다고 웃기기도 한다.”

    난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왜 웃는 거야.

    - 안타! 김소전 복귀한 첫 타석부터 중견수 앞 안타를 뽑아내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합니다.

    - 타이밍 좋고 밸런스도 좋네요. 부상 중에 몸 관리를 잘한 것 같아요. 이러면 랩터스, 포스트 시즌에서 기대를 할 만하겠습니다.

    실전에서 타석에 들어서 투수의 공을 바라보니 공이 좀 쉬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본 공들이 일본의 대표팀 선수들 공이어서 그런가 선발 투수의 공이 힘도 부족해 보이고 제구도 좀 쏠리는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아무래도 오른손잡이였던지라 왼손보다 오른손 근력이 좋아서 밸런스가 좀 안 좋았는데 재활 기간 동안 왼손의 밸런스도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쉬면서 한 거라고는 간단한 웨이트와 쉬는 시간 구단주 형의 예술 영화를 감상한 게 전부인데…….

    어쨌든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이니 우리 감독님의 지론인 몰아칠 땐 몰아쳐야 한다를 실행할 시간이다. 감독님의 착한 학생인 나는 오늘 몰아칠 것이다.

    - 경기 끝. 14 대 4. 랩터스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울브스를 잡아내면서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 짓습니다.

    - 랩터스 이번 시즌 우여곡절이 많았거든요. 그럼에도 정규 시즌 우승을 합니다.

    - 오늘의 수훈 선수 5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한 랩터스의 꽃. 김소전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오늘 왜 나랑 인터뷰하지? 나보다는 마지막 경기 홈런 두 개를 터트린 조영근 선배랑 해야 하는 거 아닌가.

    - 김소전 선수, 정규 시즌 우승과 오늘 경기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이번 시즌 우승에 김소전 선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시즌을 돌아보시면서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저는 좋은 선수들 옆에서 숟가락만 얹었습니다. 선배님들이 잘하셔서 따라만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봐도 이번 시즌 기록이 좋긴 하지. 그래도 겸손한 척…….

    - 부상 후 복귀 첫 경기였습니다. 부상 후 회복 기간 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굉장히 자제하셔서 이제야 물어보게 되는데요. 부상 당시 심정과 부상을 달고 경기를 뛰신 소회를 밝혀주실 수 있을까요?

    “부상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일본과의 첫 경기를 지고 나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수술이 안 된다는 얘기도 듣고 덕아웃에만 앉아 있자는 생각으로 결승전 들어갔습니다.”

    - 덕아웃에 있지 않으셨어요. 선발로 출장해서 팀의 첫 안타와 결승 홈런을 때려내셨습니다. 컨디션은 괜찮으셨나요?

    “진통제 맞고 경기 들어갔고, 그때 저 아니면 수비 들어갈 선수가 없어서 수비만 하자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저보다 조영근 선배 발목 상태가 더 안 좋았고 여민석 선배 허리가 더 안 좋았습니다. 저처럼 티 안 내고 묵묵히 뛰어 주신 선배님들, 존경합니다.”

    음… 역시……. 내 혓바닥은 머리보다 똑똑하다. 어디서 이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뱉다니.

    내가 참 바르게 살았구나.

    - 김소전 선수, 선배들이 칭찬하는 데 이유가 있어요. 이런 모습 때문에 대표팀에서 예쁨을 받고 있는 거거든요. 김소전 선수, 대표팀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얘기해 볼까요? 아무래도 공에 맞아서 쓰러졌을 때가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광대를 맞으면 시야도 흔들리고 힘들지 않았나요?

    응? 난 그거보다 무서운 게 있었는데.

    “아닌데요. 야구 하다 공에 맞는 거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서요.”

    - 그럼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요?

    “주장 라정안 선배가 타 팀에서 150억 부르면 이적한다고 하실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주장이 3루 수비가 국내 최고인데 주장이 빠지면 그 자리 들어가야 할 텐데. 제가 주장만큼 3루 수비를 하려면 펑고를 몇 개를 받아야 할까 생각하다 토할 거 같아서 힘들었습니다.”

    내 생각이 짧았다. 내 혓바닥은 머리보다 똑똑한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조건 반사하는 거였다.

    지금 이게 무슨 막말을…….

    랩터스 단장실에 새로 들어온 TV가 깨져 나가고 야구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랩터스의 정규 시즌 우승 축하연에서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 수훈 선수가 선배들에게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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