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후반전
- 8회 말, 일본의 공격입니다. 오늘 정말 힘든 경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점 차 피 말리는 승부, 끝까지 지켜내야 합니다.
- 투수를 바꿨죠. 썬더스의 진승혁 올라왔어요. 이번 시즌 24세이브. 평균 자책점. 3.14를 기록하고 있어요.
- 마운드에는 썬더스의 수호신 진승혁입니다.
- 평균 자책점보다 대단한 게 WHIP. 이닝당 출루 허용이 0.97이에요. 나오면 어지간해선 출루 자체를 안 시킨다는 얘기거든요. 리그에서 보여준 것처럼 일본 타자들도 출루를 안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썬더스의 뒷문을 지키는 수호신 진승혁 선배가 올라갔다. 구속도 빠르고 제구도 좋고 디셉션도 좋고. 단점이라고는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뿐인데, 1이닝 정도 공 20개까지는 제구되는 150을 던져줄 수 있는 투수.
아, 단점이 하나 더 있지…….
- 공 뻗어 나갑니다. 좌측 담장! 좌측 담장! 좌익수 김소전, 워닝트렉에서 잡아냅니다.
- 넘어가는 타군 줄 알았어요. 타자가 쳤을 때는 엉덩이가 빠지면서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만 나사카 선수, 펀치력이 굉장히 좋네요. 좌타자가 밀어서 저기까지 날려 보냈어요. 조심해야 합니다.
진승혁의 직구 구위.
일반적으로 직구의 구위는 회전수와 비례한다. 직구 회전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직구의 무브먼트가 커져서 타자들이 정타를 때려 내기가 어려워진다.
진승혁의 직구 회전수는 리그 탑 10위 안에는 무조건 들어가는 2,450에서 2,500 사이. 그래서 썬더스 빠돌이들은 공도 빠른데 회전수도 많은 진승혁의 직구 구위가 최고라고 우기고 다닌다.
하지만 실상은 오버핸드 정통파 투수인 진승혁의 회전축이 리그 평균보다 옆으로 많이 누워 있어 유효 회전수 자체는 리그 평균과 그다지 다를 바 없다.
다시 정리해서 진승혁은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투수지 공 스피드 빼면 별로 무서운 게 없는 투수라는 것.
그렇다면 맞으면 뻗는다는 얘긴데… 뒤로 가야지.
아니나 다를까, 저 일본 놈들 공 두 개 보고 까다로운 진승혁 선배의 투구 폼을 읽어냈다. 정타는 아니지만 어긋나는 타이밍을 뚫고 배트에 가져다 댄 타구가 내 쪽으로 하염없이 날아온다.
공을 보고 뒤에 펜스를 보면서 낙하 지점을 파악하고 안전하게 두 손으로 잡아내었다.
내가 잡아내는 걸 보고는 진승혁 선배가 마운드의 흙을 발로 파면서 고른다. 저거… 안 좋다. 진승혁 선배가 컨디션 안 좋을 때 나오는 버릇이다.
가뜩이나 안 좋은 구위. 오늘은 더 안 좋다.
- 다음 타자, 8번 2루수 하시모토. 오늘 안타가 하나 있습니다. 주의해야겠습니다.
- 방금 큰 타구는 잊고 다시 집중해야겠어요.
- 3구 볼. 진승혁 흔들립니다.
- 안 좋네요.
- 볼이 연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고 있어요. 제구가 좋은 선순데 부담감이 있어 보이네요.
진승혁답지 않게 볼질이다. 외야에서 보면 모를 거 같지만 투수가 저 정도로 처져 있으면 외야에서도 느낌이 온다.
이거 안 되겠는데.
- 하시모토 잡아당긴 타구. 유격수 잡지 못합니다.
- 안타로 기록되죠. 강한 타구긴 하지만 서준성 선수가 잡아줄 수 있다고 봤거든요. 아쉽습니다.
유격수가 대처를 못한 것도 있는데 이건 투수 책임이다. 투수가 볼질 하다 어쩔 수 없이 가운데 찔러넣은 걸 타자가 잘 잡아챈 거다.
투수 바꿔줘야 해.
- 투수 코치가 올라오죠. 포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 단기전. 그것도 결승이거든요. 빠른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 투수 코치, 그대로 내려갑니다. 진승혁을 믿어봅니다.
- 포수랑 얘기가 길어진 걸로 봐서는 공 자체는 괜찮다는 뜻이겠죠. 이러면 진승혁 선수가 이겨 내야 합니다.
바꿀 줄 알았더니 안 바꾸네. 우리 팀 마무리 박교훈 선배가 있는데 왜 안 바꾸는 거지? 마무리에게 아웃 카운트 5개가 많다고 생각하는 건가?
- 투수와 주자의 신경전이 치열합니다.
- 1루 주자 하시모토 선수가 굉장히 신경 쓰이게 하고 있어요. 여차하면 뛸 수도 있거든요. 그럴 능력도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진승혁, 괴로워요.
1루 주자의 움직임. 보고 배워야 한다. 투수가 집요하게 견제하고 있음에도 중심은 뒤에 두고 끊임없이 무릎과 어깨로 뛸 듯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에도 잘하는 선수가 많지만 일본… 진짜 야구 잘하네.
- 타케타. 9번 타케타……. 타케타의 역전 투런 홈런이 나옵니다.
- 큰 홈런이네요. 앞에다 받쳐 놓고 치네요.
- 투수 코치, 다시 올라옵니다. 투수 교체네요. 다음 투수 박요훈입니다.
- 이렇게 바꿀 거면 아까 끊어주지 말고 바꿨어야 해요. 첫 타자 상대부터 안 좋았거든요. 코칭 스태프의 판단이 아쉽네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이런 거지.
결승에 투수가 흔들린다 싶으면 바꿔야지, 무슨 미련이 남아서 흔들리는 투수를 붙들고 있는지.
9번부터 2번 타자까지 내리 좌타자가 나오니까 좌투수를 붙들고 싶어 하는 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지만 오늘 진승혁 공이면 좌우 타자 안 가리고 맞을 것 같았는데……. 기운이 확 빠진다.
- 박요훈. 1 대 2, 8회 말 원 아웃에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마무리 박요훈. 남은 아웃 카운트 5개를 잡아내고 타자들의 선전을 기대해야 합니다.
- 공격은 공격이고 우선 이번 이닝을 잘 마무리해야겠죠. 1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타선이에요. 여기서 더 점수를 내주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 박요훈 1구. 156! 156을 던집니다.
- 한복판이거든요. 이게 박요훈 선수 스타일이죠.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는 게 박요훈이죠. 이래야 해요. 맞더라도 처음부터 가장 좋은 공을 던지면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야 승부가 되는 겁니다.
미쳤네. 저걸 사람이 어떻게 치라고.
이래서 야구가 참 좋은 운동이다.
야구는 공평하지 않거든. 박요훈 선배가 같은 팀인 걸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 3루 땅볼. 길게 1루로. 아웃. 쓰리 아웃. 8회 말 일본의 공격, 2점을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습니다만 우리에겐 아직 9회 초, 한 번의 공격 기회가 더 남아 있습니다.
- 야구에 유명한 명언이 있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점 차입니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큰 거 한 방이면 동점입니다.
- 8번 라정안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공격입니다.
같은 팀 선배를 타석에 밀어 넣고 웨이팅 서클에서 몸을 풀어본다.
경기 중반 한참 욱신욱신 올라오던 볼의 통증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통증 없이 그냥 볼에 돌덩이가 들어찬 듯 내 살이 내 살 같지 않은 이물감이 있을 뿐이다.
- 라정안 6구 파울. 6구 커트해 냅니다.
- 포크볼이죠. 날카롭게 떨어졌는데 잘 걷어 냈습니다.
-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집중력 대단하네요.
- 10구. 10구 또다시 파울. 뒷그물에 맞습니다.
- 라정안, 배트를 굉장히 짧게 잡고 있어요. 어떻게든 맞혀서 1루까지 살아나가겠다는 거거든요.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대기 타석에서 투수를 바라보며 똑같이 타격에 들어간다.
일본 투수 요자와. 투구 폼이 독특해서 타이밍 잡기 힘들어 동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 봤는데 동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니 더 난해하다.
그래도 라정안 선배가 계속해서 커트해 주고 있으니 조금씩이나마 눈에 익어 간다.
- 13구, 파울. 3-2 풀카운트에서 파울. 라정안 출루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 요자와 선수, 괴로워요. 표정에 괴로움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때 차라리 그냥 내보내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 14구, 원 바운드 공. 스윙. 공 뒤로 빠집니다. 라정안 달립니다.
- 달려야죠! 라정안. 헤드 퍼스트, 살았어요!
- 라정안,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서 들어갑니다.
- 투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이에요. 라정안 빠르네요. 오늘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라정안, 9회 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로 출루에 성공합니다.
- 이런 게 집중력이에요. 끝까지 물고 늘어지니까 이런 기회가 오는 거거든요. 요자와 선수를 집요하게 괴롭히고는 결국 출루에 성공했어요. 이제 대한민국의 기회가 옵니다.
- 다음 타자, 3회에 대한민국의 첫 득점을 올린 김소전이 타석에 나옵니다.
- 이번 대회 선수 선발할 때 김소전 선수로 말이 많았거든요. 이제 누구도 그런 말을 할 수 없도록 실력으로 증명한 김소전입니다.
-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돌격대장 김소전! 자랑스럽습니다.
- 이런 말을 좋아하진 않는데 부상 투혼, 지금도 보시는 것처럼 광대가 골절된 상태거든요. 이 상태로 9이닝을 다 소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자기의 가치를 확인시켜 줬어요. 이제 이 마지막 타석,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자기 스윙 돌리고 나왔으면 좋겠어요.
타석에 들어서서 타격 위치를 확인하는데 주심이 타임을 부른다.
주심의 타임과 함께 일어나는 포수.
뭐, 뭐지…….
이런…….
1루에서 일본의 투수 코치가 올라온다.
- 일본, 투수 교체가 있습니다. 바뀐 투수.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토 투수가 올라옵니다.
- 이건 표적 등판이에요. 해도 너무하네요.
- 슈퍼 라운드에서 만났을 때 김소전 선수를 맞혔던 이토가 올라왔습니다.
- 9회 초 시작부터 올라온 것도 아니에요. 9회 초 요자와 선수가 올라왔거든요. 그런데 김소전 타석이 되자 이토를 올렸어요. 이건 야구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김소전 선수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요. 이러다 트라우마로 남게 돼요.
흐흐흐. 이 XX. 다시 보기 힘들 줄 알았는데 알아서 올라와 주셨어.
개XX야.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두 시간을 울었어. 내가 너 못 잡아먹으면 엄마 아들이 아니다!
- 타석에 김소전 들어섭니다. 투수 이토. 김소전 선수를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합니다.
- 그렇죠.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이 정도는 해야죠.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은 승부에 집중해야 할 때이니만큼 말을 아끼겠습니다.
속을 뻔했다. 저 시키, 모자를 벗고 인사하길래 순간 마음이 녹아내릴 뻔했다. 개XX. 넌 주연 배우는 아니다. 눈이 틀렸어, 눈이.
안 그래도 첫 타석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변변히 공도 못 맞혀서 기분이 안 좋은데 저놈 눈을 보고 기분이 더 더러워졌다.
이 더러운 기운을 모조리 배트에 몰아넣는다.
배트야. 너 오늘 저 XX 공 못 맞히면 겨울까지 들고 있다가 군고구마 통에 넣어버릴 거다.
- 김소전 1구 맞겠습니다. 초구… 이게 뭡니까?
- 저! 저! 지금 국제 대회, 그것도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이에요. 이게 손님 불러놓고 뭐 하는 짓입니까?
- 김소전, 잘 피했습니다만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당연하지요. 불과 3일 전에 이토 선수에게 맞아서 수술해야 하는 김소전이에요. 일부러 그랬어요. 김소전에게 얼굴로 날아오는 공을 던지면 겁이 안 날 수가 없어요.
- 일본이 야구를 참 지저분하게 합니다.
- 아무리 검투사 헬멧을 쓰든 하키 마스크를 쓰든 타석에 들어선 타자도 자기한테 날아오는 공을 보면 겁이 난단 말이죠. 그런데 김소전은 더할 거란 말이에요. 이건 기본적인 인성이 의심됩니다.
내가 아무리 초구를 좋아하지만 저 XX 눈을 보고는 공을 때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졌다. 저놈, 포수가 아니라 나를 보고 있다. 투수가 나를 보고 있으면 뻔하지.
공을 놓는 순간 배트를 내리고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는 나를 향해 테일링이 걸려 쫓아오는 공. 그래 봐야 내 등짝을 맞히려는 게 아니면 내가 아예 타석 끝까지 빠져나갔는데 무슨 수로 맞히겠냐.
- 허철우 감독이 나오죠.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 이건 해야죠. 감독이 해야죠. 의도가 있었잖아요.
- 주심 투수에게 경고하고 경기 속행됩니다.
- 이거, 주심이 일본을 봐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의도가 있는 빈 볼은 퇴장을 시켜야 합니다.
감독님 목쉬셨네. 난 괜찮으니까 적당히 하고 들어가세요. 몸 상하시겠어요.
경기장이 정리되고 시합이 다시 시작된다.
이번엔 어찌하나 보자.
- 김소전, 다시 타석에 들어섭니다.
- 이거 보세요. 김소전 선수, 지금 홈 플레이트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어요.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홈 플레이트에 붙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이래서는 바깥쪽 공을 못 치는 건 둘째치고 스윙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약을 쳐 놨으니 어찌하나 한번 지켜보자. 이러고도 던지면 뭐… 맞고 나가야지.
- 바깥쪽 스트라이크가 들어갑니다. 볼카운트 1-1.
- 이러면 힘들어요. 김소전, 저 바깥쪽 공을 전혀 칠 수가 없어요. 배트를 내도 닿기 힘들어 보여요. 이토 선수의 의도가 이런 거였거든요. 김소전 선수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어서 승리를 가져오는 거예요. 야구 참 치사하게 하네요.
음… 그렇군.
역시 이만큼 떨어져 있으니 몸쪽에는 못 던지는구나.
이러면 계산이 간단하잖아.
들어올 공은 바깥쪽 직구. 나는 타석 맨 끝에서 홈 플레이트 바깥쪽을 스치고 가는 직구를 때려 내면 된다.
이런 쉬운걸.
- 김소전, 3구. 때려 냅니다. 크다! 크다! 크다! 좌측 담장! 좌측 담장~ 넘어갔습니다. 9회 초. 대한민국의 김소전, 투런 홈런을 때려 내면서 승부의 추를 대한민국으로 끌어다 놓습니다.
- 허… 허허… 허허허! 저걸 쳤어! 허… 허허… 허허허.
- 나고야 돔! 태양이 떴던 이후로 한국 선수들의 경기장이에요. 김소전! 나고야 돔의 역사에 한 줄을 기록합니다.
- 저 선수가 정말 다친 선수입니까? 20살짜리가 저 상황에서 밀어서 담장을 넘겼어요. 크게 될 겁니다. 김소전이 있으면 일본은 30년은 대한민국을 이길 수 없을 거예요.
머릿속에서 저놈 공에 맞던 순간을 수천 번은 더 떠올렸었다. 저놈이 투구 동작을 잡을 때부터 직구 타이밍은 눈감고도 잡을 수 있다. 타이밍을 알고 있으니 타석 끝에서 대각선 앞으로 중심을 이동시킨다.
어차피 이동시키는 중심, 몸쪽은 완전히 배제하고 대각선으로 체중을 끌고 나간다.
내 배트에 안 닿게 하겠다는 듯 바깥쪽 존에 낮게 깔려 들어오는 직구. 공이 날아오는 궤적 그대로 퍼 올린다.
배트에 떨림이 없다. 내 타격 자세에선 중심 방향. 야구장에선 좌중간으로 뻗어 나가는 타구. 이 이상 볼 필요가 없다.
마운드에서 투수가 뭔가를 하는 듯하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홈 플레이트 뒤에서 기다리는 우리 팀 주장. 덕아웃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맞는 썬더스의 마무리. 경기 때마다 랩터스를 괴롭히던 타이탄스의 중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내 약점만 공략하는 폭스의 포수와 끌어안았다.
- 9회 말 투 아웃. 스코어 3대2. 볼카운트 2-2. 마운드의 박요훈,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습니다.
-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하던 대로 던지면 됩니다.
- 타구, 떴습니다. 좌익수, 좌익수, 김소전 내려오면서 잡습니다. 3 대 2! 대한민국이 나고야에서 일본을 상대로 금메달을 가져옵니다.
마지막 공이 내게 날아온다.
타자가 배트를 짧게 잡은 걸 보고 살짝 내려와 있었더니 빗맞은 타구가 얕게 떠서 날아온다.
안전하게, 야구 처음 배우는 애들처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낸다.
경기 끝.
프로가 되고 나서 특별히 이뤄낸 게 없었는데 내 이력서에 나고야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눈이 뜨거워진다.
나 야구 하는데 뒷바라지해 준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겠지.
아빠도… 좋지요?
반창고 안으로 축축한 물기가 스며들고 그제야 내 볼이 아파 온다.
한국 가면 수술해야 하는데… 수술 무서운데 그냥 안 한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