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31화 (31/204)
  • 31화. 홀로서기

    * * *

    전문가들의 하위권 예상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반 슈퍼스타의 탄생으로 랩터스가 1위를 달려 나간다.

    특히나 한 지붕 라이벌 소닉스와의 세 경기를 스윕으로 가져가면서 공고한 독주 체제를 갖춘다.

    전력? 경기 내용? 이런 거 필요 없이 이긴다. 누가 야구는 원맨쇼가 불가능하다고 했던가. 진짜 어나더 레벨이 나타나자 야구도 농구가 되었다.

    1등 자리에 대못질을 하고 있는 랩터스 내에서 단장과 감독이 세게 부딪친다.

    과정이야 어쨌든 성과를 내고 있는 감독을 향해 단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더니 구단 내 모든 프런트가 반발하자 독단적인 행동을 감행한다.

    [랩터스 리그 최고타자 최강훈! 트레이드 블록에 올렸다!]

    단장이 직접 뿌린 보도 자료에 랩터스의 업무가 마비됐다. 단장의 얼굴을 사랑하는 소수의 코어 팬들이 실드를 쳐보려고 했지만, 얼굴로 야구 하는 최강훈의 외모에 빠진 팬들부터 야구 좀 본다 하는 라이트 팬들까지 랩터스 구단으로 항의 전화를 쏟아냈다.

    급기야 랩터스의 자랑. 얼빠 대포 카메라 부대들이 단장 개인 앞으로 신상 카메라 구매에 따른 손해 배상 소송을 내면서 막장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감독이 인위적인 트레이드는 없다고 선을 그어 보지만 선수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하지 않는 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겉으로 당당해 보이지만 최근 미친 듯이 두들겨 맞고 속이 곪을 대로 곪아버린 여자가 다 알면서도 연락 한번 안 하던 남자를 불러내 그간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최강훈 팔 거예요.”

    “왜? 잘생겨서 좋다며?”

    “더 놔뒀다간 팀 분위기 다 박살 나요. 비쌀 때 팔아야겠어요.”

    “비싸게 팔려면 떠들질 말아야지. 동네방네 소문내고 비싸게 팔 수 있어?”

    “감독이 반대해요. 그렇게 안 하면 팔 수가 없어요. 타이탄스랑 카드 맞추고 있어요. 하영호에 서준성 받으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서준성은 절대 안 된다고 하네요. 김소형이 한계에요.”

    여자의 말에 앞에 있던 남자가 딱딱하게 굳어진다.

    “너 정신 나갔구나?”

    “나이는 있지만 확실한 거포 1루수와 폼 돌아오는 국대 2루수를 받아오는 딜이에요. 아주 기우는 딜은…….”

    “정신 차려! 바람의 손자나 세탁소 아저씨도 아니고, 어디 은퇴 날 받아 놓은 4번하고 이제 후진 양성하셔야 할 교수님을 데려오려고 해. 너 누굴 파는 줄은 알아? 24살 군 면제에 꼴랑 풀 타임 1년 쓴 4할 타자 파는 거야.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남자의 일갈에 여자가 애꿎은 커피잖을 꽉 쥐고는 부들거린다.

    “안다고요. 나도 아는데. 빅 네임이라도 안 나오면 팬들의 성화를 막을 수가 없어요.”

    여자의 궁색한 변명에 한심하게 쳐다보는 남자. 자존심이 확 상했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여자는 연신 찬 커피만 들이켠다.

    “안 팔면 되잖아. 왜 팔려고? 잘하잖아. 왜 팔아?”

    “저렇게는 오래 못 가요. 야구 혼자 하는 거 아닌 거 알잖아요. 그리고… 아니에요.”

    여자가 뭔가를 말하려다 말을 흐리자 남자가 캐묻는다.

    “그리고 뭐?”

    “아니에요. 어쨌든 타이탄스랑 조율 중이어서 미리 보고한 거예요.”

    여자를 딱하게 바라보는 남자. 그리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을 던진다.

    “타이탄스에 최강훈이 약 먹는 것도 얘기해 줘야지. 안 그러면 사기잖아.”

    남자가 훅 던진 말에 여자의 몸이 얼어 붇는다.

    “ADHD 치료제예요. 처방받아서 제한적으로만 투약 중이고, 그건 어차피 도핑위원회에 자료까지 해서 넘어갈 거예요”

    남자의 비웃음.

    “아, 처방 있으면 약을 술 하고 같이 먹어도 되는구나. 그걸 몰랐네. 처방 있으면 그런 약을 술 하고 같이 먹어도 안 죽는지 몰랐어. 미안해.”

    남자의 빈정거림에 기분이 팍 상한 여자가 남자를 매섭게 노려본다.

    “그런데… 그것뿐이야? 확실해? 자신 있어? 정말 최강훈이 내보내려는 게 싸가지 없어서만이야?”

    남자의 눈을 보고 모든 걸 체념한 여자가 사실을 실토하기 시작한다.

    “아니. 성장호르몬, 이뇨제, 그리고…….”

    “잡아.”

    “안 잡혀.”

    “불시에 잡아.”

    “해봤어. 안 잡혀.”

    “도핑위원회랑은 해봤어?”

    “해봤어. 안 잡혀.”

    “신이냐?”

    “어. 신이야. 정확하게 도핑 한계치에 걸려 있어. 디자이너가 아주 유능해.”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화를 내야 할 남자가 미소를 띠고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매일 같이 따분하게 돈만 벌다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남자가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좋아~ 아주 좋아~ 드디어 히어로가 등장할 시간이군. 내가 처리해 주겠어.”

    남자의 호들갑에 여자가 선을 긋는다.

    “하지 마요. 뭘 생각하든 하지 마! 지금도 충분히 힘드니까 하지 마.”

    “아니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같이해야지. 내가 우리 조 단장 혼자 힘들 거 볼 수 있나. 오빠만 믿어~”

    평소와 다르게 느끼한 윙크를 하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남자를 보면서 여자가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한다. 여자는 불길한 예감이 틀리기를 빌어 본다.

    * * *

    선발 출장이 30경기가 넘어가자 몸이 조금씩 찌뿌둥해진다.

    시즌 100경기를 뛰어본 적도 있는데 아직은 힘들다고 투정 부릴 때가 아니다. 뜨거운 여름을 생각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천국.

    “김소전. 오늘은 중견수에 1번으로 들어간다.”

    네? 중견수요? 그것도 1번? 거긴 개XXX 자리 아니었나요?

    “최강훈 선배 아픕니까?”

    우리 팀 부동의 1번이 빠진다는 얘기에 안부를 물었다. 걱정돼서 물은 건 아니고 그 XX가 또 뭔 헛소리를 할까 봐 대비 차원에서 물었다.

    “우리 우주 대스타님께서 마음이 아프시단다. 마음이.”

    아… 마음이 아프시구나. 마음이 아파도 쉴 수 있구나. 몰랐던 사실이네.

    우주 대스타님 자리에 대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듣자 내 마음도 심란해진다.

    잘하면 이상한 거 꼬투리 잡아서 헛소리를 할 거고, 못하면 넌 아직 멀었다고 헛소리를 할 텐데…….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 드래곤스와 랩터스의 주중 3차전 드래곤스필드에서 펼쳐집니다.

    인천 원정. 생긴 것만 보면 작아 보이지 않는 구장이지만 좌측으로 홈런을 쏟아 내는 홈런 공장.

    그럼 오늘 나도 밀어서… 아니다. 괜히 타격 폼만 흐트러진다. 수비할 때나 깊게 들어가자.

    - 오늘 랩터스 라인업에 변화가 있습니다. 1번 타자 중견수로 김소전 선수가 출장합니다.

    - 오늘 최강훈 선수, 컨디션이 안 좋아 휴식을 줬다고 해요. 요즘 상황을 보면 휴식이 필요하겠죠.

    - 랩터스 조수아 단장이 공개적으로 최강훈 선수의 트레이드를 표현했습니다. 관련 소식 따로 들으신 게 있으십니까?

    - 팀 구성에 대해서 단장과 감독의 이견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최강훈 선수가 소신 있는 발언을 많이 하다 보니까 구단에서는 자중했으면 하는 모양인데,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 권한이거든요. 구단이 선수단 운영에까지 관여하는 거 좋아 보이지 않아요.

    “안녕하십니까.”

    “싸가지는 어디 가고, 네가 1번으로 들어왔냐?”

    “강훈 선배, 아프셔서 빠지셨습니다.”

    “아프긴. 어제도 구월동에서 술 처먹는 거 내가 봤는데.”

    “그렇습니까? 저는 모르는 일인데… 선배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어떻게 보긴 나도 옆자리에서 같이 술 먹다가, 아니… 야, 경기나 해.”

    포수와 타자의 대화를 듣던 심판이 뒤에서 헛기침을 하는 동안 난 자세를 가다듬고 투수를 바라봤다.

    포수가 술을 드셨다. 속이 별로이실 테니 정신없는 변화구는 없겠구나. 직구만 노린다.

    - 초구 볼. 볼입니다. 볼입니다만……. 주기명 포수 저런 행동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 지금 빠지는 볼을 프레이밍 한다고 한 건데요. 공이 많이 빠졌거든요. 거의 원 바운드 성으로 빠지는 공이였어요. 쓸데없는 행동이에요. 저러면 주심이 굉장히 불쾌해합니다.

    “볼.”

    “…….”

    “포수. 뭐 하냐?”

    “하하. 습관이어서요. 몸에 익어서 어쩔 수가 없네요. 연습을 조금만 할 걸 그랬어요. 하하.”

    “그따위로 해. 존 빡빡하게 봐줄게. 기대해.”

    포수의 헛짓거리에 어이없어하는 투수의 눈을 보며 여기 앉은 포수가 술을 먹긴 먹었구나, 확신이 들었다.

    심판도 존을 빡빡하게 봐준다고 했고 투수가 초구부터 제구 안 잡히는 거 보니 나도 존을 바짝 쪼여놓고 기다린다.

    - 2구 쳤습니다. 타구 1루수 옆을 총알같이 지나갑니다. 장타 코스~ 공 펜스까지 굴러갑니다.

    초구가 낮았다고 생각했는지 투수가 높은 쪽에 직구라고 던졌다. 던지는 순간부터 공이 채지지 않았는지 힘없이 밀려오는 공. 타이밍이 안 맞아 허리를 뒤로 누워까지 가면서 잡아당겼다.

    1루수가 멀뚱거리며 지나가는 공을 포기하는 걸 보고 달린다. 파울만 안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타구가 1루 파울 라인을 따라서 펜스까지 굴러간다. 이런 기회 놓치면 안 되지! 전력 질주 풀 파워 스프린트다.

    - 김소전 2루 돌아 3루. 공 이제야 중계됩니다.

    1루를 돌아 2루를 향하면서 팔을 크게 돌리는 주루 코치만 바라보고 달린다. 2루에 거의 다 다가가는데도 계속 돌아가는 팔. 2루마저 크게 돌아 3루로 달린다.

    어차피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도 없다. 3루로 달리는 이상 코치만 믿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간다.

    3루에 서서 들어갔다. 3루 베이스를 밟고 그제야 뒤를 돌아 수비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이제야 외야 멀리까지 나간 2루수에게 중계되는 공.

    순간 뛰었으면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달리는 탄력을 잃은 상황. 욕심은 버려야 한다.

    - 김소전 3루타. 1회 초 선두 타자로 나와 3루타를 신고하는 김소전입니다.

    - 아, 빠르네요. 정말 빠르네요. 3루에서 코치가 돌렸으면 어땠을까 생각될 만큼 빨랐습니다. 랩터스 팬들,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어요.

    오랜만에 2번으로 나온 주장 라정안의 짧은 안타에 홈으로 들어오면서 3번으로 타석을 준비하는 정현기에게 작은 팁을 건넸다.

    “선배님. 포수가 어제 술 먹어서 정줄 놨습니다. 변화구는 없다고 생각하시고 직구만 노리시면 됩니다.”

    1번 타자라면 응당 공을 길게 보면서 뒤 선수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공 2개만 보게 만든 죄인이니 미안한 마음을 말로 설명하자 후배의 마음을 예쁘게 받아든 선배가 씩 웃으며 받아 준다.

    “직구 안 들어오면 한 달 동안 가방 셔틀이다.”

    저, 저… 선배님……. 선수가 본인 장비는 본인이 챙기는 건데요…….

    내가 항변할 시간도 안 주고 타석에 들어간 3번 타자.

    홈런을 못 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포라고 불리기는 아쉬운 타자가 드래곤스의 1회를 절망에 빠뜨린다.

    - 정현기! 크다, 크다, 크다!

    - 이건 볼 것도 없어요. 넘어갔어요.

    - 홈런! 정현기 최근 타격 슬럼프를 잊게 만드는 큼지막한 홈런. 랩터스 3 대 0으로 앞서갑니다.

    주자와 타자가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선수들의 합법적인 구타가 시작된다. 기쁜 마음에 한참을 두들겨 맞은 홈런 타자가 다가와 고마움을 표한다.

    “체인지업이야.”

    “아닙니다. 패스트볼 맞습니다. 포수가 불안하니까 공을 채지 못하고 밀어 던져서 그렇게 보인 겁니다.”

    “회전이 체인지업이야.”

    “아닙니다. 그립이 분명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체인지업이지만 홈런 쳤으니 한번 봐준다. 너 가방 셔틀 내가 한번 봐준 거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분명 대화 내용은 우주 대스타님과 비슷한 대화 내용인데 정현기 선배의 얼굴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다. 나를 갈구는 대화임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사람 하나 없는데 덕아웃이 포근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데 상황이 묘하다.

    안타와 볼넷이 쏟아지면서 타순이 한 바퀴 돌았다. 또 나가야 하네. 이런…….

    - 볼넷. 밀어내기 볼넷입니다. 스코어 4 대 0에서 타순이 한 바퀴 돕니다. 1회 초 2사 만루, 1번 타자 김소전이 다시 타석에 나옵니다.

    - 이부경, 여기까지네요. 오늘 자기 공을 못 던졌어요. 공을 채지 못하고 계속 공을 밀어 던졌거든요. 드래곤스, 오늘 경기 힘들겠어요.

    왜… 왜 내려가. 나 이제 투수 공, 눈에 익었는데 왜 내려가! 나까지는 던져 주고 나가야지. 선발이면 3타순은 던져 주는 게 예의 아니냐! 대기 타석에서 타이밍 다 잡아 놨는데 왜 이래!

    매몰찬 드래곤스가 내 타석에서 선발 투수를 내린다. 줄줄 나오는 좌타자를 견제하겠다는 의도인지 그냥 롱릴리프를 쓰겠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좌완 오선화가 올라온다.

    타석에서 멀리 떨어져서 연습 투구를 지켜본다. 140 정도의 직구. 제구가 불완전한 낙차 큰 커브. 그리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슬라이더.

    연습 투구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오늘 변화구는 없다.

    제구도 잘 안 되는 투수의 변화구를 불안하게 포구하는 포수. 초짜 포수도 아닌데 누구랑 술을 드셨길래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지?

    “형 힘들다. 적당히 하고 들어가라.”

    “예, 힘 안 드시게 빨리 끝내겠습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육중한 장비를 차고 쪼그려 앉아 숙취에 시달리는 포수를 보니 측은지심이 생긴다.

    4 대 0이면 뭐……. 우리는 오늘 에이스 이시윤 등판인데 질 리가 없지.

    가운데 한가운데 들어오는 것만 치겠습니다.

    - 크다, 크다. 우익수 정지. 넘어갔습니다. 만루 홈런! 스코어 8 대 0으로 벌리는 만루 홈런! 랩터스 1회부터 빅 이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큰 홈런이었어요. 그런데 관중은 괜찮을까요. 맞은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안전요원이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커플로 보입니다. 저 자리가 드래곤스필드의 명물 바비큐석인데 느린 화면… 아, 고기 위에 정확히 떨어지면서 상이 다 엎어졌어요. 홈런볼 잡다가 남자분이 맥주를 여자 친구에게 던지셨군요. 이런, 여자분 굉장히 화가 나셨습니다.

    - 홈런 타구 잡으시면 안 돼요. 위험합니다. 글러브 없이 잡으시는 거 굉장히 위험해요.

    - 안전 요원이 갔는데도 싸움이 길어지네요. 커플이신 거 같은데. 아, 아니에요. 남자분이 머리채를 잡았습니다. 야구장에서 폭력은. 아니, 여자분 신발을 벗어 때리기 시작합니다.

    - 이거 김소전 선수가 사과해야겠는데요. 괜히 홈런을 그리로 쳐서 커플을 싸우게 했어요.

    너무 한가운데로 몰려서 들어온 공. 의식할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배팅볼 치듯 몸이 움직였고 센터로 보내야 하는 게 타이밍이 눈곱만큼 빨리 맞으면서 우측으로 쏠려서 공이 날아갔다.

    뒤에서 포수의 욕을 듣고는 무서워서 재빨리 1루로 뛰어나갔다.

    원정에서 홈런을 쳤는데도 웅성거리는 관중의 환호를 들으며 한 바퀴 돌아와 홈 플레이트를 살짝 밟고 하늘에 내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네모를 그렸다.

    여유 있게 들어가고 싶었는데 들어오면서 마주친 포수의 눈을 보고는 내심 쫄아버렸다.

    ‘진짜 한가운데만 치려고 했는데 가운데 들어와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미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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