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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FA선수가 되다-26화 (26/204)
  • 26화. 협상 (1)

    * * *

    속세와의 연을 끊은 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를 시간.

    이제야 조금씩 타격의 5의를 깨닫기 시작했다.

    투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공을 편안하게 보면서 배트를 긴 거로 바꿔 바깥쪽 코스를 대비하며.

    발을 높이 드는 레그킥으로 타이밍을 맞추고, 공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마중 나가며 쳐서, 타구는 인플레이 타구로 가능한 띄워서 넣는다.

    이 간단한 걸 못해서 매일 머리를 싸매고, 손바닥을 찢어 가며 배트만 돌린다.

    라타 코치의 연습장에 수많은 사람이 다녀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없다.

    분명 나도 교육생인데 사람들이 이제 나를 구석에서 스윙 연습하는 홍보물쯤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연습장 문 열 때부터 시작해서 문 닫을 때까지 스윙만 하는 홍보물. 그 홍보물이 오늘이 며칠인지 오늘 바깥에서 변태 성욕자 둘이 경찰 조사를 받는지도 모르고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 * *

    “안녕하세요. 랩터스에서 왔습니다.”

    좁디좁은 공간. 수컷들의 땀 냄새로 찌들어 있는 연습장에 늑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향긋한 꽃내음이 퍼진다.

    꽃내음이 퍼지는 것도 모르고 구석에서 신음 소리를 내며 배트만 돌리는 홍보물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눈이 향긋한 향기를 따라 문 쪽으로 돌아간다.

    “라타 코치님이죠? 못 알아볼 뻔했어요.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멋있으세요. 세계 최고의 코치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랩터스 운영팀장 여홍지라고 해요. 코치님, 그냥 ‘지’라고 불러주셔도 돼요.”

    작고 아담한 동양의 꽃다운 아가씨. 일본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눈이 얼굴의 절반은 되는 여리여리한 아가씨가 생긋거리며 인사를 하자 그 말 잘하는 라타 코치가 뭐라 말도 못 하고 버벅거리기만 한다.

    “바, 반갑습니다. 랩터스에서 오셨으면 김소전 선수 보러 오셨습니까?”

    LA 살면서 다양한 동양 여자를 봐왔던 라타 코치임에도 비현실적인 비쥬얼을 뽐내는 청춘 만화 속 여주인공을 보면서 목소리가 떨린다.

    “코치님. 김소전 선수도 만나겠지만 저는 라타 코치님을 봐서 너무 좋은걸요. 제가 팬이에요. 제가 직접 고른 선물이에요. 받아주세요.”

    처음 본 여자에게 선물을 받고는 떨리는 손으로 포장지를 풀어본다. 누가 봐도 면세점에서 급하게 산듯하게 보이는 선글라스.

    생각보다 얼굴이 큰 라타 코치에게 좀 작은 듯한데 선물을 받은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너무 좋네요. 좋아요. 아주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좋다고 하시니 너무 감사해요. 저희 김소전 선수 꼼꼼히 봐주고 계셔서 제 사비로 꼭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사비로 선물을 사 왔다는 말에 근엄한 척하는 코치의 입꼬리가 자꾸 위로 올라간다.

    “하하. 김소전 선수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습장에 메이저리거 선수들도 여럿 훈련했지만, 그들보다도 더 좋은 선수예요. 끝까지 프로그램 마치면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겁니다.”

    선물값은 하겠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얘기하는 코치에게 랩터스의 운영팀장이 맞장구를 쳐준다.

    “네. 저희도 코치님이 매일매일 보내주시는 리포트 꼼꼼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김소전 선수 발사각이 점점 28도에 수렴하고 있어요. 타구 속도도 96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에 대해서 100마일 이상은 꾸준히 뽑아주고 있고요.”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운영팀장이 이제는 눈웃음까지 치면서 사람을 홀린다.

    “아직 레그킥 시 몸의 흔들림과 머리의 흔들림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 그건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잡힐 거라고 보고 있어요. 다만 순간순간 시선이 분산되는 거에서 일정과는 다르게 아직 조치를 안 하시는데 그건 상황에 맞춰 조절하시는 거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코치님, 정말 노고가 많으세요.”

    중학생이나 됐을까 한 외모로 꽃향기를 풍기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던 젊은 여자에게서 기술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코치가 당황한다.

    “선수 리포트에 좀 어려운 이야기가 많은데 정확히 알고 계시는 듯하네요. 선수 출신입니까?”

    저 몸집에 절대 선수 출신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괜한 호기심에 코치가 상대의 이력을 확인해 본다.

    “아니에요. 운영팀장이다 보니까 조금 공부하고 있는 수준이지, 기술적인 내용은 잘 몰라요. 코치님 이제 김소전 선수 좀 만나봐도 될까요? 저도 코치님과 얘기 많이 많이 하고 싶은데 일정이 너무 많아서요.”

    꽃다운 아가씨가 다시 애교 석인 목소리를 내자 야구고 기술이고 전부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코치가 소리를 지르며 연습장으로 달려간다.

    “소전~ 김소전~ 손님 왔어요~ 나와봐요~”

    * * *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코치가 생각을 하고 이해를 하고 연습을 하라고 항상 떠들지만 그딴 건 잘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잘 쳐보고 싶어 내가 배워 왔던 거랑 다른 타격을 배우고 있고, 정확하게 이게 왜인지 모르겠지만 타격을 하는 게 편하고 타구 질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그저 몸에 새겨넣고 있다.

    “소전~ 김소전~ 손님 왔어요~ 나와봐요~”

    오늘 코치가 뭘 잘못 먹은 게 틀림없다. 언제나 중저음의 근엄한 목소리를 내던 양반이 갑자기 하이톤으로 내 이름을 부른다.

    내 훈련 도와주면서 통역해 주는 형도 화장실 가느라 없는데 왜 저런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걸까?

    내 비록 영어는 못하지만 여기 몇 개월 있으면서 이름 정도는 알아듣는데 저런 식으로 부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소전~ 소전~”

    코치가 닭장 같은 연습 케이지로 들어와 반달눈으로 나를 보고는 손을 끌어당긴다.

    올 것이 왔구나. 이제 코치가 나를 포기하고 버리려고 하는구나. 그러지 않고는 항상 나를 혼내기만 하던 코치가 내 얼굴을 보고 이렇게 좋아하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코치 손에 이끌려 사무실로 끌려갔다. 얼마 만에 사무실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사무실에서 꽃향기가 난다. 나 몰래 방향제라도 사다 놓은 건가?

    어색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무것도 없던 소파에서 사람 머리가 스르륵 하고 올라온다.

    “오랜만이에요, 김소전 선수. 운영팀장 여홍지예요.”

    갑자기 나타난 여자의 눈웃음을 보고 너무 놀라 온몸이 굳어졌다.

    너무 오랜만에 통역 형 말고 다른 사람의 한국말을 들어서 놀랐기도 했지만,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아무 말도 안 나왔다.

    랩터스의 운영팀장 여홍지.

    30살에 단장이 된 조수아 단장이 자기가 데리고 있던 25살 햇병아리를 팀의 운영팀장으로 꽂아 넣으면서 야구판을 발칵 뒤집었던 전설적인 사람.

    155㎝도 안 되는 키에 건드리기만 해도 울 듯한 눈망울을 가진 3년 차 여직원이 구단의 모든 일을 총괄해야 하는 운영팀장으로 뽑히는 걸 보고 랩터스가 망한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었다.

    안 그래도 조수아 단장과 구단주가 사적인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에서 조수아 단장과 언니 동생 하는 꼬꼬마가 구단 핵심으로 들어앉았으니 나머지 9개 구단에서 랩터스를 사냥감으로 삼고 뜯어먹으려고 혈안이 되었었다.

    하지만 그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는데, 도도한 한밤의 도시 여자처럼 불같은 성격의 단장이 집적거리는 승냥이 떼들을 팩트의 폭로전과 소송으로 때려잡으면 알프스의 하이디처럼 따뜻한 소녀의 미소를 띤 운영팀장이 다가가 선동과 날조의 눈물 공세로 상대의 알토란들을 빼먹으면서 야구판을 흔들어 놓았다.

    그저 야구만 보는 야구팬들은 랩터스의 여신 자매들이지만 이 판에서 구르고 구른 나한테는 연봉 협상과 FA 후려치는 저승사자다.

    “저 기억 안 나세요? 우리 트레이드되고 인사도 하고, 시즌 끝나고도 인사하고 했는데……. 기억 못 하면 제가 섭섭해요… 힝…….”

    섭섭하다면서 금방이라도 울 듯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여홍지 팀장.

    저 모습에 팬들 사이에서는 홍시 여신으로 불리고 있지만, 나한테는 안 통한다.

    긴장해야 한다. 내가 랩터스랑 FA 계약했던 선배들 스토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홍시의 빨갛게 익은 얼굴에 넘어가서 도장 찍으면 4년 동안 후회한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도 숱하게 넘어간 멍청한 선배들과 나는 다르다. 절대 안 넘어간다.

    “알고 있습니다, 운영팀장님. 바쁘신데 멀리까지 무슨 일이시죠?”

    저 얼굴을 보면 가만히 있어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니 멀리 벽에 걸려 있는 선수들 배트에 시선을 고정한다. 난 절대 안 넘어갈 것이다.

    “다행이에요. 소전 선수가 기억 못 할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어요”

    안 돼… 안 된다……. 저 목소리… 목소리도 반칙이다. 안 그래도 꽃향기에 정신을 못 차리겠는데 저 살랑거리는 목소리까지 귓가를 간지럽힌다.

    정신 차려! 정신을 차려라, 소전아!

    “혹시 제가 잘못한 거라도 있습니까? 제 담당은 운영팀 김 대리님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인지 모르게 자꾸 얼굴에 열이 올라오려는 것 같지만 꾹꾹 눌러가면서 화난 척 상대의 의도를 물어본다.

    “아니에요~ 제가 소전 선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보고 싶어서 왔어요.”

    마음이 점점 무너진다.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마음이 좀 평온해질 거다.

    “저희 애리조나에서 스프링 캠프 시작해서 현장 확인할 겸 왔다가 소전 선수 보고 싶어서 왔어요. 정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

    “스프링 캠프가 시작됐나요?”

    스프링 캠프가 시작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너무 세상 돌아가는 거에 관심이 없었구나.

    “괜찮아요. 1, 2군 다 참가하는 캠프고 새로 부임하신 김민중 감독님이 캠프 성적 보고 엔트리 구성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소전 선수는 예외에요~ 여기서만 최선을 다해 주시면 감독님이 다 생각하신다고 하셨어요.”

    빠… 빨려 들어간다.

    “소전 선수 따로 과외 시켜주시는 구단주님도 그렇고 팀에서도 소전 선수에게 기대가 많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고요~”

    눈을 뜨지 말았어야 했다. 내 코앞까지 다가와서 달콤한 말을 던지는 빨간 홍시… 정신이 혼미하다.

    “그래서 말인데요. 기대가 많은 만큼 작은 고민이 있어요. 그걸 해결해 줄 사람이 소전 선수밖에 없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을까요?”

    빨간 홍시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본다.

    내 키가 190, 앞에 있는 홍시는 155나 될까 말까. 한 뼘도 넘는 높이를 간절한 표정으로 올려보는 모습을 보고 해서는 안 될 말이 튀어나왔다.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리겠습니다.”

    실패다. 뭔지도 모르고 진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제가 스프링 캠프 전에 모든 선수 연봉 협상을 마치려고 했는데 딱 한 선수. 딱 한 선수만 못했거든요. 그래서 찾아왔어요.”

    연봉 협상을 못 하면 스프링 캠프를 못 가는데 지금까지 연봉 협상을 못 한 멍청이가 있다고? 랩터스가 그렇게 연봉 후려치는 팀은 아닐 텐데… 누구지?

    “글쎄요. 제가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된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저는 이번 시즌 연봉이 얼마죠?”

    그러고 보니 내가 연봉 협상을 했던가? 안 했는데. 왜 나한테는 연봉 협상하자는 말이 없었지?

    “그러니까요. 제가 김소전 선수 대리인한테 연봉 협상하자고 요청을 하는데 자꾸 거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직접 찾아왔어요. 선수하고 직접 얘기를 좀 해보고 싶어서요.”

    뭐? 뭐지? 내가 대리인이 있다고?

    나 같은 연봉 3천짜리에 무슨 대리인이 있어. 이건 뭔 헛소리야?

    “제가 대리인이 있다고요? 그것도 몰랐지만… 제 대리인이 왜 연봉 협상을 거부합니까?”

    홍시의 얼굴에 잠시 알 수 없는 미소가 스쳐 지나간 듯했지만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니 대화에 집중한다.

    “제가 김소전 선수 챙겨 주려고 자료를 이만큼이나 준비했거든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주섬주섬 태블릿을 꺼내 내 리포팅 자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성적, 시합 로그, 상황별 고과 반영 사항, 선수의 신체 발달 상황에 기술적 발전 상황, 그것도 모자라 코치들의 발전 가능성 평가까지.

    야구 14년 하면서 연봉 협상에 이런 사소한 것까지 반영시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

    그리고 예쁜 여자가 이렇게 바짝 붙어서 귀에다 소곤거려준 적도 없다.

    “그래서 객관적인 김소전 선수의 다음 시즌 연봉 산출액이 34,002,030원이거든요. 여기서 올림하고 계산해서 3,500만 원. 이게 랩터스가 제시하는 다음 시즌 연봉인데 소전 선수 대리인이 거부하고는 1억을 제시했어요.”

    연봉 고과를 설명하는 운영팀장도 처음 봤지만 십 원 단위까지 계산에서 고과 산정하는 팀도 처음 봤다. 이 팀이 미친 건 살다 보니 알았지만,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그건 그거고 내 대리인이 1억을 달라고 했다고? 그건 그놈대로 미쳤는데?

    “제가 뭘 해야 하죠?”

    “저희가 산정한 연봉에 이의가 있으시면 자료 제시하시고 저랑 얘기하시면 돼요. 시간이 필요하시면 드릴 수도 있고요. 랩터스가 무조건 선수에게 금액을 통보하지 않아요. 연봉은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중요한 문제니까요.”

    연봉 협상 많이 해봐서 안다. 내가 이기지 못할 거 같으면 괜히 시간 끌어 봐야 머리만 복잡하고 훈련에 집중도 안 된다. 안 할 거면 모를까 빨리 끝내는 게 좋다.

    더군다나 내 근육 발달 상황까지 연봉에 포함시키는 놈들에게 무슨 수로 대들어…….

    “제가 3,500에 도장 찍으면 될까요?”

    내가 깔끔하게 항복하고 도장을 찍겠다고 얘기를 하자 앞에 있는 운영팀장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소전 선수~ 저도 그러고 싶은데. 이제 그 금액에 계약하기가 힘들어요.”

    뭐야? 3천5백이라며!

    “팀이 한 번에 연봉 계약 못 하고 움직이면 선수단 구성 계속해서 바꾸느라고 들어가는 비용들이 있거든요. 더군다나 소전 선수 대리인 쪽에서 연봉 조정 신청 거절에 따른 헌법 소원 낸다고 해서 법률 비용까지 추가됐어요.”

    해선 안 될 말을 한다는 듯 슬픈 표정에 큰 눈을 깜빡거리면서 힘없이 말을 이어 나가는 운영팀장.

    “그걸 비용을 다 발생시키진 않겠지만 일부 반영이 돼서 랩터스의 최종 제시액은 3천3백이에요. 오늘 계약하면 3천3백. 늦어지면 금액은 계속 바뀔 수도 있고요.”

    뭐, 뭔…. 소리야. 도대체 어떤 놈이 내 대리인이길래 신인이 연봉 조정 신청을 넣고 헌법소원을 넣고 있어.

    그런데 헌법 소원은 뭐야?

    “늦어지면 더 줄어든다고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소전 선수 팬이라 연봉도 많이 드리고 싶은데. 자리가 그럴 수가 없어서 죄송해요. 슬프네요.”

    예쁜 얼굴에 또다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보고 있기 힘드네.

    “소전 선수,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대신에 오늘 계약하면 내가 개인적인 선물 하나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까이 다가와 꽃향기를 확 풍기면서 귓가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목소리. 내 대리인이라는 놈한테 향한 적개심과 더불어 홍시에게 계속해서 공격받던 이성이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누나. 계약하죠. 지금 사인하겠습니다. 어디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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