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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FA선수가 되다-19화 (19/204)
  • 19화. 일희일비 (1)

    * * *

    효과는 놀라웠다.

    멋진 인터뷰를 한 비디오 스타에게 지인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 크크크 엄마! 나 TV 나왔어가 뭐냐.

    - 너 TV로 보니까 잘생겨졌다. 이젠 조금만 못생겨 보여.

    - 선배님. 저희가 이번에 동문 인명록을 만드는데요~

    - 감독이 너 왜 싫어하는지 알겠다. 야구 때려치우고 치킨집이나 같이하자.

    딱히 마음에 드는 대화들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전화기의 용도로는 엄마와의 통화밖에 한 적 없는 핸드폰이 오랜만에 통화 기능을 100% 발휘하니 기분이 좋다.

    “김소전 어디 갔어? 김소전.”

    ‘응? 나 왜 찾지?’

    매니저 형이 다급히 불러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암 보험 이야기를 들어주기 직전에 전화를 끊고 나왔다.

    “형, 저 찾으셨어요?”

    “너 어디 있었어? 지금 랩터스 티비도 너 찾다 못 찾아서 돌아가고 스포츠전일 김 기자님도 너 기다리다 그냥 갔잖아.”

    ‘아……. 야구 좀 한다고 이리 찾으시기는. 원래 슈퍼스타는 좀 비싼 법입니다. 엣헴.’

    “지금이라도 제가 찾아갈까요? 택시 타고 사과드리고 인터뷰할까요?”

    내가 사회생활이 몇 년인데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내 입에서 막 튀어나온다. 우선 말이라도 예쁘게 하면…….

    “됐고. 인터뷰는 내일 아침부터 빡빡하게 잡아 놨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 우선은 따라와.”

    “어디 가요?”

    “따라오라면 그냥 좀 따라와. 나도 너 찾아다니느라 기운 다 뺐어.”

    ‘뭐지? 이 불안한 기운은 뭐지? 인터뷰 안 하고 숨어 있었다고 복수하려는 건가…….’

    매니저에게 끌려서 택시를 타고 한밤중에 대전에 있는 대한 백화점에 도착했다. 밤 11시에 불 꺼진 백화점에 남자 둘이 들어가니 기분이 묘하다.

    “형… 무서워요.”

    “무섭긴. 키는 멀대 같은 게 뭘 무서워. 따라와.”

    영업 끝난 백화점이 이런 분위기구나. 왠지 스산하고 무섭네…….

    “자, 여기다.”

    ‘뭐, 뭐지? 여기는? 이거 명품관인데…….’

    “어서 오십시오.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명품관을 빠른 속도로 지나쳐 보기만 했지, 들어와 본 적은 처음인 촌놈이 어버버 하고 있는 사이, 세련되면서 아름다운 직원이 먼저 이야기를 건넨다.

    “자, 이거다. 맞는지 해봐.”

    “이게 뭔데요?”

    “구단주님의 선물.”

    “네? 구단주님의 선물?”

    “너. 김소전 선수 선물이라고. 구단주님이 경기 끝나고 직접 전화해서 준비한 거야.”

    “경기 끝나고 전화하면 영업 끝난 백화점에서 물건도 파나요?”

    촌놈의 끝없는 질문에 인내심이 바닥난 매니저가 상황을 빠르게 정리한다.

    “나도 피곤하고, 너 때문에 일 끝나고 다시 나온 여기 매니저님도 피곤하시거든. 목걸이 빨리 차보고 맘에 들면 사인하고 가자.”

    그제야 내 눈앞에 놓인 작은 상자를 바라봤다. 명품 로고가 새겨져 있는 상자.

    차마 손을 대지도 못하고 있는데 백화점 직원이 예쁘고 가느다란 손으로 상자를 가볍게 열어 재낀다.

    “이, 이게 뭔가요…….”

    “넥클리스입니다. 24K 순금 한 냥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중국 절강성의 대나무를 형상화한 패턴을 사용한 작품입니다. 앤틱한 쉐잎과 아방가르드한…….”

    ‘모르겠다. 저 아름다운 사람이 뭐라고 얘기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한국말이긴 한 거 같은데 모르겠다.’

    “착용해 보시겠습니까?”

    이거 차보라고? 이걸?

    “이 조폭 목걸이를 차라고요?”

    조폭 목걸이라는 말에 순간 예쁜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었지만 금세 사라진다.

    “다른 제품들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만 연락 주신 분이 꼭 이걸 전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제품을 원하시면 몇 가지 추천해 드릴까요?”

    “이건 얼만데요? 여기 비싸지 않아요?”

    무서운 마음에 가격을 묻는데 심기가 불편해진 매니저가 말을 자르고 들어온다.

    “구단주님이 선물해 주는 건데 가격을 왜 묻고 있어. 여기 네 연봉으로 살 만한 물건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러고 가자. 피곤해. 내 선물도 아니고 네 선물 때문에 여기까지 온 나도 좀 생각해 줘라.”

    ‘아. 그랬지. 이 형 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지.’

    “형, 그럼 우리 가는 길에 치킨이나 먹을까요? 제가 살…….”

    “야! 너 2군에서부터 인성 더럽다고 소문났던데 진짜네. 여기 목걸이면 최소 3천부터 시작이야. 그런데 치킨? 한우는 사야 하는 거 아니냐?”

    삼, 삼천……. 내 연봉이 삼천인데……. 무슨…….

    “저… 직원님. 이거 그냥 현금으로 주시면 안 될까요? 그냥 돈으로 받는 게 더 좋은데…….”

    이번엔 구겨진 얼굴이 좀 오래간다. 입술을 한 번 꼭 깨문 명품관 매니저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웃는 낯으로 바뀐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선물을 꼭 전달해 드리라는 연락을 받아서요. 현금으로 드리는 거는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

    ‘죄송할 거까지 있나. 그냥 안 된다고 해도 되는데.’

    한밤중에 묵직한 목걸이를 들고 매니저 형이랑 단둘이 비싼 야식을 즐기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이래도 되나? 너무 비싼 선물인데…….’

    * * *

    잠실야구장 앞 커피숍. 12시가 다 돼가는 시간. 검은 추리닝의 남녀가 구석 자리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 있다.

    “미쳤어요?”

    “내가 뭘?”

    “돈이 남아요? 돈은 그렇다고 치고 2차 1번까지 날리려고요?”

    “뭔 소리야. 2차 1번이 왜 날아가?”

    “메리트! 메리트 없어진 거 몰라요! 메리트! 미쳤냐고!”

    “칫, 난 뭐라고. 별것도 아닌 거로.”

    “별거 아니라니! 메리트가 별거 아니라니!”

    커피숍에 다른 손님들은 구석에서 사랑싸움하는 커플을 보며 수군거리지만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몰입한 남녀가 점점 이성을 잃어 간다.

    “김소전 선물 준 거 때문에 그런 거라면 걱정 접어. 메리트 아니니까.”

    “이긴 날 수훈 선수한테 3천만 원짜리 목걸이를 준 게 메리트가 아니라고? 누가 그래요?”

    프로 야구 메리트 시스템. 예전에는 거의 공식적으로 존재하던 승리 수당의 다른 이름이다.

    예전에 왕조를 세웠던 울브스 같은 경우에는 메리트가 연봉보다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팀 승리와 직결되는 훌륭한 시스템.

    하지만 팀 간 재정 격차로 인해 선수 간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팀 내에서도 야구 잘하는 고연봉 선수들이 승리 수당을 독식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그래서 구단들이 메리트 시스템을 없애고 저연봉 선수들 연봉을 올려주겠다며 폐지해 버린,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제도. 그 제도가 오늘의 핵심 과제이다.

    “승리해서 준 것도 잘해서 준 것도 아니야.”

    “그럼 왜 줬어요? 3천만 원짜리 목걸이를 왜 줬냐고요!”

    날카로운 여자의 공격을 중년의 남자가 품격 있게 흘려보낸다.

    “못생겨서.”

    “못생겨서?”

    “우리 선수가 클로즈업돼서 TV 화면에 나오는데 너무 인물이 안 받잖아. 그래서 반짝거리는 거로 반사판 하라고 사준 거야.”

    머리가 아픈지 여자가 이마를 꾹꾹 눌러본다. 한숨만 푹푹 쉬다 얼음을 털어 넣고 아드득아드득 깨물어 먹던 여자가 다시 질문을 이어 간다.

    “어떻게 증명할 거예요? 최대한 막아는 볼 건데 한두 놈이 입 털면 금방 소문나요. 해결 방법은요?”

    여자를 딱하게 바라보는 남자. 방법이 없어 연신 얼음을 갈아버리는 여자에게 자기의 핸드폰을 꺼내 올려놓는다.

    “녹음했지. 백화점에 점장에게 전화할 때부터 녹음했어. 못생긴 놈 얼굴만 화사하게 보이도록 크고 번쩍거리는 걸로 준비해 달라고 주문하는 거 녹음했지. 들어볼래?”

    여자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라는 듯 남자는 핸드폰을 들어 불륜 현장 녹취본을 듣듯 차분하고 꼼꼼하게 귀를 기울인다.

    “이게 끝?”

    “끝”

    “이걸로 됨?”

    “다른 팀 선수들은 스폰서한테 차도 받아. 그나마 우리 팀은 내가 선수들한테 가끔 이런 거 선물해 주니까 말 없는 거야. 조 단장, 이래서 단장 하겠어? 프로같이 합시다.”

    프로같이 하자는 말에 단장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른다. 그리고는 마지막 남은 얼음까지 입에 다 털어 넣는다.

    “프로는 개뿔. 그게 지금 자랑이냐! 선수들 스폰서하는 놈이 누구야! 내가 아주 요절내 줄게! 구단주가 선물하는 것도 드래곤스처럼 적당히 해야지, 3천만 원짜리가 목걸이가 선물이야! 자꾸 이러면 나도 가만 안 있어! 그따위로 자꾸 해!”

    “선물이지, 선물. 드래곤스 놈들은 통이 작아서 한우 따위로 구단주의 상? 그딴 먹고 없어지는 거로 장난질 치지. 나처럼 금! 골드! 이런 걸 선물해야 생색도 나고 나중에 필요할 때 팔아도 먹고 할 거 아니냐고. 그리고 왜 자꾸 3천이래! 목걸이가 왜 3천이야!”

    “백화점에다 3천 줬다며!”

    “누가 그래! 점장이 그래? 내가 VVIP 쿠폰에다 그동안 명품숍 포인트에 카드 포인트까지 써서 사천팔백짜리 목걸이 산 건데. 5천이라고는 못 해줄망정 3천이라니! 4천8백이라고! 4천8백!”

    어처구니없는 소식에 더 이상 먹을 얼음이 없어 빈 컵만 휘휘 휘젓던 여자가 불안 증세를 멈추고 앞에 있는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나도 사줘, 목걸이. 오천짜리 목걸이 나도 사줘!”

    “싫어.”

    “헐, 단호박인 줄.”

    여자가 선물을 사달라는 요청에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남자가 거절 의사를 밝힌다.

    심기가 불편해진 여자가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자. 남자가 달래준다.

    “네 얼굴에 목걸이 따위가 필요하지 않아. 넌 그런 반짝거리는 액세서리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게 필요하지.”

    남자의 알 수 없는 말에 궁금증이 폭발한 여자가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남자의 행동을 바라본다.

    “에잇. 조 단장 선물은 안 사주려고 했는데. 기분이다. 지금 주문할게.”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전화를 걸기 시작하는 남자. 여자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된다.

    “부사장님. 주문 하나 더 하게. 그거 뭐였죠? 전에 회장님댁에 보내드린 거, 그거. 아니, 그거 말고. 먹는 거 말고 선물로 보내드린 거, 그거. 어, 어. 그거. 그거 하나. 아니, 풀세트로 보내줘요.”

    풀세트라는 말에 여자가 자세를 고쳐 앉는다.

    “어디? 아니, 아니. 랩터스 사무실로 보내줘요. 인사말? 카드? 그런 거 적어야 해요? 뭐? 어, 그래요. 그래. 꽃처럼 영원히 아름다우세요. 좋네. 그렇게 해서 보내줘요. 결제는 내 개인 카드로 해주시고. 네, 지금 보낸다고? 사무실?”

    사무실이라는 말에 여자가 급하게 고개를 흔든다.

    “사람들도 다 퇴근했을 텐데 뭘. 아니에요. 내일 오전 퀵? 그래그래. 고마워요. 그럼 그럼, 내가 회장님께는 말씀 잘 드릴게요.”

    남자의 전화가 끝나자 궁금함을 참지 못한 여자가 먼저 물어본다.

    “뭐예요? 내 선물 뭐냐고요? 빨리 말해 줘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여자의 숨넘어가는 표정에 미동도 하지 않는 남자. 마치 애완견을 대하듯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고는 자리를 뜬다.

    “기다려! 내일 선물 받고 얘기해. 선물이니까 너무 부담가지지는 말고, 참고로… 한정판이다.”

    조수아 단장 부임 이후 처음으로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구단주와 단장의 회의가 이렇게 끝났다.

    * * *

    야구가 하고 싶다. 나는 그냥 운동이 천직인 것 같다.

    차라리 배팅을 천 개 하고 펑고를 만 개 받고 말지, 이 짓은 못 하겠다.

    아침 먹고 스트레칭 하러 내가 가자마자 따라붙은 랩터스 티비. 어제의 홈런부터 2군 생활까지 숨도 안 쉬고 질문을 쏟아낸다.

    대답해 주랴 스트레칭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매니저가 다가와 신문사와 인터뷰라며 끌고 올라간다.

    스트레칭도 하다말고 끌려 올라간 인터뷰실. 어제 경기 상황과 앞으로의 각오 따위를 물어보는데 한 시간도 더 걸린다.

    내 머리는 이미 포화. 내게 인터뷰란 기자 한 명이 몇 마디 물어보는 게 다인 것들이었는데 카메라에 조명에 음향팀에……. 어디를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탈진한 상태로 느지막이 경기장에 도착하니 이번엔 오늘의 중계 방송국에서 나를 찾는다.

    저, 저기요. 이제 목이 메서 말도 안 나와요…….

    남들 훈련하는데 혼자 카메라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하기 싫은데 앞에 있는 매니저는 더 크게 하라고 자꾸 쪼아대고……. 내 미모 정도면 배우를 할 만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연기 연습이라도 좀 시켜주면서 하든가…….

    아직 경기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기력이라고는 약에 쓰라고 해도 없다. 완전히 탈진해 마사지실에 누웠다. 선배들 끝나고 눈치 보고 들어가야 하지만 이미 선배들도 많이 빠진 상황. 트레이너 형을 꼬셔서 침대에 누웠다.

    “연예인 오셨네. 자리 비켜줄까?”

    옆 침대에서 수건을 덮고 누워 있는 사람에게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한 번 하고는 톱스타야? 신인이 훈련 시간도 늦고. 네가 벌써부터 그러면 내가 선배들한테 무슨 소리를 듣겠냐?”

    ‘아. 내가 훈련 빼먹고 싶어서 그랬냐고. 나도 그냥 훈련이 하고 싶었다고.’

    “죄송합니다.”

    “최강훈이 너나 제시간 잘 맞춰 다녀. 매니저들이 너 아침에 깨우기 힘들다더라.”

    나 욕먹는 걸 보다 못한 트레이너 형이 한마디 쏘아붙여 준다.

    “아이, 형. 선후배 간에 얘기하는데 좀 봐주세요. 그러면 제가 뭐가 돼요?”

    “됐고. 너 끝났으면 나가. 애 얼어서 몸 풀리겠냐? 나가.”

    “아, 저 더 받아야 하는데.”

    “받긴 뭘 받아. 어제 술 처먹고 와서 근육 다 풀어졌는데 뭘. 나가.”

    “아, 모자라요. 종아리만 조금 더 풀어줘요.”

    “아, 진짜. 이 진상, 엎드려 봐.”

    나를 봐주려던 트레이너 형까지 붙어서 둘이 같이 최강훈의 종아리를 풀어주기 시작한다.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쉬지 않는 입.

    “소전아. 내가 너 잘되라고 얘기해 주는 거야. 갑자기 주변에서 관심을 준다고 그렇게 어깨에 힘 들어가면 나중에 욕먹는다. 형이 항상 겸손하게 기자들 만나고 다른 팀 선배들 만나고 하니까 형 평이 좋은 거야.”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리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야, 됐다. 나가 봐. 술 좀 그만 먹고. 근육 다 풀렸어.”

    “아, 형. 조금 먹었어요. 그리고 근육 봐요. 이렇게 좋은데 무슨 그런. 김소전, 트레이너 형들 힘드니까 빨리 나와.”

    “예, 선배님.”

    저……. XXX. 안 그래도 피곤한데 겁나 힘들게 구네.

    시끄러운 짹짹이가 사라지고 나자 평화가 찾아온다.

    나른한 시간. 피곤함이 사라질 때쯤 나가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됐다. 오늘은 더 신경 써서 풀어줬으니까 인터뷰 또 하고 와.”

    “예, 형. 감사합니다.”

    오늘은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

    깔끔하게 4타석 무안타 삼진 두 개로 경기를 마쳤다.

    그 다음 날도 4타석 무안타. 삼진 세 개.

    그 다음 날은 8번 타자 4타석 무안타. 삼진 두 개.

    그 다음 날은 8번 타자 4타석 무안타. 삼진 세 개.

    희대의 선풍기로 전락한 신인 타자가 다시 대수비와 대주자로 역할을 바꾸었다.

    내 성적이 떨어지자 급속히 식는 주위의 반응.

    사람들이 관심 안 가져주니 더 좋네. 다니기도 편하고 시합 전에 인터뷰 안 해도 되고…….

    엄마가 TV에 또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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