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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FA선수가 되다-13화 (13/204)
  • 13화. 직면

    * * *

    야구를 해오면서 다른 사람보다 운동을 덜 한다거나 열심히 안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나와 운동을 했고 마지막에 훈련장 불 끄고 들어가는 것도 나였다.

    체력이 약하다는 평을 듣고는 하였지만 그건 근력이 부족해서 시즌이 지날수록 급격히 성적이 떨어져서 생기는 일이었지, 오래달리기 같은 지구력 평가는 FA 신청 할 때까지도 리그에서 탑급은 유지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사, 상담사 아니죠? 헉……. 헉…….”

    “쯧쯧. 이래서 무슨 프로 선수라고. 우리 집 강아지도 너보다 잘하겠다.”

    가, 강아지라니……. 하늘에서 별이 보이는데.

    “두, 두 시간 안 됐나요? 열두 시간은 된 거 같은데…….”

    “두 시간은 무슨. 이제 서킷트레이닝 세트 세 개 했는데. 맨몸 운동은 자신 있다며? 지구력도 별로네.”

    내가 자신 있는 건 오래달리기 같은 심폐 지구력이라고. 이런 근지구력이 아니고, 심폐 지구력이라고!

    “어? 표정이 아직 여유가 있는데? 자, 다시 시작.”

    “아, 아니. 잠시만……. 아직, 30초가 남았…….”

    “헉… 헉… 헉……. 두, 두 시간……. 두 시간…….”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우리 시간이 부족한 거 같지? 감독님한테 말씀드려서 상담 시간을 늘려야겠어. 내가 부탁드릴 테니까 오늘은 마사지 잘하고, 푹 쉬고 내일 봐.”

    사, 상담이라니……. 이게 무슨 상담이야. 일대일 PT도 이렇게 무식하게는 안 시켜!

    * * *

    날이 지나고 가볍게 진짜 가볍게 스트레칭만 하고는 평범하게 생긴 문앞에 섰다.

    차마. 감히……. 저 문을 열 용기가 안 난다. 살면서 심리 상담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런 게 상담인 줄 알았다면 잘한 일이구나 생각이 든다. 상담… 무섭다.

    “어이, 아침에 일어났네? 정신력! 오. 인정할 만해. 멋져.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 자, 들어가자”

    문앞에서 손잡이에 손도 못 대고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산적이 나타났다.

    전혀 반가워 보이지 않는 영업용 미소를 가득 띤 채 지옥문을 열어 재낀다.

    어제는 귀엽게만 보이던 피규어들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손짓한다.

    ‘어서 와~ 이런 경험은 처음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뒤에서 밀어붙이는 우직한 힘에 밀려 충격과 공포의 공간으로 끌려 들어갔다.

    “이봐, 이봐. 어디 하나 뭉친 데도 없어 보이고 쌩쌩하네. 들었던 대로 몸 관리가 완벽하네.”

    완벽하다니. 내가 여기저기 비명 지르는 근육들 만져주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자, 들어갈까? 오늘은 새로운 거 할 거니까 기대해~”

    그, 그따위 얼굴로 윙크라니요. 속이 안 좋아지거든요.

    이해할 수 없지만 상담실 안쪽으로 마련된 큰 훈련 시설. 뭐 훈련 시설 옆에 뭔가 이상한 기자재들도 많지만 내 눈엔 저 헬스 장비들만 보인다.

    “어허. 왜 그리 긴장을 하고 있어. 안 잡아먹어. 편하게 해.”

    편하겠냐? 내 근육들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지금 욕을 퍼붓고 있을 거다.

    “저기 넓은 데 앉지.”

    “앉으라고요?”

    “그래. 오늘은 앉아서 할 거야.”

    머리가 복잡해진다. 앉아서 하는 트레이닝이 뭐가 있었지? 어떤 지옥 같은 걸 준비해 왔길래…….

    “아니, 아니. 허리 쭉 펴고. 그렇지 그렇게 부처님처럼 가부좌하고 그렇지. 눈도 감아 보고. 그렇지. 야구도 그렇지만 기본 자세가 좋아. 아주 훌륭해.”

    가부좌하고 하는 운동…….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여긴 다 나를 잡아먹으려는 악마들이다. 악마의 달콤한 말에 긴장을 풀지 말지어다.

    눈은 감았지만 내 몸의 모든 신경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너 지금 뭔 짓을 시킬 거냐. 내가 그리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을 거다.

    “그래, 자세만 바로 하고 호흡에만 집중해.”

    숨 쉬는 거야 내가 잘하는 거지. 그런데 이게 뭐 하는 짓?

    혼자서 앞으로 닥쳐올 무시무시한 일이 뭘까 걱정을 하는 동안에 주변의 공기가 바뀐다. 산속에 들어온 듯한 기운이 주위를 휩싸고 요정들이 속삭이는 듯한 노랫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뭐 하는 거예요?”

    “명상. 어제 운동하고 오늘은 휴식일이니 명상이야. 눈감고 호흡만 신경 써.”

    명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휴식일이라는 말에 기분이 급 좋아진다. 눈감고 호흡. 눈감고 호흡. 긴장했던 근육들아 쉬자~

    딱!

    “아야! 누구야! 아… 왜 때리세요?”

    갑자기 머리에 떨어진 충격에 눈을 부라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산적 아저씨가 대나무를 하나 들고 내 머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호흡에 신경 쓰세요. 주무시지 마시고! 눈 감은 지 30초도 안 됐는데 코 고는 건 너무하지 않아?”

    아, 딱 좋았는데. 잠이 딱 들려고 하는데. 아쒸. 안 그래도 머리 나쁜데 머리를 때리고……. 우씨.

    “자, 눈감고 호흡에만 집중하세요. 아무 생각 없이 호흡에만 집중하세요.”

    참자. 참자. 참을 인 자 세 개면 살인을 면한다는데 참자. 오늘 근육 찢어지게 운동 안 하는 것만 해도 어디냐. 참자. 절대 내가 저 산적한테 질 거 같아서 그러는 건 아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인성이 좋아서…….

    딱!

    “머리를 비우고 호흡에만 집중하세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호흡만 하세요.”

    저… 저, 산적 XXX. 또 머리를……. 내가 언젠가 꼭 복수한다. 내가 두 번…….

    딱!

    “집중. 머리를 비우고 집중. 호흡만 하세요.”

    XXX. XXXX. XXXX.

    딱!

    딱!

    딱!

    딱!

    딱!

    “휴… 그만……. 내가 힘들어서 더 못하겠네. 천천히 심호흡하세요.”

    머리에 혹이 열 개는 난 거 같다. XXX. 처음엔 소리만 크고 안 아팠는데 나중엔 솔직히 아팠다. XXX.

    눈을 뜨는데 억울함이 몰려와 눈물이 뚝 떨어진다. 저딴 졸음 오는 노래를 틀어놓고 잠도 못 자게 하고 눈도 못 뜨게 하고 딴생각도 못 하게 하는 건 악마들이나 하는 짓거리지.

    오늘 휴식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 역시 이놈의 구단은 눈곱만큼도 믿음을 가져선 안 된다.

    “뭔가 느껴서 우는 것 같지는 않고… 하품하다 눈물이 나오는 거야? 내가 명상 여러 명 시켜봤지만 단 한 순간도 머리를 못 비우고 반항하는 건 김소전 네가 처음이다. 나 자존심에 상처받았어. 앞으로 매일 5분씩 무조건 명상부터 시작이야.”

    5, 5분……. 그래……. 힘들긴 하지만 5분 정도는 버텨보자.

    “자, 10분이나 지났네. 다음 단계 하자. 일어서.”

    “네? 10분이요? 1시간도 더한 거 같은데요?”

    산적이 시계를 가리키며 무슨 소리 하냐는 듯 눈을 부라린다.

    “너 10분도 채 못했어. 10분부터 시작해 보려고 했는데 내가 졌다. 5분씩만 하자. 그리고 다음…….”

    10… 10분……. 10분 동안 저 산적 XX가 내 머리를 몇 대나 때린 거야……. 그건 그렇고 다음? 다음은 또 뭐?

    “거기 옷 보이지? 내가 사비로 특별히 준비한 거야. 그거 입고 나와.”

    “이, 이걸 입으라고요? 제가요?”

    “어. 그게 왜? 나도 입었잖아. 운동할 땐 이게 최고야.”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 저 산적이 입은 하의……. 흉… 흉하다.

    거부하고 싶었으나 산적의 강압에 의해 흉측한 하의를 입었다. 보통은 여자들이 많이 입는 옷. 레깅스다.

    “저… 이거 이렇게 입는 거 맞나요?”

    몸에 짝 달라붙은 바지를 입고는 두 팔이 자꾸 앞섶으로 다가와 공손한 자세를 만든다.

    레깅스를 처음 입어 봤냐면 그렇지도 않다. 선수들이 많이 입는, 그냥 입어도 민망하지 않은 레깅스가 존재함에도 이 물건……. 여자들이 입으면 참 좋을 그런 핏을 뽐낸다.

    “흐헙. 헛, 헛. 꼬… 꼭 그렇게 입어야겠어?”

    “네? 이 옷 이렇게 입는 거 아니었나요?”

    “헙, 헙……. 그… 그렇긴 한데. 흡, 흡. 그… 그래. 우리밖에 없으니. 흡, 흡. 더, 덥네. 에어컨 좀 틀까?”

    덥다니. 여기 온도 좋은데. 잠 오기 딱 좋은 온도인데 뭔 소리를…….

    온도 조절 리모컨을 찾아 헤매던 산적이 냉기를 풀풀 뿜어내게 세팅을 마치고는 내 앞에 선다.

    아저씨 시선이 좀……. 자꾸 이상한 데를 바라보시는 거 같은데…….

    “내가 루틴을 짜봤어. 오면 명상을 5분 하고 체력 보강을 위한 신체 단련을 이틀에 한 번씩 하고.”

    갈길 잃은 산적의 눈동자가 정신을 사납게 만들지만 그것보다 이틀에 한 번 신체 단련을 한다는 말에 좌절을 하려던 찰나.

    “신체 단련이 없는 날은 필라테스를 하기로 정했어. 그래서 운동복을 준비해 봤는데……. 내 마음에는 좀 안 드네.”

    “전 괜찮습니다.”

    좀… 흉한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막상 입으니까 편하긴 하다. 뭐 남들 눈에 안 띄게 여기서만 입고 있으면 뭐……. 그러려니 한다.

    “전에 필라테스 해본 적 있어?”

    “없습니다.”

    “요가는?”

    “없습니다.”

    “그래? 그럼 나쁜 자세도 없고 좋겠네. 자, 시작하지.”

    산적이 슬슬 몸을 풀며 기괴한 자세를 잡으려 할 때 갑자기 궁금함이 생겼다.

    “저,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오, 질문. 좋은 학생이군. 해봐. 내가 뭐든 대답해 주지.”

    “저 지금 상담받는 건가요? 일대일 PT를 받는 건가요?”

    내 날카로운 질문에 산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화가 난 표정으로 다가오는 인간 병기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정의를 내린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내가 여기 트레이너들처럼 헐렁하게 단련을 시킬 거 같아? 걱정하지 마. 죽이진 않을 테니. 하지만 기대해도 좋다.”

    지금 저 문을 박차고 도망쳤어야 했다. 오늘도 내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으아악~ 악! 악! 사… 살려주세요!”

    “엄살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기초 자세만 하는데 무슨 다 죽어 가는 소리를 질러! 유연성은 자신 있다며? 근력이 부족한 거지, 유연성은 좋다며? 초딩도 이만큼은 하겠다. 자세 똑바로. 숨 내쉬고. 하나~ 둘~”

    미, 미친놈아……. 살려줘.

    * * *

    “한 달 됐나요?”

    “29일 됐습니다. 좋은 몸을 가지고 있어요. 근성도 있고요.”

    2군 훈련장에 나타난 단장이 구단 심리 상담사에게 신인 선수 한 명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다.

    “문제는요?”

    “마음이 닫혔습니다.”

    “본인이 얘기하던가요?”

    “아니요, 절대요. 본인이 그어놓은 선 안으로는 절대 한 발짝도 들어가지 않아요.”

    랩터스의 예쁜 단장이 죄 없는 입술을 깨문다. 아닌 듯 연기를 하고 있지만 어딘지 초조해 보인다.

    “오래 걸릴까요?”

    “아시잖아요. 마음은 기간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지금 1군 상황이 말이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지요. 심지어 4번 조영근도 무릎이 안 좋잖습니까? 외야가 필요하시겠어요.”

    단장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바뀐다.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앞에 있는 상담사를 몰아붙인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하죠? 조영근이 안 좋다는 얘기는 어디서 들으셨어요?”

    무섭게 생긴 상담사가 어쩐 일인지 허허 웃으며 단장의 공격을 흘려보낸다.

    “단장님. 조영근 밸런스 안 맞을 때마다 저하고 같이 몸 풀곤 합니다. 보기만 해도 알아요. 조영근도 이제 나이가 있어요. 쉬면서 해야 합니다.”

    이미 코칭 스태프와 트레이닝 팀으로부터 주전들의 몸 상태를 보고받고 있던 단장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결단을 내릴 시간이 너무 빨리 찾아왔습니다.”

    “무슨 결단을 내리시게요?”

    상담사의 물음에 단장이 입술을 다시 한번 깨물었다.

    “불펜 투수에 최강훈을 껴서 드래곤스 외야수를 접촉 중이에요.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쪽에서는 최강훈 대신 안영진이나 김소전을 원하고 있어요. 판단해야 합니다. 안영진인지, 김소전인지.”

    허허 웃던 상담사의 얼굴이 차갑게 굳는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목소리로 표현을 한다.

    “저야 팀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꼭 둘 중에 하나를 보내셔야겠습니까? 둘 다 좋은 사람들입니다.”

    잠시 감정의 기복을 보였던 단장의 목소리가 다시 사무적으로 돌아왔다.

    “팀에 승리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사람 좋은 것보다 중요한 게 잘하는 선수입니다. 전 그게 필요합니다. 김소전이 안영진보다 더 좋은 선수인가. 전력 분석팀은 안영진을 지키자는 쪽입니다. 일주일입니다. 우리가 급하지만 그쪽도 부상 당한 주전이 돌아올 때까지는 트레이드를 못 하는 상황입니다.”

    사무적인 목소리가 순간 흔들린다.

    “제가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주세요.”

    팀 성적에 짓눌린 단장의 어깨가 어쩐지 더 작아진다.

    순혈주의를 고수하며 누구보다도 긴 암흑기를 거쳐 왔던 랩터스는 자기 선수 아까워하다 팀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단장 이전에 골수 랩터스 팬이었던 단장은 그 누구보다 자기 선수들 내보내는 걸 싫어했지만 디펜딩 챔피언이 최소한 가을 야구라도 가기 위해서는 유망주 팔아서라도 백업을 사야 할 시점이다.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상담사를 바라보며 단장이 한마디 더 붙인다.

    “제가 아니라 선수를 위해서라도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김소전, 이대로 나가면 이도 저도 안 됩니다. 아시잖아요. 드래곤스 가면 김소전 예전 기억 그대로 묻고 살아가는 거예요. 그러지 말아요, 우리.”

    담담하지만 단장의 진심이 어린 요청에 상담사가 눈을 꼭 감았다 뜬다.

    “속성으로 가보긴 하겠는데, 실패하면 선수 마음이 더 닫힐 수도 있습니다. 그건 알고 계세요.”

    랩터스의 단장이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 * *

    “으아악, 악!”

    “엄살은… 괜찮잖아. 이젠 이 정도 익숙해지지 않았어?”

    익숙해진다고? 이게? 내가 서커스 선수도 아니고 몸을 이리저리 꼬아 놓는데 이게 어떻게 익숙해져?

    “저… 사, 살려주세요. 아… 악!”

    “버텨. 버텨야지. 야구 잘하고 싶다며. 그런데 이것밖에 못 해서야 되겠어?”

    잘하고 싶지. 야구 잘하고 싶다 나도. 그런데 너 때문에 배트는커녕 야구공 못 잡아 본 지도 한 달이다.

    야구 선수가 매일 명상과 필라테스만 하고 있는데 야구를 무슨 수로 잘하냐!

    “그, 그만……. 이제 한계에요.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언제나처럼 난 내 한계 끝까지 밀어붙여서 관절을 꺾었다. 여기가 한계다 이것보다 더 넘어가면…….

    우드득!

    “으아악!”

    어깨에 극심한 통증이 올라온다. 그것도 내가 던지는 오른쪽 어깨. 수술한 그 어깨 위로 통증이 올라온다.

    “무슨 짓이에요!”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아끼고 관리한 몸인데 저 미친놈이 내 몸을 찢어놨다. 얼얼하게 올라오는 통증.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진심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아픈 어깨를 부여잡고 상담사를 노려보았다.

    두 눈을 이글거리며 살기를 내뿜고 있는 내게 저 미친놈이 헛소리를 지껄인다.

    “아직 멀쩡하네. 그 팔 이리 내. 뒤로 15도만 더 꺾어보자.”

    이럴 때 일어나는 살인은 정당방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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