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12시의 신데렐라 <2>2017.03.30.
꽃 한 송이를 꺾었다.
영원은 아랫마을을 걷었다. 비교적 길어진 해에 마을 회관 앞이 붐볐다.
영원이 앞을 지나가자 옹기종이 모인 마을 사람들이 대화를 중단했다.
건강한 아름다움이 흐른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이 유리 위를 걷듯 조심스러웠다. 우아한 곡선을 지닌 몸태였다.
곧게 편 등줄기부터 치맛단 아래 다리까지 높은 구두 굽 위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었다.
요상한 눈길들이 영원을, 아니 해수의 뒤꽁무니를 따라붙는다.
“어째 오늘은 남편이 없네?”“그 서울 양반?”“출가외인이라고. 시집가면 못 보겠구만.”“하물며 부잣집인데. 며느리들 단도리가 심하겠지.” 마을 소문은 다 그 입에서 나온다는 밤나무집 아줌마, 영원이 지나가자 두던 바둑을 멈추고 코끝에 걸친 돋보기안경을 내리는 표 영감.
숙덕거리던 그들은 신경 끄고 다시 자기 세상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신부 수업이 끝났다.
엊그제 청첩장이 돌려졌고 각 언론사에도 공문이 전달됐다.
내일 아침이면 기사가 뿌려질 것이었다.
매향은 수행비서 외에도 일 욕심이 많아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바빴다.
결혼식이 끝나면 외국으로 떠날 거라더니.
한신의 핵심 부서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였다.
결혼이 가까워지니 긴장이 좀 풀리는 것도 있겠지.
저녁 산책 정도는 영원 혼자 할 수 있었다.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가 더 이상 거추장스럽지 않다. 양산으로 얼굴을 가리는 삶이 일상으로 녹아들고 있다.
영원은 흙길에 아무렇게 자란 야생초를 발견했다.
누가 바라지도 않았건만 기어이 올라온다.
방치되어 자란 볼품없는 꽃이 누구를 닮아 있었다.
해수가 화원에서 습도, 온도를 맞춰 잘 가꿔진 원예꽃이라면, 자신은 들풀이나 길에서 꺾어다 갖고 노는 이런 야생초겠지.
하지만 들풀이라고 언제까지 꺾이고 짓밟히리란 법은 없잖아.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진두영은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왔고, 결정을 재촉했다.
진두영에게 이 얘기를 똑같이 해줬다.
영원은 결혼을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너의 복수?’하이톤 음성이 귀청을 찢고 들어왔다.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진두영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하! 진두영이 목젖을 드러냈다. 그의 눈자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게 어째서 네 복수지?’‘…….’‘네 복수가 아냐.’‘…….’‘네 손에 묻은 피가 한 방울도 없는데 그게 어떻게 네 복수니?’영원은 정곡이 후벼 파였다.
‘대신, 손에 피를 묻혀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지.’바늘 끝처럼 눈빛이 서슴없이 영원을 찔렀다.
‘넌 네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복수를 했어. 주양이 대신 손에 피를 묻혔기 때문에. 모르지 않았을 텐데?’ ‘아니. 난 몰라.’‘몰……라?’‘당신이 무슨 소릴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 애가 널 지키기 위해 한 짓들을 넌 모르는 척하겠다고?’눈물이 비집고 올라왔다.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간혹 수상함을 느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엔 돈을 주고 돌려보냈으나 그들은 다시금 찾아와 더 큰 돈을 바랐다.
알고 있었다.
끝에 이르러 그가 그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한 명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양은 내내 그런 사람들을 처리해왔을 거다.
하지만 무시했다. 어차피 그는 그런 것 개의치 않는 남자니까.
그 정도 힘이 있으면 아무도 못 건드릴 테고, 진두영은 자신이 주양을 떠나게 해서 일을 어그러트리려는 작정이다.
‘널 지키기 위해, 네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앞으로도 그 애는, 무수히 많은 피로 손을 더럽히게 될 거다.’‘…….’‘네가 가짜 신부라는 걸 알아챈, 혹은 앞으로 알아챌 모두가, 그 애의 적이 될 테니까.’ 그리고 그 죄는 모두 주양이 받게 될 것이다.
‘넌, 그 애의 살아 있는 약점이 된 거야. 옆에 두고 떼버릴 수도, 없앨 수도 없는.’‘…….’‘혹.’‘…….’‘넌, 유망하고 창창한 한 남자의 앞길을 ‘막는’ 거야.’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난파당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매일 같은 시각, 하루도 빠짐없이,
6개월이 좀 안 되는 170여 일,
안개가 낀 날에도, 비가 쏟아져도, 눈이 와도,
그렇게 한결같이, 산책을 했다.
오늘도 다르지 않다.
오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을로 접어들던 차가 영원을 발견했다. 영원은 주양이 다가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차창이 내려갔다. 생각에 잠긴 그녀를 주양이 빤히 봤다.
포기하지 않아.
놓아버리지 않아.
도망치지 않을 거야.
어떻게 되찾은 안식인데.
어떻게 되찾은 이름인데.
나도 한쪽 눈을 질끈 감을 수 있잖아. 양보만 했으니까 조금 이기적이어도 되잖아.
영원이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았다가 당혹감이 번졌다.
주양이 조금 우스운 듯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지?” 영원은 어물거리다가 말았다.
*
주양과 산책을 이었다.
해질녘, 그가 걷다가 큰 나무 근처에서 그녀를 멈춰 세웠다.
그가 그녀에게 새 구두를 신겨주었다.
직접 고른 구두에는 주양의 이니셜이 박혀 있었다.
영원의 이니셜이 아닌 주양의 것.
누구도 그녀가 누구의 신부인지 헛갈리지 않게.
세상에 하나뿐인 구두였다.
신부의 버진 로드를 밟고 갈……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괴물 같지.”영원이 떨리는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아는데, 놓아야 한다는 걸 아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징그럽지?” 주양이 말없이 영원을 응시했다.
“나…… 이제 싫지. 하나도 안 순수해서.”그러고 보면 그와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들이 많았다.
그는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남자이고,
유일하게 입을 맞춘 남자이고,
유일하게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준 남자였다.
유일하게 그녀를 알아준 남자이고……
유일하게 자신의 인생을 걸어 그녀를 지켜준 남자……이고,
구두고……
그녀에게 세상에서 처음으로,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절대로 놓을 수 없었다.
그녀가 가진 건 다 그한테서 나온 건데,
사랑도,
기억도,
다 세상에서 하나뿐인데,
그를 놓아버리면 그녀는 어떻게 산단 말인가.
주양이 그녀의 손을 들어 올렸다.
필사적으로 주먹 쥔 작은 손을 그가 자신의 심장 위에 얹었다.
그의 떨림이 고스란히 맞닿은 손으로 전해졌다.
“너는…… 내 영혼이야.” 내게도 계모나 해수 같이 뻔뻔함을 감추는 뛰어난 재능이 갖춰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형벌같이 떨어진 말에, 눈물이 주룩- 뺨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잔혹한 말 또한 속삭여졌다.
‘넌, 유망하고 창창한 한 남자의 앞길을 ‘막는’ 거야.’부끄러움에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깨닫는 시간들.
정직한 눈물의 의미.
내게 이 남자의 영혼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
영원은 웨딩드레스 치맛자락을 와락, 움켜쥐었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결혼식 1시간 전, 진두영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
‘옷장 안에 여벌옷이 준비돼 있을 거야. 네 선택이야. 그걸 입고 나오거나, 이 말도 안 되는 결혼을 강행하거나.’분명한 어조가 낱낱이 귀에 박혀왔다.
그의 말대로 쇼핑백에 옷이 담겨 있었다.
손등에 핏줄이 돋았다. 진두영을 향한 증오가 팽창했다.
영원은 신부대기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웃기지 마. 내가…… 내가 어떻게 찾은 행복인데. 어떻게 한 결혼인데. 내, 내가 어떻게 되찾은 이름인데! 웃기지 마……!
울부짖음이 샜다.
염치 따윈 버렸어. 나 그동안 너무 힘들었으니까, 이 정도 욕심 부리는 건 괜찮잖아. 내가 잘하면 돼. 내가 잘할 거야. 그 사람한테는 살면서 갚을 거야. 살면서. 나를 자기 영혼이라고 하잖아. 나를……
신부대기실 문이 벌컥, 열렸다. 예고도 없는 방문객에 사고가 정지됐다.
영원이 굳은 채 돌아봤다. 웬 모르는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충격과 공포에 압도당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상대도 그 상태로 얼어버렸다.
남자가 목에 건 것은 카메라였다.
파파라치 언론. 그렇다면 그는…… 기자다.
‘언제까지 갈 것 같은데?’ 형형한 남자의 비웃음이 되감기 됐다.
‘남인 척 행세하는 삶에서 행복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갈 것 같은데. 너도 모래 위에 쌓은 모래성이라는 걸 아니까, ……고통스러운 거잖아.’‘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네 자신이 제일 잘 아니까!’‘아니야, 난…….’‘네가 그 애의 신부야?’되돌아온 질문에 영원은 말문이 막혔다.
‘네가, 그 애를 사랑하는 신부가 맞아?’영원은 멍해졌다. 간신히 쥐어짜냈다.
‘당연하잖아…….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결혼도 하고 싶은 거야.
속엣말을 삼켰다.
진두영이 기다렸다는 듯 비웃었다.
‘그럼 이러면 안 되지.’‘…….’‘결혼하면 안 되지.’‘…….’‘정말로 주양이를 사랑한다면……!’‘……!’‘결혼해선, 안, 되는 거지.’진두영의 얼굴 위로 기자의 얼굴이 겹쳐졌다.
기자가 놀란 이유는 그녀가 가짜 신부임을 알아챘기 때문일까.
기자의 눈길이 번져가는 그녀의 눈물 자국을 따라갔다.
곧 바깥에서 소란이 일었고 직원에게 들킨 기자가 도망쳤다.
신부대기실에 적막감이 깔렸다.
“신부님. 곧 해결하고 오겠습니다.”신부의 상태를 확인하고 직원이 물러갔다.
지난날들이 뒤섞여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내가 더 사랑하고 내 사랑이 더 지고지순하다고 생각했다.
내 사랑이 먼저였고, 그 시간만큼 더 깊어졌다고 자신했다.
아니었다. 사랑이 먼저였기에 더 복잡해졌다.
‘너는 사랑을 볼모로 그 애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어. 남자의 순정을 이용하는 거야. 걘 한신의 후계자다. 너 따위를 위해 왜 주양이가 그런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그는 점점 깊어지고 있는데 나는 점점 변질되어 가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진두영이 주양을 상처 입히고 싶어 하는 것,
그래서 악의적으로 나를 자극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랑하니까. 지켜주는 거다.
어째서 인간은 자꾸 잊어버리는 걸까.
망칠 순 없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소정도.
내가 노력할수록 고통스러워진 사람들이었다.
또다시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나 혼자 행복하자고 그들을 죽여 밟고 올라간, 그들의 시체로 쌓은 성에서 행복하게 살 수는 없었다.
1분. 결정이 뒤집어지는데 무릇 그러하듯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옷을 갈아입고 그녀는 허겁지겁 인도를 뛰고 있었다.
부드러운 레드카펫이 아스팔트길로 변했다.
어딘가에 구두 한 짝도 잃어버리고.
진두영 같은 인간이 잘난 척하게 놔두지 않겠다고.
결코 그가 내 사랑을 비웃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나의 사랑이 별 볼 일 없는 인간에게 시험당하지 않도록.
주양이 주는 물질적 안식을 놓지 못한다는 듯 말하는 놈에게 내가 얼마든지 그따위 건 놓아버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진두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생을 걸어 지켜준 남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면,
주양에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내 사랑은…… 내 사랑을 증명하는 방법 역시,
그를 ‘지키는 것’ 뿐일 테니까.
그러다가 돌부리에 찍혀 넘어졌다. 발톱이 반쯤 빠졌다.
영원은 신음을 삼켰다. 길 가던 노인이 물었다.
“이봐요. 아가씨. 괜찮아?”“괘…… 괜찮아요.”영원은 거칠게 뿌리쳤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멀리 예식장에서 멀어져야 했다.
쩔뚝거리며 일어섰다.
까진 무르팍에서 피를 질질 흘렀다.
방금 전까지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구두마저 흘리고 그녀는 갈 곳이 없는 운명을 맞이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려왔나.
서러움에 횡경막이 경련했다. 눈물로 마스카라가 흉하게 번졌다.
명심해라, 신데렐라야.
오늘 이 밤이 끝나기 전에 너는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면 마법이 풀리고,
너는 원래의 재투성이 아가씨로 되돌아오게 된단다……
명심해라. 그 우아한 모습도, 별빛처럼 빛나는 이 드레스도, 환상에 불과한…… 마법일 뿐이야.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면 마법이 풀리고,
너는 원래의 재투성이 아가씨로 되돌아오게 된단다…….
12시가 되자 신데렐라는 서둘러 왕궁을 빠져나와야 했다.
달리던 황금마차는 얼마 못 가 호박으로 변했다.
재투성이 신데렐라는 왕궁에서 도망쳐 나오고도 그렇게 집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누군가 제정신이 아닌 그녀의 팔뚝을 낚아챘다.
호운이었다.
“무슨 일이야.” 호운이 그녀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왜 그래!”“나 결혼하지 않기로 했어.”“…….”“그 사람하고…… 결혼 안 해.”영원은 멍하니 말했다. 호운이 아연해졌다. 눈동자가 그녀를 혼란스럽게 더듬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빼앗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어. 절대 빼앗을 수 없어.”“뭘 빼앗아. 이름? 원래 네 거였어!”영원의 입술이 오므라들었다. 방황하던 망막이 이내 물 터진 둑처럼 무너졌다.
“근데…… 아니었더라고.”호운이 운석과 충돌한 표정을 지었다. 딱딱해졌다.
신부대기실의 거울을 본 순간 영원은 깨달았다.
이 결혼은 성립될 수 없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비참했다.
거울 속에는 기자에게 얼굴을 들키고, 두려움에 떠는 유령 같은 자신이 있었다.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자신이 신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얼굴을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자기 게 아닌 걸 가진 사람들이 들키는 두려움을 걱정한다.
남에게 들킬까 전전긍긍 지내왔다. 모든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왜…….”목청이 쉬어터진 소리를 냈다. 호운에게 애원했다.
“어째서, 일까. ……될 수 없는…… 걸까, 내 이름인데…… 왜…….”아무리 다시 되찾으려 해도, 그 계집의 모든 걸 빼앗을 수 없었다.
나는 신해수야. 나는 신해수입니다. 내 이름은 신해수입니다. 처음 이름을 되찾고 신 나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끝내 가슴을 쥐어뜯었다.
누군가 말했다.
신데렐라의 구두가 벗겨졌다는 건 신데렐라한테 구두가 컸다는 얘기지만, 왕자는 어리석게도 구두가 발에 꼭 맞는 사람을 찾지 않았냐고.
구두의 주인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구두가 진짜 누구 것이었냐는 것은 중요한 대목이 아니었다.
구두가 발에 맞는 사람이 곧 ‘구두의 주인’이며 ‘신데렐라’인 것이다.
영원은 신해수가 아니었다. 한때 신해수였지만 이젠 아니다.
죽은 사람을 산 사람이 될 수 없듯이,
어쩌면 7살,
그때 영원의 신해수는 죽어버린 거다.
이미 신해수는 그 계집 자체가 되어버렸고 영원은 그 계집이 확립시켜놓은 신해수라는 옷을 억지로 끼워 입으려 한 것뿐이었다.
그것은 결코 되찾았다고 할 수 없었다.
영원은 신해수가 될 수 없다. 결코 신해수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영원은 신부가 될 수 없던 것이었다.
신해수라는 사람은 이미 영원에게 신데렐라의 그 구두처럼 맞지 않는 몸이 되어버렸다.
다시 몸에 맞추기엔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다.
둔중한 울음이 횡단보다 거리를 채웠다.
신록 위로 햇살이 산산이 부서지던 날씨 좋은 5월의 봄이었다.
호운은 소리가 그칠 때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다.
영원은 어린아이처럼 길거리에서 울어버렸다.
아주 달콤한 꿈을 꾸었다.
★
-실종 46일째
<오늘 낮 3시, 한신그룹 진주양 씨가 컨테이너 차량에서 죽은 신 씨에 대한 살인교사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확보를 위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검찰은 일단 진 씨에 대해 정식 기소하기로 하고, 공소장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답했습니다. 살인혐의가 입증이 되면, 한신그룹 주가에도 적잖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