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사각관계2016.11.17.
백운당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갔다.
백운당은 밀실정치의 주요 무대였다.
털어서 나오는 것은 먼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핵심 인사들이었다.
검사 나부랭이가 설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꼭 예외가 되려는 애들은 있는 법이었다.
“요즘도 애들 바깥으로 돌립니까?”강규웅의 화살이 맞은편에 앉은 최혜란을 향했다.
초반부터 변화구가 아닌 직구에 최혜란이 당황했다.
서울지검 특수 1부 부장검사 강규웅. 백운당 압수수색의 선봉장을 맡은 이였다.
그는 진즉부터 비리의 온상인 백운당을 손보길 벼르고 별렀다.
그 시작을 성매매로 열어보겠다는 건가.
“시대가 어느 땐데 감히 출장서비스를 하겠어요?”“그러셔야 할 겁니다. 대한민국 최고 한식당이라는 자부심이 있지, 백운당이 강남 룸살롱들이나 할 법한 짓은 아닌 말이죠.”강규웅과 최혜란이 서로의 발톱을 감추고 화기애애한 미소를 띠었다.
그런 최혜란을 보는 강규웅의 시선에 경멸감이 깔렸다.
껄껄 목젖을 드러내던 강규웅이 테이블에 사진 몇 장을 올려놨다.
“세태가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 거 하다 잘못 걸리면,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납니다……?”사진에는 고객의 차를 타고 가는 기생들 몇몇이 담겨 있었다. 성매매의 증거였다.
하지만 상대는 최혜란이었다.
“물론, 저희는 품격을 지향하는 한정식 집이죠.”그녀는 눈 하나 꿈쩍 안 하고 끝까지 미소를 유지했다.
“자체적으로 막고는 있습니다만, 직원이 퇴근 후에 고객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까지 일일이 확인하라는 건, 인권 침해죠.”“말은 그렇지만 VIP에 한에 접대하잖습니까.”“서로가 좋아서 그랬다는데, 그걸 경찰 쪽에서 성매매라고 결정지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뻔한 거짓말에 강규웅 검사는 너털웃음을 내보였다.
“그렇습니까?”“손님들은 저희만 믿고 쉬다 가는데 이 정도도 저희 선에서 해결 못 하면 백운당 체면 안 섭니다.”최혜란이 주섬주섬 뭔가를 내밀었다.
“모쪼록 잘 부탁합니다.”손때도 타지 않은 자동차 키였다. 1억 대 벤츠.
성매매는 절대 없다고, 직원과 고객의 개인적인 친분이라 할 땐 언제고 최혜란은 강규웅에게 뇌물을 건네었다.
“아직 서류에 잉크도 안 댄 새 차입니다. 명의자 칸에 검사님 성함만 박히면 완벽할 텐데.”“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습니까?”“하루에 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 청구해주시고, 다른 날들에 관해서는 영장 기각해주세요.” 최혜란도 압수수색이 들어올 거라는 걸 모르고 당했다.
검찰이 수집해간 자료는 백운당 매출 내역이었다.
하필 그 시기에 접대한 이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경찰이 압수수색해서 매출 살피다 걸리면 개박살 나는 거다.
위에서 알아서 처리해주겠지만 이 정도도 자체적으로 처리 못 하면 고객들의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반드시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강규웅은 꽉 막힌 인간이었다.
“대통령께서 임기가 1년도 안 남았고, 레임덕 왔겠다. 뭐, 뿌리까진 못 뽑아도 가지정돈 칠 만하지 않겠습니까.”“검사님.”“백운당에 말을 하는 꽃이 있다고 하더이다. 이름이 뭐라더라…… 대산 김 회장님이 유난히 예뻐하던…… 아 그래. 해수라던가.” 유일한 약점이 건드려진 최혜란은 이미 표정 관리 능력을 상실했다.
“그러고 보니 최 사장님 영애 이름 하고 같습니다?”“갑자기 그 애는 왜…….”“중늙은이보단 20년 젊은 내가 낫지 않습니까?”최혜란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 뒤에 나올 말을 듣느니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누가 침 바르기 전에 내가 그 애를 한번 품어봐야겠습니다.”
*
해수는 제주도에서 돌아와 짐을 풀었다. 노 집사가 문을 노크했다.
“실례하겠습니다.”“들어와요.”노 집사는 어딘가 수척해 보였다.
해수도 어젯밤에 연락을 받아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최혜란이 꽤 다급해 보였다.
“어머니는 어디 계시죠?”“현재 백운당 상황 아시죠?”“어머니요.”“안 그래도 사장님께서 보자고 하십니다.”해수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날 저녁, 최혜란이 여독도 풀지 못한 해수를 사장실에 불러 앉혔다.
백운당에 검찰이 들이닥쳤다더니 수습하기 어려운 일인가. 해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검사가 뭐라고 하던가요?”최혜란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최혜란이 내뱉은 말은 상상 이상이었다.
“검사가 네 머리를 올려주고 싶다는구나.”해수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 뒤에는 헛웃음이 터졌다.
“머리를 올려준다니. 전 기생이 아니에요.”“비유가 그렇다는 거지.”심각한 최혜란의 모습에 해수도 점차 미소를 잃어갔다.
해수는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었다. 목소리에 어느새 날이 섰다.
“그걸 저한테 말하시는 이유가 뭐죠?”최혜란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문제라면 굳이 딸까지 기분을 더럽힐 필요가 없다.
딸에게까지 비참함을 공유시키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해수는 벌떡 일어났다.
“듣지 않은 걸로 하죠.”“앉아.”“어머니는 이미 결정을 내리신 거잖아요. 지금 저더러…….”해수는 차마 자기 입에 담기도 싫어 말을 끊었다.
최혜란이 백운당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여자라는 건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그게 딸을 팔아먹는 일일지라도.
최혜란은 비정한 어미다. 하지만 그녀에게 지금……
“상놈의 새끼. 처음부터 원하는 게 여자였으면 말할 것이지 어디서 돼도 않는 검사 행세야?”최혜란이 더 격앙돼서 부들부들 떨었다.
“좆까지 마. 내가 너를 그런 놈한테 거저 먹이려고 이때껏 고이 키운 줄 아니?”최혜란이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달란 듯 해수에게 호소했다. 해수는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최혜란을 믿고 싶었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잖니. 너도 알다시피…….”결국에 이런 거다.
최혜란은 딸을 줘버리기로 결정한 거다.
대선까지 이제 반년이었다. 현 대통령은 임기 초기부터 힘을 못 쓰고 있다.
이럴 때야말로 윗선 눈치 보지 않고 작업할 적절한 시기였다.
정말로 해수를 원하는 건지, 아니면 거절할 명분을 찾으려고 딸 해수를 운운한 건지, 중요한 건 최혜란은 그 검사의 폭주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체념해버린 최혜란을 해수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러니까 내가 누누이 말해왔잖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주양을 내 걸로 만들라는 거요?”“넌 내가 경멸스럽지?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도도해지는 건 아니야. 세태가 변했다지만,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거 아직 유효해. 남자 잘 문 년이 더 잘 사는 세상이야.” “예. 어련하시겠어요. 유부남 꼬드겨 남의 가정 파탄내고 이 자리까지 올라오셨으니 좋으시겠어요.”“너만 좋았어? 나만 좋자고 한 일이야?”“어머니가 한 일이 내 인생까지 관여되고 있다고요!”쾅! 해수는 사장실을 뛰쳐나왔지만 그래봐야 백운당 후원을 헤매는 것뿐이었다.
세상은 그녀를 착하게 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기생집 딸년. 보이지 않는 신분을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돌아오는 건 야유였다.
기생의 딸은 기생이 되는 게 순리라는 듯, 끝내 삶은 자존감마저 허락해주지 않는 삶이 진저리나게 싫었다.
*
해수는 식사를 하는 주양을 떨리는 눈길로 지켜봤다.
며칠이 흘렀다.
주양을 초대한 건 해수였다. 며칠 전 비행기를 얻어 탄 사례는 핑계였다.
그녀에게 중요히 해결할 문제가 껴 있었다.
“청탁입니까?”다짜고짜 초대하더니 뜨거운 눈길을 보내는 해수를 주양이 간파하고 물었다.
백운당은 현재 몹시 힘든 경영 위기에 처했다.
“네. 청탁입니다.”“그렇다면 뇌물이 있어야겠군요. 한 끼 식사대접으로 때울 건 아닐 테고.”“예. 뇌물은 따로 있습니다.”주양이 궁금하다는 눈빛을 해보였다.
식사 내내 젓가락 소리 한 번 내지 않던 남자는 품위로 무장한 듯했다.
전통의 에르메네질도 제냐 블랙 슈트 안에 더 보수적인 남자들만이 선택한다는 던힐의 셔츠를 차려입은 남자라니.
반면 소매 끝자락에 달린 시계는 위블로였다.
카레이서들이 사랑하는 스포츠 워치. 타임키퍼.
보수적인 동시에, 섹시할 정도로 개방적인 조화였다.
두 개의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남자는 특별하다.
이 남자가 특별한 데에는 저 태도에 있었다.
자기를 휘감고 있는 명품들은 사치품이 아니라 그저 확고한 기호이며 자기만족의 취향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즐거움을 만끽할 줄 아는 여유는 아무나 갖지 못한다.
그런 세계에서 자란 그녀이기에 감히 말할 수 있었다.
한 번도 그를 사랑해본 적이 없다. 그는 사랑하기 어려운 남자다.
그러나 거듭 느낀다.
셔츠 깃에 빈틈없이 맞물린 저 타이를 그녀의 손으로 풀어주고 싶다.
내내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주양이 그제야 본격적으로 해수를 봐주었다.
“슬슬 청탁 내용을 들어볼까요?”심장이 격동했다.
신사적인 훌륭한 매너,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를 더 몸 닳게 만드는 것은 저 눈빛이었다.
모든 걸 불가항력으로 만드는 섹시함.
우월한 수컷의 눈길이 해수의 얼굴에서 목을 훑고 내려가 가슴에 머물렀다.
단추를 쥐고 있던 해수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
“저를 안아주세요.”탕- ! 젓가락이 소리 나게 아래로 구르고, 기어이 옷고름이 풀렸다.
찰나의 시간이 억겁같이 흘렀다. 그 순간 오만 가지 생각과 감정과 번뇌가 두 사람을 스쳤다.
갑자기 옷고름 퍼포먼스를 펼친 해수를 주양은 차갑기 그지없는 표정을 봤다.
밑도 끝도 없이 해괴하다. 백운당을 살려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이 모녀는 그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싶었다.
“놀라운 뇌물이군요.”주양이 감탄, 또는 비꼬는 어조를 내었다.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합니까?”“저는 지금 제 모든 걸 내던진 겁니다.”“그렇다면 날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군요.”“이사님의 여자를 어느 검사가 건드릴 수 있을까요?”물론 없을 거다. 그를 건드린다는 것은 한신을 상대로 도전한다는 뜻이니까.
문제는 그였다.
“몇 달 전 김보경이 당신과 똑같은 짓을 했었죠. 그때 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싸구려는 싸구려 취급이 마땅하다. 몸뚱이 하나로 타협 보려는 애들, 아주 경멸한다고.”주양은 마침표를 찍었다.
“난 신해수 씨가 싸구려는 아니길 바랐습니다.”해수의 얼굴이 무참히 깨졌다.
주양이 상의 포켓에 손을 넣었다.
Rrrrrrr - Rrrrrrr -
“실례하죠.”일단 신해수를 제쳐두고 전화부터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이사님께서 일단 아셔야 할 것 같아 전화 드렸습니다.]양 비서였다.
[진두영 사장이 결국 씨받이를 구할 것 같습니다.]짐작했던 일이었다. 임신한 아기가 아들이 아닌 게 판별 났다.
두 눈 시뻘게져 못할 것도 없는 심정일 터다.
그러나 의외이기도 했다.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어도 숙모에게 의리를 지키는 남자였다. 그런 무리수를 둘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아들을 낳는다는 보장도 없을 텐데요.”[범오사 성철스님께서 점지해주신 여자입니다. 아들 낳아줄 관상을 가진 여자랍니다.]아들을 낳아줄 관상?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을 만큼 절박하다는 증거겠지.
“숙부님은 어디 계십니까.”[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습니다.]백운당으로 온다고……?
“그 여자에게 가지 않고요?”양 비서가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그 여자가…… 백운당 딸이라고 합니다.]주양은 단박에 눈앞의 해수와 시선이 얽혔다.
*
영원은 이마를 훔쳤다.
“휴! 이제 빨래만 널면 끝나는 건가.”빨래가 산더미였다. 여름도 되고 커튼과 이불도 다 갈아야 했다.
백운당은 별개의 문제로 현재 발칵 뒤집어졌다.
검찰에서 찾아와 백운당을 이 잡듯이 뒤지고 갔다고 직원들이 불안해했다.
가뜩이나 김 회장이 망하고 불안정해진 가게였다.
직원들 사이에 검찰에서 이번 타깃을 백운당으로 잡았다는 뜬소문이 돌았다.
‘성매매가 걸린 거겠지.’‘엄연히 우리나라에 성매매가 금지인데, 버젓이 기생들이 몸을 팔아댔으니 꼬리가 잡힌 거지.’ 검찰 조사 때문에 최혜란 뒷바라지하느라 노 집사도 집을 비우기 일쑤였다.
집에는 영원 혼자였다. 평소에 본가 출입문을 잘 닫아놓지 않곤 했다.
삐거덕 - 문소리가 났지만 이불보를 너느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갑자기 낮은 음성이 귓가를 간질였다. 영원이 덜컥 겁을 집어먹고 외쳤다.
“누, 누구야!”뜻밖에 아는 사내였다. 그 역시 그녀를 보고 반가워했다.
이 무슨 기이한 운명인가.
“이번에도 내가 기억 안 난다고 하는 건 아니겠죠.”진심으로 그녀를 보고 해맑게 웃는 남자는 진두영이었다.
★
-실종 13일째
추적추적 떨어지는 가랑비를 맞으며 장 경감은 진두영의 집을 나왔다.
‘그런 영원이를 버리고 신해수 씨와 결혼을 했으니. 주양이는 자격이 없는 놈이에요.’진두영이 흘린 말을 헤아려보는데 입구에 주차된 검은 세단을 봤다.
거뭇거뭇하게 선팅된 내부는 보이지 않지만 주양이라는 걸 직감했다.
차장이 내려갔다. 장 경감과 주양은 서로를 응시했다.
주양의 얼굴에선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저 남자를 볼 때면 아득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숨 막힘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장 경감이 본 남자에 대한 이미지는 어둠이었다.
블랙홀 같이 숨 막히는 공포. 그리고 뒤따르는 먹먹한 어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신영원과 신해수, 그 둘 사이에서 저 남자의 본심은 도대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분명 나쁜 인간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은.
범인은 진주양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일었다.
숙부 진두영이 주양에게 내보인 질투심 때문이었다.
‘영원이를 직접 만나본 적 있습니까?’ 사돈처녀를 친근하게 부르던 모습.
‘그녀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건 나였습니다.’그 안타까운 눈빛과 어조.
승계구도를 향한 경쟁심이 아니라 어째서 치정으로 번지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가.
이제까지는 진주양에 대해서만 집중해왔다. 당연한 악역이 처음부터 등장해줬으니 사건의 실마리는 쉬워 보였다.
‘모든 근원에 저 남자의 악행이 있다.’그런데 진두영이 등장했다. 그리고 진두영이 내비친 욕망은 이 사건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이미 충분히 이상해져 버렸다.
신부는 결혼식 당일 사라졌고, 신랑은 그 신부가 돌아오지 않길 바라고, 처제와는 내연관계에 있었으며, 정신병원에 가둬두었다.
그리고 숙부인 진두영과는 처제인 영원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이뤘을 수도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상식적인 행동들을 바란다는 것이 더 웃기다.
걷잡을 수 없이 기괴한 상황이 되었으니 진주양도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던 것은 아닐까.
머릿속에서는 나쁜 인간이라고, 나쁜 인간이라고 외치는데 무언가 더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최악에 악질적인 인간이라 해도 아무도 맥락 없이 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
천만 번 양보한다 치면,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마조차 그 죄악의 근원엔 어릴 적 학대를 받아온 트라우마가 있다.
그렇다면 이 남자에게도 어떤 변명거리가 있는 건 아닐까?
실종된 신부를 찾지 않으려 하고, 사랑하는 여자는 병원에 가둬야만 했던 이유.
그런 사정…….
“타시죠.”장 경감은 수행인의 안내를 받아 검은 차에 올라탔다.
“출발하세요.”진주양의 명령에 차는 그들을 태우고 매끄럽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