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머리카락 안의 얼굴2016.09.25.
……헉! 김인택이 파르르 굳은 뺨을 떨어댔다. 전기가 오른 듯 김인택이 몸을 전율했다.
“씨…… 씨발!”배를 수차례 찔려 벌집처럼 쑤셔진 김인택은 치명상을 견디지 못하고 수명이 다한 전봇대처럼 옆으로 스러져갔다.
물 밖으로 나온 어류가 그러하듯 퍼덕거린다. 그런 와중에도 김인택의 눈동자는 똑똑히 주양에게 붙박여 있다.
“나를 곧바로 죽이지 않은 다른 저의가 있습니까.”주양은 다시금 물었다.
김인택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가슴이 들썩인다.
“곧바로 죽이지 않은 저의?”“…….”“허억, 형이 잘 설명해줄게. 귓구녕 열고 잘 들어.”“…….”“넌 인간이 아니라서 이해를 못 하겠지. 하아……! 사람은 때론 진심만으로 목숨을 걸기도 해.” “…….”“미안하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해. 결국 명줄을 재촉하는 우를 범하면서. 우욱.” 김인택은 주양을 몹시 원망하고 있는 눈이었다.
주양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고작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일을 이 지경으로 벌였다고?
신영원도 똑같았다.
계모에게 복수를 꿈꿨지만, 신영원이 계모에게 원했던 것은 김인택이 주양에게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은 선상에 있었다.
미안하다…….
사람들은 그 말을 목숨처럼 집착을 한다. 결국 명줄을 재촉하는 우를 범하면서.
그러나 그는 김인택에게 미안할 짓을 하지 않았다.
주양이 김인택의 머리통을 잡아들며 말했다.
“먼저 배신한 건 대산 김 회장이야.” “내 아버지가 배신한 건 네 삼촌 진두영이지, 네가 아니야. 그리고 너는 날, 죽이고 있지.”“널 죽인 건 내가 아니야. 널 이렇게 난도질한 건 너의 부하야. 1억에 팔린 그의 값싼 영혼이야.”“하지만 네가 시킨 건, 맞지.”“난 강요한 적이 없어.”“나 말이야. 예전에 네가, 자기 얼굴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는 걸 본 적이 있어.”“…….”“하아. 하아. 일본도. 꽤 마음에 들어 해서 선물했잖아. 그런데 왜 막상 받고 나서 칼집을 금세 닫아버렸지? 검에 비친 네 얼굴을 보고 두려웠던 거야. 자기가 저지른 죄들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었겠지.”“…….”“그때부터였어. 네가 진심으로 좋아졌다, 인간적으로. 네게 인간적인 마음이 일말이라도…… 남아 있는 것 같아서!”김인택은 덩어리진 피를 토하며 비웃었다.
긴 침묵 끝에 나온 건 주양을 몹시 동정한다는 어조였다.
“너…… 아직도 거울 볼 때 너 똑바로 못 쳐다보냐?”주양은 갑작스런 일격을 맞은 것처럼 동작을 멈췄다.
그를 상처주고 싶어 안달 난 사내의 눈동자가 백열등 불빛을 받아 유리구슬처럼 번들거렸다.
없는 죄책감을 구체화시키는 눈동자를 마주하다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반박하지 못해 입을 다물었다는 게 솔직하다.
“권선징악, 인과응보. 이런 걸 말하고 싶은 건가.”“넌 스스로 천벌을 받고 있는 거야.”“하지만 어째서 지금 싸늘하게 죽어가고 있는 건 너지.”죽어가고 있는 건 김인택이었다. 이건 완벽한 권선징악의 결말이 아니었다.
최후엔 악역이 죽어야 한다. 김인택의 견고했던 표정이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는 걸 주양은 지켜봤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꿈을 꾼 걸까. 권선징악, 인과응보. 이제 그 단어들은 전설이 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렇게 말했던 김인택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주양은 복부에 자상을 입은 김인택의 배를 꾹 눌렀다.
“허으으. 윽.”“고작 일격에 이렇게 처참하게 꺾일 줄 알았지. ……내가 내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고?”주양이 지은 건 놀랍게도 산뜻한 미소였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에 비친 내 자신을 꽤 자세히 확인하곤 해. 거울을 똑바로 보며 다짐하지. 어제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 오늘 하루도 뿌듯하고 보람차게 보내자.”주양이 김인택의 귓가에 더욱 깊게 속삭였다.
“믿어져? 내가 보람차고 뿌듯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흐…… 윽 씹.”“이해해. 악인이 불행하길 바라는 마음.” 하지만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 그게 바로 네 생각보다 세상이 야박하다는 반증이지.
김인택에게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김인택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피가 고인 입에서 마지막 유언이 흐느낌처럼 흘러나오려 했다.
주양은 김인택이 그의 찢어진 눈가로 손을 뻗는 걸 가만 놔두었다.
“네 핏속에는 파란 피가 흐를 줄 알았지.”김인택이 주양의 새빨간 피 색깔을 덧없이 보다가 고해를 토했다.
죽기 직전, 모든 분노도, 절규도, 공포도 잠재워진다.
“너한테 형님 소리 듣는 게 좋았다.”“…….”“대 한신그룹 진주양이가 형님으로 받드는 남자…….”말끝을 흐린 그가 주양을 원망스럽게 응시했다.
“그게 어떤 건지 넌 몰라. 흐윽……! 말 그대로 네가 쥐여준 권력이니까. 마치 내가 대단한 뭐, 라도 된 줄 알고 우쭐했었다. 바람 같은 거였는데.”김인택이 텅 빈 손바닥을 보다가 으스러지게 움켜잡았다.
“나를…… 정말, 혀, 형님으로 떠받들긴 했던 거냐? 단 한 번도 없, 었냐? 진심, 같은 건?”주양에게 저주 같은 말을 퍼붓다가, 이제는 주양을 잡고 필사적으로 애원한다.
자기 죽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렇게 허무할 리가 없다고, 사람은 누구도 허무한 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아 한다.
“뭐라고 말 좀, 해봐……?”김인택, 주양이 한때 형님으로 불렀고, 지금은 자신을 죽이려는 남자. 주양을 참 많이 좋아하고 의지했던 남자.
울음 가득한 눈에 물음을 가득 담고 수도 없이 묻는다.
왜 그런 거냐. 왜 나한테 이런 거냐. 우리 집에 왜……!
비정한 세계. 하루하루가 전쟁을 치루는 듯한 세계, 내가 짓밟지 않으면 갈가리 찢겨 죽는 나의 세계.
미워하고 복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가족에게 복수 당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가족에게 살해당하는 사람의 최후는 어떤 표정일까…….
김인택의 말대로 자신 안에는 푸른 피가 흐르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가족이 나를 죽이려는 이 순간에도, 이렇게나 비정해질 수 있는 거겠지.
주양이 죽지 않고 숨을 헐떡이는 김인택에게 말을 박아 넣었다.
“빨리 죽어. 네가 오늘 죽어야 내가 내일을 살 테니까.”긴 침묵이 채워졌다. 기괴하게 일그러지는 김인택의 얼굴에는 조부가, 삼촌이, 느끼던 그 감정 그대로를 품고 그를 보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찌른 것은 다른 이들인데 김인택은 그를 혐오하고 있었다.
주양을 악인을 보듯 보고 있었다. 그가 악역이라면, 악역 중에서 가장 비정한, 영화 속 공공의 적 정도가 될 것인가.
주양은 김인택을 내려놓고 도살자들을 돌아봤다.
1억을 대가로 김인택을 죽이는 것을 요구했던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인택은 여전히 끈질기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깔끔하게 처리하세요.” 하지만 도살자들은 주양이 보내는 신호에 머뭇거렸다.
주저하는 사내들을 향해 주양이 겸양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치떴다.
“나만 쓰레기입니까?”그들의 안면에 날카로운 두려움이 뒤덮였다.
주양은 조용히 우두머리의 손에 다시 칼자루를 쥐여주었다.
돌아갈 길은 없다.
주양은 방을 빠져나왔다.
보안팀장이 주양의 얼굴과 손을 뒤덮은 비릿한 피를 보고서 이를 악다물었다.
책임을 물어야 했다.
주양은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인간미 없는 눈동자로 긴장한 옆얼굴을 더듬어 내렸다.
“내게 미안합니까?”“죄송합니다.”권력에 굴복하고 알아서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수그린다.
“좋아요. 그럼 그의 1억을 당신이 갈취하세요.”예기치 못한 명령에 보안팀장이 주저했다.
“예?”주양이 빤히 보자 보안팀장이 얼른 고개 숙였다. 손에 묻은 피를 주양이 팀장의 셔츠에 발라 닦으며 말했다.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당신이었어요. 저기 악당을 물리치고 안심하고 있는 주인공은 가짜예요.”보안팀장에게 그가 힘을 실어주었다.
굴종은 확실히 시켜야 놔야 한다.
보게 해주겠다. 네들 앞에 있는 게 누군지.
모른다면 똑똑히 알게 해주겠다. 진주양이, 내가, 어떤 새끼인지.
“당신이 본때를 보여줘요. 그리고 알려줘요.”“…….”“사람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이 영화의 장르는 슬픈, 성장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슬픈, 이 붙어. 왜? 주인공이 믿었던 같은 편에게 배반당하고 장렬히 전사하기 때문이지…….
연출, 각본, 감독. 진주양. 이 영화에 각색은 필요 없다. 주양은 각본대로 진행시켰다.
“분부…… 따르겠습니다.” 일은 신속하게 잘 처리되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직원들은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에, 심지어 타성에 찬 표정으로 비닐 자루에 시신들을 수거했다. 매뉴얼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다친 직원들도 병원으로 떠났다. 그들이 나가고 텅 빈 집안은 적막했다.
주양은 테이블에 놓인 와인을 마시다가 침실 카펫에 눅진하게 늘러 붙은 것이 피인지 와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양 비서가 증거물인 칼자루를 주양에게 넘기고 인천항으로 떠났다.
그는 칼자루와 와인 잔을 하나 들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긴 복도를 지나는 동안 많은 목소리들이 뒤엉켰다.
‘사랑은 공기야. 삶이야. 우주고 세상이야. 넌 사랑을 몰라. 원하는 게 있어? 당신 손으로 최 사장을 죽이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그러니까 가족도 널 버리는 것 아니겠어? 네가 공포스러워서, 공포스러운 네가 끔찍해서, 널 죽이겠다고! 미안하다, 사람들은 그 말을 목숨처럼 집착을 하지. 결국 명줄을 재촉하는 우를 범하면서. 네 핏속에는 파란 피가 흐를 줄 알았지. 넌 인간도 아니야…….’침실에 다다라 발소리는 숨죽였다.
살육전쟁으로까지 치닫던 소란에도 그곳은 여전히 희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도망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 주어졌다. 그는 드레스 룸을 열었다.
걸려 있던 셔츠를 집어 피 묻힌 손을 닦아내고, 얼굴을 씻어냈다.
젖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면서 거울에 비친 얼굴을 응시했다.
‘너…… 아직도 거울 볼 때 너 똑바로 못 쳐다보냐?’주양을 거울에 비친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피가 여전히 덜 씻겨, 얼굴이 붉다.
언제나처럼 그는 폭력을 똑바로 마주했다. 폭력을 피하는 법이 없었다.
마주하지 못하는 것은 그를 보는 사람들이었다. 살점이 묻은 칼자루를 태연하게 들고 다니는 그를.
주양은 거울 속에 있는 또 다른 시선에 눈동자를 붙박았다.
두려워 옷장 안에 숨죽이고 있고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어째서 도망치지 않았나. 이 꼴을 보기 위해서라면 그는 부끄럽지 않았다.
그가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런 지점이었다.
사랑이 공기고, 삶이고, 우주며, 세상이라던 여자는 지금 그의 꼴을 보고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내가 나쁜 겁니까?”겁에 질려 영원이 후두둑, 눈물을 떨어트렸다.
산다는 것은 폭력이었다. 하물며 누군가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야…….
마침내 그것을 깨달을 때 공기가, 삶이, 우주가, 너의 세상이 몸서리치게 폭력적임을 느낄 것이다.
*
주양이 손을 뻗었다. 영원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팔로 가렸다.
버둥거리는 그녀를 간단히 제압하고 그가 그녀의 얼굴을 자신 앞에 끌어다 놓았다.
그는 완력으로 그녀의 얼굴을 들춰냈다. 숨결이 파들거렸다.
“하아…… 하아…….”속눈썹에 그의 손끝이 닿았다.
영원이 차가운 체온에 놀라 움찔하자 또다시 버둥거릴까 봐 그가 다정하게 위로하듯 쓰다듬어주었다.
처음엔 강렬하게 거부했던 그녀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순응했다.
그는 콧날을 타고 내려 인중, 마침내 입술에 머물렀다.
자신 아닌 타인의 낯선 손길이 닿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타인에게 얼굴을 까발렸고 내어주었다.
침략을 당하기라도 하듯 영원은 몸피를 떨었다.
그는 저의 식민지인 양 그녀의 얼굴을 마음껏 침범했다.
두려움이 솟았다. 그가 매만지는 자리마다 무언가 새로 깨어나는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문득, 탐색을 다 마친 주양이 묘한 얼굴로 웃었다.
배부른 사자처럼. 짧은 결론을 내었다. 의외라는 목소리였다.
“누구든 널 보면 시험에 들겠는 걸.”
그 말이 영원의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알고 있다. 자신이 더없이 천박하게 생겼다는 것.
*
때로 진실이 거짓보다 더 거짓 같은 때가 있다.
싫다하는 여자를 억지로 벗겨냈을 때 주양은, 웃음이 났다.
그는 영원의 외모에 이렇게 짧은 평가 내렸다.
‘천박하다.’작고 갸름한 얼굴엔 수줍음이 전무했다.
만개한 빨간 동백꽃을 물고 있는 것 같은 입술. 불순한 눈빛.
곧게 뺨을 덮으며 흘러내린 생머리는 갸름한 얼굴을 더욱 작게 만들었다.
도화지처럼 시원한 이마 밑에 두 눈썹이 매끄럽게 곡선을 그렸다.
소녀다운 수줍음, 순수함,
순결……
그런 것을 시시하게 만드는 외양이었다.
눈빛이 찌르듯 ‘공격’적으로 그를 응시해왔다. 선명한 화질로.
시선이 침투해오는 걸 느꼈다.
비위생적인 접촉이었다. 눈과 눈, 시선과 시선으로 뒤섞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경박함과는 다른 수준이었다.
한없이 도도하며, 건방질 만큼 남자를 깔보는 눈빛…….
남성을 발아래 굴복시키는, 그러나 남성에게 그 뒤바뀐 위치에서 자발적으로 굴복당하는 야릇한 쾌감을 선사하는 눈빛이었다.
주양이 비릿하게 웃자, 수치심을 억누르는 듯 암상하게 치켜뜬 눈이 그를 참았다.
굴복당하지 않는 남자를 만나고 겁에 질린 토끼 같은 모습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이쪽이었다. 눈빛은 마주치는 것만으로 수치심을 새겨놓았다.
그는 손끝을 더듬어 툭 불거진 그녀의 눈알을 만졌다.
두렵게 표류하던 동공이 눈꺼풀 아래 지워지고 속눈썹이 하나로 합쳐졌다.
손길은 눈썹을 배회하다 왼쪽 이마 윗부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4센티 정도의 칼로 그어진 흉터는 이름매가 고르지 못했다.
숙녀에게 꽤 큰 상처지만 그보다 배는 압도적으로 불경스런 외모에 흠결이 희석되었다.
노예의 표식 같아 음란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천진한 듯 호기심 어린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피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여자에게서 느껴오던 위화감의 정체를 진즉 깨닫고 있었다.
그녀는 화염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이었다.
무료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생에 누군가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켜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변화를 욕망하고 있었다.
그것에 그녀는 그를 선택했다. 그녀는 그가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계모에게 억압당해 백운당에만 갇혀 사는 그녀에게 바깥세상에서 통용되는 모든 것을 가진 그는 신천지이며, 그것을 가져다줄 탈출구일 테니.
방금 전 방에서 행해졌던 살육, 피 냄새가 아직 체향에 맴돌고 있다.
영원은 그의 가학심을 불러일으켰다.
주양은 그를 동경하고 있다는 눈빛에 건방짐을 느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좋아하는 눈이기도 했다.
“네가 마네킹이 아닌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할 거다. 물건이었다면, 지금 당장 내 창고에 집어 처넣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