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24)

22. 폭풍전야

1/ 김홍진 시점.

"으아아아! 읍!"

동구형이 판석 아저씨의 입을 틀어 막았다.

"조용히 해요!"

동구형이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때?"

나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창 밖에는 지수빈의 할아버지의 보디가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수빈의 할아버지. 지강철.

나도 이름은 들어본 유명한 인물이었다. 전직 폭력조직 회장이었고, 지금은 과거를 버리고 남을 도우며 살고 있다지만,

아직도 그의 위세는 대단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디가드들이 강간범들이 바로 앞집으로 숨었다는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내 말에 동구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판석 아저씨는 여전히 다친 눈을 부여잡고 씩씩 거리고 있었다.

일단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기는 했지만, 아마도 그 눈은 다시는 떠 질 수 없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동구형이 말했다.

"그래야겠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보디가드들이 잘 모를 지금 도망가는게 좋을 것 같았다.

늦으면 시간이 없을 것이다.

한가지 문제가 있는 거라면 여자들이다. 여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데 여자들은 어떻게 하죠?"

"씨발. 한곳에 모아 두었잖아. 그냥 가자. 지들도 여권 있고 다 있잖아."

"젠장. 저년들이 말하면 어떻게해요!"

내가 순간 짜증이 나서 외쳤다.

"씨발 그럼 어쩌라고!"

동구형도 점점 폭주하는지 외쳤다.

나 역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으아아아! 씨발!"

그때 판석아저씨가 괴성을 지르고는 동구형을 밀쳐낸다.

동구형이 놀라서 소리친다.

"조용히 해요 아저씨!"

"씨발! 이 호구 개새끼!"

판석 아저씨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때 동구형이 눈짖을 보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저씨를 진정시키는 척 시선을 끌었다.

"아저씨. 진정하세요. 제발요."

"젠장! 진정하라고?! 진정하라고?! 씨발 눈이 안보인다고 이 씨- 컥!"

그때 동구형이 뒤에서 물건을 휘둘러 아저씨의 머리를 때렸다.

아저씨가 쿵 하고 쓰러졌다.

순간 내가 놀라서 아저씨를 살폈지만, 기절했을 뿐이었다.

"... 기절했네요."

"씨발. 어쩔 수 없었어. 이제 어떻게 하냐?"

나 역시 뭐라고 말 할 수 없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동구 형이 놀랐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동구형이 눈짖하자 내가 내려갔다.

동구형이 내려가면 혹시 모르기에 나 혼자 내려갔다.

인터폰을 확인하자 역시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초인종을 누른 것 이었다.

나는 진정하고는 문을 열기 전에 말했다.

"저기, 누구시죠?"

[ 맞은편 별장에서 왔습니다. 잠시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

"왜 그러시죠?"

[ 맞은편 별장에서 사고가 있어서요. 문 좀 열어주세요. ]

나는 어쩔까 생각하다가 계속 안 여는게 더 수상하다고 생각해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보였다.

의외로 작은 키에 마른 인상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였다.

그 보디가드는 나에게 말했다.

"앞쪽에서 강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며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 것 같았다.

"아... 저도 뭔가 비명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겁이 많아서."

"한국분이시군요?"

"예? 아, 예."

그 보디가드는 그렇게 말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안했다.

뭔가 말할 것 같았다.

"혹시 이쪽으로 누군가 넘어오지 않았습니까?"

"어, 없었는데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 보디가드의 눈치를 살핀다.

그는 순간 선글라스를 벗는다.

그러자 동안에 어려보이는 인상이 들어난다.

날카롭게 생긴 잘생긴 얼굴에 달린 눈이 날카롭게 날 바라본다.

"사람이 많군요."

"예?"

그가 서서 눈짓으로 바닥을 가리킨다.

많은 신발을 보고서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 예. 친구들이랑 놀러 왔거든요."

"예. 그럼 실례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나갔다.

나는 문을 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가자."

"지금요?"

동구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씨발. 지금 도망가야해. 아니면 기회가 없어."

기회라면 기회였다.

지금 호구라고 했던가? 그 수위아저씨가 칼에 맞아서 병원으로 실려 갔고, 대부분의 보디가드들도 이곳을 벗어났다.

그러다 보니 지금이 기회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짐짝이 있었다.

"씨발. 그럼 판석 아저씨는요?"

"젠장. 지금 우리가 저 자식 걱정할 때야?"

동구형이 그렇게 말했다.

나 역시 생각해 보니 그랬다.

판석 아저씨와 같이 나가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컸다.

판석 아저씨는 눈을 공격당했고, 그건 숨길 수 없는 증거였다.

"놓고 가자고요?"

"그래."

나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래. 어쩔 수 없었다.

"여자들도 함께 대리고 가요. 그래야 의심 못하지."

내 말에 동구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인 점은 여자들은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는 판석 아저씨를 그렇게 두고, 여자들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여자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를 타고 나오다가 보디가드들과 만났으나, 그들은 우리를 살피고 그냥 보내주었다.

여자들이 있는게 다행인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무사히 공항으로 향했다.

2/ 보디가드 김 철 시점

나는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마도 공항으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부하 민석이에게 말했다.

"민석아."

"예. 철이 형님."

"저 차 추적해라. 아직 잡지는 말고. 아마도 한국으로 갈꺼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아까 수빈 아가씨가 있던 집 맞은편 별장으로 향한다.

문을 따는 건 쉬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당당하게 현관으로 들어간다.

현관으로 들어가자 녀석들의 흔적이 조금 남아있다.

아마도 급하게 간 모양이었다.

그 중에서 TV위에 올려진 캠코더가 보인다.

놓고 간 모양이다.

캠코더를 켜 보니, 거기에는 섹스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나는 그 캠코더를 들고 방 여기 저기를 뒤진다.

그리고 이 방이 '이 회장' 그러니까. Y그룹 총수 '이 장만'의 집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럼 아까 차에 타고 있던 남자 하나는 그 그룹 장남인 이 동구인 모양이었다.

나는 천천히 윗층으로 올라간다.

윗층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베란다 문이 열려 있었다.

누군가가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잠시 상황을 생각해 본다.

분명히 여기에 누군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함께 온 2명의 남자와 여자 그룹과 나가지 않았다.

그럼 왜 일까?

그가 너무나 눈에 띄는 증거를. 눈에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녀석들이 강간범일 것이다.

하지만 증거는 없다.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지금 회장님은 폭력집단이 아니니 그냥 나설 수는 없었다.

수중에 있는 것은 놈들이 놓고 간 캠코더와 심증 뿐.

내가 밖으로 나오자, 민석이 아이들을 붙였다고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회장님께 가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형님."

민석이 나를 차로 안내한다.

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차에 올라탄다.

3/ 김판석 시점.

"씨발!"

나는 욕을 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본에서 치료를 받으면 분명히 놈들이 눈치 챌 거다.

아마 근처에 약국이나 병원은 모두 놈들이 있을 것이다.

김홍진, 이동구 이 개새끼들이 날 버리고 가다니.

씨발! 씨발! 씨발!

그 쌍년들도! 씨발!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친 듯이 거리를 달렸다.

눈에 통증이 지워지지 않는다.

"씨발!"

나는 미친 듯 욕을 하며 거리를 달린다.

"이호구! 이 개새끼! 씨발!"

나는 이호구를 욕하며 정신을 부여 잡는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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