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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의 회귀자-184화 (184/197)

<-- 22층 - 지하 미궁 -->

“아빠? 아빠가 어떻게 여기에?”

카나가 놀란 얼굴로 승원을 바라보자 지하 미궁에 있던 사람들이 기겁해서 승원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빠라고 했어?’

주리안이 당황한 표정으로 팔로스를 바라봤다. 팔로스도 놀란 표정으로 주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님이 승원을 보고 아빠라고?’

트리아 뿐만 아니라 승원 뒤에 있던 게르엔과 효주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마왕님이 승원보고 아빠라고 한 거야?”

답답한 것은 참지 못하는 게르엔이 단도직입적으로 승원에게 물었지만, 그는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른 일로 왔는데, 난처한 모양이구나. 도와줄까?”

“응, 도와줘.”

카나는 마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팔로스와 주리안이 서로에게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

“이봐. 백작 뭐가 어떻게 돼가는 거야?”

“난들 아냐?”

이단 심문관 제키엘은 손목을 잘리고 과다출혈 쇼크사로 죽은 듯 보였고 수석 마법사 아르카디안은 독에 당해 죽어가고 있었다.

“용사, 네가 마왕을 맡아라. 내가 저자를 맡으마.”

“……그래.”

팔로스는 진짜 마왕의 아버지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왕급 마족이 둘이나 중간계에 동시에 출현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자신과 용사를 현혹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쓴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검을 섞어보면 알겠지!’

승원이 검을 뽑아 드는 것을 본 팔로스는 오러가 충만하게 맺힌 검으로 중단을 베어 들어갔다. 같은 소드 마스터 급이 아니라면 검과 방어구룰 두부처럼 베어버릴 수 있는 공격이었다.

‘신의 구슬은 비장의 수로 남겨둬야 해.’

- 쩡!

피부 가까이 다가오는 공격에만 반응하는 신의 구슬은 검의 부딪침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승원은 검을 든 손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끼며 공격을 흘려보내고 팔로스의 어깨를 노리고 검을 내리그었다. 팔로스는 그 공격을 발의 축을 돌려 옆으로 피하며 뒤로 피해 거리를 벌리고 찌르기 공격을 시도했다.

‘천마신무격(天魔迅武擊)!’

허공에서 밝게 빛나는 검날이 6개가 나타나 앞으로 쏟아지듯 날아갔다.

“헉?”

팔로스는 쏟아지는 예기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앞으로 나아가던 힘 그대로 옆으로 몸을 굴렀다.

- 콰콰콰쾅!

만약 그대로 앞으로 갔거나 뒤로 피했다면 몸이 관통당할 수 있는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흑마법? 이 공간에서는 제약을 받을 터인데?’

그 제약 때문에 게르엔이 뒤에서 마법을 사용해 도와주려 했지만, 마법진에 의해 마법이 발동되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천마난무파참(天魔亂舞波斬)’

승원의 공격은 이어졌다.

검이 채찍처럼 늘어지더니 열 가닥으로 늘어가 쏟아지듯 날아들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에 팔로스는 피할 생각을 버리고 검으로 그 공격을 받아내기로 마음 먹었다.

“우오오오오오오!”

팔로스의 오러가 검의 두 배가 될 정도로 길어지고 두꺼워졌다. 양손으로 검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쥔 그는 그대로 크게 검을 휘둘렀다.

- 콰콰콰콰쾅!

지하실에 흙먼지가 일어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팔로스나 승원은 눈으로 상대를 보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후우… 후우…… 음?”

거칠게 호흡하던 팔로스가 이상한 기색을 눈치챘다.

바닥이 갑자기 꿈틀거리더니 바위 송곳이 튀어나온 것이다.

‘정령의 기운?’

서둘러 옆으로 피하니 불덩이가 날아들고 물 화살이 날아들었다.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이 정령을 사용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 쌔액! 쌔액!

바람의 칼날까지 더해지자 팔로스는 그 공격을 피하며 서둘러 검으로 정령들을 공격했다. 정령들은 재빨리 피하려 했지만 소드 마스터의 움직임을 피하기에는 무리였다. 하급 정령들은 단 한방에 역소환 됐고 중급 정령 운디네는 세 번 정도 검을 피하다가 결국 역소환 당했다.

“허억… 허억…….”

팔로스의 호흡은 더욱 거칠어졌다. 케르베로스와 마왕을 상대해서 체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승원을 상대하려니 힘이 부쳤다.

‘천마파아격(天魔破牙擊)’

정령들이 당하는 사이 승원이 준비한 기술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발산했다. 검에 맺힌 검기가 사람보다 거대해지더니 앞으로 쏟아지듯 팔로스에게 날아 들었다. 팔로스는 여기서 결착을 짓지 않으면 체력적으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남아 있는 힘을 모두 검에 밀어 넣었다.

- 우우우우우웅!

지쳐있었지만 왕국 최고의 기사이자 소드 마스터인 그의 기운은 결코 승원에게 밀리지 않았다. 검이 크게 떨리며 오러가 불길처럼 뿜어져 나왔다. 팔로스는 그 기운을 응축하고 응축해서 승원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하아아아아아앗!”

- 쩌저저저저정!

팔로스는 검을 섞어보니 상대가 계속 이어질 전투를 위해 힘을 아껴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혼신의 일격과 맞부딪친 상대의 검은 그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이겼다?’

무기를 놓친 승원은 팔로스의 공격을 막아낼 무기가 없었다. 그의 심장을 향해 팔로스의 검이 날아들었다.

- 쩡!

‘어?’

분명 심장을 꿰뚫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구슬이 나타나 검을 막았다.

- 푹!

혼신의 일격과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큰 방심을 자아냈다. 승원의 손에 들린 단검이 팔로스의 목을 꿰뚫었다.

“커컥!”

목이 뚫린 팔로스가 서둘러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 무릎을 꿇었다. 단검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자신의 공격을 막은 구슬은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 무척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승원은 그대로 검을 휘둘러 목을 쳤다.

- 스걱!

팔로스의 목이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하지만 주리안은 카나와의 전투에 집중해서 자신의 동료가 죽은지도 모르고 있었다.

“마왕! 계속 방어만 할 테냐?”

주리안은 이제 분신이 모두 사라지고 하나 남은 카나와 검을 섞고 있었다. 카나는 시종일관 방어에 집중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아버지라는 것은 우리를 현혹하기 위한 수작이겠지!”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왕은 약하다. 주리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 쌔액!

“우앗!”

갑자기 카나가 방어 자세에서 공격으로 돌변했다. 분신이 사라진 카나의 힘은 용사의 힘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말수가 적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주리안은 아르카디안이 가르쳐준 역대 용사들이 사용한 대(待) 마왕 검술을 사용했다. 그에 맞서 카나는 승원이 사용하던 천마검술을 따라해 천마참검술(天魔斬劍術)로 맞대응했다.

- 쿠쿠쿠쿠쿠쿠!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다. 서로의 공격에 의해 옷이 찢기고 살이 베어 피가 사방에 튀었다. 용사는 상처가 나도 고통스러워하긴커녕 전투가 즐거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핫! 좋구나! 신이 난다!”

“…….”

반면, 카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과묵하게 공격을 이어갔다.

“미안하지만, 내가 이겼어.”

“뭐?”

말이 없던 카나의 말에 용사가 무슨 말이냐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 푹!

“큭!”

주리안은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서둘러 몸을 비틀었지만, 왼쪽 어깨가 크게 베였다. 그는 서둘러 옆으로 몸을 굴러 뒤를 돌아봤다.

“뭐, 뭐야? 네놈이 어떻게…….”

주리안은 승원의 어깨 너머로 팔로스를 찾았다. 그는 곧 머리가 잘려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소드 마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왕국 최고 검사를 어찌…….”

주리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승원을 바라봤다.

“네 놈 진짜 마왕의 아버지인 게냐?”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승원은 주리안을 앞에서 마주하며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가공할만한 기운에 속으로 크게 놀랐다. 느껴지는 것만 하더라도 자신이 방금 전 힘들게 상대했던 팔로스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저런 괴물을 지금껏 카나가 상대했다고?’

카나를 바라본 승원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카나의 기운이 용사의 기운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단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저 정도의 힘을…….’

용사도 대단했지만 카나가 더 대단했다. 지하실에 있는 마법진이 아니었다면 용사나 소드 마스터나 승원이 도착하기 전에 모두 죽어 있었을 게 분명했다.

“……이럴 순 없어.”

용사가 잘 쥐어지지 않는 왼손을 축 늘어뜨리며 양손으로 잡고 있던 검을 오른손으로 잡아 들었다. 그의 왼쪽 어깨와 오른쪽 옆구리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4대 용사를 제외한 12대 용사까지 전부 마왕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는데!”

마왕에게 진 용사는 역사에 남아 두고두고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 어렸을 적 마왕에게 패한 4대 용사를 욕했던 자신의 어린 기억만 떠올려도 자신의 미래가 어찌 될지 보였다.

“이럴 순 없어! 으아아아아아아!”

폭주하는 용사의 기운. 무림에서는 지금 용사가 쓰는 기운을 선천진기(先天眞氣)라 불렀다. 진원진기라고도 불리는 그 기운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기운으로 내공보다 훨씬 강력하고 정순하지만, 인간의 근원적 생명력이기 때문에 사용하면 죽음을 맞이하는 이단 심문관의 그 힘과 같았다.

‘동귀어진(同歸御眞)을 하려고 하는군.’

승원이 카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카나가 승원의 옆으로 서둘러 다가왔다.

“아빠 난 제약에 걸려 저 공격을 막거나 부술만한 마법을 쓸 수 없어. 아빠는?”

“……내게 네 마력을 빌려줘.”

승원은 떠오르는 기술이 있어 카나에게 도음을 요청했다. 같은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는 두 사람은 따로 기운을 정제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응, 좋아.”

카나는 바로 승원의 뒤로 가서 등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제 성인 여성의 몸인 카나는 누가 보면 딸이라기 보다는 연인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 버렸다.

- 츠츠츠츠츠!

“크흑!”

승원은 물 밀리듯 들어오는 기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름 단전에 꽤나 많은 내공을 쌓았다고 생각했건만 지금은 몸 안에서 해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천마신검(天魔神劍)’

천년마교의 역대 최강 고수로 알려진 천마가 말년에 다다라서야 만들어 낸 기술 천마신검. 신을 베어낼 수 있는 공격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었다.

‘최소 4갑자(甲子)의 내공이 있어야 발동할 수 있는 기술!’

1갑자는 무공을 배운 자가 매일 같이 운기조식으로 매일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면 60년이 지나야 쌓을 수 있는 경지였다. 때문에 4갑자는 240년을 수련해야 쌓을 수 있는 내공으로 천운이 닿아 천년설삼이나 공청석유 같은 영약을 발견해서 먹지 않으면 평생 가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였다.

‘5갑자… 6갑자… 7갑자…….’

이대로 가다간 승원의 검이 용사의 검과 부딪쳤다간 도시가 날아갈 정도였다.

“이제 됐어!”

마침 용사도 검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었는지 맹렬하게 회전하던 기운이 잦아들었다. 그는 몸에 있는 기력을 모두 소진했는지 머리가 백발이 되어 있었다.

[효주야 포탈로 들어가.]

이미 지하 미궁에 들어오며 메인 퀘스트는 완료했다. 승원은 게르엔과 트리아의 라이프 베슬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바로 사라졌고 효주도 심상치 않은 기색을 읽고 서툴러 포탈로 들어갔다.

“용사!”

“마왕!”

용사의 빛나는 검과 승원의 새까만 검이 맞부딪쳤다.

땅 밑 깊숙이 있던 지하 미궁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지하실에 있는 수백 개의 마법진도 두 사람의 격돌하는 기운을 버티지 못했다.

-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하늘 높이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하 백여 미터에 있던 미궁에서 격돌한 기운이 그 위에 있는 도시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우아아앗!”

도시에 있던 시민들과 클라이머들이 당황해서 벽을 집고 몸을 웅크렸다.

“뭐야? 지진인가?”

사람들이 당황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곧 지진은 멈추었고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건물이나 담벼락이 많이 무너져 그 돌에 맞아 부상자도 발생했다.

“대체 무슨 일이…….”

기운을 느끼는 것에 민감한 클라이머들은 이것이 단순한 지진이 아니라 거대한 기운의 격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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