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층의 회귀자-101화 (101/197)

<-- 11층 - 고대의 골렘 -->

순식간에 고대의 골렘 5기가 대련장에 나타났다.

구경 나온 귀족들이 놀라서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응?’

승원이 유심히 본 것은 필시 왕국의 국왕과 기사들의 표정이었다.

그들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을 뿐 그게 다 였다.

‘과거에는 아공간 주머니가 없어서 멀리서 부터 끌고 올 때는 왔을 때 기겁을 했었는데.’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더 놀라는 게 맞았다.

승원은 어디선가 정보가 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온 기사단과 대련하던 그 날?’

가능성은 있었다.

그 당시 필시 왕국의 드래곤 기사단이 미리 와서 적응한다고 지리온 왕국 내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국왕이 신경 써서 만든 자리라 보안은 확실했을 텐데.’

대련장 거리야 멀어서 볼 수 없는 거리였지만 성 내에 구경꾼들이 조금 있었으니 입소문이 났을 수는 있었다.

‘소문으로 들었어도 직접 보는 건 달랐을 텐데…….’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전투가 있었다.

다른 왕국에서 파견 된 심판이 무대 위로 올라갔고 각국 참가 기사들은 자신들의 국왕을 위해 머리를 숙였다.

“기사들은 골렘에 탑승하십시오!”

심판이 골렘 탑승하라고 소리쳤다.

승원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응원하러 나온 정환과 악수를 하고 예원하고 아영과 가볍게 포옹을 했다.

“무사히 돌아와.”

“걱정마세요.”

승원은 훌쩍 골렘으로 올라탔다.

경호와 지현 그리고 제임스와 가랑도 골렘에 올라탔다.

다들 짧지만 금방 늘어서 이제 제법 자기 수족처럼 부릴 수 있었다.

[내부 통신 확인 합니다.]

[경호 들립니다.]

[지현 잘 들려요.]

[제임스 확인 했습니다.]

[가랑 잘 들립니다.]

골렘은 통신이 세 가지 방식이 있었다.

같은 편끼리 이야기하는 내부 통신

상대 골렘하고 이야기 하는 내부 전체 통신

그리고 골렘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외부 통신이 있었다.

[내부 전체 통신 확인 합니다.]

[나누스 들립니다.]

[모티보 들립니다.]

나머지 15명 라이온 기사단이 대답했다.

유일한 C급 기체를 승원이 부숴버려서 D급과 E급만 남은 그들은 사실상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시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장 제일 끝에서 대기하라고 일러 둔 상태였다.

“알다시피 규칙은 간단합니다. 첫째 골렘이 경기장 밖으로 밀려 떨어지면 그 기체는 실격. 둘째 골렘의 마나석이 부서져서 움직이지 않으면 실격. 셋째 기사가 골렘에서 내리면 실격입니다. 골렘에서 내리는 기사를 노리는 행위 역시 실격입니다. 이해 됐으면 검을 뽑아 드세요.”

지리온 왕국의 골렘 20기와 필시 왕국의 골렘 20기가 모두 검을 뽑아 들었다.

“경기 시작하세요!”

경기를 알리는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시 왕국의 골렘들이 포메이션을 취하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팀의 특색 있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정한 수비 빛 공격의 대형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놈들이 자리 잡기 전에 가자!]

5기의 골렘으로는 딱히 작전이랄 게 없었다.

덩치가 무지막지 강하며 힘도 쌔고 방어력도 좋으니 달려가서 하나하나 때려 눕히는 게 작전이라면 작전이었다.

과거에도 통했고 이번에도 통할 터 였다.

쿵! 쿵! 쿵! 쿵! 쿵!

지축을 알리는 거대한 고대 골렘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필시 왕국 측에서는 돌진하는 강력한 적을 막기 위해 한데모여 가장 앞에 선 골렘을 받쳐주는 자세를 취했다.

‘이놈들 이거?’

쾅-!

승원의 기체와 더불어 나머지 4명이 돌진해서 필시 왕국의 골렘들과 부딪쳤다.

돌진하던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그 힘에 의해 기체 4기가 경기장 밖으로 밀려나 떨어졌다.

“필시 왕국 기체 4기가 떨어져 실격하고 16기 남았습니다!”

지리온 왕국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거기에 집중해서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바짝 달라붙어 매달린 적군 기체 때문에 팔과 다리가 무거웠다.

‘이런 식으로 나온단 말이지?’

적들은 고대의 골렘을 얕잡아 보고 있었다.

일반 골렘들이 가슴에 마나석이 하나 박힌 것에 비교하면 고대의 골렘은 팔다리에 각각 마나석이 박혀 있어 가슴까지 더하면 마나석이 5개가 달려 있었다.

5배는 힘이 강하다는 소리였다.

[하아아아앗!]

승원이 팔 다리에 매달린 골렘들을 떨쳐내기 위해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수십 톤이 나가는 골렘 4기가 매달린 것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마나석 5개로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우우우우웅!

관절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르던 고대의 골렘이 갑자기 강력한 힘으로 풍차를 돌리듯 회전했다.

그 관성에 의해 두 팔에 매달려 있던 골렘 중 한 기가 멀리 밀려나 경기장 밖으로 떨어졌고 나머지 한 기는 제임스에게 달라붙어 있던 골렘들과 부딪쳤다.

‘제임스를 도와야 하는데.’

제임스는 마나를 다룰 줄 모른다.

그저 고대의 골렘에 있는 마나 석으로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일반 골렘보다 3배는 강해서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제임스가 골렘을 능숙하게 움직이는 것이 정환이나 지현, 아영보다 더 잘 싸웠기 때문에 그를 뽑은 것이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매달려서 힘겨루기에 들어가면 제임스가 가장 불리해.’

승원은 서둘러 두 다리에 매달려 있던 골렘들을 주먹으로 내리 찍었다.

쾅-! 쾅-!

쩌저적!

어찌나 단단한지 10미터나 되는 골렘이 체중을 실어 내리찍어도 작은 금이 가는 정도였다.

‘이 정도 강도면 B급 기체? A급 기체는 어디에?’

A급 기체는 때린다고 금이 가지 않았다.

밀어서 경기장 밖으로 떨어트려야 했다.

‘이 녀석들 분명 고대의 골렘의 존재를 알고 작전을 준비해 왔어.’

거기에 붕대를 두른 남자가 탄 기체가 묘하게 거슬렸다.

그는 경호가 탄 기체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우아아아악! 형! 골렘 다리가!]

콰드드득!

경호가 탄 고대의 골렘 다리가 비틀렸다.

그러자 균형을 잃고 쓰러진 경호는 필시 왕국의 골렘들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아니?]

고대의 골렘이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었다.

A급 기체보다 나은 S급 기체라고 보는 게 적당했다.

그래도 저런 식으로 쉽게 부서질 기체가 아니었다.

[기다려! 곧 간다!]

승원은 이미 두 팔에 매달린 기체 두 기를 날려버린다고 상당한 마나를 사용했다.

두 다리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린 기체는 B급으로 주먹으로 때려 부수려면 100대는 넘게 때려야 할 거 같았다.

잡아 당겨도 떨어지지 않았다.

‘골렘이 마나를 무지하게 잡아먹는단 말이지.’

우우우우웅!

승원이 또 마시 상당량의 마나를 골렘에 쏟아 부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게 된 골렘으로 두 골렘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쾅-!

그 충격으로 골렘이 반파되자 두 골렘에서 기사 두 명이 조종석을 열고 뛰쳐나왔다.

그들을 불필요하게 죽이는 것 역시 실격이었기 때문에 승원은 경호에게로 달려갔다.

‘뭔가 잘 못 됐어.’

승원이 한참 달려갈 때는 이미 경호의 기체는 경기장 밖으로 밀려 떨어졌다.

승원은 그대로 달려나가 경호를 밀어 떨어트린 기체를 상대로 몸통 박치기를 했다.

콰쾅-!

경호를 떨어트린 기체 2기가 경기장 밖으로 날아갔다.

“제리온 왕국 19기! 필시 왕국 10기 남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제리온 왕국이 압도적인 것 같지만 어차피 15기는 D급 이하다보니 실력 좋은 기사가 탄 A급 기체 2기만 있으면 다 때려잡을 정도로 약한 기체들이었다.

[승원님 저희도 도울까요?]

라이온 기사단이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 내부 통신을 해왔지만 승원은 단 칼에 거절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대기해!]

좋게 말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라는 것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방해하지 말란 소리였다.

고대의 골렘이 탄 기체가 달려가다가 스치기만 해도 경기장 밖으로 날아갈 정도로 작은 골렘들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저 안에 특수한 기체가 하나 있다.’

승원은 분명하게 느꼈다.

경호가 탄 골렘의 다리가 뒤틀릴 때 폭발적인 마나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승원도 놀랄 정도로 폭발적인 기운이라면 소드 마스터가 탄 골렘이 확실했다.

‘그래, 필시 왕국에는 소드 마스터가 딱 1명 있었지.’

소드 마스터라고 겁먹을 건 없었다.

승원 역시 이미 전성기 때 힘을 거의 다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기체가 어느 기체인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였다.

‘내가 노리는 걸 알고 힘을 숨기고 있군.’

어설프게 동료를 도와주려 했다가 뒤에서 소드 마스터가 있는 힘것 몸통 박치기를 한다면 경기장 밖으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

‘골렘이라 기척을 느끼는 것이 둔해.’

게다가 강철로 된 골렘에 둘러 싸여 있으니 마나, 소리, 냄새, 기척 따위가 모두 어느 정도 단절되어 있었다.

[다들 잘 들어! 몸에 매달린 기체 중 팔이나 다리를 뽑을 것 같이 강한 힘을 내는 기체가 딱 1개 있을 거야. 그게 어느 기체 어느 부위에 매달려 있는지 말해줘!]

현재 제임스에게 2기, 지현에게 4기, 가랑에서 4기가 매달려 있었다.

[승원아 내 왼쪽 다리에 매달려 있는 녀석이 범상치 않아!]

지현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승원이 바라보니 왼쪽 다리가 확실히 점점 비틀리고 있었다.

[간다!]

쿵-! 쿵-! 쿵-! 쿵-!

승원이 지현이 탄 골렘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자 그 골렘은 재빨리 지현의 다리에서 떨어져 내려 옆에 있던 제임스의 기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제임스 조심해!]

[큭! 움직일 수가!]

쾅-!

소드 마스터가 탄 기체로 의심되는 골렘이 제임스에게 몸통 박치기를 했다.

그 충격으로 제임스와 더불어 매달려 있던 2기체가 경기장 밖으로 떨어졌다.

“필시 왕국 8기 지리온 왕국 18기 남았습니다!”

[큭!]

사실상 필시 왕국8기 지리온 왕국 3기가 남은 꼴이다.

승원은 지현과 가랑을 향해 소리쳤다.

[마나를 모두 써서라도 뿌리 쳐!]

마나를 모두 소진해도 골렘 자체에 달린 마나 석을 활용하면 될 터였다.

어차피 마나석 1개 달린 필시 왕국 기체와는 성능 면에서 월등하니 운전자가 마나가 없어도 괜찮았다.

[알고 있는데 다리에 매달린 녀석이 꿈쩍도 안 해!]

[나도 다리에 매달린 녀석 하나가!]

지현과 가랑에게 동시에 통신이 왔다.

[둘이라고?]

승원은 믿겨지지 않는 듯 방금 제임스를 떨어트린 기체를 바라봤다.

‘소드 마스터가 셋?’

제임스를 떨어트린 기체는 승원하고 대치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있는 골렘에서 조종석의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기사 하나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항복 표시를 하며 골렘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뭐야?’

승원은 그가 웃으며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바라봤다.

마나를 모두 소진해 현기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걸어 나가고 있었다.

‘속았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었어!’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은 소드 마스터 바로 아래 단계의 기사였지만 그 차이는 무척이나 컸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10명이 모여야 소드 마스터 수준이 된다고 하니 한 단계 차이지만 그 능력에서는 월등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 녀석은 경호가 탄 골렘처럼 다리를 부순 게 아니라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비튼 게 최선이었던 거야.’

겨우 비틀어서 소리가 나게 하는 정도로 마나를 모두 소진하고 탈진해서 경기를 포기했지만 승원이 오해하게 만들고 시간을 끌었으니 충분히 성공한 것이다.

[꺄아아아아악!]

[아앗! 다리가!]

동시에 지현의 골렘 다리와 가랑의 골렘 다리가 비틀렸다.

승원은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그 광경을 바라봤다.

지현도 상당한 마나를 가지고 있지만 가랑은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둔 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쿵-! 쿵-!

지현과 가랑의 기체가 동시에 쓰러졌다.

일반 기사들이 탄 기체가 그 두 기체를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려 하자 승원이 재빨리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다리 부러졌다고 포기하지 마!]

[알고 있어!]

지현과 가랑은 쓰러져서 끌려가면서도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승원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기체 하나를 바라봤다.

쾅-!

두 기체의 검이 부딪치며 그 충격파가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모래 바람이 구경꾼들의 모자를 날라 가게 만들 정도였다.

삐빅-!

내부 전체 통신이 들어왔다.

드래곤 기사단에서 골렘끼리 통신을 하자는 신호였다.

[통신으로 시간 끌려는 생각이면 그만두지?]

승원은 통신은 받았지만 검을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상대는 그 검을 힘겹게 받아내며 뒤로 밀려났다.

[난 필시 왕국의 공작이자 소드 마스터 톨미로스다. 네 이름은?]

[나? 네놈을 저승으로 보낼 저승사자다!]

승원이 검을 높게 들어 톨미로스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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