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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의 회귀자-92화 (92/197)

<-- 10층 - 죽음의 땅 -->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미궁 5층에서 만났던 이들 중 가장 강했고 위협적이라 느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봄하고 가을?’

두 사람이 있다는 건 여름하고 겨울도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주변을 훑어봐도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 두 사람도 승원을 보고 놀라서 다가오려고 몸을 돌렸다.

[본 게임을 시작합니다.]

찰나의 순간 눈을 감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시야가 변했다.

작은 섬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낙하산 가방을 등에 매고 비행기 안 의자에 앉아있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거나 주변을 둘러봤다.

날개에 달린 제트엔진 소리 때문에 비행기 안은 무척 시끄러웠다.

창문은 워낙 작게 나 있었고 승원은 중앙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창문으로 위치를 확인하기 보다는 핸드폰으로 위치를 봐야 했다.

‘다들 근처에 있나?’

고개를 돌려보니 다행히 파티를 짠 사람들은 그들끼리 이어주는 지 바로 옆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었다.

“문 열린다! 내리자!”

“오오오오!”

비행기 화물칸 문이 열리자마자 몇몇 사람들이 용기 있게 뛰어 내렸다.

아마도 그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내릴 사람은 극히 드물 거라는 예상 하에 미리 약속을 한 듯 싶었다.

그 예상은 적중해서 사람들은 눈치를 보느라 그 한 팀 말고는 뛰어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저런 방법이 있었네.’

승원은 고개를 돌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바라봤다.

비행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찾을 수 없었다.

‘이 게임은 스킬과 마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소한 보상을 줄 뿐. 사용하지 못하게 해놓지 않았어.’

지금은 그런 사소한 보상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총격전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마력, 무공, 마법, 마법도구 따위를 아낌없이 써야 했다.

“우리도 슬슬 준비하자.”

벌서 3할 이상이 뛰어 내렸다.

비행기는 승원 일행이 지정해 준 바다 근처 외각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번 순회해서 다시 섬 내륙으로 들어갈 거라고 경로가 나와 있었는데 승원이 목적지로 정한 곳은 8개의 단층 건물이 있는 곳이었다.

“가랑 뭐해?”

승원은 주변을 보며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가랑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 지금 하늘 높이 떠 있는 거지? 우리 강철 새 배 안에 들어와 있는 거야?”

가랑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녀는 등에 매고 있는 낙하산이라는 개념도 모르고 있는 듯 했다.

“기다려. 너와 나를 끈으로 묶어서 같이 뛰어 내리자.”

승원이 서둘러 아공간 주머니에서 밧줄을 꺼내서 두 사람을 묶었다.

두 사람이 꼭 안는 자세를 취하자 그걸 지켜보는 지현이나 아영이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나도 낙하산 펼 줄 모르는데…….”

지현의 말에 옆에 앉아있던 제임스가 배낭 어깨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거 적정 높이 되면 자동으로 펴져요!”

“쳇! 쓸 때 없는 소리를…….”

“네? 비행기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려요! 더 크게 말해주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승원 일행이 뛰어내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문이 열린 곳으로는 높은 철탑이나 4층 건물이 개미처럼 보일 정도로 작았다.

섬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사람들이 덜컥 겁이 났다.

“낙하산은 자동으로 펴 질 거예요! 왼쪽 손잡이를 당기면 왼쪽 오른쪽 손잡이를 잡으면 오른쪽으로 돌아요. 내릴 때는 양쪽을 다 잡아당기면서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부터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착지하면 돼요!”

제임스가 공수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 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승원은 제임스를 파티에 받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일행을 바라봤다.

“나랑 가랑이 가장 마지막에 내릴게. 다들 뛰어!”

정환은 비행기가 목적지 상공에 도착하자 예원의 손을 꽉 잡아당겼다.

“꺄아아아악!”

겁에 질려서 뒷걸음질 치던 예원은 정환의 아귀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와 함께 비행기 밖으로 떨어졌다.

“다음!”

“이야아아아앗!”

경호가 심호흡을 하더니 뛰어 내렸다.

이제 남은 건 지현하고 아영이었다.

“나 무서워서 도저히…….”

“저도…….”

지현과 아영이 겁을 집어먹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비행기는 시속 700~900km 속도로 날기 때문에 뛰어내리는 속도가 조금만 차이나도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

“미안!”

툭!

승원은 아영과 지현을 힘껏 밀어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악!”

“끼야아아아아아아!”

그에 두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명을 지르며 사라져갔다.

승원은 서둘러 뛰어내리려고 가랑을 잡아 당겼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렸는지 팔과 다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안색이 새하얘져 있었다.

“가랑 눈 감아.”

“으응.”

가랑이 눈을 감자 떨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승원은 서둘러 발을 내딛었다.

“으읏!”

하늘로 뛰어 내리자 가랑이 몸을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승원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눈 떠봐. 괜찮아.”

가랑이 천천히 눈을 떴다.

날씨가 좋은 섬은 저 끝까지 한 눈에 내려다보며 장관을 자아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산과 나무로 가득한 섬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아름다워!”

가랑이 크게 소리쳤다.

떨어지며 발생하는 바람 때문에 크게 소리쳐야 했다.

“고마워!”

“별 말씀을.”

승원은 날아가며 몸을 비틀어 일행과 합류하려고 노력했다.

다들 낙하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어느 방행으로 날아가는지 대충이나마 알아차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

낙하산을 타고 바닥에 착륙하는 것은 제법 어려운 일로 경호는 나무 위에 착지했고 예원은 건물 위에서 내려섰다. 그나마 정환하고 지현이 멀쩡한 곳에 착지했고 승원과 가랑은 건물과 부딪칠 뻔 하며 간신히 착지했다.

제임스는 이미 내려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행히 주변에 내리는 사람은 없네요.”

땅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낙하산을 풀고 핸드폰을 바라봤다.

벌써 싸움이 시작됐는지 숫자가 3명이나 줄어 들었다.

“아직 제한 지역이 선포 되려면 1시간 남았어. 일단 집에 들어가서 무기를 찾아보자.”

상점 창은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칼이나 창 따위를 살 수 있었고 음식도 구매 가능했다. 하지만 총은 수백만 포인트였기 때문에 지금 어서 찾아서 무장을 해야 했다.

“권총 찾았다!”

2층 건물에 들어간 아영이 신이 나서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그때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숨어!”

승원의 지시에 집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서둘러 문을 닫고 창가로 다가갔다.

다행히 인근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는 이곳이 목적지가 아니었는지 바로 지나가 버렸다.

차 안에는 다섯 명이 꽉 차서 서둘러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어서 무기부터 찾아보자.”

8개의 집은 20분 간 뒤지자 권총, 돌격소총, 샷건, 방탄조끼, 헬맷, 치료 포션, 기관총, 탄약, 부착장비가 다양하게 나왔다.

“여기 저격총 사용할 수 있는 분 없죠?”

제임스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임스는 쓸 줄 알아요?”

예원의 말에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능숙하게 저격총에 4배율 스코프를 달았다.

탄창을 끼고 장전하는 것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군대에서 지정 사수였거든요. 저격은 맡겨만 주세요.”

다음은 돌격소총이었다.

이 총은 많이 사용해본 정환과 경호에게 줬다.

경호는 최소한 게임에서 많이 사용해 본 총이 돌격소총이었기 때문이다.

“지현이랑 아영이는 권총 들고 내가 샷건을 들게.”

“나는?”

가랑이 남은 총을 바라보며 승원에게 물었다.

기관단총과 샷건이 남아 있었다.

“둘 중에 하나 골라.”

“돌격소총 쓰고 싶은데…….”

가랑이 아쉽다는 듯 정환과 경호가 들고 있는 총을 바라봤다.

“다음 건물에서 찾으면 줄게. 지금은 한 번이라도 더 써본 사람에게 주는 게 맞아.”

“으음, 그럼 기관단총 쓸게.”

남은 샷건은 저격 총을 쓰는 제임스가 근접거리에서 적을 만났을 것을 대비해서 들기로 했다.

“방탄조끼랑 헬멧은 유일하게 회복 스킬을 쓸 수 있는 아영이 쓰는 게 맞아.”

단 2개 있는 방어 장비는 아영에게로 넘어갔다.

승원은 아영이 착용할 수 있도록 붙어서 도와줬다.

“권총은 명중률이 무척 낮고 샷건은 수십 발이 원형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까이 붙은 적이나 시가전에 사용하기 좋아요.”

제임스는 사람들에게 충고하며 장전하는 것을 도와줬다.

총을 더 잡기 편하게 해주는 손잡이를 부착하는 것을 도와주고 멜빵끈을 조절하는 것을 알려줬다.

“형 이거 한번 쏴 봐도 돼요?”

경호는 자신이 들고 있는 AKM을 써보고 싶은지 승원에게 물었다.

아까 시작지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총 중에 없던 무기였기 때문이다.

“안 돼. 위치가 발각될 수 있어.”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조금 능숙하게 되고 싶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총 소리를 듣고 찾아와 인근 풀숲에 숨어서 노리면 적이 사격할 때까지 눈치도 채지 못하고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동하자.”

집을 나와서 도로로 나왔지만 차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도로가 옆으로 보이는 숲 안을 걸으며 줄어드는 시간과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사실 시작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섬 남서쪽 외곽에 떨어졌지만 안전지역이 섬 반대편으로 잡힌 다면 우리 지금 상당히 위험한 거야.”

“그럼 뛸까?”

9층에서 그랬듯 차를 찾을 때까지 뛰는 게 어떻겠냐고 지현이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 가자.”

막상 달리기 시작했지만 총을 들고 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달릴 수도 없고.’

언제 어디서 적을 만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총은 계속 들고 있어야 했다.

“총 소리!”

제임스가 가고 있던 방향 저 멀리에서 총 소리를 들고 멈춰 섰다.

그에 뛰던 사람들 모두 멈춰서 몸을 움츠렸다.

“아, 거리가 제법 있네요. 안전해요.”

다시 이동이 시작됐다.

첫 번째 제한 지역과 안전 지역이 선포 될 때 차 한대를 구할 수 있었다.

5인승 차량으로 이 차를 타고 가서 다른 차량을 구해오면 될 거 같았다.

“다행히 지금 있는 곳이 안전지대에 속하지만 사각형 끝부분이에요. 조금 더 중심으로 가야할 필요가 있겠어요.”

승원은 제임스가 하는 분석에 조금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중앙에 가면 사람들이 몰릴 수 있어서 외곽부터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다가 미리 자리를 선점하고 엄폐해서 공격하는 녀석들을 만나면요? 우리가 개활지에 있다면 그냥 움직이는 사격표지가 될 거예요.”

“으음.”

하지만 차를 타고 가다가 공격을 당하는 것도 염두 해 둬야 했다.

“일단 차부터 구하자.”

차에 타려고 해도 문제였다.

다섯 명이 타고 차를 구하러 가면 4명은 남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믿을만한 게 제임스니까 정환이 형이랑 예원 누나랑 아영이랑 가랑이가 여기 남아.”

승원은 경호하고 지현만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러자 정환이 걱정스럽다는 시선을 보냈다.

“제임스나 나 둘 중 하나는 같이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리고 아영이가 따라가야 공격당하면 도움도 줄 수 있고.”

예원이 괜한 말을 한다며 정환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녀로써는 남자친구인 정환이 차를 구하러 가는 위험을 부담하는 게 싫었던 것이다.

“일단 경호랑 지현이 너희 둘 나 따라가는 거 괜찮지?”

“당연하죠.”

“좋아!”

두 사람은 겁도 없는지 단번에 수락했다.

승원이 그냥 셋이 가려고 하자 정환은 그것이 끝내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우리는 여기 잘 숨어있을 테니까 제임스라도 데리고 가.”

곰곰이 생각해 본 제임스는 그게 낫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저랑 승원 둘이 차구하러 가죠?”

“아, 차라리 그게 낫겠네.”

승원이 동조하자 지현과 경호가 아쉽다는 듯 울상을 지었지만 두 사람이 가는 게 나았다.

공격당해서 서둘러 빠져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다녀올게.”

차에 탑승해보니 자동차 키가 꽂혀 있었다.

문제는 차량이 수동이었다는 건데 운전면허 딸 때 이후로는 자동만 운전하다 보니 클러치를 밟고 1단으로 출발하는 게 상당히 어색했다.

푸르륵!

출발하면서 시동을 꺼버리자 승원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임스가 그런 승원을 보며 씨익 웃었다.

“제가 운전하죠.”

“아, 아냐. 오랜만이라 그래.”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약간 어색하긴 해도 능숙하게 달릴 수 있게 됐다.

“일단 해안 도로를 따라 쭉 달려보죠.”

위험 부담은 있었다.

아까 지나간 차가 향한 곳이기도 했고 총격이 들린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 가자.”

승원이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미러로 일행이 보이지 않게 됐다.

“음? 승원 저기 저 집 문 열려있어요.”

“어떻게 하지?”

“일단 차 세워보죠.”

승원이 차를 인근에 세우고 총격에 대비해 서둘러 내렸다.

“들었겠지?”

“네, 이 거리면 들렸을 겁니다.”

승원은 서둘러 실프를 소환해 정찰을 보냈다.

기척을 느끼기에는 도로 건너편 집이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접근해보죠.”

“잠깐.”

실프가 돌아와 정찰 내용을 보고했다.

‘뭐?’

승원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엎드려 있던 제임스가 화들짝 놀라 그 뒤를 따랐다.

“갈 거면 말하고 가야!”

제임스의 말에도 승원은 대꾸도 하지 않고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제임스는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그 뒤를 따랐다.

승원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그는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 가 문을 벌컥 열었다.

“아니?”

========== 작품 후기 ==========

오늘도 글쓰기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절단신공을 써 봤습니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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