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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의 회귀자-65화 (65/197)

<-- 7층 - 렙틸리언 -->

아무리 겉모습은 인간 아이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속에는 초록색 파충류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 괴물이었다.

당장은 본인의 정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들 시간이 지나서 성인이 되면 알아차릴 게 분명했다.

“이렇게 무방비한 렙틸리언을 죽일 기회는 흔치 않아. 네가 죽이지 않는다면 내가 죽이겠어.”

“하지만…….”

“저 아이들만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 저 아이들에게 살해당할 인간들을 생각해.”

지현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돌리고 모른척하는 것으로 결정을 대신했다.

“그럼 여기서 기다려.”

승원은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집 안에서 틀어놓은 티브이 소리가 마당에 있는 지현에게 까지 들려왔다.

지현은 귀를 틀어막고 몸을 웅크렸다.

몇 분이 지났을 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던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 두드렸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승원이었다.

“한 거야?”

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가자.”

“어디를?”

지현은 차마 집 쪽은 바라보지 못 하고 물었다.

“저 집에서 잘 수 없잖아. 일단 동료들과 합류하고 숙소를 하나 잡자.”

“……그래.”

지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승원의 뒤를 따랐다.

**

결국 일행이 간 곳은 도심 속에 있는 호텔이었다.

기왕 돈 쓸 거 더 편하고 좋은 곳에서 자기로 한 것이다.

모두가 잠이 들었고 승원은 자리를 뒤척이다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옆을 보니 정환은 코를 골며 깊게 잠이 들어 있었다.

“잠이 안 와?”

카나가 말했다.

여자들 방을 따라가지 않고 승원과 정환이 있는 방에 따라 들어와서 소파에 앉아있던 것이다.

승원은 혹시 정환이 깰까 싶어 그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야.”

“그래?”

승원은 이제 카나가 실존하는 인물인지도 의심이 들었다.

혹시 자신이 만들어 낸 가상인물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풉.”

자신이 생각해도 웃기자 웃음을 터트렸다.

카나는 승원이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아니, 잠깐 다른 생각 좀 했어. 그보다…….”

승원은 카나를 바라봤다.

“아까 아이들은 잘 처리했어?”

“응, 바로 죽였지.”

지현은 승원이 아이들을 죽인 줄 알고 있지만 사실 아이들을 죽인 건 카나였다.

겉모습이 아이라고 해서 승원이 죽이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저 카나 역시 퀘스트를 완료해야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양보한 것이다.

“잠깐 바람 좀 쐴까?”

승원이 묻자 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원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네온사인이 밝게 빛나고 있는 도심지 번화가에는 밤늦게도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걔 중에는 클럽도 있었는데 젊은 남자와 여자 하나가 비틀 거리며 지하 계단을 올라왔다.

“오빠 이제 우리 어디 가?”

짧은 업 스커트를 입고 가슴골이 보이는 여자는 술에 취한 척 잘생긴 남자에게 앵겨 붙었다.

남자는 그게 싫지 않은 듯 여자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끌었다.

“내가 좋은 곳 알고 있는데 그리로 갈래?”

누가 봐도 잘 생긴 외모를 한 남자는 여자를 보며 싱긋 웃었다.

클럽에서 여자를 헌팅해서 데리고 나온 것이다.

“좋은 곳? 좋지!”

여자는 술집 혹은 모텔을 생각하며 남자를 따라나섰다.

남자가 데리고 간 곳은 한적한 공원.

여자는 남자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오빠가 말하는 곳이 여기였어?”

여자는 바보가 아니었다.

설마 남자가 산책하며 술이나 깨자고 공원을 데리고 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아니, 여기가 아니라 조금 더 가야 해.”

남자의 말에 여자는 씨익 웃었다.

더 그늘진 곳으로 가려고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응?”

문득 앞을 보니 자신과 같은 커플 여럿이 공원 구석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화장실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고 간판 같은 것도 없는 건물이었다.

“저기 뭐하는 곳이야?”

입구에 다다르자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명하나 없는 건물로 앞 선 사람들이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깐 여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불빛도 없고…….”

여자가 멈춰 서자 앞서 가던 남자가 우뚝 멈춰 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뒷모습을 보이는 그대로 말했다.

“난 눈치빠른 것들이 참 싫어.”

순간 여자의 동체시력으로 쫓지 못할 속도로 무언가 빠르게 다가왔다.

눈도 깜빡하기도 전에 도달한 남자의 주먹이었다.

퍽!

급소를 맞은 남자의 주먹에 여자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그러자 남자가 부드럽게 여자를 손으로 받쳤다.

남자는 여자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건물 속으로 사라졌다.

**

기절했던 여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서는 밝은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고 쿵쿵 거리는 노래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누군가 사회를 보고 있는지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사회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자! 방금 들어온 따끈따끈한 먹이가 셋 있습니다. 잠시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마이크 소리에 여자는 지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옆을 바라보니 쪼그리고 앉아 귀를 막고 있는 여자 하나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이 하나 있었다.

“저기…….”

쪼그려 앉아 있는 여자에게 손을 뻗자 그녀가 겁을 집어 먹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히익!”

뭐라 말을 걸려고 했지만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에 더 이상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시선은 자연스레 핸드폰을 보고 있는 여자에게로 갔다.

“저기…….”

핸드폰을 보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핸드폰은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져버렸다.

“젠장! 통신 불가 지역이라니…….”

한 명은 겁에 질려 있고 한 명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대로 말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는 대체 어디죠?”

서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잔뜩 화가 나 있던 여자가 고개를 홱 돌렸다.

“아, 당신은 기절해서 들어왔죠?”

“네? 네…….”

상대 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난 조일일보 사회부 기자 한지유에요.”

“전 대학생 김서아에요.”

한지유는 철창 밖으로 보이는 어두운 복도를 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전 이전부터 사람들을 잡아먹는 존재에 대해 파헤치고 있었어요.”

“사람을 잡아먹는 존재요?”

“네,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들이요.”

한지유는 여기까지 말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요? 이 도시는 특정 주기로 초기화를 되는 기간이 있어요. 새벽 3시에요.”

“네? 지금 무슨 소리를…….”

김서아가 알아듣지 못하자 한지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시간의 속박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백날 이야기 해봐야 알아 듣지도 못하고 알아 듣는다 한들 내일이면 까먹기 때문이다.

“방금 한 이야기는 잊어요. 지금 알아야 할 건 여기가 그 놈들의 아지트라는 거예요.”

그때였다.

여러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두 여성은 뒤쪽 벽으로 바짝 붙었다.

잠시 후 건장한 남자 둘이 어린 소녀 하나를 데리고 와서 철창문을 열고 집어넣었다.

“흐흐, 얌전히 들 있으라고.”

“자, 잠깐!”

김서아가 앞으로 나서려하자 한지유가 서둘러 어깨를 붙잡았다.

“괜한 짓 하지 마세요.”

“하지만…….”

한지유는 새로 들어온 여자 아이를 바라봤다.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외모였다.

이런 곳에 끌려왔을 텐데 이상할 정도로 침착한 아이였다.

“얘, 괜찮니?”

“…….”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지유를 바라봤다.

그녀는 여자 아이가 긴장해서 말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한지유라고 해. 너는?”

“카나.”

“그게 본명이야?”

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곳에 오게 된 계기는 승원의 생각이었다.

번화가를 산책하며 관찰 스킬을 사용하던 승원은 렙틸리언을 찾는데 효율이 낮다는 걸 느끼고 기존에 자신이 알던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렙틸리언이 렙틸리언을 알아보는 법은 간단하다.

보통은 눈동자를 파충류의 그것으로 바꿔서 보여주는 것이다.

승원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그 방법을 알고 있었고 간단한 마법을 다룰 줄 아는 그는 카나를 먹잇감으로 위장해서 이들의 아지트에 잠입한 것이다.

“쯧, 어린 나이에 이런 곳에 끌려오고 너도 참 딱하구나.”

한지유는 곧 다가 올 일이 걱정되는지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복도를 바라봤다.

**

그 시각 승원은 경매장에 들어섰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들어서서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며 앞에 있는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나올 경매 대상을 보기 위함이다.

“어이구, 혼자 오셨어요?”

원형 테이블 중 자리가 하나 생겨 그 곳에 앉아 옆에 있던 남자 하나가 승원을 보며 말을 걸었다.

“네, 뭐…….”

“아이고 이거 다 끝나갈 때 오셔서 상품이 얼마 안 남았을 텐데.”

“그냥 구경만 온 겁니다.”

승원은 홀 가득한 렙틸리언을 둘러보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카나 둘이 모두 잡아 죽이기에는 렙틸리언의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죽이는 건 어려워 보이지 않았는데 이 많은 숫자를 단 둘이 죽이자니 아까웠다.

‘어디보자. 분명 그 돼지가 어딘가 있을 텐데.’

승원은 조명이 번쩍이는 홀 안에서 누군가를 찾아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아무리 찾아도 잘 보이지 않던 얼굴은 룸이 하나 열리며 양쪽에 여자를 끼고 나오는 뚱뚱한 남자를 발견했다.

‘빙고.’

승원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근처로 다가서자 건장한 보디가드 두 명이 막아섰지만 승원은 호주머니에서 쪽지를 하나 꺼내 건넸다.

“너희 주인한테 보여 줘.”

시끄러운 노래 소리 때문에 뚱뚱한 남자는 승원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듣지 못 했다.

쪽지를 전달하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보디가드 한 명이 뚱뚱한 남자에게 쪽지를 건넸고 그를 그 종이를 읽고 얼굴이 사색이 됐다.

“비, 비켜!”

남자는 양쪽에 엉겨붙어 있던 여자 두명을 밀치고 자리에 일어서서 승원에게 다가왔다.

보디가드가 바짝 다가와서 경호하려 하자 두 사람에게 거리를 벌리라고 손짓했다.

“너는 누구야? 어떻게 나를…….”

혼비백산한 표정을 보며 승원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조용한 곳에서 가자.”

“으음…….”

승원의 말에 그는 육중한 몸을 뒤뚱거리며 자신이 예약해 놓은 방으로 안내했다.

여자들과 보디가드가 따라오려 하자 홀에서 기다리라는 명령을 내리고 둘이 들어갔다.

“어떻게 안 거야?”

승원은 관찰 스킬을 사용했다.

이름 : 김인홍

설명 : 인간

예상대로 평범한 인간이었다.

승원은 어떻게 그가 렙틸리언인 척 해서 이 안으로 들어 온지 알고 있었다.

“저 밖에 있는 괴물들에게 네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으면 나 좀 도와줘야겠는데?”

“어떻게 알았냐고 묻잖아!”

김인홍이 거칠게 승원에게 달려 들었다.

덩치만 클 뿐 근육도 얼마 없는 지방 덩어리 남자였다.

퍽!

승원이 명치를 가볍게 가격하자 바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구토를 해댔다.

“끄어억!”

승원은 그의 머리를 지그시 밟고 서 체중을 실어 꾹 눌렀다.

“그,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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