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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의 회귀자-59화 (59/197)

<-- 6층 - 마법사 -->

지옥의 소환수 켈베로스는 집채만 한 손을 들어 빠르게 내리 찍었다.

육중환 덩치와 달리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쾅!

승원은 그 공격을 뒤로 뛰어 가까스로 피해냈다.

방금까지 서 있던 곳이 초토화되며 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루스는 자신과 세이라가 있는 곳으로 돌이 날아들자 서둘러 보호 마법을 펼쳤다.

“쉴드.”

그루스와 세이라 앞으로 불투명하 막이 생기며 날아들던 돌이 튕겨져 나갔다.

켈베로스와 거리를 벌린 승원은 켈베로스의 기운을 유심히 측정했다.

‘역시…….’

처음에는 그 거대한 모습에 압도되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 했는데 자세히 보니 자신이 과거 미궁 70층 넘어서 상대했던 그 켈베로스와는 그 기운 자체가 달랐다.

보통 소환수는 소환을 함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마력을 이용해서 소환 하냐에 따라 그 소환수의 본래 세계에 살던 힘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마계에 있는 켈베로스의 힘이 100이라고 하며 마력이 많은 마법사는 켈베로스의 힘을 30정도 가지고 올 수 있고 마력이 약한 마법사는 본래 힘의 10정도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이다.

‘상대해볼만 하겠어.’

승원은 단전에 있는 어둠의 마나를 전신으로 흘려보냈다.

몸 곳곳으로 퍼진 마나는 온 몸에 힘을 돋게 했다.

승원은 막 입에서 불길을 내 뿜으려 하는 켈베로스의 머리 위로 뛰어 올랐다.

[크아앙!]

양 옆에 있는 두 개의 머리가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으로 승원을 잘근잘근 씹어 먹으려는 듯 달려 들었지만 승원은 이미 가운데 머리의 목까지 내려가 검에 검은색 넘길 거리는 검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압!”

켈베로스의 머리가 강철처럼 단단하다지만 검기는 그런 강철을 두부처럼 베어낸다.

검기가 가득 실린 승원의 검은 켈베로스의 가운데 머리를 가볍게 잘라냈다.

[크아아아아아!]

남아 있는 켈베로스의 두 머리가 고통에 울부짖었다.

거칠게 몸을 비트는 몸 위에서 서 있을 수 없었던 승원은 바닥에 착지하여 왼쪽 뒷다리를 잘라냈다.

스걱!

일도양단의 공격으로 거대한 나무 기둥만한 다리가 잘렸다.

그에 켈베로스가 규형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걸 지켜보는 그루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광경을 바라봤다.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마나로 승원을 공격해야 하건만 그런 생각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소, 소드 마스터?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는 마법사로 따지면 7서클 수준으로 코로나 왕국에 단 한명이 존재했다.

소드 마스터는 있는 것만으로 전쟁 억지력이 생겨나는 존재로 전투만 놓고 보면 7서클 마법사 보다 강했다.

‘아냐. 비슷하긴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은 아니야.’

움직임이 빨라 착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소드 마스터 정도로 검기가 두껍고 선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소드 마스터 특유의 전신을 아우르는 오로라 같은 기운이 보이지 않았다.

‘소드 마스터는 아니지만 그런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력해. 그런 사람이 어찌 흑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머리 하나와 다리를 하나 잃은 켈베로스는 입에서 불덩이를 쏘아내며 필사적으로 덤벼 들었지만 승원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가 천마신공의 내공만을 이용할 뿐 그 초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7서클 마법사가 값 비싼 마나 석을 잔뜩 사용해서 소환한 궁극의 소환수는 허무 하리 만큼 손 쉽게 공격당해 역 소환 당했다.

츠츠츠츠!

나머지 두 개 머리까지 잘린 켈베로스가 바닥에 쓰러져 그 형체가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전투를 지켜보며 놀란 것은 그루스 뿐만이 아니었다.

집채만한 켈베로스의 모습에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있던 세이라와 모네나 정환 일행 모두 입을 떡 벌리고 그걸 지켜봤다.

카나만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걸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다.

“후우…….”

격한 움직임 때문에 호흡이 흐트러진 승원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루스를 바라봤다.

그루스는 승원이 천천히 다가오자 그 기운에 겁을 질려 먹고 지팡이를 든 손을 가늘게 떨었다.

‘큭! 정녕 방법이 없는 건가?’

최후의 마나를 쥐어짜서 블링크를 쓸 수 있었지만 근 거리 순간이동이니 만큼 도망가 봐야 금방 따라 잡힐 게 분명했고, 특히 세이라를 두고 달아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도망친다고 상대가 세이라를 해꼬지 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자존심이 그걸 용납하지 못 했다.

“내, 내가졌다.”

그루스가 지팡이를 손에서 놓아 떨어트렸다.

고개를 푹 숙인 그는 자신의 목숨을 마음대로 하라는 듯 눈을 감았다.

승원은 그걸 보며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을 오해해서 생각한 그루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다면 내 목숨을 거두어 가는 건 뒤로 미뤄도 되겠나?”

“그게 무슨 말이지?”

“세이라 아가씨를 지켜 주려면 내가 왕국에 돌아가서 할 일이 있다. 그러니…….”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다가온 정환 일행은 승원의 표정에서 장난기를 찾아냈다.

하지만 그루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당장이라도 앗아가려고 사악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가진 재산을 모두 주지.”

“어디 한 번 내놔 봐.”

승원의 말에 그루스는 품 안에서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그걸 보며 관찰 스킬을 발동 시킨 승원은 깜짝 놀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아공간 주머니]

10평의 가상공간에 물건을 넣을 수 있으며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물건을 집어넣고 꺼낼 때는 원하는 물건을 생각하며 손을 꺼내면 된다.

그루스가 그 주머니의 입구를 열고 거꾸로 탈탈 털자 그 안에서는 각 종 보석과 금은보화 그리고 각종 마법 물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음에 드네. 다시 쓸어 담아.”

승원은 애초에 그루스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세이라는 공작 가문의 여식이지만 때 묻지 않게 순수해서 호감이 생겼는데 그런 그녀를 달리는 마차에서 필사적으로 구해주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사이가 평범해 보이지 않는 만큼 자신을 공격해 왔다지만 피해가 없는 만큼 용서해 줄 생각이었다.

‘조금 더 놀려 먹을까? 아니면 이만 할까?’

생각에 잠긴 그 때 뒤에서 갑자기 마나의 기운이 나타났다.

뒤를 돌아보니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강력한 화염 마법을 쏘아 날리고 있었다.

“마, 마나 쉴드!”

그루스가 앞으로 뛰쳐나가 황급히 쉴드 마법을 펼쳤다.

상대의 마법 공격 영향 하에는 그루스 본인과 더불어 세이라와 모네 그리고 승원까지 들어갔기 때문이다.

콰쾅!

화염 마법의 공격에 못 이겨 쉴드 마법이 깨지며 그루스가 무릎을 꿇었다.

“크헉!”

단순하게 펼친 보호 마법이 아니라 공격의 정도에 마나 본인의 마나를 소모하며 펼치는 3서클 마나 쉴드였기 때문이다.

마나가 역류한 그루스는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 그루스 님!”

세이라가 서둘러 그루스의 머리를 손으로 받쳤다.

그럼에도 그루스의 시선은 세이라가 아닌 갑자기 나타난 인물로 향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그루스의 말에 상대는 그제야 그루스를 알아보고 자신의 후드 망토를 뒤로 젖혔다.

그루스가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왕실 마법사를 뜻하는 망토였다.

“그루스 자네가 거기 있는 줄은 몰랐군. 흑 마법사의 일당인 줄 알았지 뭔가.”

갑자기 나타난 상대는 왕실 마법사들 중 귀족 세력의 대표 격인 마르키오였다.

클로네의 연락에 따라 그루스가 공을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달려온 것이다.

그의 손에는 단거리 순간이동 마법인 블링크를 수백 회 쓰기 위한 마나석이 가득 손에 들려 있었다.

투두둑.

마나가 고갈 되 색을 잃은 마나 석이 마르키오의 손에서 벗어나 땅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왜 흑 마법사 일당과 사이좋게 있는 거지? 자네를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한 건 미안하네만 왜 피하지 않고 막은 겐가?”

“그건…….”

그루스가 말을 잇지 못하자 마르키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하니 자네 흑 마법사와 손을 잡은 겐가?”

마르키오의 눈은 승원을 향하고 있었다.

승원이 아직 전투에 사용한 어둠의 마나가 몸 곳곳에 퍼져 있는 상태에서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나에 민감한 마르키오가 귀신같이 알아차린 것이다.

“내 질문에 답을 하지 못 하는 것을 보니 긍정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나?”

그루스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르키오 앞에서 흑 마법사와 싸우다가 패했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평상시 평민 마법사들을 사사건건 시비 걸던 그에게 사실을 알린다면 그 이후는 자신을 얼마나 폄하할지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패한 거라고 대답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패거리로 몰려 화형을 당할 수도 있지만…….’

그루스는 승원을 바라봤다.

자신이 예상하는 대로 움직일지 궁금했던 것이다.

승원은 그런 그루스를 눈빛을 바라봤다.

‘굳이 막지 않아도 내가 막으려고 했는데.’

승원은 그루스가 쓸데없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며 마르키오를 바라봤다.

그루스와 같은 왕실 마법사인 거 같은데 두 사람의 사이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보였다.

“넌 또 누구냐?”

승원의 질문에 마르키오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자신을 소개했다.

“후후, 나로 말할 거 같으면 코로나 왕국의 왕실 마법사 마르키오 님이다. 무려 5서클 마법사지.”

마르키오가 자신만만한 건 당연했다.

5서클 마법사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왕국에서 한손가락에 꼽히는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승원은 켈베로스를 쓰러트린 검을 들어 올렸다.

“너 혼자 온 건가?”

“뭐라?”

“너 혼자 온 거냐고 물었다.”

“그래, 뒤늦게 출발한 내가 너희를 따라 잡으려면 마나 석을 이용해 단거리 순간이동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거든. 천문학 적인 돈이 들어가는데 둘이 올 리 가 있나.”

만약 조금 더 일찍 도착해서 승원이 켈베로스를 쓰러트리는 것을 봤다면 지금쯤 꽁지가 보이지 않게 도망치고 있을 테지만 마르키오는 불행이도 켈베로스가 역 소환 당해 그 존재가 나타났던 흔적이 먼지 하나 없었다.

‘저 녀석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것 같아 유쾌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왕국으로 돌아가려면 녀석을 쓰러 트려야 겠지.’

승원은 그루스의 속마음을 눈치 챘다.

두 사람이 수석 마법사의 자리를 가지고 경쟁한다는 것은 몰랐지만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승원아 도와줄까?”

정환이 전투 분위기를 눈치 채고 돕겠다고 나섰지만 승원은 고개를 저었다.

5서클 마법사 전투에 어설프게 끼어 들었다가는 순식간에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뇨. 제가 알아서 할게요.”

승원은 정환 일행을 보호하며 싸우지 않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마르키오는 다르게 해석했다.

동료들의 도움 없이 혼자 상대해도 충분하다는 말로 들은 것이다.

“이이! 건방진!”

마르키오가 오른손에 들린 지팡이가 아닌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왼손에는 다섯 개의 반지가 있었는데 미리 마법을 담아 놓은 마법 반지로 마나를 주입하자 바로 마법이 발현됐다.

“파이어 에로우!”

두두두두!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에서 파이어 에로우 6발이 연달아 날아 들었다.

승원은 굳이 피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운디네를 불러냈다.

“운디네!”

운디네가 여섯 개의 불화살 하나하나에 물덩이를 쏘아 날려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갑작스레 불과 물이 만나서 일대에 수증기가 일었지만 그 사라진 시야를 두고 두 사람 모두 공격하지 않았다.

“정령을 쓴다고?”

흑 마법사가 정령을 쓴다는 것을 들어본 적 없는 마르키오는 당황해서 승원에게 물었다.

“네가 정녕 흑 마법사가 맞는 건가?”

“저 녀석에게도 아니라고 수차례 말했다만.”

승원은 손을 뻗어 그루스를 가리켰다.

그러자 마르키오는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승원과 그루스를 바라봤다.

“분명 네 몸에서 어둠의 마나가 느껴지는데 어찌 정령과 공존한단 말이냐?”

“글쎄?”

두 기운이 상극이었지만 승원은 정령을 계약을 통해 데리고 있는 게 아니라 게임 시스템의 스킬로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계약을 맺은 정령 같으면 어둠의 마나가 몸에 생겨난 순간 계약을 파기하고 떠났을 테지만 승원의 경우 달랐다.

물론 이 같은 것은 승원이나 마르키오 두 사람 모두 알 수 없었다.

“어찌됐건 어둠의 마나를 가지고 있는 이상 너는 흑마법사가 맞다. 그리고 그루스 너는…….”

마르키오는 5서클 마법을 도박을 해서 얻은 게 아니었다.

천재성과 더불어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이니 만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의 파이어 볼 공격을 맞고 쓰러진 것으로 보아 이미 흑 마법사에게 패한 상태인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루스가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한들 만만치 않을 터인데, 응?’

그때 마르키오와 세이라가 눈이 마주쳤다.

세이라가 달빛의 역광이라 이제야 눈치 챈 것이다.

“당신은…….”

마르키오가 말을 잇지 못할 때 세이라가 선수를 쳤다.

“마르키오 백작은 새 어머니의 하수인이에요!”

“네?”

바닥에 앉아 마력을 가다듬던 그루스가 깜짝 놀라 세이라를 바라봤다.

그 말대로라면 마르키오 역시 클로네를 죄를 공개하면 같이 처벌당할 정도로 중죄를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 말에 마르키오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쓸데없는 말을 했군요. 저는 흑 마법사를 잡으러 온 거지 아가씨를 잡으러 온 게 아닙니다만 할 수 없이 살인멸구 할 수 밖에요.”

마르키오가 살기를 띈 눈으로 세이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루스가 지팡이를 잡고 비틀 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구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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