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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의 회귀자-55화 (55/197)

<-- 6층 - 마법사 -->

11명의 도적이 마차를 포위하고 달려드는 것을 상대하려면 일행 모두 마차에서 내려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마부 석에서 정환이나 안에 타고 있는 여자들이 내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승원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실프, 노움, 운디네, 카사.”

4대 정령이 소환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을 날리는 실프.

땅에서 손이 뻗어 나와 흙속으로 데리고 가는 거대한 손.

갑자기 머리위에 생겨나는 물 풍선.

온 몸에 불을 붙이는 카사.

“끄아아악!”

“으아아악!”

마나를 사용할 줄 모르는 일개 도적들은 정령에게 제대로 된 저항한 번 하지 못 했다.

마차 밖에서 들리는 비명에 세이라가 커튼을 열려고 하자 지현이 서둘러 막았다.

“안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세이라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현을 바라봤다.

“두 분이서 저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건가요?”

“둘이 아니라 한명이 상대할 테지만 괜찮을 거예요.”

지현은 승원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도적들은 단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쓰러졌다.

실프에 의해 몸이 토막나거나 운디네에 의해 익사하거나 카사에게 불에 타거나 노움에게 매장당해 순식간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 이럴수가…….”

살아남은 도적 하나가 동료들이 죽은 것을 보고 공포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설마하니 귀족가의 영애가 이 정도 실력이 되는 용병을 고용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우리를 왜 공격했지?”

차가운 남성의 목소리.

승원이었다.

도적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 방법 중에 가장 괴로운 것이 불에 타 죽는 거라던데?”

실제로 옆에 동료는 불에 익어서 불쾌한 고기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는 옆에 거대한 불덩이가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금품을 탈취하기 위해서…….”

“난 바보가 아니다.”

불덩이가 점점 가까워지자 도적은 슬금슬금 옆으로 움직였다.

“말 한다면 살려 줄 텐 가?”

승원은 반문했다.

“내가 살려준다고 말하면 믿을 텐가?”

“아니, 고통 없이 죽여 다오. 어차피 살아남으면 배신자로 찍혀서 고문당하다 죽을 테니.”

“그럼 말해 봐.”

도적은 고통 없는 죽음을 위해 사실대로 털어놨다.

귀족가의 영애를 잡기 위해 도시 동서남북 4개의 문에 인력을 배치해서 얼굴을 확인하고 수상해 보이는 분장을 하거나 마차를 타고 나가 얼굴 분간이 어려운 경우 추적 마법을 붙여 각 경로에 대기하고 있던 자들이 확인하는 것이다.

승원은 제법 놀랐다는 듯이 도적을 바라봤다.

“그렇게 하려면 인력이 꽤나 들 텐데?”

“우리 길드 200명 총 동원된 일이다.”

“추적 마법은 안 느껴지는데?”

도적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승원을 바라봤다.

왕국 수도에 살았지만 마법을 쓰는 사람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난 마법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걸 쓰는 녀석들은 마법이 담긴 대량의 양피지를 받았다고 들었을 뿐.”

“흐음?”

승원은 주변에 있을 추적 마법을 찾기 위해 기감을 펼쳤다.

수십 미터에 아우르는 범위에 작은 마나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추적 마법은 느껴지지 않았다.

‘알 수 없네.’

마법은 마나의 소모 도에 의해 클라스를 나누고 있을 뿐 각 클래스 마법은 무궁무진하다.

개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마법이 생겨나기도 하고 사용하는 자가 없어 사라지는 마법도 있다.

승원이 모르는 마법의 일종인 듯 싶었다.

“이제 더 말할 것은 없는 건가?”

“우리가 정기적인 연락을 하지 않으면 곧 추격대가 따라 붙을 거다.”

승원은 바닥을 구르고 있던 통신 수정구를 바라봤다.

누군가 품 안에 있다가 쓰러지며 밖으로 떨어져 나온 듯 했다.

승원은 실프에게 시켜 그것을 깨트렸다.

“그 마차에 영애가 있는 건가?”

“…….”

승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은 것이 대답이 됐다.

“그렇군, 원하는 대로 다 말 했으니 고통 없이 죽여 다오.”

평상시라면 바로 죽였을 테지만 승원은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죽이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살려둬도 돌아가면 배신자로 찍혀서 고문당해 죽는다며? 그럼 도적 길드로 돌아가지 말고 조용한 사골마을로 돌아가서 조용히 여생을 마감하는 건 어때?”

승원이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자 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릎 꿇고 죽음을 기다리는 도적이 황당한 표정으로 사라져 가는 마차를 바라봤다.

‘그래, 부자가 돼서 돌아오겠다고 마을을 뛰쳐나온 지 어언 10년. 부모님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터, 이만 돌아가자.’

도적은 서둘러 숲으로 몸을 옮겼다.

**

몇 시간이 지나자 그 자리에는 수십 명의 도적들이 도착했다.

통신 수정구로 연락이 없으니 근처에 있던 동료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했다.

“이런, 잔인하게도 당했군.”

“마법사의 소행 같은데요.”

도적 들이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주변은 참혹했다.

승원이 추격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애초에 잔인하게 살해한 것이다.

“흔적을 보니 마법사가 탄 마차가 지나간 거 같은데, 이건 귀족가의 영애가 탄 마차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요?”

“아니, 왕실 마법사의 움직임은 우리가 모두 꿰차고 있다. 국내에 신고하고 들어온 이웃 왕국의 마법사의 경로 역시 마찬가지. 몰래 들어왔다 나가는 마법사가 아니라면 영애가 고용한 마법사일지도 몰라.”

“으음.”

도적들은 자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님을 느끼고 통신 수정구로 어딘가에 연락을 했다.

한동안 수정구 반대편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리더 격인 도적은 통신을 마치고 일행을 바라봤다.

“암살자 녀석들이 이쪽으로 대거 투입된다는 군.”

“암살자 녀석들이요?”

도적 하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도적 길드와 암살자 길드는 서로 앙숙 관계였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암살자 녀석들에게는 안 되겠지.”

“그럼 저희는요?”

“그 마차에 귀족 영애가 탔다고 확신할 수 없기에 우리는 원래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네!”

도적들은 자신들이 타고 온 말을 몰고 원래 자신들이 있던 지역으로 돌아갔다.

**

그 시각 왕실 수석 마법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스승으로부터 특명을 받아 흑 마법사를 추적하고 있던 그루스는 그들이 마차를 빌려 동문으로 빠져 나갔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여자 둘을 데리고 도시를 빠져 나갔다?’

그루스는 흑 마법사가 무엇을 목적으로 도시 내에서 흑 마법을 일으켰는지 끝내 알아낼 수 없었다.

대신 그들이 용병 길드에 들러 일감을 알아보다가 한 여자의 접근으로 일을 얻어 서둘러 동문을 빠져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 내에서 들킬 줄 알면서 흑 마법을 사용한 이유가 뭘까?’

그루스가 동문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경비대가 말을 한 마리 끌고 다가왔다.

“마법사님. 말하신 대로 말을 끌고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서 쫓아갑시다.”

그루스가 말에 올라타 서둘러 고삐를 잡았다.

하지만 경비대가 머뭇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왜 그러시죠? 여러분이 탈 말은요?”

“그게 저희는 도시 내에서만 움직이는 줄 알고 있던 지라…….”

그루스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애초에 마법사에게 병력을 사용할 권한은 없었다.

경비대가 움직인 것은 스승인 카르젤의 인맥 덕분으로 그가 경비대장과 친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경비대는 도시 내에서만 움직이기로 했던지라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새로운 명령을 필요로 했다.

‘어쩐다.’

스승에게 통신 수정구로 연락해서 다시 경비대장의 허락을 구하고 경비대가 말을 구해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었다.

상대는 지금도 마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충분히 잡을 수 있어.’

그루스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직 나이가 어려 실전 경험이 적다고 해도 5서클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혼자 움직이겠습니다.”

그루스가 말을 고삐를 당겨 동문을 빠져 나갔다.

그러자 그 근처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적 하나가 통신 수정구로 재빨리 연락을 취했다.

**

도적들의 시체가 있는 곳에 이번에는 암살자 4명이 도착했다.

그들은 한 명 한명이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뿜어냈는데 이 암살자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표적으로 삼은 상대를 죽이는데 실패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암살자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실패한 경험이 전무 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거 흔적을 보니 굉장한 걸?”

“으음,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어떤 마법사보다 강할지도 모르겠어.”

전투 흔적으로 통해 상대의 기량을 파악하는 것은 암살자에게 무척 중요한 사항이었다.

전투 스타일이나 습관 같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어 차후 암살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으음?”

“왜 그래?”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암살자 중 귀가 무척 밝은 자가 바닥에 엎드려 귀를 가져다 댔다.

말이 달리는 소리는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일단 몸을 숨기자고.”

“그래.”

검은 복면을 쓰고 온통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암살자들이 시체 앞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봐야 좋은 일이 일어날 리 없었다.

4명의 암살자는 서둘러 숲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나타난 사람은 왕실 마법사임을 나타내는 로브와 망토를 두른 남자였다.

그는 시체를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바닥에 손을 짚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어쩌지?”

“일단 지켜보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실 마법사가 왜 갑자기 이 현장에 나타 난지 모르지만 섣불리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

일단 특별한 지령이 내려오기 전에는 건드려서도 안 되는 상대로 왕실 마법사가 죽으면 왕국이 발칵 뒤집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마법사를 한 명 양성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히 그러했다.

“…….”

바닥에 손을 집고 있는 왕실 마법사는 그루스였다.

그는 사물의 기억을 읽는 독자적인 마법으로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돌려보고 있었다.

‘4대 정령을 사용해?’

흑 마법사가 도적들을 처단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가지 정령만 다루어도 국가에서 귀하게 여기는 존재가 정령술사인데 이 흑 마법사는 4대 정령을 모두 다루고 있었다.

‘정령은 선한 마음을 가진 존재와만 계약을 맺는다들었는데 어찌.’

그루스는 계속해서 기억을 읽었다.

도적을 제압한 흑 마법사는 그에게 정보를 빼내었다.

‘도적들이 영애를 쫓는다?’

그 이후에 죽은 도적들의 동료가 나타났다.

그들의 대화에서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귀족 가 영애를 쫓기 위해 왕국 내 도적 길드와 더불어 암살자 길드가 전부 움직인다고? 게다가 일급비밀인 왕실 마법사들의 움직임까지 어찌?’

정황을 보면 이들 모두에게 쫓기는 귀족가 영애에게는 그만한 중요한 정보가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흑 마법사와 손을 잡았다는 게 그루스의 예상이었다.

생각을 더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저장된 기억에는 4명의 암살자들이 숲으로 숨는 것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거기 4명 나와라.”

그루스가 정확히 암살자가 숨어있는 숲을 바라봤다.

그에 당황한 암살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들키지 않기 위해 숨 쉬는 것도 조심하며 벌레가 얼굴로 올라와도 쳐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들켰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지?”

“의뢰에 없는 대상을 죽이는 건 규칙에 위반된다. 모두 흩어져서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자.”

암살자 4명이 동시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혼자인 이상 한 명을 잡으려면 나머지 3명은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그루스는 달랐다.

“대지의 중력이 바뀔지어다. 그래비티(Gravity)!”

천재들만 모인다는 마법사 집단 거기서도 눈에 띄는 실력을 보여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왕실 마법사에 들어가서 차기 수석 왕실 마법사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게 그루스였다.

“크흑!”

4명의 암살자들이 갑자기 짓눌리는 중력에 바닥에 낮게 엎드려서 움직이지 못 했다.

이미 주변의 풀들은 강하게 짓눌려서 즙을 짜내고 있었다.

“너희들이 쫓는 귀족가의 영애는 어느 가문의 여식이지?”

그루스의 물음에도 암살자들은 대꾸하지 않았다.

“이런 마법은 오래 유지하지 못 한다. 다들 조금만 버텨!”

리더격으로 보이는 암살자 하나가 동료들에게 외쳤다.

그에 그루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비티 마법이 마력을 제법 소모하는 건 사실이지만 마나를 다 쓸때까지 나는 놀고만 있을 거 같아?”

암살자는 하나 믿는 구석이 있었다.

마법사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평생 공부만 해오던 존재로 쉽게 살인을 하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자신들을 속박하고 있는 상대의 나이가 무척 어려 보였다.

“아!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

그루스는 품 안에서 단검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암살자 목에 그 칼날을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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