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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의 회귀자-52화 (52/197)

<-- 6층 - 마법사 -->

모네는 용병 길드에 가서 금액을 올리며 접수처 직원에게 용병이 빨리 구해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사정을 했다.

하지만 잔뼈 깊은 용병 길드에서 신원도 밝히지 않고 호위 임무를 부탁하며 큰돈을 거는 상대에게 제대로 된 용병을 붙여줄 리 없었다.

‘이거 분명 위험한 냄새가 난단 말이지.’

모네가 돌아갔을 때 접수처 직원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신원을 밝히지 않는 고용주에게 제대로 된 용병이 붙을 리 없었다.

도박을 해서 큰 빚을 져 돈이 급하게 필요한 용병이나 평가가 좋지 않아 고용주들이 기피하는 문제 있는 용병들이나 할 만한 일이었다.

‘일반 호위 업무는 위험도 C급이지만 신원을 밝히지 않는 거 하며 초조해하는 것을 보니 말썽이 있는 일이야. 큰돈까지 걸었으니 B급이라고 했다가는 현직 용병들에게 나중에 욕을 먹을 터 A급 정도로 해놔야 나중에 문제가 되도 내가 욕을 안 먹겠지.’

위험도 A급이면 목숨 각오하고 떠맡으라는 뜻이었다.

이 정도로 해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서 용병 길드 측에서는 발을 뺄 수 있었다.

접수처 직원은 임무에 따른 금액과 위험등급을 적은 종이를 게시판에 달아 놨다.

**

승원은 하루를 꼬박 잤다.

사실 승원은 무척 잠이 많은 타입이었는데 미궁이 워낙 위험한 곳이니 만큼 의도적으로 수면 양을 조절한 것이다.

주변을 확인하니 어느새 다시 여관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는지 영훈이 잠들어 있었고 정환 역시 자고 있었다.

실프를 통해 확인하니 203호에 아영, 지현, 예원, 카나도 자고 있었고 201호 한호와 효진 역시 푹 자고 있었다.

아직 이른 새벽이기에 승원은 다른 사람이 깨지 않도록 화장실로 가서 가볍게 세수를 하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술집 겸 식당으로 되어 있는 일층은 아직 시간이 일렀기에 어두컴컴했고 승원은 그대로 여관 뒷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나갔다.

뒷마당에는 작은 잔디밭이 있어 그 중앙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전부터 하려고 미루고 있던 천마신공을 시작하려고 한 것이다.

‘원래 진즉 했어야 하는데 마나가 이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미루고 있었지.’

미궁 5층에서 만난 노인의 말에 마나가 자리 잡은 곳은 단전.

그곳에 마나가 자리 잡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 노인은 내 스승님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애초에 무공이 다르니 마나가 모이는 곳이 달랐던 걸지도 몰라.’

과거 승원이 익혔던 무공은 정용신공이라는 무공으로 스승님의 조상이 그 지역의 삼류무술들을 취합하여 장점만을 따내서 만든 무공이라고 했다.

반면 승원이 이번에 익히는 천마신공은 천 년을 내려 온 전투 집단에서 최고 강한 자들만이 익혀서 개량해 왔다는 절대무적의 무공이라 들었다.

‘생각은 그만.’

승원은 잡념을 떨쳐버렸다.

지금은 천마신공을 익히는데 집중했다.

기억 속에 있는 방법에 따라 마나를 몸 안에 회전 시켰다.

과거에 익혔던 정용신공의 기경팔맥과 12경맥의 이동과 확연히 달랐다.

‘확실히 느낄 수 있겠어.’

정용신공을 만든 이도 무예에 관한 지식이 상당히 해박했기에 여러 무술들을 취합해서 장점들을 땄을 것이다.

하지만 천마신공의 경우는 단 한명의 기인이 만든 것이 아닌 경쟁의 거쳐 최고에 다다른 이들이 대를 이어 개량해 온 것으로 그 수준이 달랐다.

‘효율성이 달라.’

승원은 마나가 몸 안을 타고 흐르는 그 기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 까 오랜 시간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있던 승원이 정신을 차렸다.

어두웠던 새벽은 어느새 해가 떠올라 주변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로 부산했다.

여관 일층 창문으로 보이는 주방은 아침 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후우… 쉽지 않았지만 성공했어.’

기존에 마나를 많이 흡수해두고 길을 터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집중한 결과 천마신공 1성에 도달한 것이다.

“응?”

눈을 떠보니 눈앞에는 카나가 가만히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는 몰라도 제법 오래 서 있던 거 같은 모습이었다.

“어라? 언제 와 있었어?”

“한 시간 전.”

자다가 나와서 헝클어지고 정리가 되지 않은 머리였다.

카나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승원을 바라봤다.

“아빠, 어떻게 한 건지 몰라도 자연의 마나를 어둠의 마나로 바꿨네?”

“뭐?”

승원은 카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자신의 마나를 확인했다.

“어?”

정말 카나의 말대로 대 자연의 마나가 어둡고 진득한 어둠의 마나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카나가 처음 태어날 때 느꼈던 그 마나처럼 마족이나 마왕에게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었다.

당황해하고 있는 승원을 바라보던 카나는 주변에 쳐놨던 보이지 않는 장막을 걷어냈다.

“아빠, 마나의 성질이 바뀌는 동안 그 기운이 주변 퍼져 나갔어. 내가 서둘러 내려와 막긴 했는데 그 전에 그걸 느낀 사람이 있을 거야.”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의 기사라던가 마법사라면 필시 이 근방에서 흑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한 줄 알 것이다.

승원은 미궁 어느 층에서건 흑 마법사가 우대 받는 곳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런, 내가 사고를 쳤군.”

마나의 성질이 바뀔 것을 예상하지 못 했지만 이게 잘 못된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몸 안에서 패도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필시 이것이 천마신공의 기운이라 생각한 것이다.

승원은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여관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그 기운을 숨겼지만 누군가 흑마법사를 잡겠다고 찾아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참, 카나야 고맙다.”

어둠의 마나 기운을 숨겨준 것과 내공을 운기 할 때 무방비해지는 것을 카나가 지켜줬기에 감사 인사를 한 것이다.

카나는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카나와 승원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 왕국의 왕실 마법사와 기사들은 도시 어딘가에서 흑 마법이 발현되었다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걔 중에 수석 마법사인 카르젤은 7서클 대 마법사임에도 나이가 많아 오늘내일 하는 몸이었기에 자신이 아끼는 수제자 그루스를 불렀다.

“스승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그루스 너도 흑마법의 기운을 느꼈겠지?”

“네.”

그루스는 아직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한 번 보면 잘 잊어먹지 않는 기억력 덕분에 다른 나이 많은 마법사보다 더 많은 마법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단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어 수석 마법사 카르젤의 자리를 물려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법사들 사이에서 모함과 질투가 만연해서 수석 마법사가 된다는 것은 실력 이외에도 궁내 정치까지 잘해야 함을 의미했다.

“네 나이에 5서클이면 상당한 성과다. 궁실 수석 마법사가 되려면 5서클이 되야하니 조건은 충족되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마르키오 역시 마찬가지. 내가 당장 죽으면 연륜이 많은 마르키오가 수석 자리를 꿰찰테고 너는 지방 도시로 쫓겨나 영영 수도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궁실 마법사는 크게 카르젤 파와 마르키오파가 있었는데 카르젤이 수석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평민 출신이라는 것과 마르키오가 백작의 장남이란 차이 때문에 평민 마법사와 귀족 마법사의 구도가 생겨버렸다.

카르젤이 수명을 다해서 죽으면 마르키오가 수석 마법사가 되어 눈에 가시 같은 평민 마법사들을 지방의 마탑으로 쫓아낼 게 분명했다.

그곳으로 간다면 평생 연구만 하다가 성과는 모두 마르키오에게 빼앗기고 여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 때문에 엊그제 폐하께 네가 내 뒤를 이을 수 있도록 간청 드렸다.”

“네?”

스승 카르젤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에 그루스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그건 네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내가 죽고 사후 평민 마법사들이 무시당하고 쫓겨나는 걸 막기 위해서일 뿐.”

카르젤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폐하께서는 내게 성과를 보여 달라고 했다. 다른 마법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과를 네가 보여준다면 수석 마법사로 마르키오가 아닌 너를 고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나타났구나.”

왕국 수도에서 흑 마법이 나타났다.

카르젤은 이걸 기회라 생각했다.

“상대 흑 마법사가 바보가 아니라면 궁실 마법사와 기사들이 눈치 채리란 것을 모를 리 없다. 흑 마법사는 무언가 사악한 계획을 세웠을 터 네가 가서 그걸 막아라. 내 그 성과를 폐하께 직접 고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그루스는 궁내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더 많은 마법을 공부하고 연구해서 더 높은 서클의 마법사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려면 수도에서 지원을 받으며 궁실 마법사로 재직해야 했고 귀족파 마법사 마르키오를 쓰러트려야함을 의미했다.

“반드시 성과를 보여 오겠습니다.”

그루스는 카르젤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궁정을 빠져 나갔다.

**

승원이 독촉하자 일행은 영문도 모른 체 서둘러 여관을 빠져 나왔다.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나 빨리 빨리를 외치는 바람에 사람들은 아침 식사는커녕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관을 빠져 나와야 했다.

“승원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말이라도 해줘야지.”

정환은 아직도 잠이 덜 깼는지 눈곱을 떼며 승원을 바라봤다.

승원은 누가 들을까 주변을 둘러보며 일행에게 작게 속삭였다.

“제가 사고를 쳐서 누군가 쫓아올지도 모르거든요.”

“무슨 사고?”

“그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만약 쫓길 수도 있는데 사정을 숨기면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

승원은 솔직하게 말하되 알아듣기 쉽도록 각색해서 이야기 했다.

“새로 생긴 스킬을 사용해 봤는데 그게 흑마법이더군요. 근데 이게 이곳 미궁 6층과 흡사한 미궁 3층 돌로수스에서 정보를 수집할 때 듣기로 흑 마법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어서요.”

“흑 마법 어떤 거?”

지현이 궁금하다는 듯 바라봤다.

“뭐 힘이 조금 강해지게 해주는 거라고 할까?”

거짓말을 한 번 시작하니 또 다른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승원은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보다 여관을 정리하고 나왔으니 우리 용병 길드에 한 번 가보자고.”

“그럴까?”

다들 흑 마법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승원도 어차피 흑 마법과 같은 천마신공을 사용한 여관을 빠져 나왔으니 추격자가 따라 붙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9명의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 용병 길드로 향했다.

**

접수처 직원은 새로 찾아든 승원 일행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분명 행색을 보아하건데 산전수전 다 겪은 거 같으면서 용병 등록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전장에 있던 군인이라고 보기에는 일행에 여자가 있었고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다른 왕국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이라고 보기에는 분위기가 밝았다.

‘모험가 출신인가?’

고용주와 직접 거래를 하는 이들은 모험가라고 했고 중간에 길드를 끼고 일하는 사람들을 용병이라고 했다.

‘아무려면 무슨 상관이겠어.’

접수처 직원은 접수 서류를 확인하고는 용병 신분을 나타내는 용병 패를 일행에게 나눠주었다.

이곳 미궁 6층에서는 용병의 등급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고 그 용병들이 임무를 해결하고 그 성과에 따른 소문으로 고용주들이 그 용병들을 고용하고는 했다.

승원 일행은 이제 막 용병 신분이 되었으니 위험도 C급 임무만 할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얼마든지 A급 임무도 할 수 있었다.

임무를 해결하고 후불로 받는다던 가 고용주가 소수정예 용병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용병을 고용하는 경우 경력이 없어도 인원을 채우러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흠…….”

승원은 용병 패를 받았으니 A급 임무를 찾기 위해 게시판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C급부터 시작해서 SSS급 임무까지 다양 했는데 A급 임무로는 던전 진입, 영지 전, 몬스터 퇴치, 신비의 약초를 구하러 몬스터 숲에 들어가는 것까지 수십 개가 넘었다.

“차라리 한 개면 고민 없이 고르겠는데 너무 많으니까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

승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아영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아영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아, 그게…….”

“아영이 배고팠구나?”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승원은 일단 인근 식당에 가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여기 닭고기하고 국수 좀 인원수대로 주세요.”

깔끔하지도 그렇다고 지저분하지도 않은 오래 된 식당은 승원 일행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승원은 미궁 5층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승원은 한호와 효진 그리고 영훈을 바라봤다.

효진은 승원의 눈을 차마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깔았다.

“저희는 식사를 마치고 이곳 문화와 경제 같은 것을 알아보러 도서관으로 가보려고 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이 되면 장사 같은 것이라도 해야겠죠. 아니면 시골로 들어가 농사 같은 것을 지어도 좋을 것 같고요.”

“그것도 좋겠네요.”

승원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호를 잃을 뻔 한 효진의 마음이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영훈이 너는?”

“전 미궁을 올라갈 거긴 한데, 혼자 다니는 게 더 편할 거 같아서 저도 여기 식사를 마치고 가볼게요.”

“그래.”

영훈은 도덕심이 강한 승원 일행보다 이곳 세계의 거친 용병들과 팀을 이뤄 A급 임무를 해결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세 사람은 미궁 5층에서 좋은 스킬을 받기 위해 받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큰 미련은 없었다.

“언니, 아쉬워서 어떻게 해요.”

물론 승원만 그러했고 여자들은 효진과 제법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몇 차례 티격태격 했어도 그 이후 목숨이 오가는 경험을 몇 번 같이 하다 보니 서로 속 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게, 너희랑 같이 못할 거 생각하니까 너무 아쉽다.”

여자들이 작별 인사를 하는 동안 승원과 정환은 한호하고 영훈과 작별 인사를 했다.

“상점 포인트도 있고 옆에 효진 씨도 있으니까 이곳에 잘 사시리라 봅니다.”

“네, 그래야죠. 감사합니다.”

정환의 덕담에 한호가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때 마침 식사가 나왔다.

사람들은 먹는데 집중을 했고 한 여자가 식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 했다.

그 여자는 모네로 식당 내 사람들을 둘러봤다.

무기를 착용하고 있는 무리는 단 한 무리밖에 없었다.

“저, 저기…….”

승원 일행은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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