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층 - 늑대인간 -->
“그러니까 늑대인간 숫자가 3마리라고요?”
승원은 촌장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늑대인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용병과 마을 사람들이 같이 덤벼들면 잡지 못 할 숫자는 아닌데요?”
훈련을 받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라면 겁을 집어 먹을지 몰라도 퇴역 기사 출신 용병이 당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늑대인간은 용병이 있는 줄 모르고 찾아왔을 것이고 용병은 기습 공격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게 그 용병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네.”
“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사람들이 촌장을 바라봤다.
“나와 마을 청년 몇몇이 미끼 제물과 함께 마을 입구에 서 있었는데 밤이 늦도록 늑대인간들은 찾아오지 않았다네. 해서 오늘은 안 오려나보다 하고 용병들이 숨어 있을 위치로 가봤더니 글쎄…….”
늑대인간이 다가오면 뒤에서 기습 공격하려고 숨어 있던 용병들이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게 죽어있던 것을 설명했다.
승원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내부에 적이 있음을 직감했다.
“늑대인간들은 보름마다 찾아온다고 했죠?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버리고 도망치려고 시도도 해봤다고 했고요.”
“그렇다네.”
“늑대인간이 멀리서 찾아온다면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버리고 도망칠 때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공격했던 걸까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촌장은 알아듣지 못 했지만 주변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제 말은 마을에 늑대인간이 있다는 겁니다. 세 마리 모두 혹은 한 마리 이상.”
“아니,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가?”
승원은 이렇게 이해력도 없으면서 어떻게 촌장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15일에 한 번 찾아오는 늑대인간이 어떻게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버리고 도망치는 걸 알고 공격했을까요? 마을 사람 중 하나가 늑대인간 편이라서 비둘기라도 날렸나요? 그럼 늑대인간이 그 소식을 듣고 멀리서 밤낮없이 달려온 걸까요?”
“하, 하지만 마을 사람 중에 늑대인간이 있을 리가…….”
승원은 과거에 미궁 2층과 같은 세계에 와 본 적은 없지만 다른 층에서 늑대인간을 본 적이 있었다.
“늑대인간이 나타 난지 얼마나 됐죠?”
“2년 됐네만.”
“늑대인간은 처음부터 늑대인간으로 태어나는 게 아닙니다. 늑대인간에게 물린 사람이 늑대인간이 되는 거죠. 2년 전쯤 크게 아파서 앓던 사람 없었습니까? 인간에서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변화 때문에 며칠간 고통으로 제대로 된 생활을 못 했을 겁니다.”
촌장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2년 전 일이 기억날 리 없었다.
“마을에서 아픈 사람이야 드물지 않게 나오는데다가 2년 전에 아팠던 사람이라니 기억이 날 리가. 내가 마을 집 마다 매일 같이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내 일 하기 바빠서…….”
“2년 전부터 세 마리는 아니었죠?”
“처음에는 한 마리였네.”
“역시.”
“뭐가 말 인가?”
“늑대인간은 보통 주변 먹이감을 위해 크게 숫자를 늘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단독으로 활동하지도 않습니다. 자기 배후를 지키기 위해 소수의 동료를 만들지요.”
“허, 그래서?”
“2년 전이 아니라 2년 전부터 오늘 날까지 크게 아팠던 사람은요?”
촌장은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제임스 자네 작년에 크게 아파서 일주일 정도 집에서 쉬지 않았나?”
“네? 그렇긴 합니다만, 설마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게…….”
촌장이 어떻게 하냐는 듯 승원을 바라봤다.
그때 집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촌장님! 안에 계십니까? 무슨 일 일어난 거 아니지요?”
승원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일단 마을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한명도 빠짐없이 이 집 앞에 모이라고 하세요.”
“아, 알겠네.”
촌장과 제임스를 서둘러 집을 빠져 나갔다.
문 밖에 창을 들고 서 있던 사람들이 문이 열리며 승원 일행이 멀쩡히 서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지만 촌장이 간략히 설명했다.
“어쩌려고 그러는 거예요?”
최아람이 승원을 나무랐다.
원래 계획은 촌장을 제압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인간과 싸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독단적으로 굴어서 미안해요. 저는 당연히 늑대인간이 마을 밖에서 들어온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 하다 보니까 마을 안에 있다는 걸 알고 계획을 대폭 수정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게요? 저도 늑대인간이 마을에 있을 거라는 걸 눈치 채긴 했지만 그걸 입 밖으로 이야기 하면 늑대인간들이 기회를 엿 보다가 우리를 습격할 거 아니겠어요?”
우리는 늑대인간을 모르는데 늑대인간은 우리를 알고 있으니 마을 사람의 모습을 한 채 공격하면 어떻게 하냐는 뜻이다.
화장실은 집 외부에 있어서 볼 일을 보려면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때 마다 12명이 같이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게 늑대인간을 찾아 낼 방법이 있어요.”
“뭔데요?”
“다들 귀 좀…….”
사람들이 승원 앞으로 모여들었다.
승원은 다시 한 번 자신의 계획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
똑똑.
촌장이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정환이 문을 열었다.
집 안은 무척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시대로 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사정을 설명하고 모이게 했네만…….”
“잠시 만요.”
승원이 아영의 부축을 받아 입구로 걸어 나왔다.
그는 문밖으로 나가 마을 사람들을 바라봤다.
60여명의 사람들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원 뒤에서 무력시위를 하듯 동료들이 창을 들고 서 있었다.
“촌장님이 이야기 했듯 마을에는 늑대인간이 숨어 있습니다. 한 마리가 숨어 있고 마을 밖에 두 마리가 있을 수도 있고 두 마리나 세 마리 모두 마을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옆에 사람이요.”
승원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다행히 제게는 늑대인간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승원이 정환을 바라보자 그가 최동호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 사람도 들어 갈만한 커다란 김치 장독대를 낑낑대며 들고 나왔다.
그 입구는 뚜껑으로 단단히 밀봉되어 있었다.
“이 안에는 물이 차 있고 그 물 안에는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는 물뱀이 들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독사죠. 신기하게도 이 뱀은 늑대인간만 물며 사람은 물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무기만 들고 마을을 찾아왔던 승원 일행이 어디서 저런 커다란 항아리와 물뱀을 가지고 왔는지 신기해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해오지 않았다.
“헌데 이 뱀은 빛을 받으면 죽어 버립니다. 때문에 빛이 하나 없는 껌껌한 집 안에서 손을 넣어봐야 합니다. 이제 집 안으로 한명 씩 들어오세요.”
그 말에 마을 사람 하나가 손을 들었다.
“그 뱀이 사람도 안무는 거 확실 합니까? 혹시 착각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동료들 전원 방금 손을 넣었다 뺐습니다.”
그 말을 증명하듯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두운 집안에서 손을 넣어본다면 늑대인간이 손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집 안에 간이 칸막이를 설치했습니다.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를 확인 할 겁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게 말이 되냐는 듯 서로를 바라봤다.
평생토록 늑대인간의 손만 무는 독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한명씩 집안으로 들어와 항아리에 손을 담갔다 빼고 다시 걸어 나올 겁니다.”
정환과 동호는 다시금 항아리를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고 승원 일행 모두 무기를 들고 집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처음은 촌장이었다.
승원 일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 앞으로 들어온 그는 촛불 몇 개가 위태로이 밝히고 있는 집 안을 둘러봤다.
집 안 중앙에는 언제 만들었는지 간이 투표소 같은 것이 있었다.
“항아리는 그 안에 있습니다. 들어가서 뚜껑을 열고 손을 집어넣으세요.”
한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
두꺼운 담요로 사방이 완전히 덮여 있어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았다.
슬며시 열고 들어가니 뚜껑이 닫혀 있는 항아리가 있었다.
“빛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담요를 잘 닫아주세요.”
촌장은 열고 들어온 담요를 잘 닫자 그 안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됐다.
“이제 뚜껑 열고 손을 넣었다 빼세요.”
“인간은 물지 않는 거 확실한 가?”
촌장의 겁에 질린 목소리.
“확실 합니다. 저도 했어요.”
승원의 말에 힘입은 촌장은 슬며시 뚜껑을 열고 손을 집어넣었다.
첨벙.
차가운 물이 느껴지자 움찔 몸을 떨었다.
“더더더! 더 집어넣어요. 제가 안 보인다고 손가락만 담그면 안돼요.”
빛 한점 없기에 촌장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았다.
“손목까지 넣었네만, 더 넣어야 하나?”
“아뇨. 그 정도면 됐습니다.”
촌장은 손을 빼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담요를 다시 열고 나오는 그의 오른손이 갑자기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앗!”
촌장이 화들짝 놀라 자신의 손을 내려다 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왜 그러시죠?”
승원의 말에 촌장이 자신의 손을 보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사람들이 창을 들고 겨누고 있다가 긴장을 풀고 내리고 있었다.
“아, 방금 손이 시원한 기분이 들어서…….”
그말에 승원이 씨익 웃었다.
“그건 그렇고 촌장님은 늑대인간이 아니군요.”
“허어, 정말 저 항아리에 있던 뱀이 늑대인간만 무는 건가?”
“그럼요.”
촌장은 물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진짜 그 뱀이 늑대인간만 구별해서 물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자, 그럼 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늑대인간이 아니라는 걸 자랑스럽게 알려주세요.”
“으음.”
촌장은 문을 열고 집을 빠져 나갔다.
그가 나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촌장이 무사히 나오는 것을 보고 다행이란 표정으로 반겼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촌장님?”
제임스가 다행이라는 듯 촌장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그냥 안내를 받아 집안으로 들어가서 항아리에 손 넣고 나온 게 다라네.”
“진짜 항아리 안에 뱀이 있습니까?”
“뱀은커녕 어두워서 내 손도 보이지 않았네. 집 안에 빛 한 점 들어오지 않게 담요로 사방이 밀폐된 공간에 항아리가 들어 있거든.”
촌장의 말에 제임스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촌장을 기다리며 제임스는 늑대인간 동료들과 은밀히 신호를 주고받은 것이다.
‘예상대로야.’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면 얼마든지 상대를 속일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제임스 자네가 가게. 차기 촌장 후보이니 자네가 모범을 보여야지.”
“으음,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떨리는 마음으로 집 앞으로 걸아 갔다.
자칭 늑대인간을 잡기 위해 왔다는 이들 중 하나가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문이 열렸고 덩치가 커다란 남자가 들어오라고 손 짓 했다.
“이리 오시죠.”
제임스는 사람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창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까짓 무기 들고 있어봐야 내가 변신만 하면 두터운 가죽 뚫지도 못 해.’
문제는 불덩이를 소환하던 마법사였다.
오늘 밤 고비만 넘긴다면 마을에 늑대인간이 없다고 방심할 테고 나중에 몰래 찾아가서 암살하면 그만이었다.
‘저건가?’
촌장이 말 한대로 집 안에는 급하게 만들었는지 각목으로 뼈대를 세우고 담요로 덮여있는 사람 하나 들어갈 크기의 공간이 있었다.
‘이 나무랑 담요는 언제 가지고 온 거지?’
없던 항아리와 뱀이 생긴 것도 그렇고 집 안에 없던 나무와 담요가 생긴 것도 신기했지만 일단 자신이 늑대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푸는 게 더 중요했다.
“그 앞에 항아리가 있죠? 그 안에 손을 넣어주면 됩니다.”
밖에서 들리는 승원의 말에 제임스는 소리가 밖으로 안 들리게 조심스레 오른손으로 오른쪽 신발을 벗었다.
“손 넣었나요? 물소리가 안 들리는데요?”
“아, 잠시 만요. 떨려서 마음의 준비 좀 하고요.”
제임스는 뚜껑을 열고 슬며시 신발 끝 부분을 항아리 안에 집어넣었다.
첨벙.
“더더더! 최소 손목까지는 넣어줘야 합니다.”
제임스는 신발을 끝까지 넣을 경우 발이 젖어서 탄로 날 수 있기 때문에 끝부분으로 살짝 살짝 항아리 안 물을 휘 저어서 소리가 나게 했다.
“충분히 손을 넣었다 뺐습니다.”
제임스는 다시 슬며시 오른발에 신발을 신었다.
“됐습니다. 그럼 나오시죠.”
제임스는 속으로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하며 담요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었다면 항아리 크기에 맞춰 담요를 덮어서 손을 집적 집어넣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펄럭.
담요를 옆으로 밀고 나오자 12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늑대인간이다!”
“공격해!”
누군가 소리쳤다.
‘어떻게?’
제임스는 자신이 어떻게 들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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