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
에필로그(Epilogue)
태초의 빛이 최치우를 감쌌다.
환한 빛은 한 곳에서 뿜어지는 게 아니었다.
전후좌우 사방팔방 막힘없이 시공간 전체를 가득 채운 것이다.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
최치우는 먼저 빛을 몰고 온 존재를 불렀다.
“아바타.”
“기다리고 있었나요?”
황금빛 날개를 활짝 펼친 신의 대리인, 아바타는 여전히 똑같은 용모였다.
그녀의 물음에 최치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
“드디어… 깨달았군요. 7번의 환생을 거쳐 8번째 삶에서.”
“두 가지 다 어려운 미션이었지. 신이 수많은 세계를 창조한 이유, 스스로를 희생해 세상을 구하는 기쁨.”
“어떤가요? 깨달음을 얻은 기분은.”
“재밌어. 신은 수많은 세계의 인간들이 자신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한계를 초월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있지. 신을 놀라게 하고 또 기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니까.”
“당신은 자격을 갖췄어요. 이제 멸망의 인도자에서 한 세계의 구원자가 되었으니… 신께서 그대에게 영원한 생명을 허락할 거예요.”
“영원한 생명?”
“인간계를 벗어나 초월의 시공에서 모든 차원을 내려다보는 존재가 되는 거죠. 나처럼.”
최치우가 물끄러미 아바타를 쳐다봤다.
굳이 따질 필요도 없이 아바타는 차원 위에 존재하는 천사(天使)다.
그 고결한 에너지, 인간계의 굴레를 벗어던진 초월성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최치우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 소원은… 이번 삶이 마지막이 되는 거야.”
“네? 이 삶을 끝으로 영원한 소멸을 원한다는 말인가요?”
“그래. 끝이 있어야 현재에 최선을 다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소멸을 바랄 수가…….”
“어머니를 모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껏 껴안고, 든든한 친구들과 부대끼며 짧은 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겠어. 그리고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안식을 찾아야지. 내 소원은 변함이 없다, 아바타!”
“…….”
아바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최치우를 쳐다봤다.
7번째 환생에서 깨달음을 얻은 최치우의 영혼은 이전과 전혀 달라져 있었다.
초월자로 불리는 아바타마저 그의 깊은 속내를 헤아리기 힘들었다.
“그래요. 치우, 당신의 소원을 신께서 받아주셨어요. 이 삶을 끝으로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될 겁니다.”
“신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덕분에 행복이란 걸 알게 됐다고.”
최치우는 끝없는 환생이나 불멸의 초월적 존재가 되는 대신 소멸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쁜 얼굴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악-
다시 빛이 걷히고 최치우의 영혼이 몸으로 돌아왔다.
눈을 뜬 그의 옆에는 유은서가 쌔근쌔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이제 정말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최선을 다해 행복하자.”
조용히 혼잣말을 읊조린 최치우는 잠든 유은서의 어깨를 토닥였다.
7번째 환생 너머, 마지막이어서 더 소중한 최치우의 인생이 새롭게 열리고 있었다.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작가 묘재입니다.
전작 강남화타 이후 야심차게 준비한 글이지만, 완결을 앞둔 후반부에 이르러 연재가 늘어지며 독자분들을 오래 기다리게 했습니다.
어느덧 작가 생활 10년 차,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기였지만 모두 변명입니다.
애태우며 글을 기다려 주신 독자제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그만큼 더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7번째 환생을 쓰면서 했던 고민의 결과는 다음 글에서 풀어내겠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항상 다음이 더 기대되는 작가가 되겠다는 약속을 드려왔습니다.
다음 작품은 더욱 철저한 준비로 재미에 있어서도, 연재에 있어서도 완성도를 높여 돌아오겠습니다.
고고학자, 색공학자, 강남화타, 그리고 7번째 환생까지.
작가 묘재의 현대물을 사랑해 주신 독자분들 덕분에 계속해서 창작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습니다.
꼭 더 재밌는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긴 시간, 최치우와 함께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묘재 배상(妙才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