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240화 (240/243)

#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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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은 성공리에 끝이 났다.

역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에 집중된 이목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싱가폴 정부는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도심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그래도 들끓는 관심을 모두 제어할 수 없었다.

전 세계의 기자란 기자는 모두 싱가폴에 모였고, 관광객들도 세기의 이벤트를 보기 위해 검은색 리무진만 보이면 우르르 쫓아다녔다.

당일치기로 예정됐던 회담은 1박 2일로 연장됐다.

몇몇 언론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할 거라 예상했지만, 두 정상은 이틀 내내 세밀한 현안을 조율하며 깜짝 놀랄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진행을 분명히 밝혔다.

기한도 2년 이내로 못을 박았다.

2년 뒤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재선거를 의식한 결과였고, 물리적으로 비핵화까지 1년 6개월 정도가 걸리는 부분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 하나만 봐도 미국은 엄청나게 많은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

당장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5% 이상 치솟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벼랑 끝 협상의 귀재로 알려진 북한이 빈손으로 돌아갈 리 없었다.

비핵화와 검증이 완료되는 2년 동안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어떤 인도적 지원도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단 하나의 예외를 뒀다.

북한의 불안정한 전력 수급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소울 스톤 발전소 건립을 허가한 것이다.

소울 스톤 발전소는 비핵화가 끝나는 2년 이내에 허락된 유일무이한 예외였다.

미국도 협상 타결을 위해 북한에게 거대한 당근을 선물해 줬다.

물론 선물은 미국 혼자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울 스톤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올림푸스가 동의해야 한다.

싱가폴에서 발표된 결의문의 주인공은 미국과 북한만이 아니었다.

올림푸스의 CEO이자 지구에서 소울 스톤을 다룰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사람, 최치우가 나서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 결의문은 휴지 조각이 된다.

최치우는 싱가폴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만약 최치우가 등장하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 옮겨질 수밖에 없다.

관심에 목마른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두 정치인의 잔치에 훼방을 놓을 순 없었다.

대신 최치우는 서울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싱가폴에 방문한 각 국의 기자단은 고스란히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싱가폴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특수를 누렸다면, 서울은 최치우 덕분에 또 한 번 중대발표 특수를 누리게 됐다.

난데없이 서울 시내 호텔이 취재진으로 가득 차고, 프레스 센터로 쓸 수 있는 오피스 빌딩은 단기 임대로 쏠쏠한 수익을 얻었다.

서울이 국제 도시로 주목받는 경제 효과는 수천억 원 이상일 것이다.

모든 게 최치우 한 사람이 일으킨 성과였다.

한국 정부에서도 올림푸스 특수, 아니 최치우 특수를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최치우 덕분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 도시 전체의 활력이 살아난다.

단순히 기자들의 숙박비, 식비, 교통비 등 체류비만 수익이 아니었다.

메이저 국제 행사로 인한 파급효과는 일일이 계산하기 어렵다.

관광 수익의 증대만 해도 엄청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최치우의 기자회견이 메이저 국제 행사와 비슷한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APEC이나 G20 같은 국제 이벤트와 비교하면 전혀 모자라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들, 나아가 세계인들의 관심도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최치우의 입에 북미정상회담 후속 조치가 달려 있다.

북한의 비핵화, 미국과의 평화 모드.

세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대 사건의 화룡점정을 최치우가 찍어야 한다.

비밀스럽게 일본에 다녀온 최치우는 역대급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울 스톤의 존재를 처음 알렸을 때와 맞먹는 폭풍이 서울에서 불어닥칠 것 같았다.

***

“이, 이게 다 뭔가요?”

김도현 교수의 눈이 커졌다.

침착함의 대명사로 통하는 김도현 교수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미래 에너지 탐사대의 다른 연구 교수들이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김도현 교수가 그냥 호들갑을 떨 리 없다.

누구라도 김도현 교수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치우가 무려 11개의 소울 스톤을 탁자 위에 꺼냈기 때문이다.

“모두 대지 속성입니다. 상급이 7개, 최상급이 4개입니다.”

“이걸 대체 어디서…….”

“일본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설마 오사카 대지진?”

김도현 교수는 역시 세계적인 천재다웠다.

일본이라는 말만 듣고도 소울 스톤과 오사카 대지진의 연관성을 파악했다.

최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도현 교수 앞에서 숨길 것은 거의 없다.

김도현 교수와 미래 에너지 탐사대가 없으면 최치우는 세계를 누비는 대신 연구실에 틀어박혀 직접 소울 스톤에서 에너지를 추출해야 한다.

최치우와 올림푸스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탱하는 기둥이 바로 김도현 교수다.

특히 S대에서 사제 관계를 맺으며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깊고도 끈끈했다.

“재해가 일어나는 현장에는 무지막지한 자연 에너지가 몰립니다. 그만큼 소울 스톤을 찾아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대지진이 일어난 장소이기 때문에 대지 속성의 소울 스톤을 다량으로 확보하게 되었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사실 최상급 소울 스톤 하나 정도를 목표로 하고 오사카에 갔었는데.”

“치우 군을 보면 운도 실력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네요.”

김도현 교수가 새삼 감탄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최치우의 행보를 지켜봤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최치우는 이미 개인 자산만 수십조에 달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겁게 성장하는 과정인 것 같았다.

과연 어디가 그의 완성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경이적일 따름이다.

“대지 속성 소울 스톤에 대한 노하우는 충분히 쌓였다고 들었습니다. 이만하면 절반 정도는 개발할 수 있겠죠, 교수님?”

“최근 연속적으로 대지 속성을 다뤘기에, 그리고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기에 다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네요. 나부터도 그렇고. 6개를 마지노선으로 삼겠어요.”

“6개. 좋습니다.”

최치우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상급과 최상급을 막론하고 6개의 소울 스톤을 개발하면 그것만으로 수십조 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1개는 북한 발전소에 쓰고, 나머지 5개는 어느 지역에 배분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 거에요. 미래 에너지 탐사대의 전부를 걸고, 나의 자존심을 걸고 해내겠어요.”

“교수님만 믿겠습니다.”

“치우 군이 무려 11개의 소울 스톤을 찾아왔는데 실망을 줄 수는 없지요.”

“이제까지 교수님이 저를 실망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11개의 소울 스톤이 모두 파괴되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최치우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11개의 소울 스톤은 수십조, 수백조의 돈을 벌어다 줄 자산이다.

그러나 김도현 교수 한 사람과 바꾸라면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게 폐허로 돌아가도 사람이 남아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최치우는 이번 환생에서 사람과 인연의 소중함을 배웠다.

어쩌면 그게 가장 큰 교훈이었다.

김도현 교수는 안경을 치켜 올리며 표정을 숨겼다.

최치우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기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때나마 제자였던 최치우 앞에서 감격한 얼굴을 보여주기 민망했다.

그래서 괜히 안경을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결과를 낼게요.”

“저는 믿고 발표를 하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우리가 함께 개척하게 되네요.”

“까마득한 학부생 시절, 교수님께서 저를 알아봐 주신 덕분입니다.”

“아니에요. 지금 생각하니 치우 군이 나를 선택해 줬던 거 같아요.”

최치우와 김도현 교수는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바닥부터 시작해 험난한 여정을 뚫고 하늘 높이 성을 쌓은 사람들만 주고받을 수 있는 눈빛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이 있다.

“그럼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요즘 기자회견 준비로 홍보팀에서 저를 들들 볶고 있어서요.”

“그래요.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전화할게요. 오늘부터 당장 상급과 최상급 소울 스톤으로 실험에 들어갈 거예요.”

“알겠습니다.”

최치우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가벼워졌다.

11개의 소울 스톤을 내려놓아 몸이 가벼워졌고, 김도현 교수의 약속을 받아 마음도 개운해진 것이다.

이제 전 세계의 기자들 앞에서 북한에 소울 스톤 발전소를 짓겠다고 공언하면 된다.

올림푸스는 북미정상회담을 이행시키는 주축으로 세계 역사에 영원히 기록 될 것 같았다.

“깜짝 발표를 더 해도 되겠어.”

미래 에너지 탐사대 연구실을 빠져나온 최치우가 의미심장한 혼잣말을 읊조렸다.

적어도 6개의 소울 스톤에서 에너지를 추출 해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북한에 발전소를 짓는다는 사실만 공개하기 아쉬워진다.

최치우는 언제나 세상을 뒤집으며 올림푸스를 성장시켰다.

이미 사람들이 예상하는 내용을 넘어서 꿈에도 상상 못 할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다.

오사카에서 누쿠크의 정령 군단을 소멸시킨 덕에 그날이 빨리 오게 됐다.

‘듣지 못하겠지만, 고맙다고 해야겠어.’

최치우는 쉬지 않고 뛰는 자신의 심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대지의 정령왕 누쿠크의 인장도 심장에 똬리를 틀었기 때문이다.

두 정령왕의 인장을 품고 최치우는 거침없이 세상을 바꾸며 나아가고 있었다.

***

찰칵- 찰칵-

카메라 세례가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번쩍이는 플래시와 조명을 통제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 기자들은 최치우의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서울로 날아와 값비싼 체류비를 치르고 있다.

국내 기자들의 취재 열기 또한 만만치 않았다.

마치 유력 대선 후보의 출정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했다.

올림푸스 홍보팀이 최선을 다했기에 그나마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다.

“오오! 나온다, 나와!”

“초이-!”

최치우가 마이크 앞에 위치하자 국내외 기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치우는 군더더기나 다름없는 식전행사를 모조리 생략했다.

그 흔한 PPT나 팜플랫도 준비하지 않았다.

오로지 마이크 앞에 혼자 서서 이야기를 한다.

그게 기자회견의 처음이자 끝이다.

원래 정말 자신감이 넘치면 거추장스러운 꾸밈은 생략하는 법이다.

최치우는 몇 분의 발표로 세상을 완전히 뒤집을 자신이 있었다.

“북미정상회담의 결의문을 준수하여 올림푸스는 북한에 소울 스톤 발전소를 지을 계획입니다.”

기자단의 웅성거림이 잦아들 줄 몰랐다.

최치우가 인사말도 없이 기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메인 디쉬를 제공한 격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자들의 착각이었다.

북한에 소울 스톤 발전소를 짓는다는 소식은 식전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최치우는 뜸 들이지 않고 진짜 메인 요리를 꺼냈다.

“올림푸스는 북한을 포함해 6개 이상의 새로운 국가에 소울 스톤 발전소를 짓겠습니다. 선정하는 조건은 단 하나, 올림푸스가 조성할 세계 평화 기금에 많이 투자하는 국가를 찾아가겠습니다.”

6개의 소울 스톤 발전소가 동시에 지어질 수 있다는 폭탄선언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치우는 세계 평화 기금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합법적으로, 그리고 존경을 받으며 세계를 다스리는 방법은 평화를 추구하는 영향력으로 주요 국가를 꽁꽁 옭아매는 것뿐이다.

최치우는 UN을 넘어서는 세계의 실권을 꿈꾸며 첫발을 내딛었다.

서울에서 포문을 연 최치우의 새로운 비전은 오늘 해가 지기 전에 지구를 휩쓸고 지나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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