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236화 (236/243)

#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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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

장소는 미국도, 북한도 아닌 싱가폴이다.

외교가에서는 무시 못 할 소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북미정상회담의 일등공신이 바로 올림푸스 CEO 최치우라는 것이다.

싱가폴이 회담 개최지로 선정된 것도 최치우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치우가 김정은에게 싱가폴의 리콴유 모델을 제시하며 마음을 움직였다는 이야기다.

상당히 구체적인 일화까지 소개된 만큼 최치우 개입설은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선정된 싱가폴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전 세계의 시선이 싱가폴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누리게 될 관광 증대 및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일 것이다.

싱가폴 정부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체류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경호 비용과 군중 통제 비용까지 포함하면 수백억 원이 넘는 큰돈이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대한민국 정부도 바빠졌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물 밑에서 조율을 한 당사자가 바로 최치우였다.

대한민국 청와대와 외교부는 최치우의 입을 통해 북한과 미국 정상의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

겉으로는 한국 정부가 게임을 주도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 주인공은 최치우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미국 대통령의 의중은 여러 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회담을 성사시킨 최치우만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도 오랜 세월 미국과 신뢰를 쌓아온 외교 자원이 넘친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의 의중은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아직까지는 1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조차 최치우의 공으로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김정은의 심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최치우였다.

한국 정부는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최치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진짜 생각, 그리고 김정은의 진짜 생각을 알아내야 한국 정부도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단순히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외교부 장관, 혹은 그보다 아랫급의 실무자를 보낼 문제가 아니다.

정상외교의 주축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길 사안이었다.

어쩌면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도, 그리고 정권의 운명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매번 신세를 지기도 어려운데…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참 염치가 없습니다.”

정제국 대통령이 자신을 한껏 낮추며 말했다.

최치우에게 과기부 장관을 제안했던 그는 예전부터 정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렇기에 최치우가 유력 대선 후보였던 유경민을 낙마시키고 정제국을 밀어줬던 것이다.

그를 청와대의 주인으로 만들어준 사람도 최치우나 마찬가지다.

정제국 대통령 역시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지는 법이다.

하지만 정제국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최치우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

특별한 혜택을 준 적은 없지만, 정부 부처에서 올림푸스와 퓨처 모터스의 사업에 협조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과기부 장관을 제의한 것, 그리고 평양 특사단에 최치우를 포함시킨 것 등도 나름 빚을 갚으려 노력한 셈이다.

그렇기에 최치우도 정제국 대통령을 좋게 보고 있었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따위의 구분은 최치우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저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그게 중요할 뿐이다.

전임 유영조 대통령은 정제국 대통령과 다른 당적을 지녔다.

그러나 최치우는 유영조 대통령을 깍듯하게 모셨고, 정제국 대통령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정치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결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최치우처럼 한계를 돌파하며 인류를 이끌어가는 사람에게 정치는 지엽적인 문제다.

실제로 유영조 전 대통령도, 그리고 정제국 대통령도 최치우에게 어떤 정치적 강요를 하지 않는다.

그저 21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가 가는 길을 지켜볼 뿐이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정부와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한 부분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치우는 좋고 싫음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아쉬울 것 하나 없음에도 정제국 대통령에게 예의를 지켰다.

원칙적으로 외교와 안보는 정부에서 관할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최치우는 청와대를 가뿐히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한반도 외교 안보의 틀을 바꿔 놓았다.

사실 몇백 번 절을 받아도 모자라지만, 월권(越權)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것이다.

정제국 대통령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최 대표님 덕분에 이뤄졌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국민들을 대신해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쁠 따름입니다.”

“그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정제국이 본론을 꺼냈다.

두 사람은 어제오늘 만난 사이가 아니다.

만남의 횟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결정적 국면에서 신뢰를 쌓았다.

이만하면 안부 인사는 건너뛰어도 된다.

최치우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비핵화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 것 같습니까?”

역시 정제국의 질문은 예상대로였다.

최치우는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핵과 경제, 두 가지 길 중에서 경제를 선택하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허!”

정제국 대통령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감정을 추스른 정제국 대통령이 다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북한이 경제 노선을 선택해도 걸림돌은 보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 보상을 원하고, 미국은 비핵화가 완료된 다음 일괄 보상하는 방안에서 양보하지 않을 것인데……. 과연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겠습니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26살 청년 최치우에게 한반도의 미래를 물어보고 있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비현실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현실이었다.

최치우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국과 북한 모두 양보할 수 있는 절충안을 올림푸스가 내놓았습니다.”

“올림푸스에서 어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선언을 하게 되면 소울 스톤 발전소를 북한에 건설할 겁니다. 미국이 양보할 수 있는, 그리고 북한이 만족하는 예외적인 보상이 바로 소울 스톤 발전소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미국과 북한 모두 양해를 했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걱정하지 마시고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국면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올림푸스가 북한에 먼저 뿌리를 내리고 경제협력을 이뤄낼 수 있게 지원해주십시오.”

정제국은 최치우를 빤히 쳐다봤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사람은 절대 아니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허풍에 낚일 사람도 아니다.

최치우의 말을 믿고 과감하게 평화 드라이브를 걸어도 될 것 같았다.

북미회담이 성과를 내고, 북한에 소울 스톤 발전소가 들어서며 비핵화 작업이 시작된다면 상상하지 못할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정제국 대통령은 최치우 덕분에 변화를 미리 예측하게 됐다.

그것만으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다.

“또 다시 최 대표님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올림푸스가 가는 길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내는 길입니다. 우리 정부는 전심전력으로 돕겠습니다.”

“대통령님의 약속,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최치우는 정제국의 말이 인사치레가 아님을 분명히 확인했다.

정제국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약속을 보증했다.

한국 정부는 올림푸스의 북한 진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다.

적어도 쓸데없이 정부가 발목을 붙잡을 일은 없다.

최치우는 명실공히 한반도 정세를 움직이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정제국 대통령이 퇴임하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최치우의 입지는 변함이 없을 것 같았다.

한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언제나 북한이었다.

남북 분단 이후 골칫덩어리였던 북한의 지도자를 최치우처럼 제대로 구워삶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소울 스톤이라는 독보적인 아이템 덕분이지만, 그것도 최치우의 능력이다.

만약 최치우가 작정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틀어버리면 한국 정부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다.

정권이 유지되든 바뀌든 키를 잡은 최치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럼 조만간 청와대 안뜰에서 차라도 한잔 나누겠습니다, 최 대표님.”

“초대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제국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청와대로 돌아가 즉시 수석 비서들을 소집하고 회의를 시작할 것이다.

최치우는 정제국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새삼 과기부 장관 자리를 거절했던 게 현명한 선택 같았다.

굳이 현실 정치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

정치의 끝은 대통령이다.

하지만 최치우는 대통령보다 더 위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인물이 됐다.

정치를 초월한 존재, 그게 바로 지금의 최치우였다.

“모든 퍼즐이 완성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 빵!”

최치우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흉내 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핵이 연쇄 폭발하는 것 이상의 충격을 주면서 올림푸스가, 그리고 퓨처 모터스가 전 세계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북한을 개방시키고, 엄청난 지하 자원을 개발하는 것도 퍼즐 조각 중 하나다.

최치우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원대한 그림의 완성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었다.

단순히 북한의 어둠만 걷어내는 게 아니다.

인류의 어둠을 걷어내고 빛을 선사하는 여정이 계속되고 있었다.

***

뜻밖의 비보가 전해졌다.

김도현 교수가 이끄는 미래 에너지 탐사대에서 나드갈의 소울 스톤을 개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최치우와 김도현 교수는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다.

이미 대지의 정령에서 얻은 소울 스톤을 개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상급 대지의 정령 노하임의 소울 스톤은 케냐의 새로운 동력이 될 운명이다.

노하임의 소울 스톤을 연구하며 쌓은 노하우라면 최상급 대지의 정령 나드갈의 소울 스톤을 개발하는 게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역시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예상 밖 결과를 받아든 최치우는 김도현 교수와 연구진을 탓하지 않았다.

미래 에너지 탐사대는 최선을 다했을 게 분명하다.

그들은 올림푸스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다.

계산보다 나드갈의 소울 스톤에서 뿜어진 에너지가 너무 강력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뼈아픈 경험을 통해 미래 에너지 탐사대의 연구 데이터는 더욱 두터워졌다.

뒷수습은 최치우의 몫이다.

천금 같은 최상급 소울 스톤이 파괴됐다.

북한과 미국은 최치우의 약속을 믿고 정상회담 날짜를 잡았다.

이대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북미정상회담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비핵화 선언 이후 소울 스톤 발전소 건립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북한에게 더 기다리라고 말하면 신뢰가 깨진다.

하루 빨리 소울 스톤을 찾고, 에너지 추출까지 성공시키는 것.

최치우에게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과제가 주어졌다.

‘UN의 특수기구에서 네오메이슨의 손발을 잘라내고 있고, 퓨처 모터스는 브라이언이. 그리고 올림푸스도 문제없다.’

새로운 소울 스톤을 위해 전용기에 올라탄 최치우는 걱정을 접어뒀다.

올림푸스에는 임동혁 부사장 휘하로 출중한 능력의 임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퓨처 모터스도 걱정할 필요 없이 세계로 뻗어 나가며 보급형 전기차 ‘제우스 U’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최치우가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녀도 구멍이 안 나는 시스템이 완성된 것이다.

찌릿-

최치우는 심장에서 느껴지는 낯선 느낌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물의 정령왕 우라노스의 인장.

이제는 정령왕의 인장이 어떤 의미인지 체감하고 있었다.

자연의 힘을 무궁무진하게 빌려 7서클 이상의 마법도 마음껏 쓸 수 있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때로는 정령들을 끌어당기고, 때로는 정령들을 굴복시키는 권능이 최치우에게 주어진 것이다.

인장을 품은 최치우는 다시 한번 정령왕과 싸우기 위해 하늘 높이 떠올랐다.

푸른 창공 너머 태양이 그가 가는 길을, 올림푸스 전용기의 항로를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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