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234화 (234/243)

# 234

***

“어떻게 됐어?”

뉴욕으로 돌아온 최치우는 다시 유은서를 만났다.

유은서는 최치우를 꼭 껴안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최치우가 백악관에서 남몰래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을 아는 극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다.

당연히 비밀 회동의 결과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최치우는 미소를 지으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어.”

유은서는 새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려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와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최치우는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를 만났지만 조금도 위축된 모습이 아니었다.

백악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계에 그를 위축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치우의 영혼은 신의 대리인 아바타 앞에서도 당당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줘.”

“나는 그가 원하는 걸 주기로 했고, 그는 내가 원하는 걸 주기로 했지.”

선문답 같지만 협상과 거래의 기본이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아야 관계가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최치우와 미국 대통령은 주고받을 게 확실히 있었다.

최치우는 백악관에서의 만남을 떠올렸다.

“네오메이슨. 그들은 지금까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짓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금융의 힘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은 솔직히 미국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고. 그러나 이제… 위대한 조국을 넘어서려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솔직했다.

그는 네오메이슨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어쩌면 최치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 대통령의 말대로 네오메이슨은 미국의 이익을 위배하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초강대국 미국의 적이 되지 않고 조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본과 힘이 너무 커졌고, 미국 정부를 넘어서 세계를 마음대로 좌우할 생각을 품으며 문제가 달라졌다.

잘못하면 미국 대통령이 네오메이슨에 놀아나는 허수아비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제어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지기 전 싹을 잘라야 한다.

이미 싹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이 자라나 거대한 나무가 됐다.

최치우와 미국 대통령은 네오메이슨을 제거하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머지 자잘한 부분은 통 크게 양보하는 게 가능했다.

“미국 정부가 네오메이슨을 축출하는데 앞장선다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시키겠습니다.”

최치우의 제안은 대담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카드로 내민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허풍을 떨 수는 없다.

최치우는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소울 스톤 발전소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 개발은 무엇보다 강력한 카드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절실한 북한은 올림푸스의 투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미치광이로 알려진 김정은은 사실 냉정하게 실리를 챙기는 계산적 인물이다.

그는 최치우가 제시한 로드맵이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최치우는 북한과 대한민국, 그리고 미국 사이에서 게임을 주도하는 중이었다.

“북한과 정상회담……. 만약 그들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최치우의 제안을 외면하지 못했다.

중간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나면 그것만으로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비핵화라는 과실까지 얻어낸다면 대통령 선거 재선도 따놓은 당상이다.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한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카드였다.

대통령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치우는 그가 몸이 달았음을 느꼈다.

“완전한 비핵화, 이후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까지 가려면 정상회담이 끝나고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겁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 어떤 것도 주기 힘듭니다.”

“그러니 중간에 계단 하나만 놓으면 어떻겠습니까?”

“계단?”

“대북 제재는 그대로 유지하되 단 하나의 예외를 두는 겁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제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당근을 주는 것이죠.”

“우선 들어나 봅시다.”

“소울 스톤 발전소를 북한에 짓는 겁니다.”

“!”

미국 대통령이 눈을 크게 떴다.

소울 스톤 발전소는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뜨거운 감자다.

지금도 물밑에서 발전소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독일에 이어 케냐가 소울 스톤 발전소를 품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다.

실현이 된다면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낳을 일대사건이다.

“소울 스톤 발전소는 올림푸스에서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생산된 모든 에너지를 군부대가 아닌 민간 영역에만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습니다.”

“인도적 차원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또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올림푸스는 언제든 소울 스톤 발전소를 폐쇄하겠습니다. 북한에게 당근을 주는 동시에 족쇄를 거는 겁니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소울 스톤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제가 유일합니다.”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소울 스톤을 최초로 발견해 세상에 알린 사람도, 발전소를 짓고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도 최치우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미국 대통령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소울 스톤이라는 목줄을 달아줍시다.”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북미정상회담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성사될 겁니다, 대통령님.”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오메이슨을 처리하는 부분도.”

“CIA와 FBI의 협조 덕분에 조사가 원활하다고 들었습니다.”

“꼬리를 자르고 숨으려 할 텐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곤란해질 겁니다.”

“반드시 뿌리를 뽑겠습니다.”

최치우와 미국 대통령이 서로를 쳐다봤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이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봤다.

가는 길은 다르지만,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비슷했다.

“치우야!”

“응? 미안. 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

최치우는 유은서의 목소리를 듣고 회상에서 벗어났다.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은 현대에 환생해서 손에 꼽는 경험이었다.

덕분에 강한 확신이 생겼다.

세계최강대국을 이끄는 지도자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머지않았다. 이제 곧.’

최치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의 정점에 서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경제, 정치, 그리고 명예와 인기, 무력까지.

모든 부분을 종합했을 때 지구의 인류를 대표하는 단 한 사람은 바로 최치우가 될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아바타가 신의 메시지를 들고 나타날까.

과연 8번째 환생을 되풀이하게 될까.

최치우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억누르고 유은서의 손을 꽉 잡았다.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보다 미련한 일은 없다.

유은서와 나란히 뉴욕 시내를 걸어가는 최치우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

“그동안 참 많이도 해먹었군.”

서울에 도착한 최치우는 극비 보고서를 검토하며 혀를 찼다.

보고서는 UN의 특수기구에서 3중의 보안 메일로 전달된 것이었다.

네오메이슨이 움직이는 게 확실한 기업과 펀드를 정리하고, 핵심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간추린 보고서의 신뢰도는 무척 높은 편이다.

특수기구의 자체 조사는 물론이고, CIA와 FBI에서 더블 체크를 마친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UN과 미국 정부는 네오메이슨을 박멸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단순히 네오메이슨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담합을 통해 이익을 봤다면 법 위반으로 중형에 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가 조작, 탈세, 불법 환치기 및 자금 세탁, 배임, 횡령, 경영 방해 등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무궁무진하다.

한번 실체가 드러나자 수많은 범죄가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나왔다.

네오메이슨은 최대한의 이득을 보기 위해, 그리고 금융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과 편법을 저질러 왔다.

그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먼 나라 이야기다.

기본적인 윤리 개념부터 일반적인 상식과는 완전히 달랐다.

70억 인구가 살아가는 지구를 오직 네오메이슨의 부귀영화를 위한 놀이터로 여겼던 것이다.

“하이 서클, 이들을 무너트리면 네오메이슨은 몰락한다.”

최치우는 곳곳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네오메이슨의 핵심을 파악했다.

극소수의 하이 서클이 네오메이슨을 움직이는 알파와 오메가였다.

천하의 에릭 한센마저 미드 서클이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만큼 하이 서클 멤버는 얼마 되지 않았다.

100% 검증이 끝난 인원만 살펴봐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펜타곤 출신의 천재 과학자 론 폴, 온라인 결제 시스템으로 일약 억만장자가 된 시몬 드로빅스, 굴지의 석유 회사를 소유한 중동의 왕족 마셰르 알 자이크.

이렇게 세 사람만 잡아넣어도 전 세계가 뒤집힐 것이다.

특히 론 폴은 네오메이슨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인구를 말살시킬 수 있는 신종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인구 말살 정책은 1회성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네오메이슨은 언제든 지구의 인구를 마음대로 조절하려는 야욕을 품은 것이다.

“과학자와 재벌들… 그리고 정치인과 국제기구의 최고위급 실세들까지.”

론 폴, 시몬 드로빅스, 마셰르 알 자이크처럼 100%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네오메이슨 하이 서클로 의심 가는 사람들이 더 있었다.

마이크 페인스 미국 부통령도 요주의 인물이었다.

미국 공화당 주류이자 네오콘을 대표하는 강경파 마이크 부통령은 군수 업체와 네오메이슨을 연결하는 중책을 맡은 것 같았다.

“부통령이 하이 서클 멤버인 게 사실이라면… 공화당 전체가 새롭게 재편될 수 있겠군.”

만약 마이크 페인스 부통령이 네오메이슨인 게 밝혀져 처벌을 받으면 공화당 주류는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누가 가장 이득일까.

민주당이라 생각하면 너무 단순한 계산이다.

최치우는 미국 대통령을 떠올렸다.

그는 공화당 출신이지만 아웃사이더다.

주류가 물러난 자리를 새롭게 차지하며 공화당을 장악할 게 분명했다.

“확실히 우린 같은 목표를 갖고 있어. 적어도 이번만큼은. 적의 적은 친구니까.”

최치우와 미국 대통령이 언제까지 손을 잡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네오메이슨이라는 공공의 적이 살아 있는 동안 두 사람은 연합군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탁!

최치우가 책상을 가볍게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스케줄을 위해 직접 움직일 차례다.

네오메이슨을 추적하고 소탕하는 실무는 UN 특수기구에서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최치우는 한발 앞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미국과 한국 두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키려면 한시가 바쁘다.

동시에 올림푸스를 영원불멸의 역사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호랑이굴로 들어가자.”

최치우는 또 다시 평양에 찾아가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비핵화 프로세스, 소울 스톤 발전소의 건립까지.

이번에는 평양 조선노동당을 발칵 뒤집어놓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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