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230화 (230/243)

# 230

***

헤라클래스와 UN 평화유지군은 같은 날, 같은 시각 무려 6개의 반군 거점을 기습했다.

네오메이슨의 지원을 받아 덩치를 키운 반군 연합을 일망타진하려는 것이다.

6개의 반군 외에도 뒤늦게 연합에 들어온 게릴라 세력들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네오메이슨을 등에 업고 비밀스럽게 성장한 6개의 반군이다.

그들의 싹을 자르면 다른 반군과 게릴라들은 지레 겁을 먹고 움츠러들 게 분명하다.

이제껏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처럼 대대적으로 반군을 소탕하는 작전이 펼쳐진 적은 없었다.

비록 D-Day는 앞당겨졌지만, 더블텐 작전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만약 작전이 성공한다면 아프리카 대륙은 당분간 반군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될지 모른다.

대륙 전체가 소모전을 줄이고, 경제 개발과 보건 복지 등 실용적인 분야에 힘을 쏟을 바탕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로인해 구해지는 생명이 얼마나 될까.

또 그로인해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낄 수 있는 비용은 천문학적이지 않을까.

한 도시, 한 국가를 넘어서 한 대륙의 가능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일이다.

6개 지역의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나선 헤라클래스 대원들과 UN 평화유지군의 어깨 위에는 그만큼 무거운 짐이 걸려 있었다.

‘죽지 말자, 최대한.’

최치우는 속으로 대원들을 향해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르완다 국경에 모인 대원들에게만 전하는 바람이 아니었다.

그나마 이곳에 소집된 병력은 최치우와 리키라는 두 괴물의 가호를 받는다.

르완다의 반군이 가장 강력해도 여기가 제일 안전할지 모른다.

반면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 구석구석으로 달려 나간 대원들은 최치우 없이 싸워야 한다.

최치우가 있는 싸움과 최치우가 없는 싸움.

그 간극은 천지차이라는 말로도 온전히 담아낼 수가 없다.

“미니 퀘이크-!”

최치우는 사막의 끄트머리에서 6서클 마법을 캐스팅했다.

이제 막 시야 끝에 르완다 반군의 거점이 들어오고 있었다.

르완다 반군도 뒤늦게 헤라클래스와 UN 평화유지군의 지프를 발견하고 전투태세를 갖추는 중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축이 흔들리며 땅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쿠궁- 쿠구구구궁-!

“미니 퀘이크, 미니 퀘이크!”

최치우는 6서클의 미니 퀘이크를 연달아 세 번이나 사용했다.

이만하면 급격한 마나 소진으로 몸에 부담이 올 수밖에 없다.

아슬란 대륙의 보통 6서클 내지 7서클 마법사였다면 벌써 피를 토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령왕, 그리고 최상급 정령과 싸우며 한계를 경험한 최치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마나가… 고갈되는 느낌이 안 들고 있어.’

최치우는 스스로의 힘에 의문을 품었다.

언제부터일까.

6서클, 그리고 현재로서 펼칠 수 있는 가장 고위 마법인 7서클 마법을 펼쳐도 지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7서클의 벽을 깨고 나서도 무리해서 마법을 펼치면 탈진하는 게 당연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6서클을 마치 1서클처럼 펼칠 수 있게 됐다.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일까.

‘우라노스.’

최치우는 물의 정령왕 우라노스를 떠올렸다.

독도 인근 바다에서 우라노스를 소멸시켰는데 소울 스톤을 찾지 못했다.

대신 최상급 대지의 정령 나드갈에게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라노스의 인장이 최치우의 심장에 박혔다는 것이다.

최치우는 알지 못해도 정령들은 우라노스의 인장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그 영향인가? 마나를 물 쓰듯 써도 지치지 않는 것이.’

제법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정령왕은 자연계의 정점에서 수많은 정령들을 다스리는 초월적인 존재다.

마법을 펼칠 때 소모되는 마나 역시 대자연의 힘이다.

만약 우라노스의 힘이 최치우에게 깃들었다면 마르지 않는 바다를 얻은 셈이다.

6서클, 7서클 마법을 무한정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치트키나 다름없다.

그 덕에 숙련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면 8서클 대마도사 클래스와 9서클 현자 클래스의 벽도 일찍 깨트릴지 모른다.

“먼저 가요, 싸부우!”

그때였다.

리키의 우렁찬 목소리가 최치우의 상념을 깨웠다.

미니 퀘이크를 세 번이나 펼친 최치우가 복잡한 생각을 하는 동안 불과 1분도 흐르지 않았다.

그사이 헤라클래스와 UN 평화유지군의 지프는 르완다 반군의 거점 가까이 다다랐다.

조금만 더 전진하면 반군의 바주카포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이제부터는 지프에서 내린 다음 넓게 흩어져 돌진하는 게 낫다.

타악-!

최치우도 모래 위를 달리는 지프에서 땅으로 뛰어내렸다.

미니 퀘이크의 영향으로 르완다 반군은 우왕좌왕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바주카포를 쏘기 위해서는 단단한 지반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겠지.’

6서클 마법은 전쟁의 승패를 바꾸는 위력을 지녔다.

최치우는 미니 퀘이크 세 번으로 르완다 반군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트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헤라클래스와 UN 평화유지군은 보다 수월하게 르완다 반군의 거점 내부로 진입하게 됐다.

만약 미니 퀘이크가 적진을 뒤흔들지 않았다면 돌격하는 과정에서 바주카포 세례가 쏟아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파바바박!

최치우는 예사롭지 않은 속도로 땅을 박찼다.

그는 허리에 권총 두 자루를 찼을 뿐, 제대로 무장을 하지 않았다.

전투 병력이 자기 역할에 맞게 최신 무기를 챙긴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최치우가 굳이 기관총과 수류탄, 샷건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그는 프리 폴(Free-Role)을 부여받았다.

축구로 따지면 포지션 없이 자유롭게 운동장을 누비며 게임을 휘젓는 역할이다.

“인페르노-!”

최치우가 캐스팅을 마치자 반군의 진영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6서클 마법인지, 아니면 폭탄이 터진 것인지 구분하긴 어려웠다.

이미 르완다 반군은 반격을 시작했고, 헤라클래스와 UN 평화유지군도 난전을 벌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피융- 피유웅-

타다다다다!

총알이 사방을 스치고,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곳곳에서 수류탄이 터지며 수많은 인명이 쓸려나가고 있었다.

최치우는 아군이 위험하다 싶으면, 또는 적진의 주요 거점으로 보이는 곳에 어김없이 인페르노를 작렬시켰다.

퍼어엉!

화르르르르륵-

지옥의 불길이 르완다 반군의 거점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총알이 비처럼 쏟아지는 전장에서 자유자재로 지진을 일으키고 화염을 터트리는 최치우는 전신(戰神)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전투의 혼란 덕택에 그가 어떤 이적을 일으키는지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최치우도 오랜만에 전쟁의 열기를 머금으며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타당- 타타탕-!

“싸부!”

언제 나타났는지 리키가 최치우의 등 뒤에서 기관총을 난사했다.

아무렇게나 쏘는 것 같지만, 총알의 궤적은 정확히 르완다 반군의 저격수들을 훑고 지나갔다.

쐐애액-

최치우는 경공을 펼쳐 리키에게 다가갔다.

아니, 리키의 뒤에서 총구를 들이댄 반군에게 뛰어들어 주먹을 날렸다.

빠각!

안면이 함몰되는 소리와 함께 반군이 맥없이 쓰러졌다.

최치우가 아니었다면 리키의 등에 구멍이 숭숭 뚫렸을지 모른다.

“방심은 금물.”

“와우, 싸부. 조심할게요. 테이크 케어!”

리키는 죽을 위기를 넘겼어도 마냥 해맑은 얼굴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반군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으로 와다다 달려갔다.

최치우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모사드의 정보에 의하면 이곳에는 위험한 무기가 있다. 그걸 쓰기 전에 막아야 해.’

최치우가 르완다 반군을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모사드는 그들이 대량 살상 무기, 그중에서도 극악한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생화학무기를 얻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아마 네오메이슨의 조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핵무기만큼 절대 악으로 여겨지는 게 생화학무기다.

회생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히고, 엄청난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점에서 핵과 비슷한 점이 많다.

어떤 면에서는 핵보다 생화학무기가 더욱 악질적이다.

궁지에 몰린 르완다 반군이 생화학무기를 쓰면 다 죽는다.

다행히 핵이나 생화학무기는 버튼 하나로 간단히 발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워낙 위험한 무기인 만큼 나름의 체계와 절차를 안전장치로 두고 있다.

최치우는 르완다 반군의 우두머리가 미친 짓을 하기 전에 상황을 종료시킬 작정이었다.

‘반드시 온전한 생화학무기를 찾아내고 만다. 그것만 있으면 명분은 충분해.’

최치우가 감각을 예민하게 끌어 올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껏 규모를 키운 르완다 반군은 헤라클래스와 UN 평화유지군의 기습에 대책 없이 당하는 중이었다.

현대전에서 정보가 이렇게 중요하다.

모사드가 정보를 차단하자 기습이 통할 수 있었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병력은 머릿수가 많아도 오합지졸일 뿐이다.

두두두두두-

타탕! 타타타탕!

기세를 잡은 헤라클래스는 적들을 완전히 섬멸할 것 같았다.

UN 평화유지군은 헤라클래스가 휩쓸고 지나간 경로를 뒤따르며 반군 생존자를 체크했다.

레드 엑스 섬멸전과 달리 모조리 다 죽일 필요는 없다.

포로를 확보하면 국제 사회에 전쟁 명분을 설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그 명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생화학무기였다.

생화학무기만 찾아내면 헤라클래스와 UN이 선제공격을 감행한 게 100% 정당화된다.

‘저곳!’

사방을 배회하던 최치우의 눈빛이 한 곳에 고정됐다.

르완다 반군의 병력이 머무르는 거점 뒤편으로 수상한 건물이 보였다.

가건물 치고는 꽤 정성스럽게 지어놓았다.

최소한 르완다 반군의 우두머리가 머무는 장소 같았다.

타앗!

길게 생각할 틈이 없다.

최치우는 곧장 몸을 날렸다.

총알이 오가는 사선을 넘나들며 재빨리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한 마리 매 같았다.

사냥감을 노리는 매가 창공을 쪼개는 것처럼 최치우도 수상한 건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쇄도했다.

‘있다, 인기척!’

최치우는 건물 안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꼈다.

바깥이 쑥대밭이 되고 있는데 나오지 않고 숨은 사람들이다.

겁을 먹었다면 진즉 도망치려 했을 터, 뭔가 다른 이유 때문에 건물 안에 머무는 것 같았다.

콰앙!

오랜만에 소림사의 절기 금강나한권이 묵직한 기운을 뿜어냈다.

백보신권을 능가하는 천보일권으로 굳게 닫힌 문을 박살낸 최치우는 망설임이 없었다.

안에서 누가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곧장 부서진 문 사이로 몸을 날렸다.

뭐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강한 자신감의 발로였다.

투타타타!

곧이어 최치우를 향해 총성이 울렸다.

베테랑 용병도 낯선 곳에서 갑자기 뿜어진 총알을 피하긴 어렵다.

선두에서 진입하면 대부분 죽는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최치우는 달랐다.

그는 총성이 울리기 직전, 자신을 노리는 살기를 느끼자마자 5서클 마법을 캐스팅했다.

“윈드 스피어-!”

바람의 칼날이 연달아 솟아나 두터운 막을 형성했다.

따다다당!

총알은 바람의 장막에 막혀 튕겨 나갔다.

주인을 지킨 윈드 스피어는 총구에서 불이 뿜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콰드득!

건물 내부를 지키던 반군들은 무형의 칼날에 찍혀 오장육부가 일그러졌다.

‘여기가 확실하다.’

최치우는 더 많은 인기척과 살기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한 명의 병력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곳에 이토록 많은 반군들이 상주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르완다 반군의 우두머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생화학무기를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앞으로 5분에서 10분, 그사이에 최치우가 먼저 일으킨 전쟁의 성패가 달려 있다.

최치우는 입술을 깨물고 어두운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땅굴을 파놓은 듯 지하와 연결된 건물 아래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생화학무기가 발사되는 비극적인 일을 막으려면 일분일초를 아껴야 한다.

두 주먹을 꽉 쥔 최치우는 단전 가득 내공을 끌어 올렸다.

한 바탕 칼춤을, 아니 마법과 무공의 춤을 춰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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