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201화 (201/243)

# 201

<여명 작전>

최치우와 유은서는 케냐에서 남아공으로 이동했다.

아프리카의 항공편은 지연되기 일쑤지만, 전용기를 이용하기에 훨씬 편했다.

공항의 문제가 아니면 비행 일정이 딜레이될 일은 없는 것이다.

최치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용기를 사길 잘했다고 느꼈다.

만약 전용기가 없었다면 미국 콜로라도에서 대지의 소울 스톤을 옮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남아공 공항에는 이시환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20대에 남아공본부장이라는 중역을 맡았던 이시환은 어느새 한국 나이로 30살이 됐다.

서른 살.

남자에게 30대가 주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일까.

항상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아 하던 이시환도 남자의 향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시원시원한 성격은 그대로지만 글로벌 기업 올림푸스의 임원답게, 그리고 30대 남자답게 무게감도 갖춘 것이다.

“치우야, 은서! 이렇게 만나니까 동문회라도 하는 기분이다. 남아공에서 우리 셋이 모이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시환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치우는 그와 포옹을 나누고 등을 세게 두드렸다.

열사의 땅 아프리카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남아공본부를 키운 장본인이 바로 이시환이다.

올림푸스에서 이시환에게 크나큰 기회를 준 셈이지만, 그래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더 깊었다.

“시환이 형, 점점 얼굴이 좋아져. 아프리카가 체질에 맞는 거 같은데?”

“체질에 맞지. 그렇지만 슬슬 결혼도 해야 하는데… 언제쯤 한국으로 불러줄 겁니까, 대표님!”

“불리할 때만 대표 찾고 그러면 안 된다고.”

최치우와 이시환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유은서도 밝은 표정이었다.

“오빠, 여전하네요.”

“은서야! 이렇게 둘이 같이 있는 걸 다시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너네 둘 잘된 거에 내 공이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무슨 소리예요, 그게?”

“너가 UN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내가 전해줬거… 컥-!”

이시환이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자 최치우가 명치를 때렸다.

가볍게 이시환을 제압한 최치우는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다.

“얼른 갑시다. 남아공에서는 둘러볼 게 많으니까.”

“은서야, 나 대신 신고 좀 해주라. 올림푸스 CEO가 직원을 때린다고.”

이시환이 유은서에게 SOS를 쳤다.

하지만 유은서는 최치우의 팔짱을 끼며 혀를 내밀었다.

“난 아무것도 못 봤어요.”

“와…….”

이시환은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꼭 모델 같은 여자친구 만들어서 복수한다!”

“꼭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본부장님.”

최치우가 씨익 웃으며 호칭을 바꿨다.

사적인 관계로 반가움을 나눴지만, 이제 공적인 관계로 돌아갈 시간이다.

짧은 일정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서둘러야 한다.

케냐에서 보낸 하룻밤이 정말로 최치우의 유일한 휴가였던 셈이다.

이시환도 표정을 바꾸고 후다닥 달려 최치우보다 앞서 걸어갔다.

공항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차로 안내하기 위해서다.

케냐에서 알렉산드로 마커스 UN 사무총장을 만난 최치우는 한결 가벼운 얼굴로 남아공 스케줄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일찍 아프리카의 무한한 가능성을 주목했던 사람이 바로 최치우다.

그는 이번에도 검은 대륙에서 엄청난 기회를 찾아낸 것 같았다.

최치우가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가는 날, 네오메이슨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올림푸스와 UN의 수장이 함께 칼을 뽑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올림푸스는 남아공 정부로부터 20개 광산의 개발권을 양도받았다.

그러나 한꺼번에 모든 광산을 개발할 수는 없었다.

20개의 광산이 전부 알짜인 것도 아니었다.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서 개발했을 때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조사를 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다행히 이시환은 최치우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평소에는 약간 덤벙거리는 편이지만, 일을 할 때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경과민증에 걸릴 정도로 직원들을 몰아붙였고, 보고서의 토씨 하나 틀린 것까지 직접 확인했다.

덕분에 올림푸스는 현재까지 8개의 광산을 개발하게 됐고, 단 한 곳에서도 적자를 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푸스를 이야기할 때 혁신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언급한다.

하지만 혁신적인 시도를 하기 위해서든 든든한 자금이 뒷받침돼 있어야 한다.

현금 흐름, 캐쉬 플로우처럼 중요한 게 또 없다.

남아공의 광산을 개발해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이 없었다면 최치우도 지금처럼 자유롭게 다양한 도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아공본부는 올림푸스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알짜배기 사업부였다.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곳.

우리 몸으로 따지면 신장이나 간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시환도 몸으로 때우며 주먹구구로 사업을 전개했었다.

그러나 남아공본부의 규모가 커지고, 국제적인 인재들을 수혈하며 상황이 나아졌다.

이제는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는 어엿한 해외지사가 됐다.

최치우는 남아공본부 임원들이 준비한 P.T가 끝나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짝짝짝짝짝-!

박수로만 때울 수는 없었다.

최치우가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시환과 남아공본부의 임원들, 그리고 본사 CEO의 방문에 기대감을 품고 모여든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최치우를 쳐다봤다.

최치우는 그들 모두를 위해 영어로 말했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이시환 본부장님, 그리고 여기 모인 올림푸스 가족들. 현장을 지키느라 오늘 참석하지 못한 분들까지……. 여러분이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흘린 땀방울이 올림푸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데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올해는 올림푸스가 남아공을 벗어나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뻗어가는 원년이 될 겁니다. 여러분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역시 최치우의 연설은 심장을 뛰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남아공본부 사무실에 모인 직원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짝짝!

“와아아아!”

“올림푸스! 올림푸스!”

최치우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고군분투하는 동안 남아공본부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혼자서만 싸운 게 아니었다.

이시환, 그리고 남아공의 수많은 직원들이 올림푸스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 누구도 만리장성을 혼자 세우지 못해.’

최치우는 인류의 위대한 업적으로 손꼽히는 만리장성을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국경으로 달려간 무명의 병사들이 없었다면 진시황도 만리장성을 세울 엄두조차 못 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만리장성은 진시황의 유물이지만, 동시에 그곳에서 피땀을 바친 모두의 업적이다.

역사는 올림푸스와 최치우를 기록하겠지만, 최치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직원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때가 오고 있다.’

최치우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

올해가 아프리카 대륙 전역으로 진출하는 올림푸스의 새로운 원년이 될 것이다.

최치우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남아공본부 직원들과 함께 열기를 나눴다.

***

최치우는 이시환에게 비밀스러운 지시를 내렸다.

광산 개발은 8곳이면 충분하다.

물론 더 늘릴 수 있으면 좋지만, 최치우는 보다 큰 목표를 제시했다.

남아공을 넘어서 진격하자는 것이다.

올림푸스는 이미 아프리카 남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부의 중심 국가인 남아공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기에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비즈니스 영향력만 큰 게 아니었다.

헤라클래스가 게릴라 반군 레드 엑스를 섬멸시킨 것은 아직도 종종 회자되는 전설적인 군사작전이었다.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최치우의 인맥을 바탕으로 정치력까지.

올림푸스 남아공본부는 삼위일체를 갖추고 있었다.

이제 진군의 깃발을 아프리카 중부로 이어갈 차례다.

최치우는 케냐에서 알렉산드로 UN 사무총장을 만나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UN 내부에 잠입한 네오메이슨을 쓸어버리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최치우는 알렉산드로 총장만 만난 게 아니었다.

그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 아프리카의 영웅으로 불리는 요아힘 마빈 전 총장과도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요아힘 전 총장은 올림푸스가 남아공에서 이뤄낸 성과에 관심을 보였다.

비록 외국 회사지만 남아공 경제와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는 기꺼이 케냐 정부에 최치우를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인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스템이 자리 잡지 않은 국가일수록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소개를 보증수표로 여긴다.

최치우가 아무리 유명한 글로벌 슈퍼스타라도 케냐에서는 이방인이다.

그러나 요아힘 마빈이 보증인으로 나서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상 국왕이나 다름없는 케냐 대통령과 1 : 1 미팅도 가능하다.

최치우는 조만간 이시환을 올림푸스의 특사로 케냐에 보낼 계획이었다.

이시환과 담당부처 장관이 실무 회담을 진행하면 다음 순서로 최치우와 케냐 대통령이 만나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 중부의 중심 국가인 케냐까지 접수하는 게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불어온 바람으로 유럽과 미국을 휩쓸겠다는 최치우의 비전은 꽤 빨리 구체화되고 있었다.

“싸부-!”

그때 리키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헤라클래스의 리더인 리키는 올림푸스에서 너무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천방지축 통제 불가능한 파이트 클럽의 비공식 최강자는 머나먼 과거다.

오늘날 리키는 아프리카 남부 최강의 무장 단체인 헤라클래스를 이끄는 사신(死神)으로 통한다.

레게머리 사신이 등장하면 피바람이 몰아친다는 건 아프리카 남부의 상식이 됐다.

최치우를 제외하면 지구에서 가장 강한 인간인 리키는 남아공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흑인 혼혈인 리키의 뿌리는 아프리카 어딘가일 것이다.

고향의 대지에서 강한 남자들과 부대끼며 사선을 넘나드는 삶.

평범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거야말로 리키가 바라던 이상적인 인생이었다.

“리키. 실리콘밸리에 다녀오더니 기운이 더 강성해졌군요.”

최치우는 리키의 변화를 직감했다.

퓨처 모터스 공장을 지키러 실리콘밸리에 파견을 나갔던 리키는 한층 강해졌다.

물론 그 비결은 최치우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사부가 가르쳐 준 수법, 실리콘밸리에서 죽어라 했어요. 연습, 또 연습. 그 동네에선 할 게 없어서!”

리키는 최치우가 가르쳐 준 금강나한권 초식을 꾸준히 수련하고 있었다.

남아공 광산 지대에 비해 평온한 실리콘밸리에서 몇 단계 성취를 거둔 모양이다.

최치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키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한계를 설정할 필요 없어요. 리키가 강해지는 만큼, 헤라클래스도 강해지는 거니까.”

“예썰-! 사부가 시킨 대로만 하면 강해진다는 트러스트, 믿음이 생겼어요.”

“좋아요. 그동안 헤라클래스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번 봅시다.”

“서프라이즈하게 해줄게요, 사부.”

리키의 표정이 자신만만하게 변했다.

최치우는 유은서를 안전한 케이프타운에 남겨두고 혼자 왔다.

그렇기에 헤라클래스의 전력을 마음 편히 볼 준비가 됐다.

“레디?”

리키는 몸을 돌리며 짧게 외쳤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수백 명의 대원들은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전투력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는 눈빛을 날카롭게 쏠 뿐이었다.

최치우는 헤라클래스의 규모와 기운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이만하면 일부 병력을 케냐로 차출해 아프리카 중부의 게릴라 반군과 싸워도 충분할 것이다.

“고!”

리키가 포효하자 헤라클래스 대원들이 순식간에 산개하며 전투 대형을 만들었다.

수백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난전에 적합한 형태로 엄호조와 사격조, 돌격조를 만드는 게 몸에 익은 것 같았다.

최치우는 팔짱을 끼고 만족스런 얼굴로 헤라클래스의 훈련을 감상했다.

아프리카 남부에서 중부로 빛을 밝히는 것, 그와 동시에 UN의 네오메이슨을 소탕하며 불법 거래 기업을 솎아내는 것.

어둠을 걷어내고 아침을 맞이하는 여명 작전이 시작됐다.

최치우는 남아공 국경에서 헤라클래스의 위용을 직접 보며 여명이 밝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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