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169화 (169/243)

# 169

<유럽 진출>

이변이 일어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이 모인 미래 에너지 탐사대는 기적 같은 결과에 놀랐다.

초고강도 레이저보다 강하고 정밀하게 소울 스톤을 자극한 것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비밀을 알려줄 수 없었다.

최치우가 직접 무공과 마법을 조화시켜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을 자극했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김도현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변이라 여겼지만, 최치우에게는 당연한 결과였다.

극강의 내공과 6서클 마법을 동시에 뿜어냈는데 힘이 모자랄 리 없다고 믿었다.

정교한 자극을 받은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은 진면목을 보여줬다.

허물을 벗고 본연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치우의 호출을 받은 김도현 교수는 안전복을 갖춰 입고 실험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미리 준비해 둔 최첨단 절연 상자로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을 봉인했다.

결국 김도현 교수의 가설대로 됐다.

한번 자극을 받은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은 계속해서 순수한 전력을 방출하고 있었다.

샐러맨더의 소울 스톤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이었다.

어쨌든 김도현 교수의 연구 덕분에, 그리고 최치우의 확실한 마무리 덕분에 올림푸스는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을 얻었다.

임시로 봉인해 둔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만 있으면 제2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광명과 달리 발전소 건립 기간도 단축될 것 같았다.

레이저 시스템이나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순수한 전력 에너지를 받아들여 실제 사용이 가능하게 변환하는 시스템만 갖추면 된다.

최치우는 독일 정부와 협상을 이어나갈 최적의 카드를 손에 넣었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억지로 독일에 소울 스톤 발전소를 지을 필요는 없다.

유럽 진출이라는 상징성보다 중요한 것은 실리다.

게다가 최상급 물의 정령을 언제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무래도 더 세게 불러야겠어.”

최치우는 조건을 올리기로 작정했다.

애초에 독일 정부가 시몬 대사를 통해 제안한 조건도 파격적이었다.

메르켈 총리가 친환경 발전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격적인 조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최치우는 유럽의 맹주 메르켈도 심란하게 만들 만큼 압도적으로 남는 장사를 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이 아까울 것 같았다.

“진검 승부다.”

최치우는 재미있는 협상이 전개될 거라 예상했다.

메르켈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협상을 잘 하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 체제는 진즉 붕괴됐을지 모른다.

최치우도 비즈니스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협상의 귀재들이 두 번째 소울 스톤 발전소를 놓고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다.

그 결과에 따라 세계의 판도가 바뀔 것 같았다.

***

독일은 전범 국가라는 원죄를 짊어지고 있다.

폐허가 된 국토, 엄청난 전쟁 보상금, 그리고 독일인들을 향한 따가운 눈총까지.

제이차세계대전 이후 거대한 영토를 지닌 독일이 다시 일어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독일은 기적을 썼다.

한강의 기적보다 앞선 원조가 바로 라인강의 기적이다.

말 그대로 기적적인 경제 부흥을 이뤄낸 독일은 서독과 동독의 통일이라는 역사적 이벤트까지 성공시킨다.

이후 낙후된 동독 때문에 통일 독일의 경제가 잠시 휘청거렸지만, 독일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힘을 모았다.

근검절약의 대표 주자로 독일이 떠올랐고, 통일 덕분에 가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은 넘쳐났다.

오죽하면 일손이 모자라 한국에서도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해 줄 정도였다.

반세기 만에 유럽의 맹주로 급부상한 독일은 전쟁을 일으켰다는 원죄를 의식해서인지 대의(大義)를 중시하려 노력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리스나 스페인처럼 경제가 어려운 남유럽 국가들을 위해 채무를 보증해 줬다.

덕분에 독일의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면 독일은 유럽의 맹주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독일은 메르켈이라는 여성 정치인의 장기 집권을 받아들이며 순항 중이었다.

하지만 메르켈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었다.

첫 번째가 바로 흔들리는 유럽 연합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통해 EU에서 빠져나가게 됐고, 그리스와 스페인 같은 남유럽도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한다.

프랑스 역시 EU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독일 중심으로 뭉친 유럽 연합을 지켜내는 데 메르켈의 정치 생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번째 도전은 바로 에너지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을 전면 금지한 세계 최초의 선진국이다.

핵폭발 위험성이 있는 원자력 대신 다양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다.

물론 독일 국민들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워낙 낮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대체 에너지의 효율은 한참 부족하고, 결국 원자력 대신 장려한 화력 발전이 환경을 더 오염시킨다는 주장도 메르켈을 괴롭혔다.

만약 이대로 3년이 지나면, 또는 5년이나 10년이 지나면 독일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할지 모른다.

난민 문제와 EU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그런데 에너지 문제까지 발목을 잡으면 메르켈도 낙마할 수 있다.

메르켈에게 소울 스톤 발전소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독일이 유독 놀라운 제안을 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메르켈은 갈증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최치우는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며 시원한 우물을 손에 쥐었다.

두 사람의 협상은 평행선에서 이뤄지기 힘들었다.

“대표님, 그래도 이 조건은 너무…….”

주한 독일 대사인 시몬 드로빅이 난색을 표했다.

최치우는 새로 수정한 올림푸스의 제안서를 내밀었다.

올림푸스는 독일 정부에서 먼저 제시했던 조건에 몇 가지 추가 조약을 덧붙였다.

이미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여긴 시몬 대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사님, 총리께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최치우는 시몬 대사가 결정하기 힘든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이만한 빅딜은 총리가 직접 나서서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메르켈도 정치적 위상을 걸고 진행해야 하는 모험이다.

시몬 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최 대표님, 만약 우리가 이 조건을 받아들이게 되면… 메르켈도 독일 국내에서 상당한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될 겁니다. 외국 기업에게 이렇게까지 특혜를 제공한 사례는 없었기에.”

“특혜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최치우는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밝혔다.

시몬 대사는 말을 잃었다.

최치우의 당당함은 상대를 위축시킨다.

근거 없는 당당함이라면 얼마든지 깨부술 수 있다.

시몬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외교가의 거물이다.

그러나 최치우의 당당함 뒤에는 부정할 수 없는 근거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최치우는 오늘도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이 뿜어내는 전력 데이터를 갖고 왔다.

올림푸스가 원하는 조건만 내민 게 아니었다.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으로 독일이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수치를 보여준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지게 됐다.

올림푸스의 조건을 보면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싶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소울 스톤 수치를 보면 도저히 포기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독일은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반면 올림푸스는 손해를 볼 게 없다.

물론 독일처럼 절박한 상황에 처한 국가는 많지 않다.

그래도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을 갖고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른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최치우와 메르켈이 곧 만나게 될 것 같았다.

***

올림푸스 전용기가 이륙했다.

최치우 단 한 사람을 위해 거대한 비행기가 활주로를 가로질러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비행기를 소유하고, 원하는 때 언제든 하늘을 날 수 있는 삶.

세상에 부자가 아무리 많아도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최치우는 모두가 꿈꾸는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뜨거운 심장으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아직 25살이다.

원하는 것도, 이룰 것도 무궁무진하다.

올림푸스와 퓨처 모터스의 시가 총액은 100조 원이라는 벽을 깨기 직전이었다.

100조짜리 기업을 움직이는 CEO이자 최대주주가 바로 최치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치우는 만족을 몰랐다.

세계의 정점에서 세상을 바꾼다.

그 원대한 목표와 비교하면 현재의 성취는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하늘 참 맑군.”

최치우는 전용기 창밖으로 푸른 하늘을 내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독일과의 협상 결과를 암시하는 것일까.

“대표님, 식사를 준비해 드릴까요?”

“좀 이따 먹을게요. 대신 위스키 한 잔만 부탁합니다. 발렌타인 30년으로.”

“바로 준비해서 올리겠습니다.”

전용기에서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이 최치우의 주문을 받고 돌아갔다.

정해진 시간에 나오는 기내식과 달리 언제 뭘 먹을지 최치우 마음대로 선택하면 된다.

승무원은 국적 항공사에서 스카웃했다.

올림푸스는 퍼스트 클래스만 담당하던 승무원들에게 더 높은 연봉을 안겨줬다.

실제로 전용기가 운항하는 날은 한 달에 열흘도 안 된다.

스카웃 당한 승무원들은 신의 직장으로 옮긴 셈이다.

최치우는 한쪽 다리를 꼬고 위스키를 기다리며 혼자만의 비행을 즐겼다.

한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올림푸스는 벌써 남아공과 미국을 접수하고 있었다.

이제 유럽으로도 진군할 차례다.

하늘길을 가르는 올림푸스의 전용기처럼, 선봉장이자 군주인 최치우도 막힘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

독일의 항공 관문은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이다.

올림푸스 전용기도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베를린 국제공항은 규모가 작은 반면, 항공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전용기로 이착륙을 하려면 한참 전부터 미리 신고를 해야 한다.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고 프랑크푸르트에 내린 최치우는 곧바로 고속철도를 이용했다.

독일의 고속철도인 이체(ICE)는 우리나라 KTX의 롤 모델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는 결국 프랑스의 고속열차를 수입했다.

그러나 사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떼제베(TGV)보다 독일의 이체가 훨씬 유명하다.

기술력 하면 독일이라는 말은 유럽에서도 통용되고 있었다.

최치우는 새하얀 이체 1등석에 올라타 베를린으로 이동했다.

원래 독일 정부에서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의전팀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치우가 극구 사양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 고작 몇 시간이지만, 편안하고 자유롭게 독일의 진면목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금방 베를린에 다다른 최치우는 호텔로 움직였다.

독일 정부의 의전을 사양해서 혼자 이동하는 게 더 재밌었다.

마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배낭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진짜 배낭여행이라면 게스트 하우스의 도미토리 룸에 묶어야 한다.

그러나 최치우는 베를린 중심부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단순히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보안 유지와 업무를 위해서 스위트룸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제 정말 메르켈과의 협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마가렛 대처 이후 새롭게 등장한 철의 여인.

최치우는 유럽의 맹주를 직접 만난다는 사실에 기대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협상 자체도 중요하지만, 메르켈이라는 정치인의 그릇을 느껴보고 싶었다.

“메르켈 총리도 네오메이슨의 존재를 알고 있겠지?”

최치우가 베를린 시내 전경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네오메이슨의 돌격대 역할을 하는 에릭 한센은 노르웨이 출신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그들의 촘촘한 연결망이 미국에 국한돼 있을 리 없다.

분명 유럽에도 그물처럼 손을 뻗어놓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잠잠했어. 다시 화끈하게 붙을 때가 됐군.”

최치우는 네오메이슨과의 일시적 휴전 상태가 머지않아 끝날 거라고 직감했다.

신개념 대체 에너지 생산 기관인 소울 스톤 발전소가 하나둘 성공적으로 세워지면 네오메이슨이 다시 움직일 것이다.

최치우의 얼굴 위로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전쟁을 통해 더욱 강해지는 남자, 그는 네오메이슨의 도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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