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168화 (168/243)

# 168

7장, 러브콜 (2)

+++

최치우는 9월 한 달 동안 주한 독일 대사를 비롯해 미국 대사, 중국 대사 등 주요국 대사들을 돌아가며 만났다.

보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문이 흐르는 걸 원천 봉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소문을 완전히 막을 필요도 없다.

대사들과 만나는 현장이 기사로 나가면 향후 행보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모두 만난 다음이면 소문이 나도 크게 상관이 없다.

정계와 재계에서는 올림푸스가 외국에 소울 스톤 발전소를 지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발 빠른 기자들도 냄새를 맡았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올림픽이 끝나고 8월에 준공식을 가진 광명의 소울 스톤 발전소는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

한 달 넘게 작은 사고도 터지지 않았고, 전력 생산량도 안정적이었다.

내년부터 광명 뉴타운의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다들 소울 스톤 발전소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울 스톤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뛰는 중이다.

소울 스톤 발전소 덕분에 올림푸스 시가총액은 올림픽 이전과 비교해서 50% 넘게 올랐다.

이미 20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 주가가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50% 뛰는 것은 기형적인 사건이다.

주식 시장에서 여러 번 브레이크를 걸 정도로 난리가 났다.

제우스 S를 멋지게 선보인 퓨처 모터스 주가도 덩달아 폭등했다.

최치우의 공언대로 시총 100조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올림푸스와 퓨처 모터스의 시총을 합하면 70조 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거 들었어? 올림푸스에서 미국에 발전소를 지을 거라던데.”

“미국? 난 중국이라고 들었는데. 중국에서 발전소 하나만 지어주면 순이익 10조를 보장해 주는 빅 딜을 제시했다고.”

“순익 10조 원? 그게 말이 되나?”

“이 사람아, 소울 스톤 발전소는 말이 되나. 말이 안 되는 걸 지어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그것도 그렇네……. 정부도 똥줄이 타겠구만.”

“그렇지. 광명에 발전소를 지으면서 정부가 특혜를 제공했다고 생색을 냈었는데, 알고 보니 올림푸스가 애국을 한 셈이지.”

“이왕이면 두 번째 발전소도 우리나라에 지어주면 좋겠지만, 세계로 뻗어가는 모습도 보고 싶고.”

여의도 증권가에 모인 사람들이 담배를 태우며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는 소문이 가장 빠르게 도는 장소다.

오죽하면 연예계 찌라시의 생산지도 여의도 금융가이겠는가.

정보에 죽고 정보에 사는 증권맨들은 어설퍼도 작은 첩보원이나 마찬가지다.

증권맨들 사이에 이야기가 돌면 곧 기사가 터진다는 뜻이다.

정확히 어느 나라인지는 몰라도 올림푸스가 외국과 발전소 건립을 두고 협상을 한다는 기사는 금방 수면 위로 올라올 것 같았다.

홍보팀으로 문의를 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올림푸스 홍보팀은 묵묵부답 침묵을 지켰다.

웬만한 질문 공세도 다 받아주지만, 외국과의 협상은 엄청나게 민감한 문제다.

최치우가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 섣불리 입장을 밝힐 수 없다.

수면 아래에서 정부, 언론, 재계 모두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최치우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독일 정부로부터 어마어마한 제안을 받았다.

단순히 고위 외교관인 주한 독일 대사가 할 수 없는 수준의 제안이었다.

얼마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시몬 대사는 사촌 누나인 메르켈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이후 최치우는 메르켈 총리와 직접 통화를 하며 대략적인 조건을 합의했다.

문제는 소울 스톤이다.

독일에서는 광명에 지은 소울 스톤 발전소 수준의 에너지 생산을 원했다.

샐러맨더의 소울 스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최치우는 김도현 교수에게 특급 미션을 내렸다.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에서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을지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라는 것이다.

원래는 전혀 재촉하지 않고 시간을 줬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을 개발하면 바로 독일 정부와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다.

만약 실험 과정에서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이 깨지면 급하게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당장 결론을 내야 될 상황이었다.

김도현 교수도 당황하지 않고 최치우의 지시를 받아들였다.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는 1분 1초 급박하게 변한다.

독일 정부에서 매력적인 제안을 했는데 무조건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미래 에너지 탐사대는 올림푸스를 위해 존재하는 연구 기관이다.

평소에는 올림푸스가 막대한 투자를 하고,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보장해 준다.

그만큼 올림푸스에서 필요로 할 때 미래 에너지 탐사대도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과연 올림푸스가 독일에서도 잭 팟을 터트릴 수 있을지.

첫 번째 고비는 김도현 교수의 손에 달렸다.

최치우는 초조해하지 않고 김도현 교수의 전화가 오기를 담담히 기다리고 있었다.

+++

“교수님!”

최치우의 목소리가 유독 밝았다.

일주일 넘게 기다리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혹시 부담을 줄까봐 김도현 교수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

빨리 결과를 내라는 미션을 주고 끝이었다.

그 후 김도현 교수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다 거의 열흘 만에 전화가 온 것이다.

최치우의 음성이 반가움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치우 군,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김도현 교수가 인사를 생략하고 말했다.

갑자기 타이트해진 스케줄 탓에 김도현 교수와 연구진은 연일 밤을 지새웠다.

목소리만 들어도 피곤한 기운이 느껴졌다.

최치우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질문을 던졌다.

“좋은 소식 먼저 듣겠습니다.”

-붉은 소울 스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추출할 방법을 찾아냈어요.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론적으로 틀림이 없을 거에요.

김도현 교수는 함부로 확언을 내뱉지 않는다.

그는 최치우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신중한 사람이다.

따라서 김도현 교수가 방법을 찾았다면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최치우는 한쪽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쁜 소식이 무엇이든 다 감당할 수 있습니다.”

-나쁜 소식은… 우리가 세운 가설을 실행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가설은 완벽한데 실행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결국 방법이 없다는 뜻 아닌가.

보통 사람 같으면 말장난을 하는 거냐며 화를 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치우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풋내기가 아니다.

실망하는 것은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다음이라도 늦지 않다.

“어떤 방법을 찾으셨습니까? 이론이 완벽하다면 실행은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겠습니다.”

-간단히 설명할게요. 붉은 소울 스톤에는 초고강도 레이저를 쏴서 열에너지를 분출시켰지요.

“네, 교수님.”

-푸른 소울 스톤은 치우 군의 조언대로 붉은 소울 스톤과는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어요. 열에너지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최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도현 교수에게 일일이 알려줄 순 없지만, 불의 정령에서 얻은 샐러맨더의 소울 스톤과 물의 정령에서 얻은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은 다른 게 당연하다.

최치우가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김도현 교수가 설명을 계속했다.

-그러나 붉은 소울 스톤을 능가하는 원천적 에너지를 확인했고, 한 번에 순수한 전력을 뽑아내야 해요.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아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거예요. 붉은 소울 스톤은 열에너지를 뿜어내고, 그로 인한 증기로 전력을 생산하게끔 발전소를 만들었죠. 하지만 푸른 소울 스톤에서는 곧바로 전력을 추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초고강도 레이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나게 강력한 자극을 중심부에 가해야만 하지요.

복잡하지만 한편으로는 간단한 이야기다.

물의 속성을 지닌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은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내포하고 있다.

물은 원래 뇌전(雷電)을 증폭시키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에 담긴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전기 형태로 분출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정수인 초고강도 레이저로는 충분한 자극을 가할 수 없다.

김도현 교수의 말처럼 방법은 찾았지만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것이다.

현대 과학에서는 초고강도 레이저보다 강력하고 정확한 기술을 찾기 힘들다.

-더 좋은 소식만 전해줘야 하는데……. 당장은 이게 현실이에요.

“만약 레이저로 중심부를 자극하면 어떻게 될까요?”

-충분한 자극을 받지 못해 소울 스톤이 에너지를 분출하지 않겠지요. 그 과정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어요, 지난번 실험한 작은 소울 스톤처럼.

김도현 교수는 운딘의 소울 스톤을 파괴시켰었다.

최치우는 개의치 말라고 했지만 미래 에너지 탐사대에게는 은근히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이다.

실험 실패로 극도의 희소성을 지닌 소울 스톤이 산산조각 나면 누구라도 멘탈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천하의 김도현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구자에게 실험 실패는 영원히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었다.

“교수님.”

최치우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지난 실패에 연연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초고강도 레이저보다 더 강하고 정확한 힘으로 소울 스톤의 중심부를 자극하면 되는 거죠?”

-이론적으로는 그래요. 아마 그 순간 푸른 소울 스톤의 내부에서 껍질 열린 것처럼 계속 전력 에너지를 발산하게 될 거에요.

“한 번만 자극하면 충분합니까?”

-맞아요. 붉은 소울 스톤은 꾸준한 레이저 자극으로 열에너지를 뿜어내게 만들지만, 푸른 소울 스톤은 특성이 다른 거 같아요. 한 번의 완벽한 자극 이후 계속 전력을 분출할 것이기에 보관부터 신경을 써야겠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를 해주십시오.”

-무슨… 준비를 말인가요?

“초고강도 레이저를 뛰어넘는 자극을 가하겠습니다. 그때부터 푸른 소울 스톤이 전력을 뿜어내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최치우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무기가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무공과 마법을 조화시키면 현대 과학이 만든 초고강도 레이저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게 어렵지 않다.

김도현 교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정말 방법이 있는 건가요, 치우 군?

“저를 믿고 준비만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그럼 치우 군이 말한 대로 준비를 할게요.

“며칠 안에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최치우는 두 손바닥을 접었다 폈다.

단전에서 잠자고 있는 내공은 바위를 부수고 남을 정도다.

금강나한권은 절정에 이르렀고, 새로 익히기 시작한 권왕의 아랑권도 나날이 늘고 있다.

게다가 무공뿐 아니라 마법까지 조화를 시킬 수 있다.

무공과 마법의 조화는 이전 차원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경지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레이저보다는 강하겠지?”

최치우는 혼잣말을 읊조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현대의 초고강도 레이저는 결코 만만한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레이저 정도는 가뿐히 극복해야 한다.

최치우는 내공과 마법의 힘을 응축시켜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에 집중시킬 작정이었다.

성공만 하면 독일에 소울 스톤 발전소를 짓게 된다.

더불어 물 속성 소울 스톤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찾는 셈이다.

불 속성 소울 스톤은 레이저로 자극해 열에너지를 뽑고, 물 속성 소울 스톤은 최치우의 힘으로 전력을 개방시키는 것이다.

“바람과 대지 속성의 소울 스톤을 얻어도 알맞은 방법을 찾게 되겠지. 이렇게 한 걸음씩 나가다 보면.”

최치우는 상황을 낙관했다.

김도현 교수가 가져온 좋은 소식은 말 그대로 희소식이었고, 나쁜 소식은 해결이 가능할 것 같았다.

“독일이다, 독일.”

유럽의 맹주를 에너지로 장악한다.

올림푸스의 비즈니스 스케일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었다.

+++

파직- 파지직-!

아무도 없는 실험실 안, 최치우의 주먹에서 뇌전 같은 기운이 튀고 있었다.

그는 내공을 극도로 끌어 올리며 오른손에 힘을 실었다.

곧이어 마법까지 펼칠 작정이었다.

눈앞의 거치대에 놓인 오묘한 푸른빛 소울 스톤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베네수엘라에서 목숨 걸고 싸웠던 게 생각나는군.’

최치우는 최상급 물의 정령 아도니스를 소멸시키기 위해 진땀을 흘렸었다.

하마터면 크게 낭패를 볼 뻔했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하고 얻은 소울 스톤을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다.

이제 몇 분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독일 총리 메르켈의 러브콜에 화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소울 스톤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해야 할지.

저벅저벅-

최치우가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을 향해 걸어갔다.

운명의 순간이 도래했다.

그는 내공을 가득 담은 손으로 소울 스톤을 거머쥐었다.

“인페르노-!”

동시에 6서클 화염 마법을 캐스팅했다.

단전에서 솟아오른 내공과 자연에서 빌린 마나가 하나로 모아졌다.

화아악!

콰드드드득-!

최치우의 힘이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을 강타했다.

쏴아아아아아-!

눈부신 섬광이 실험실을 가득 채웠다.

최치우도, 소울 스톤도 푸른 광채에 휩싸여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