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번째 환생-167화 (167/243)

# 167

<러브콜>

준공식은 무사히 끝났다.

환경부와 올림푸스는 쓸데없는 치장에 돈을 쓰지 않았다.

화려한 장식으로 성대한 준공식을 만드는 게 본질이 아니다.

광명까지 달려온 국내외 기자들의 궁금한 점을 풀어주는 게 핵심이다.

최치우는 올림푸스의 대표로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보통 다른 기업의 준공식에서 대표는 축사만 하고 뒤로 빠진다.

그러나 최치우는 달랐다.

올림푸스를 상징하는 얼굴이기에, 또 누구보다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기에 직접 현장 PT를 진행한 것이다.

최치우의 PT는 취재진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최대한 자세하게 소울 스톤 발전소의 구동 원리를 설명해줬다.

동시에 소울 스톤이라는 물질이 가지는 다양한 속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밝힐 수 없는 비밀은 꽁꽁 감췄지만, 그래도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정보가 최초로 공개됐다.

덕분에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 언론에서도 하루가 넘도록 소울 스톤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최치우가 처음으로 소울 스톤을 공개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그때도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거웠었다.

하지만 소울 스톤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검증이 되기 전이었다.

기대감만으로 올림푸스 주가는 폭등했지만, 소울 스톤을 신기루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발전소가 준공되며 검증은 끝났다.

광명 뉴타운의 전력을 책임질 수 있는 에너지가 소울 스톤 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최치우와 환경부는 수많은 기자들에게 에너지 지표를 확인시켜줬다.

어제 하루 동안 소울 스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치로 보여준 것이다.

특별한 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소울 스톤 발전소의 효력과 환경성에 태클을 걸 수 없다.

발전소를 통해 검증을 마친 소울 스톤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소울 스톤은 이미 지구의 에너지난과 환경문제를 해결 할 물질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런데 실효성까지 입증이 됐다.

이제 소울 스톤 하나의 가치는 1조 원을 우습게 넘길 것 같았다.

각 국 정부와 정보기관에서는 소울 스톤을 구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 할 것이다.

최치우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정령을 찾아낼 수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설령 우연히 정령의 존재를 보게 되어도 현대의 무기로는 절대 소멸시킬 수 없다.

결국 CIA나 모사드, MI6가 아무리 용을 써도 소울 스톤을 얻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희소성과 품귀 현상까지 더해진 소울 스톤의 진정한 가치는 과연 얼마일까.

누구도 자신 있게 계산 할 수 없다.

다만 올림푸스의 주가는 시장을 마비시킬 정도로 연일 상한가를 때리고 있었다.

올해가 끝나기 전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겠다는 최치우의 말은 허풍 같았다.

그러나 허풍이 현실로 변하는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100조 원은 멀었지만, 이 추세라면 올해를 넘기기 전 마의 벽을 뚫을지 모른다.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로 따지면 올림픽 100m 달리기 금메달을 이길 수 있는 뉴스가 거의 없다.

하지만 전세계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소울 스톤 발전소 준공은 핵폭탄급 사건이었다.

올림푸스가 터트린 광명 발 폭탄이 지구를 뒤흔들고 있었다.

최치우의 8월은 단순히 뜨겁다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는 주위의 모든 것을 녹여버릴 기세로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

올림푸스 홍보팀은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취재 요청 전화가 걸려온다.

최치우의 개인 인터뷰는 대부분 거절하지만, 회사의 공식 자료와 발언을 요구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올림푸스 초창기부터 함께 고생한 김지연 홍보팀장은 늘 그렇듯 팀원들과 함께 열일 중이었다.

홍보팀은 영어, 일어, 중국어 등 각종 외국어에도 능숙 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푸스의 본사는 여의도에 있지만,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담게 해외 매체에서도 취재 요청 전화와 메일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일이 힘든 만큼 대우는 화끈하다.

보통 어느 회사나 홍보 인력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올림푸스 홍보팀은 업계 최고 대우를 받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커리어를 쌓는다.

그냥 명목적인 업계 최고 대우가 아니었다.

업계 2위와의 격차도 어마어마하다.

사실 연봉과 사내 복지 조건을 떠나 올림푸스 직원들은 최치우의 팬클럽이나 마찬가지다.

불세출의 영웅으로 꼽히는 최치우와 함께 세상을 바꾼다는 기쁨, 그게 바로 엄청난 대우보다 더 중요한 동기였다.

김지연 팀장은 오늘도 그런 보람을 느꼈다.

다양한 국가의 주한대사관에서 최치우와 미팅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주한미국대사관, 일본대사관, 중국대사관 등 주요 강대국을 비롯해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다.

당연히 주한대사들이 직접 최치우를 만나길 원했다.

최치우가 움직이면 미국 대통령이나 중국 국가주석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 주한대사다.

한국 내 최고의 책임자들이 최치우와 미팅 약속을 잡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안건은 비슷비슷했다.

광명에 세운 소울 스톤 발전소를 자기 나라에 유치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올림푸스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는 제안이다.

아도니스의 소울 스톤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데 성공하면 두 번째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세계 최초의 소울 스톤 발전소는 광명에 지었다.

그렇기에 두 번째 발전소까지 꼭 한국에 지으라는 법은 없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 획기적인 제안을 한다면 고민해봄직 하다.

“대표님, 여기 이번 주 정리한 리스트에요.”

김지연 팀장이 직접 프린트를 해서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

최치우는 그녀가 건네준 서류를 읽으며 질문을 던졌다.

“모든 대사관과 전부 미팅을 할 수는 없고…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을 추려야 되는데. 홍보팀 입장에서 추천해줄 방법이 있습니까?”

“우선 미국, 중국, 독일처럼 주요국과는 향후 관계를 위해서라도 미팅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은 임동혁 이사님께 일임하는 건 어떠세요? 전화로 제안 내용을 알아보다간 자칫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꽤 까다로운 질문이었지만 김지연 팀장은 막힘 없이 대답했다.

그녀 역시 팀장이라는 준 임원급 직위를 맡기엔 어린 편이다.

그럼에도 최치우가 100% 신뢰하는 이유를 매일 증명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미팅 리스트 2개로 나눠서 올려주세요. 최종 조율은 내가 임 이사님과 직접 하겠습니다.”

“네, 대표님.”

김지연 팀장이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최치우는 그녀가 남기고 간 리스트를 다시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올림푸스는 남아공 본부를 통해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퓨처 모터스를 인수하며 자연스레 실리콘밸리와 미국으로도 진출한 셈이다.

이제 훨씬 큰 파급력을 지닌 소울 스톤을 무기삼아 전세계로 진출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에너지 수급을 틀어쥐게 되면 사실상 그 나라를 반쯤 지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어디에 또 올림푸스의 깃발을 꽂게 될까.

최치우의 미소가 짙어지는 만큼, 올림푸스의 울타리도 넓어지고 있었다.

***

최치우는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주한 독일 대사관을 찾았다.

업무시간이 지났지만,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

만약 대낮에 주한 독일 대사관을 방문하면 금방 소문이 퍼질 게 분명하다.

최치우의 일거수일투족은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그는 어떤 연예인보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게 됐다.

덕분에 불편해진 점도 많았다.

연예인들처럼 사생활 관리는 물론이고, 공적인 미팅도 보안 유지를 위해 몇 배는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이렇게 초대를 받아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대사관 연회실에서는 주한 독일 대사가 만찬을 차려놓고 최치우를 기다렸다.

초짜 외교관 시절부터 한국과 오래 인연을 맺어온 주한 독일 대사는 인상 좋은 중년인이었다.

독일인답게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큼직해서 성격까지 시원시원 할 것 같았다.

최치우는 가벼운 목례로 독일 대사의 환영에 답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두 사람은 통역을 끼지 않고 영어로 대화했다.

넓은 연회실에는 독일 대사뿐 아니라 몇몇 직원들이 더 앉아 있었다.

비공식 방문이지만 주한 독일 대사관에서는 최고의 예우로 최치우를 대접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편하게… 우리가 자랑하는 맥주부터 들면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와하하하하!”

“평소 독일 맥주와 음식의 팬이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겠습니다.”

“서울의 어떤 독일 레스토랑보다 우리 대사관 음식이 나을 겁니다. 드시지요!”

최치우는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식탁 위에는 독일식 족발인 슈바인 학센을 비롯해 각종 햄과 소시지들이 비좁을 만큼 가득 차려져 있었다.

상차림을 보면 진심을 알 수 있다.

독일 전통 음식의 경우 며칠 동안 준비해야 하는 것도 적지 않다.

독일 대사관에서 최치우를 위해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식탁에서 드러났다.

최치우는 독일 맥주와 슈바인 학센에 감탄하며 만찬을 즐겼다.

인상처럼 성격도 화통한 시몬 드로빅 독일 대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서로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깊이 있는 협상을 빨리 진행시킬 수 있다.

시몬 대사가 최치우를 초대한 이유는 보나마나 소울 스톤 발전소 때문일 것이다.

최치우는 과연 독일이 어떤 제안을 할지 궁금해 하며 식사와 대화를 이어갔다.

“좀 어떻습니까? 우리 음식은.”

“대사님 말씀처럼 서울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음식입니다. 사진이라도 찍어서 기념해야 할 것 같군요.”

“하하하! 최 대표님도 혹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하십니까?”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괜한 구설수는 안 만드는 게 좋다는 홍보팀의 권유를 받아들였습니다.”

“역시 현명하십니다. 그러니 24살에 올림푸스와 퓨처 모터스를 이끄는 거겠지요.”

최치우의 한국 나이는 25살이다.

하지만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만 나이로는 24살이 맞다.

최치우는 시몬 대사의 칭찬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너무 많이 듣는 이야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어진 시몬 대사의 말은 최치우의 뇌리를 강하게 자극했다.

“제가 살면서 본 최고의 천재는 메르켈이었습니다. 그런데 최 대표님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24살에 전기차와 소울 스톤으로 세계를 바꾸는 기업인이 있다니……. 한국은 참 복도 많은 나라입니다.”

“메르켈? 메르켈 총리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최치우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

시몬은 독일의 총리 메르켈을 무척 편하게 언급했다.

메르켈은 독일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10년 가까이 유럽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를 이끄는 지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여걸(女傑)이다.

“다른 메르켈이 또 있겠습니까? 얼마 전 직접 전화를 걸어 자랑도 했습니다. 최 대표님을 직접 만나게 됐다고. 메르켈도 부러워하지 뭡니까, 하하하하!”

시몬 대사가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 같진 않았다.

최치우는 조심스레 둘의 관계를 물었다.

“혹시 메르켈 총리와 어떤 사이인지 여쭤 봐도 실례가 아닐까요.”

“아, 메르켈과는 어려서부터 같은 동네에서 컸습니다.”

“그럼 동네 친구?”

“제 사촌누나입니다. 아주 자세히 보면 약간은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시몬 대사가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최치우는 놀라움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메르켈 총리의 사촌동생! 그럼 단순히 주한 대사 레벨이 아니다. 독일 총리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받을 수 있겠군.’

오늘 미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대사는 고위 외교관이지만 협상을 주도하기 힘들다.

중요한 사안은 본국의 결재를 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리의 사촌동생이라면 더 많은 재량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유럽의 맹주 독일이 소울 스톤 발전소를 설립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지 모른다.

최치우는 반쯤 비운 맥주잔을 들었다.

“아주 특별한 밤이 될 것 같군요. 한국과 독일의 우호를 위해.”

시몬 대사도 잔을 들고 건배로 화답했다.

올림푸스가 유럽의 에너지 시장을 장악 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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